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이네 라디오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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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량학생
그림/삽화
Pixabay
작품등록일 :
2023.12.23 12:21
최근연재일 :
2024.01.06 11:2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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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1

작성
2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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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DUMMY

저런~흠흠!..”



BJ유철은 종이로 묘기를 부리듯 구부렸다 움직였다 하더니 제일 위에 있는 종이를 뽑아들었다.



놀랍게도 묘기를 부리기 전과 후의 맨 위의 종이가 달랐다.



“하버드 님의 사연입니다.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입니다.



야자를 하기 싫어서 친구들과 함께 야자를 째기로 했습니다.



베개와 필통으로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긴 인형을 만들어 의자에 놔두고 탈출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당시 저희 교실은 3층이었기 때문에 창문으로 뛰어내리기에는 어려웠습니다. 한 놈이 수를 내더군요.



“야! 그냥 배수로 타고 내려가자!”



지금 생각해보면 간담이 서늘하지만 그때는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마치 좀도둑 마냥 조심스레 배관을 타고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정문과 후문이 있었는데 당연히 정문은 경비 아저씨께서 지키고 계셨기에 후문으로 몰래 빠져나갔습니다.



어디로 갈지를 정하다가 집으로 넘어가는 산 중턱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음료와 과자를 사들고 저희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공동묘지에 도착한 저희는 놀기에 앞서서 예의를 갖추어 음료수를 한 모금씩 무덤마다 뿌렸습니다.



형님인지 누님인지는 몰랐지만 말입죠.



그렇게 한참을 노래하고 떠들며 놀던 저희는 지쳐서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왜 그 무덤 앞에 비석 세우는 자리 있잖습니까?



그곳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꿈에서 누가 나오라고 소리치는 통에 깜짝 놀라서는 친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산 아래로 달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도착한 저희는 엉덩이를 10대 씩이나 맞아야 했습니다.



어제의 일이 불편했던 저는 사과라도 드릴까 싶어 공동묘지를 찾았지만 어제 제가 누워있었던 그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무섭네요..전형적인 시골 괴담 느낌이랄까?“



BJ유철은 기도를 올리더니 눈앞에 있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러시안 룰렛 님의 사연입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얘기입니다.



저는 군사경계선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그러면 안 되지만 북한군과 대화할 일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저녁에 장교들 몰래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한군한테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손에 삼겹살을 들어올리며 북한군 초소를 향해 ”우리 돼지고기 구워 먹는다! 부럽지 이것들아!“하며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저쪽도 지기 싫었는지 “우린 장군님께서 돼지 하나를 통으로 갖다주셨습네다!”라고 대꾸했죠.



“아~그러셔?”



저는 그 말을 한 뒤에 안으로 들어가 스피커를 틀어서 음악을 울렸습니다.



야간투시경으로 살펴보니 녀석들은 완전히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한 그 순간 아래쪽에서 “어이~김 일병 거기서 뭐 하는 겐가?”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일당 전체가 통으로 영창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그..선도 적당히 넘어야지···“



BJ유철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눈을 감으며 아무 종이나 뽑았다.



“종아리가 아파요 님의 사연입니다.



제가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귀신의 집을 체험하려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사람이니까 너무 놀라도 공격하지 말라 하더군요.



얼마나 무서우면 공격을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기대되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으로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무서웠습니다.



조명은 어두웠고 공간은 좁았기 때문이었죠.



귀신 분장을 한 직원들이 놀라게 할 때마다 괴성을 지르고 눈물을 머금으며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정말 잘 참고 있었는데 거의 다 도착한 상황에서 너무 무섭게 분장한 귀신이 나타나자 저는 너무 놀라서 방어 기제가 작동하여 뺨을 갈겨버렸습니다.



직원은 무릎을 꿇어버리더군요.



저는 너무 미안했지만 그 이상으로 컸던 당황스러움 때문에 남은 코스를 뛰쳐서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에도 몇 번인가 분장을 한 직원들이 놀래키긴 했지만 아까의 일로 이미 사고가 정지한 저는 전속력으로 달려 출구에 도달했습니다.



출구는 입구 바로 옆에 붙어있었는데 아까 그 직원이 한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싼 채 의자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옆을 조용히 지나 다른 장소로 향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놀랐으면 사람 뺨을 때리게 되는 겁니까..?”



BJ유철은 종이를 손톱에 걸어 몇 장 넘겨보더니 하나를 뽑았다.



“런던 다리 무너진다 님의 사연입니다. 얼마 전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회를 먹으려고 간 것이었기 때문에 돌돔 2마리를 사서 사장님께 회를 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평소에 회 치는 모습을 자주 보기는 하지만 여태 본 사장님들 중에서 유달리 실력이 좋은 분이셔서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사장님께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이야..이렇게 실력이 좋으신 걸 보니 회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신가 봐요?”



