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이네 라디오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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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량학생
그림/삽화
Pixabay
작품등록일 :
2023.12.23 12:21
최근연재일 :
2024.01.06 11:2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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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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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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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DUMMY

“오늘 이 시간에도 방문해주신 모든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유철이네 라디오 쇼!’를 진행하게 된 BJ 유철입니다.



바쁜 일상 중에도 정말 많은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그럼 첫 번째 사연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BJ유철의 손에는 한 덩어리 종이 뭉치가 들려있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종이를 태연하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음..익명 사연이네요.



정관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갔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가라 하더군요.



진료실에 들어가자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 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이고 여자이기도 해서 말하기가 많이 쑥쓰러웠기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저..정관 수술..받으러..왔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너무 작은 목소리라 들리 지가 않으셨는지 ”네?“하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조금 더 큰 소리로 ”정관 수술을 받으러 왔습니다.“하고 말했죠.



그런데 이번에도 의사 선생님께서 ”네??“하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 쯤 하자 짜증이 나버린 저는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아 나 진짜! 정관 수술 받으러 왔다니까요!!“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시더니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저..환자 분..여긴 비뇨기과가 아니라 안과에요···“



어떻게 안과에서 정관 수술을 받을 생각을 하셨죠? 참신한데요.



그럼 다음 사연으로 넘어가도록 할까요?”



BJ유철은 종이 덩어리를 몇 장 넘기더니 사이에 끼어있는 종이 하나를 뽑아냈다.



“네. 이번 사연은 조선 팔도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종기가 크게 나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입원을 하고 며칠의 유예 기간을 가진 후에 수술을 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누워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죠.



마취를 하고 깨어나 보니 수술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 듯 싶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장갑을 벗고 정리하는 중이셨거든요.



저는 그때 까지만 해도 피곤했기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제가 안 깨어났다고 생각하셨는지 간호사 분과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으휴! 젊은 놈이 무슨 종기가 이렇게 크게 나?



2명 분 시간을 이 놈 하나한테 다 썼네.



무슨 종기를 적금 박듯이 모아 놨어!“



“그러게요! 제가 이 분 입원하셨을 때 하도 요구 사항이 많아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이 오래 돼서 시설을 쓰는 데 불편함이 많았거든요.



“쯧! 내 이럴 줄 알았으면 수술을 다른 놈한테 맡기는 건데!”



“저도 이런 분인 줄 알았으면 후배한테 맡겼을 거에요.



이거 때문에 남자친구 하고 약속도 쨌다구요.”



저는 일부러 자는 척을 하기 위해 살짝 코를 고는 척을 했습니다.



“망할 놈이! 이제는 코까지 골아?!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이거 올려놔!”



간호사 분께서 저에게 다가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데려갈 때 만큼은 욕을 안 해주기를 바라면서 저는 자는 척을 계속 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분께서 제 앞으로 다 온 것 같지도 않았는데 멈춘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선생님..”



“왜?”



“시간 확인해 보니까 마취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어요···”



“..환자 분이 참 인내심도 좋으신 걸!



이렇게 장시간의 수술에 상태가 안 좋아지신 다거나 하는 게 없으니까 말이야.



안 그렇나 김 간호사?”



“아..네 네!



그럼요.



저도 이런 환자 분은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이 병원..어딘지 알려주신다면 찾아가 볼 의향이 있습니다..웃기는 병원이군요!



그럼 다음 사연을 찾아보겠습니다.“



BJ유철은 종이 뭉텅이의 아래쪽을 만지작거리더니 이거라는 듯 웃으며 종이를 천천히 빼냈다.



“이번에는 회사는 지옥이다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이름만 봐도 어떤 사연을 보내주신 건지 대충 짐작이 되는데요?



