환생해서 당구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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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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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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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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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당구 각성 (6)

DUMMY

아침 운동에서 돌아오자마자 영묵은 안방의 문을 두드렸다.

옷매무새 가다듬고 있던 손 회장이 영묵을 반기며 말했다.


“어제 최 대표 만났다면서?”

“네.”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겠구나.”

“네. 삼촌이 절대 그냥 못 보낸다고 해서 간단히 한잔했어요.”

“좋았겠다. 그런데 이른 시간에 내방엔 웬일이야? 혹시 내게 할 말 이라도...?”

“네. 어제 삼촌이랑 나눴던 얘기들인데 어머니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얘기해보렴.”


영묵은 어제의 일을 상기하며 손 회장에게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연말에 치르는 이번 대선요. 전에 시장하셨던 분이 당선될 거예요.”

“뭐? 아 아니, 네가 그걸 어떻게?”


빙그레 미소 짓는 영묵을 보며 손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도 본 거니?”

“네.”

“너희 아버지랑 같이?”

“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라니?”


여전히 황당한 표정을 풀지 못하며 손 회장은 재차 물었다.


“그래서 최 대표는 뭐라고 그러디?”

“그냥 조용히 제 얘기 듣고만 계셨어요.”

“넌 또 뭐라고 했는데?”

“그분 공약들 꼼꼼히 검토해 보시라고 했어요.”

“참!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구나.”


손 회장은 잠시 충격을 맞은 듯 영묵의 마지막 말은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미 누나. 사흘 후면 들어 온다네요.”

“영미에게서 연락이 왔었니?”

“네. 용운이에게 들었어요.”


영어 회화 수업이 끝나자 방울은 멈춰져 있는 스크린에 손짓하며 도경을 칭찬했다.


“도경 씨! 너무 열심이라서 보기 좋아요. 꼭 저기 있는 남자주인공 같아요.”

“네? 제가요!”

“네. 요즘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


쑥스러워하는 도경을 보고 살짝 미소 지어 준 영묵은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도경을 향한 방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저 도경 씨? 부탁이 하나 있는데...?”

“제게요?”

“네. 저 이모에게 한국요리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이모에게 요리를요? 뭐 배우면 좋겠지만 방울 씨가 시간이 되겠어요?”

“가르쳐만 주신다면 시간이야 제가 어떻게든 조절해볼 수 있어요. 근데 이모가 허락할까요?”

“글쎄요. 그건 이모에게 물어봐야죠.”


방울은 도경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팔짱을 끼고 귀여움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도경 씨가 도와주셔야죠. 해주실 수 있죠?”

“허허, 방울 씨가 원하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고마워요. 그리고 기왕이면 수업 시간도 30분 정도 당겼으면 하는데...?”


방울의 말이 끝나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

그녀는 도경에게 한쪽 눈을 찡긋한 다음 사라졌다.


오늘따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도경의 모습이 평상시 같지 않았다.

이를 눈여겨본 영묵이 물었다.


“너 무슨 일 있어? 밥 먹는 모습이 왜 그래?”

“어, 아..아무 일도 없어.”


대답을 한 도경은 민 여사가 나간 쪽을 힐끔 쳐다본 다음, 영묵에게 조금 전에 방울이 얘기한 것들을 전했다.

도경의 이야기를 다 들은 영묵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웃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방울 씨를 꼭 도와주고 싶다. 이 말이지?”

“소원이라잖아!”

“우리가 수업 시간 30분 당기는 건 별문제가 안 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모가 허락해야지.”

“맞아. 키는 이모가 쥐고 있지.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도경은 말을 하며 일어서려는 순간, 민 여사가 주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왜들 그래? 내가 뭐 도와줄 일이라도 있어?”

“네 이모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헤헤헤!”

“내가?”


어리둥절해하는 민 여사를 향해 영묵이 먼저 말하자 도경이 연이어 보충했다.


“방울 씨가 이모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데요.”

“내게 요리를?”

“네. 강습료도 빵빵하게 낸다고 했어요. 제게 특별히 부탁까지 했는데...!”

“평생 음식을 만들고 살았어도 남을 가르쳐 본 적은 없는데.”

“그냥 쉽게 생각하세요. 저희 반찬 만들면서 재료나 방법에 관해 설명해주시면 되세요.”

“네. 방울 씨가 원하는 것도 그런 방식이에요.”

“시간은 된데?”

“저희가 수업 시간을 20~30분 당겨주면 이모가 점심 준비하실 때 같이 하면서 배웠으면 하는 것 같아요.”

“으음...?”

“그리고 점심 설거지는 자기가 꼭 하겠다고 했어요.”

