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이네 라디오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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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량학생
그림/삽화
Pixabay
작품등록일 :
2023.12.23 12:21
최근연재일 :
2024.01.06 11:2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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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1

작성
23.12.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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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DUMMY

BJ유철은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해보더니 재미없다는 듯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선 사연을 집어들었다.



“낚시하는 농부 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베트남어 학원 강사입니다.



여느날처럼 수업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 찾아왔습니다.



용의자 조사를 하고 있는데 베트남 사람이라 한국말을 모른다고 잡아떼는 중이었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경찰분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시골이었기 때문에 저밖에 베트남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경찰서에 도착해 통역을 하고 있는데 그 베트남인이 계속 잡아떼자 경찰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베트남어로 ㅇㅇㅇ ㅇㅇㅇㅇ라고 말씀해십시오.”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욕설을 들은 저는 불편했지만 그래도 도와주러 왔으니 베트남인에게 경찰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빨리 말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입을 열지 않자 경찰은 더욱 심한 욕설을 통역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저도 화가나버린 탓에 베트남어로 한국어 욕의 뜻을 베트남어로 풀이해서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베트남인은 입을 떡 벌리더니 경찰관에게 소리를 쳐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경찰관도 같이 화를 내며 결국 싸움으로 번졌고 저는 학원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조금만 참으시지..“



BJ유철은 뒷머리를 긁적이다 사연을 집어들었다.



“자라나라 나무나무 님의 사연입니다.



제가 가족들과 서울로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예약해 두었던 숙소를 찾으려는데 이름만 알고 지도 같은 게 없으니 호텔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길을 지나가던 사람한테 물어보니 위쪽으로 올라가라더군요.



그런데 위쪽으로 올라가도 호텔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또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니 이번엔 아래쪽으로 내려가라 했습니다.



엄마는 모르겠으면 택시를 타자고 하였으나 아빠는 고집을 꺾지 않으시고 끝까지 걸어서 길을 찾기를 고집하셨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서울 시내를 약 2시간 동안 돌아다녔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겨우 택시를 잡아 데려다 달라고 하자 기사님이 갸우뚱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거기로만 데려다 드리면 괜찮은 겁니까?”



그 말의 뜻을 저희 가족은 곧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택시는 바로 옆에 있던 길을 들어가자 도착이라고 떴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저희는 호텔이 바로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일대를 계속 맴돌았던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여러모로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 후딱 씻은 뒤에 침대에 실신하듯 쓰러졌습니다.



BJ유철은 슬슬 피곤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쭉 핀 후에 사연을 뽑아들었다.



“액면 유리 님의 사연입니다.



제 친구 중에는 정말 느끼한 문과가 있습니다.



뭐만 하면 시인 같은 말을 하곤 했죠.



비가 내리는 날에 만나면 친구는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가..이렇게 추적추적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속에서는 하나의 새싹이 움트는 것 같아.”



“눈이 오는 날에 만나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이 하얗게 물든 모습이 마치 하나의 도화지 같아서 꾸며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런 제 친구가 소개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그런 느끼한 점이 좋다고 쫓아다니는 후배 때문이었죠.



제 친구는 후배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얼굴은 마치 파도와도 같아서 제 심장의 아득한 저편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개시켜준 사람은 느끼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후배는 정말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저는 도대체 이런 모습이 어디가 좋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친구의 닭살 멘트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실 거라도 드시겠습니까?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말을 많이 나누게 될 텐데 입이 말라버려서 사막 같은 모습이 되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럼..레몬에이드 하나 마실게요.



선배는 뭐 안 드세요?”



“상큼하고 활력이 넘치는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음료 같군요.



저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평소에 문학의 어두운 면모를 많이 살펴 보다 보면 마치 그 속에 동화되어버릴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정신을 들게 해주는 쓴 맛은 그런 어둠으로부터 저를 구원해 줍니다.”



이제 거의 토할 지경이어서 저는 잘 놀라고 한 번 비꼬아준 다음에 나와버렸습니다.



그 둘은 뒤에 눈이 맞아버려서 대표 닭살 커플로 이름을 남기는 업적을 새겼죠.



어오..저는 저런 사람 아닙니다..“



BJ유철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또 새로운 사연을 집어들었다.



“야식 땡긴다 님의 사연입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야식으로 피자를 먹었습니다.



밤에 먹는 음식은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주 각별하죠.



피자를 다 먹고난 후에 피클이나 이런 것들을 변기통에 담아서 물을 내렸는데 그만 변기가 막히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진 저는 휴대폰을 하려고 들었는데 손에 있던 피자 기름에 미끄러져서 이것 마저 변기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찬장을 퍽 하고 강하게 내리쳤는데요.



찬장이 삐걱거리더니 안의 내용물을 제 머리 위로 쏟아부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저는 얻어터지고 말았습니다.



그 소리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올라오셔서 괜찮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정말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죽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시더니 내려가셨습니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요?



저는 정신을 차리고 물건들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ㅇㅇ씨 괜찮으십니까?



구급대원입니다!”



알고 보니 제 목소리를 듣고 오해하신 주인 아주머니께서 소방대에 연락을 하신 거였습니다.



사실 머리에서 피가 좀 흐르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저는 문을 열어드렸습니다.



그러자 구급대원들은 제 머리를 보고서 바로 응급차로 끌고가더군요.