몇 주전에 부장 놈이 야근을 하고 있는 저희 팀원들에게 와서 다음 주에 집에 김장이 있는데 도와주러 올 사람 없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다들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신입들이었기에 그 전날이 야근인 걸 알면서도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정말이지 시골에 있는 부장 놈의 어머니 댁에 가서 다들 김장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집이었는데도 역시 부장의 어머니 댁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넓었습니다.



한참 손질을 하고 있는데 담벼락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뭔가 해서 봤더니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을 노리는 강도들이 침입한 것이었습니다.



강도는 곧 품에서 칼을 하나 꺼내더니 분노에 찬 표정으로 ”죽기 싫으면 갖고 있는 거 다 내놔!“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않아 공포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강도가 정말이지 빈 말로라도 좋다 고는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칼을 들고 있는 수십 명의 선남선녀 들을 보았기 때문이었죠.



직원 중에 하나가 강도에게 칼을 든 채로 강도에게 다가갔습니다.



얼굴과 몸이 김치 양념으로 범벅이 된 채 말입니다.



강도의 얼굴은 공포에 질리다 못해 경악으로 물든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ㅂ..바로 나갈 테니 부..부디 목숨 만은 살려주십쇼!”



하지만 우리의 직원 박 대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히..히익..!”



“..여기 악마의 어머니께서 사는 집이에요..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가세요..”



강도가 똑바로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오해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잽싸게 집을 빠져나가더군요.



뭐..저 같았어도 혼자 사는 집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칼 든 사람 수십 명이 있으면 놀라 기절하겠어요..“



BJ유철은 피곤하다는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종이를 뒤졌다.



“다음은 유리 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이건 제가 초임 이었을 때 일이에요.



수업을 하려고 반으로 가고 있었는데 아침을 안 먹고 와서 그런지 정말 배가 고팠습니다.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밖에 안 나더군요.



그래도 이 시간 마치면 점심시간이니까 힘내자는 생각으로 수업을 들어갔어요.



숙제를 내준 게 있었기 때문에 그것부터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숙제를 확인해야 하는데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엉뚱한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배가 고픈 사람은 손 들어.”



그 말에 3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하! 감히 배가 고파? 당장 앞으로 나와!”



학생들은 정말이지 억울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습니다.



“엎드려 뻗쳐!”



“아니..네?”



“말 못 들었어? 엎드려 뻗쳐!”



그렇게 배가 고픈 학생들에게 10분 동안 벌을 주고 말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네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숙제 안 한 사람 보고 나오라고 해야 하는데 배가 고픈 사람 보고 나오라 하셨는지..다음부터는 수업에 들어갈 때 배를 든든히 채우셔야겠어요.“



BJ유철은 시간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종이 뭉치에서 아무거나 골라 뽑아냈다.



“네..다음은 이마가 번쩍번쩍 님의 사연이네요.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노인 유치원에 다니십니다.



하루는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셔서 무슨 일이냐고 여쭤봤더니 같이 유치원에 다니는 최 영감 님과 싸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최 영감 님은 아는 것도 많고 유식하셔서 할머님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으신 편이었습니다.



때문에 평소에도 그닥 관계가 좋지는 않으셨죠.



어쨌든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평소 할아버지가 애용하던 신발장 자리에 최 영감 님께서 신발을 넣어두신 것이었습니다.



그게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이었는지 할아버지께선 교실 안으로 들어가 최 영감 님께 소리쳤습니다.



“이런 써글 놈이! 감히 내 신발장 안에 신발을 넣어? 줄넘기로 궁둥이를 맞고 싶어 환장혔는 겨? 당장 치우지 못 혀!!”



“하이고~이 대감. 알츠하이머가 생겼으믄 병원에 가야제. 왜 여기서 고함을 지르는겨?“



“알 조림이 뭐가 어째?”



“쯧쯧..고런 것도 모르고 자빠졌으이 엠지 세대한테 무시를 당하는 거여.”



“뭔 개소리여!”



“그렇게 지리멸렬 하게 말할 시간 있음 집에 가서 잠이나 자. 여기 나오지 말고서리..”