“이모 도와주세요. 어머니한테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세 사람은 식탁에 앉아 방울의 요리 강습 전략회의에 여념이 없었다.

신이 난 도경은 침을 튀겨가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내일 방울이에게 볼 키스 받는 장면들이 연속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후 연습에 한창 열중이던 두 사람은 갑자기 큐를 놓더니 소파로 가서 앉았다.

냉장고에서 생수 두 병을 꺼낸 영묵이 도경에게 한 병을 내밀며 말했다.


“오늘은 나 혼자 다녀올게. 넌 연습하고 있어.”

“그래 한번 둘러보고 오는 것도 괜찮겠지. 그런데 의외로 조용하네.”

“잠잠한 것을 보면 켕기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았던 생각이 들어.”


오후 일정을 마감한 영묵은 곧장 차를 몰고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 신포동, 삼치 골목에 들어선 영묵은 간판들을 확인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깐 눈앞에 자신이 찾는 간판이 나타났다.

식당에 들어서자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물 두 모금을 마실 때쯤 태민이 들어왔다.

그는 주인아저씨께 고개를 한번 숙인 다음 앉자마자 영묵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전에 용운이가 얘기해 줬어요. 여기가 형님 단골집이라고...!”

“그래. 우린 여기 오면 항상 시키는 것이 있는데 그걸로 하자. 아마 실망하지 않을 거야.”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 식당 안으로 꾸준히 손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주문을 마친 태민이 영묵과 대화를 시작하려고 할 무렵, 안으로 들어오는 염추상과 눈길이 마주쳤다.

추상은 태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형님도 여기 계셨네요.”

“응. 모처럼 동생이랑 식사나 같이 하려고.”


추상이 영묵을 바라보자 영묵은 간단히 고개를 숙여 보인 후 태민의 빈 잔을 채웠다.

추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형님이랑은 다음에 한잔할게요. 오늘 귀한 손님과 함께라서......”


안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영묵의 뒷자리를 선택했다.

얼핏 보니 추상과 함께 온 사람은 건장한 체격에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리를 잡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했다.


태민은 한잔 쭉 들이킨 다음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훈련은 잘 되고?”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도경이라고 했나?”

“네. 그 친구도 열심입니다. 실력도 부쩍 늘었고요.”

“언제부터 시합에 출전할 거냐?”

“아직요. 대략 내 후년쯤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네 실력이면 지금 당장 출전하더라도 좋은 성적에는 무리 없을 텐데. 꼭 우승이 목표냐?”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태민의 술잔에 술을 따를 때, 영묵의 귀에 추상 일행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금테 안경을 쓴 사람은 등지고 앉아 그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추상은 영묵의 등을 바라보고 앉았기에 비교적 그의 목소리는 또렷이 잘 들렸다.

영묵은 식사하며 귀는 그들이 있는 쪽에 열어 두었다.


“형님. 이제 드디어 서울에 진출하시는 겁니까?”

“아직은 아닌데, 곧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수도권에 학교 공사 하나 낙찰받았어!”

“드디어 형님 소원이 이루어지는군요. 자, 한잔 올리겠습니다.”

“근데 안 좋은 소리가 들리던데...?”

“아 업장 관리하던 두 놈이, 병신같이!”

“범인은 잡았고?”

“오리무중입니다.”

“그럼 짐작 가는 데라도?”

“그놈들이 여기저기 싸질러 놓은 게 많아서, 그리고 원수진 놈들이 한둘이라야 예측을 해보죠.”

“너도 참! 그런 놈들을 데리고... 듣기론 아예 병신이 됐다던데.”

“평생 지팡이 신세를 못 벗어날 것 같습니다. 썩을 놈들!”

“경찰에 신고는 했고?”

“못했죠. 그것 때문에 한 달째 업장 문도 못 열고 있어요.”

“상태에게 연락은 해봤냐?”

“에이 상태 형님과는 연락 안 한 지 오래됐어요.”

“그래도 고향 사람인데 안부는 묻고 살아야지.”


그들의 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 태민이 영묵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음식이 안 맞아?”

“아뇨. 최곱니다. 이거 엄청 맛있어요.”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이 좀 들어서......”

“생각은 접어 두고 어서 먹어.”


음식을 먹으면서 귀는 뒤쪽을 살폈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시시콜콜한 얘기뿐이었다.


또다시 태민의 말이 이어졌다.


“참, 저번에 정 프로 인천에 왔었는데 너 칭찬 많이 하더구나.”

“정 사장님요?”

“응.”

“네가 훈련하고 있는 곳에 꼭 한번 가봐야 한다고, 시설이 기가 막힌다고 얼마나 성화든지, 하하하!”