어쨌든 그날 하루는 재수도 없고 오해도 많은 밤이었습니다.



그러게 왜 그런 대사를 치셨던 겁니까?



다른 좋은 대사들도 많구만..“



BJ유철은 배가 고파져 휴대폰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한 후에 사연을 선택했다.



“아웃 풋 님의 사연입니다.



저희 동네에는 특이한 택시기사 님이 계시는데요.



이 분은 무려 독일산 차를 가지고 택시를 주행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타고 싶은 손님은 만석이었고 기사님은 늘 밝은 얼굴이셨죠.



저는 정말 차만 보고 그렇게 타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직접 타보기로 했습니다.



무려 예약을 잡아서 타게 되었죠.



그리고 저는 이 택시의 진정한 인기 비결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기사님의 특별한 서비스였는데요.



기사님은 급하게 운전하지 않고 여유롭고 편안하게 주행하셨습니다.



또 편안한 음악을 틀어주심으로서 안락함이 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서비스는 바로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탑승자의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몸이 안 좋으셔서 택시를 운영하지 못 하시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에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BJ유철은 폰을 잠시 확인하더니 다시 집어넣고는 사연을 뽑아들었다.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님의 사연입니다.



얼마 전에 동창회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학창 시절에 보던 친구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더군요.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한참을 놀고 있었는데 친구 한 명이 학창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예전에 수학여행 갔을 때 기억나냐?”



“그럼! 당연히 기억나지.



그때 정환이가 소주를 보온병 안에 들고와서 숙소 안에서 나눠 마셨잖아.”



“크..그때 주임한테 걸려서 얼마나 맞았는지..”



“아오..난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궁둥짝이 지끈거린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동창회에 오지 못한 친구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박격포는 잘 지내려나~”



“아..그 떡대?



와이프 잘 만나서 미국 갔다더라.



얼마 전에 나한테 연락왔어.”



“미국? 어디에? 난 못 들어본 거 같은데?”



“그..뉴욕이라던가..



증권사에서 일한다고 들었어.



아마 우리 중에 제일 성공했을걸?”



“여하튼 간에 걔 하고도 기가 막힌 스토리가 하나 있잖아?”



그 쌤이랑 맞다이 깐 거 말이지?



그게 그렇게 될 줄은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알았던 놈 없을 거다..”



저희는 모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동창 중에 일명 박격포라고 불리는 친구는 학교에서 가장 자신감이 넘치고 힘도 좋은 친구였습니다.



성격도 겉보기와는 다르게 정의롭고 자신의 주장이 강한 편이었죠.



어느날 저희가 이번에 바뀐 학교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선생님들 뒷담을 까고있었는데 박격포가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선생님께 말씀드리러 간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기쁜 척 했지만 내심 걱정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 주장을 잘 굽히는 성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 시절에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습니까? 말할 필요도 없었죠.



저희의 우려대로 녀석은 선생님과 격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화를 참다 못한 선생님은 결국 녀석을 때리는 지경에 이르렀죠.



저희가 파고들 틈을 보았지만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선생님을 말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몸에 땀이 흥건해질 때까지 박격포를 구타한 후에야 상황이 종료되었고 저희는 녀석을 데리고 양호실로 데려갔습니다.



시간이 지나 눈에 보이는 상처는 아물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지 녀석은 한동안 침울한 기색을 보이더니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친구와 연락을 하는 때면 그 일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당시에는 교권이 너무 강했죠···지금은 뭐..“



사연을 끝내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네~오늘의 전반전은 마무리 하겠습니다.



잠시 끊고 나중에 다시 만나시죠!”



BJ유철이 아니라 지유철은 배달 음식을 받으러 나갔다.



아까 사연을 읽다가 배가 고파서 시킨 마라탕이 도착한 것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포장을 풀면서 후반전에는 어떤 방법으로 사연을 뽑아낼지 생각했다.



지유철, 그는 원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월급을 타서 쓰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남들과는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언가 결여되어있었다.



그로 인해 대인 관계가 좋지 못한 것은 물론이었고 그의 삶을 살펴보자면 마치 세상이 그를 소외시킨 듯한 삶을 살았다.



그런 삶에 고독함을 느끼고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위해 시작한 것이 라디오 방송이었다.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자신의 평가를 집어 넣다 보면 자신도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에는 순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지유철은 사람들과 완전히 동화되어 그들을 완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지유철은 금방 그릇을 비우고서는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2시를 향해 달려가고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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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完) 24.01.06 29 0 7쪽
20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3) 24.01.05 34 0 7쪽
19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2) 24.01.04 32 0 7쪽
18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1) 24.01.03 20 0 7쪽
17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2) 24.01.02 19 0 7쪽
16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1) 24.01.01 32 0 7쪽
15 15화 (마지막 화) 23.12.31 71 0 11쪽
14 14화 23.12.30 42 0 11쪽
13 13화 23.12.30 33 0 11쪽
12 12화 23.12.29 16 0 12쪽
11 11화 23.12.29 27 0 11쪽
10 10화 23.12.28 37 0 12쪽
9 9화 23.12.28 31 0 12쪽
» 8화 23.12.27 40 0 12쪽
7 7화 23.12.27 30 0 11쪽
6 6화 23.12.26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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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23.12.25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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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3.12.24 10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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