그리하여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할아버지께선 유치원에 나가지도 않으시고 무슨 역사서 같은 걸 가져와서 공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한 2달 쯤 그런 생활이 이어지다 할아버지께선 무언가 결정을 내리셨는지 유치원으로 나가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신발장에는 여전히 최 영감 님의 신발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선 교실로 들어가 최 영감 님께 소리치셨습니다.



“최 영감. 함 나와봐!”



“허허..이 친구가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이 대감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볼 것이지 여긴 뭣 하러 왔어?”



“카이사르와 같은 최후를 맞이하기 싫다면 그 입을 국정원 요원처럼 무겁게 만들어야 할 겨!”



순간 최 영감 님은 할아버지의 낯선 단어 선택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백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존버가 답인 줄 아는 겨?”



“세종이 풀 반찬에 밥 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최 영감. 내가 인류가 발전하면서 쌓아온 보편적 가치를 존중해 주길 바라는 겨?



존 롤스의 절차적 정의에 대해서 설명해 줘?



어?!?!”



최 영감 님은 잠시 침묵했지만 곧 입을 뗐습니다.



“드립을 날리려거든..”



“신곡 속의 지옥에 떨어지고 싶은 겨?



아니면 제자백가의 말을 듣고 싶은 겨?"



그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최 영감 님의 신발을 손으로 찢어버리며 마지막으로 링컨의 명 대사를 읊으셨습니다.



“이것은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자리여!”



최 영감님께서는 고개를 푹 숙이시며 찢어진 운동화를 질질 끌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야..이건 뭐 완벽한 복수극 이네요.



저도 이 대감 님을 만나면 못 당해내겠는 걸요!“



BJ유철은 쥐고 있던 종이를 집어던져 아무렇게나 흩트리더니 그 중에 하나를 집었다.



“다음은 클라라 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좀 모자라게 생겼습니다.



뭐 어떻게 생기셨다는 건지..게다가 혀도 짧아서 학창 시절에 놀림을 자주 당하곤 했죠.



제가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처음이라 뭘 해야 하는 지도 모르며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부서의 부장 님께서 일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고 표정과 몸짓으로만 알려주시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말을 못하시는 분인가 싶어 호응을 하면서 맞춰드렸죠.



제가 일을 잘못하면 부장 님은 ”어!어!어!어!“라고 하시면서 강한 부정을 드러내셨고 제가 일을 제대로 진행하면 ”어~어~“하시며 강한 긍정을 드러내셨습니다.



일을 마치고 신입이 들어왔다며 회식을 해주셨는데 제가 술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자 부장님은 깜짝 놀라시며 ”어? 혹시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지적 장애인 분 아니셨나

요?“



“어머! 말씀 못하시는 거 아니셨어요?”



정말이지 오해의 연속으로 일어난 일이로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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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이네 라디오 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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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完) 24.01.06 29 0 7쪽
20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3) 24.01.05 35 0 7쪽
19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2) 24.01.04 32 0 7쪽
18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1) 24.01.03 20 0 7쪽
17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2) 24.01.02 19 0 7쪽
16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1) 24.01.01 32 0 7쪽
15 15화 (마지막 화) 23.12.31 71 0 11쪽
14 14화 23.12.30 43 0 11쪽
13 13화 23.12.30 33 0 11쪽
12 12화 23.12.29 16 0 12쪽
11 11화 23.12.29 27 0 11쪽
10 10화 23.12.28 37 0 12쪽
9 9화 23.12.28 31 0 12쪽
8 8화 23.12.27 40 0 12쪽
7 7화 23.12.27 30 0 11쪽
6 6화 23.12.26 57 0 11쪽
5 5화 23.12.26 38 0 12쪽
4 4화 23.12.25 41 0 11쪽
3 3화 23.12.25 67 0 12쪽
2 2화 23.12.24 74 0 11쪽
» 1화 23.12.24 10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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