“그렇게 대단하진 않아요. 나중에 기회 되시면 형님도 한번 오세요. 그럼 같이 죽방도 한번 치고......”

“너 죽방 안 좋아한다면서.”

“그날은 다 같이 어울려서 한 게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젠 죽방 소리만 들어도 지겹다.”

“형님도 한때 인천에서 죽방으로 날리셨죠? 혹 전국구였나요? 하하하!”

“말도 마라. 그때 일은 꿈에 나올까 무섭다.”


몸서리치는 태민을 바라보며 웃고 있던 영묵.

그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형님. 저 훈련 끝나면 친구랑 같이 전국을 한번 돌고 올까 해요.”

“전국 일주를? 가서 뭘 하게?”

“죽방 치러요.”


순간 태민의 눈이 커지며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죽방 치러 전국을 돈다고?”

“우리나라에 재야의 당구 고수들이 많잖아요. 그들과 한번 붙어보고 싶어요.”

“아서라. 누가 들으면 꽤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야!”

“저도 그냥 게임이면 좋겠는데 그들이 굳이 죽방을 원한다면 거절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 너라면 그쪽으로 빠지지는 않겠지. 지금도 우리 당구장에 미친놈들이 많이 와.”

“노름 당구 치러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밤새도록 당구 치고, 술 마시고, 거기에다 사채까지 어휴!”

“그 나이 먹도록 할 줄 아는 것이 당구뿐이라서 그런가요?”

“어리거나 젊은 나이에 당구 시작해서 지금까지 당구만 치며 살아왔잖니, 남들은 직장 잡고 일하느라 바쁜데...!”


태민은 답답한 듯 소주를 입 안으로 털어 넣더니 빈 잔을 다시 영묵 앞으로 내밀었다.


“영묵아? 과연 성공한 당구인의 종착지는 어딜까?”

“.......?”

“결국 자기가 당구장이라도 하나 차리면 다행이다 싶다. 아니면 당구장 매니저만 하고 살겠지. 평생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결국 그렇게 되나요?”

“그것도 말이 좋아 당구장 매니저지 바닥 청소, 다이 청소에 공 닦아야지 하여간 잡일은 도맡아 하는 사람이 매니저야.”

“양지 당구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되는 것도 없네요.”

“그냥 시합 나가는 거지. 우승하면 명성 좀 올라가고 쥐꼬리만 한 상금 받고 만족하는 거지. 자기 비용은 스스로 지출해 가면서...!”

“참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당구 월드컵 우승상금이 얼마인 줄 아니?”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600만 원 정도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 그게 현실이다. 전 세계적인 시합도 우승상금이 고작 600만 원이면 국내 시합 상금은 말 안 해도 알겠지?”

“월드컵도 시드배정을 받아야 항공료 및 체재비가 나온다면서요?”

“일정 점수를 채울 때까지 오직 자기 돈으로 시합 참가를 해야 해”

“참 열악한 환경이네요.”

“열악을 넘어 아주 비참한 현실이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구에 대한 꿈을 포기하나 봐요.”

“다른 종목 스포츠 선수들처럼 월급 받아 가면서 당구 쳐보는 것이 내 평생소원이었다.”


다시 소주잔을 잡은 태민의 표정이 점점 침울해져 갔다.


그와 헤어진 후, 서울로 돌아가는 내내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월급 받아 가면서 당구 쳐보는 것이 내 평생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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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2) +4 23.12.18 204 7 13쪽
21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1) +3 23.12.16 225 7 12쪽
20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6) +2 23.12.15 218 7 13쪽
19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5) +3 23.12.15 224 7 13쪽
18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4) +2 23.12.14 217 7 13쪽
17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3) +3 23.12.14 233 7 13쪽
16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2) +2 23.12.13 236 7 12쪽
15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1) +2 23.12.12 243 8 13쪽
14 꿈을 향한 날갯짓 (4) +2 23.12.12 252 7 13쪽
13 꿈을 향한 날갯짓 (3) +2 23.12.11 281 7 13쪽
12 꿈을 향한 날갯짓 (2) +3 23.12.11 292 7 13쪽
11 꿈을 향한 날갯짓 (1) +4 23.12.09 318 9 12쪽
10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5) +2 23.12.08 337 10 15쪽
9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4) +2 23.12.08 344 8 17쪽
8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3) +3 23.12.07 359 8 13쪽
7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2) +3 23.12.07 366 10 13쪽
6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1) +3 23.12.06 404 10 13쪽
5 새로운 세상을 향해 (2) +2 23.12.05 396 9 12쪽
4 새로운 세상을 향해 (1) +3 23.12.05 41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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