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이네 라디오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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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량학생
그림/삽화
Pixabay
작품등록일 :
2023.12.23 12:21
최근연재일 :
2024.01.06 11:2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87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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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1

작성
23.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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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자리 앞에 앉은 그는 잠시 검은색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머리는 엉망이고 행색은 꾀죄죄한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어둡고 탁한 기운은 없었다.



유철은 미소를 한 번 짓고서는 컴퓨터를 켜서 자신의 방송 플랫폼으로 들어가 라이브를 시작했다.



“네..BJ유철의 라디오 쇼!



2부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각조각 님의 사연입니다.



지난 여름에 친구들끼리 바닷가에 놀러갔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숙소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너무 심심했죠.



그래서 저희는 가지고 온 물건들로 벌칙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은 가볍게 카드 게임으로 벌칙을 결정했는데 그만 처음부터 제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녀석들은 그게 그렇게 신나는지 키득키득 거리며 자기네들끼리 벌칙을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쟤한테 발포비타민 물 없이 맥여보자.”



“오..좋은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의외로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놈들은 제 손 위에 발포비타민을 올려놓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별로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물에 타먹나 그냥 먹나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죠.



저는 발포비타민을 입으로 넣어 그대로 꿀꺽 삼켰습니다.



“음···별 일 없는 것 같은..



웁! 꾸웨에에엑~!”



발포비타민이 제 몸 안에서 기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인지 트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꾸워어어어억! 꺼어어어억! 끄어어어억!”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더니 숨이 넘어가게 웃었습니다.



무슨 코미디 영화를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즐거워하더군요.



피실험체인 저는 죽을 맛이었지만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약 3분간 몸에서 가스란 가스는 다 배출해낸 다음에야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있었고 녀석들은 벌칙 게임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저는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냥 드러누워 잤습니다.



아주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실험을 하셨군요..“



BJ유철은 잠시 자신도 해볼까 하다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다음 사연을 뽑았다.



“정적이 흐른다 님의 사연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삼행시 짓기 이벤트를 했습니다.



저는 딱히 별 생각도 없고 해서 할머니께 삼행시를 맡긴 뒤에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놀았습니다.



다음날 저는 할머니께서 적어 놓으신 삼행시를 학교에 제출했습니다.



한참 수업이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과학 수업에 들어오시더니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이유도 모른 채 교무실로 가게 되었죠.



선생님께서는 제가 아침에 낸 삼행시를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왜 이렇게 삼행시를 지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삼행시의 단어는 지우개였는데요.



삼행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지 지우개 같은 내 머릿속은 이제 며칠만 지나도 중요한 일조차 잊어버리게 하네.



우 우러러 하늘을 바라보며 삶이 인생이 무어냐고 물어봐도 알 길이 없으니..



개 개나리 피고 지듯 왔다가 가는 인생에 무슨 정답이 있으리오..



저는 입을 벌렸습니다.



할머니께 삼행시를 지어달라 했더니 시조를 지어버리신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상황을 모두 설명드리고 이벤트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삼행시 보다도 그쪽이 더 친숙하신 모양이군요.“



BJ유철은 종이에 무언가를 슥슥 적어보더니 사연을 뽑았다.



“돈코츠 라멘 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초콜릿 회사 직원입니다.



요즘 크리스마스가 슬슬 다가오고 있어서 굉장히 바쁩니다.



지났는데..



저희 회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들 이벤트 기획안을 하나씩 제출하는데요.



그중에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가장 웃겼던 기획안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초콜릿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들 생각은 할 법 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어서 실제로 제출하지는 않았던 의견이었죠.



하지만 저희 부서의 박 대리는 달랐습니다.



그 친구는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타파해내는 녀석이었죠.



초콜릿으로 트리를 만들되 당일에 그것을 조금씩 맛보게 해서 초콜릿을 팔아치운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자 부장님께서 물으셨죠.



“아니! 만들기만 하면 뭐 하나?



보관하고 운송할 방법도 없구만.”



“날이 춥지 않습니까?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운송은..트럭에 실어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디로 언제 보낼 건지는 생각해봤고?”



박 대리는 손가락 하나를 치켜올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ㅇㅇ백화점 옥상으로 저녁에 보냅시다!”



그렇게 그 기획안은 엄청나게 욕을 들어먹으며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 박 대리에 대한 평가도 바뀌었죠.



그냥 생각 없이 내뱉는 사람이라고.



음..뭔가 부족해..확실히 뭔가 부족해···“



BJ유철은 혀를 내두르며 다음 사연을 뽑았다.



“B도나쓰맛은 OMG 님의 사연입니다.



저희 학교는 얼마 전에 시험이 끝났습니다.



시험 점수를 확인시켜 주시는데 굉장히 의문스러운 점이있었습니다.



분명히 제가 답지를 확인해 본 거 보다 점수가 0.1점이 높은 거에요.



저는 바로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제 시험 답지를 다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선생님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문제 답을 모르겠어서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적어놨었거든요?



그 옆의 채점란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0.1점···



에헤이~과장이 심하시구만!



그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BJ유철은 잠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가 별 감흥이 없었는지 사연을 들었다.



“동백이 피고 지고 내 마음도 피고 지네 님의 사연입니다.



날씨가 무척 이나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연휴를 맞아 외갓집에 방문했어요.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저희는 바람도 쐴 겸 외숙모와 함께 산에 고사리 나물을 따러 갔습니다.



산을 올라가려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배가 아프시다며 화장실이 없냐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외숙모는 여기에 화장실이 어딨냐며 그냥 거름으로 뿌리라고 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께선 산 아래 입구에서 일을 보시고는 비상용 물티슈로 해결하셨죠.



그리고서는 올라가서 고사리를 따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또 배가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외숙모께서는 저기 풀밭이 있으니 이번에는 거기서 일을 보라고 하셨죠.



저희 어머니는 또 같은 일을 반복하셨습니다.



어느덧 고사리를 잔뜩 따서 내려가는데 등산객 분들이 아래쪽에서 올라오시더군요.



그러더니 어머니의 흔적을 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워메~! 요긴 고라니도 사는가 보구먼!



자연이 아주 풍부하네 그려~”



어머니는 집으로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그 뒤로는 다시 산에 올라가지 않으셨습니다.



인간의 생리현상은 항상 기습적으로 다가오죠.“



BJ유철은 마이크 소리에 닿지 않게 트림을 하고서는 사연을 들어올렸다.



“여수 밤바다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저희 소대장 님은 참 특이한 분이십니다.



같은 소대원들끼리 싸우는 일이 생기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야! 거기 둘! 중대장님 눈에 안 띄는 곳에서 싸워.”



그리고 굉장히 부드러운 분이셨어요.



가끔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셨거든요.



“우리 아내가 말이야 글쎄···”



이건 혹한기 훈련 때 있었던 일입니다.



고된 행군을 마치고 짐을 풀고있는데 소대장님께서 찾아와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간이 화장실 설치 좀 해야겠다.”



그런 일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당연히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았죠.



하지만 소대장님께서 다음 말씀을 하신 순간 소대원 전원이 지원자가 되겠다고 난리였습니다.



“지원을 하지 않는 놈들은 나랑 같이 2시간 동안 상담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도대체 평소 말씀을 어떻게 하시길래 상담 하자는 말에 소대원들이 고분고분 해지는 건지 알 수가 없구만..“



BJ유철은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휘파람을 불며 사연을 뽑았다.



“대청 플라스마 님의 사연이니다. 저는 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 첫 번째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강아지용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검색해 케이크를 만든 저는 촛불을 켜서 녀석의 생일을 축하한 뒤에 케이크를 잘라서 그 친구의 앞에 놔두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어서 경계를 하더니 한 입을 핥아보더군요.



그런데 제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달리 몸을 부르르 떠는 게 아니겠습니까?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저는 일단 계속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베어서 먹었는데요.



이번에도 먹고 나서 몸을 부르르 떨더군요.



저는 갸우뚱하며 케이크 조각을 아주 작게 잘라 먹어보았습니다.



어차피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케이크 맛을 본 저는 그제서야 왜 우리 강아지가 몸을 떨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케이크가 신 맛이 나더라구요.



게다가 재료의 조화 때문에 나는 신 맛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나는 신 맛 같았습니다.



저는 급하게 재료들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재료를 확인할 수 있었죠.



저는 바로 케이크를 버리고 새 재료를 준비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원래 유통기한은 음식 만들기 전에 확인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BJ유철은 자신의 배를 살살 만지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연을 들었다.



“루카스 웨하스 님의 사연입니다.



최근에 밥을 먹으러 양식 전문점을 갔다가 생긴 어이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양식 전문점에 사람이 아무도 없더군요.



저는 순간 불안해졌지만 사람이 없다고 바로 나갈 수도 없었기에 자리에 앉았습니다.



메뉴판을 읽어봤는데 그나마 먹을 만 한 게 토마토 스파게티 밖에 없어서 토마토 스파게티를 주문했습니다.



보통 토마토 스파게티라 하면 스파게티면에 미트 소스를 부어서 주는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제 앞으로 나온 토마토 스파게티는 그게 아니라 스파게티 반죽에 토마토를 넣어서 만든 것인지 면이 빨갛더군요.



소스는 없었고 면만 있었습니다.



저는 불만스러웠지만 면을 들어서 먹어보았습니다.



그래도 간은 되어있던 모양이었는지 싱겁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죽에 토마토가 들어간 것에 비해 큰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더군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 저는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스테이크 샐러드였거든요?



하지만 정작 나온 샐러드는 아니 샐러드 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채소 볶음 같은 것이 나왔습니다.



설마 스테이크라는 말이 채소를 구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그래도 돈을 주고 산 것이니 만큼 어떻게든 다 먹은 저는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가격도 터무니 없더군요.



겨우 그거 두 개 먹었는데 5만 원이 나왔습니다.



저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라 똑같은 방법으로 사장님을 골려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와 세종대왕님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사장님은 갸우뚱 하시더니 저를 쳐다보시더군요.



저는 아까의 상황을 설명하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시더니 간판을 확인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죠. ‘이색 양식점’



결국 저는 5만 원을 전부 지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뭘 하기 전에 사전정보 탐색을 잘해야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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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이네 라디오 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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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完) 24.01.06 29 0 7쪽
20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3) 24.01.05 34 0 7쪽
19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2) 24.01.04 32 0 7쪽
18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1) 24.01.03 20 0 7쪽
17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2) 24.01.02 19 0 7쪽
16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1) 24.01.01 32 0 7쪽
15 15화 (마지막 화) 23.12.31 71 0 11쪽
14 14화 23.12.30 42 0 11쪽
13 13화 23.12.30 33 0 11쪽
12 12화 23.12.29 16 0 12쪽
11 11화 23.12.29 27 0 11쪽
10 10화 23.12.28 37 0 12쪽
» 9화 23.12.28 31 0 12쪽
8 8화 23.12.27 39 0 12쪽
7 7화 23.12.27 30 0 11쪽
6 6화 23.12.26 57 0 11쪽
5 5화 23.12.26 38 0 12쪽
4 4화 23.12.25 41 0 11쪽
3 3화 23.12.25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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