“쯧..저는 회가 지긋지긋하게 싫습니다.”



“예? 왜죠?”



“사실 어릴 때 제 꿈은 유명한 바리스타가 되는 거였습니다.



어린 마음에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땐 너는 이름에 생선과 관련된 한자가 있으니 어업과 관련된 쪽으로 일해야 잘 될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회가 싫으신거군요..”



“아닙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하는 말이니 일단 물고기하고 친해지려고 노력은 해봤죠.



결국은 저랑 맞지 않아서 고생은 좀 했습니다만.”



“혹시..그래서 생선이 싫으신 거였나요?”



“아닙니다.



적응하는 데엔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적응을 하고 나니 회 치는 일도 제법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이게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인가를 생각해보게 된 겁니다.



그제서야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라는 걸 깨달았죠.”



“아..그래서..생선을 싫어하시는구나···”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뒤였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지금이라도 바리스타 일을 배우고 싶다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선 호통을 치시며 제 뺨을 때리셨습니다.”



“아..그ㄹ..”



“아닙니다.



저는 홧김에 집을 나와 알바를 뛰면서 바리스타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생겨났고 사는 데에도 활력이 생겼으며 그에 관한 공부도 깊게 하게 되었죠.



그런데 아버지께선 포기하지 않으시곤 저를 끝까지 쫓아와서 끌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게 2주 전쯤 얘기입니다.



그 뒤로 저는 생선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빈틈을 엿보고 있죠.



자 다 됐습니다.



바로 드실 건가요?”



“아..네..”



저는 사장님의 그 말을 들은 이후 저의 지금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주변의 사정에 휘둘려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요즘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겠네요···“



BJ유철은 볼펜을 굴리더니 심이 향한 종이를 집어들었다



“덕후 님의 사연입니다.



제 취미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림체 그리고 성우의 목소리가 합쳐지면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본어 실력도 늘게 되었는데 이런 자신감과 본토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제 욕망이 합쳐져 일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갸우뚱하긴 했지만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메이드 카페를 갔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인생 최고의 기분으로 즐기고 있었는데 너무 들뜬 나머지 메이드에게 말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듣고 싶다는 뜻으로 ‘키키타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평소 자주 쓰던 말이다 보니 그만 ‘헨타이(변태)’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변태로 몰려나 쫓겨났고 일본 여행은 오해만 남긴 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가셨어야죠.”



BJ유철은 유독 닉네임이 돋보이는 사연 하나를 골랐다



“흥부가 기가 막혀 죽으니 그 영혼이 구천을 떠돈다 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사업가입니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어떻게든 이겨내어 작은 중소기업 하나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죠.



이건 제가 아직 회사의 직원으로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땐 회사 규모도 부서 한 개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고 직원도 겨우 10명 남짓한 시절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사업을 하나 준비하신다고 도와달라 하셨는데 그 사업인 즉슨 회사를 판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팀장까지 올라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날 부로 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저만의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일을 진행했습니다.



사장님은 처음에는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시다가 회사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자 바로 표정이 밝아지셨죠.



주식회사로 변할 정도가 되자 저는 숨겨왔던 저만의 작전을 실행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회사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개인 돈이 빠져나갈 일은 많지 않았죠.



여태 아껴놨던 돈을 모두 쏟아부어 우리 회사의 주식을 구입했습니다.



주식이 팔리자 회사는 자본이 생겨 사업을 더 확장시킬 수 있었고 저는 더 오른 월급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어느덧 제 지분이 사장님을 넘을 정도가 되자 저는 사장님을 제치고 회사의 사장으로 등극했습니다.



이게 제 사업의 시작이었죠.



정말..터무니없는 방법으로 회사를 얻으셨군요.”



BJ유철은 종이들을 거칠게 넘기더니 하나를 골라냈다.



“낭만시대 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대학교 입학 사정관이었습니다.



매년 열심히 학생들을 뽑고 있었는데요.



그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여느날처럼 입시 시즌이 되었고 저희는 종이를 읽어대느라 바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서류 면접이 끝나고 대면 면접을 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한 학생이 굉장히 시크한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자리에 앉았습니다.



우선 가장 전형적인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 학과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참고로 물리학과입니다.



저희는 형편없고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 대답에 김이 팍 식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다음 질문을 던졌죠.



“여기 종이에 보면 호킹복사이론에 대해서 소논문을 작성했다고 나와있는데 기억나십니까?”



“글쎄요..1학년 때 한 것을 어떻게 지금까지 기억하겠습니까?”



저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몇 개의 형식적인 질문만 더 던진 후에 면접을 종료했습니다.



그런데 합격자 발표날에 그 학생이 떡하니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면접관 분들을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 분들은 충격적인 말은 제게 들려주셨습니다.



“..총장님 아드님이십니다.”



저는 학연, 지연, 혈연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입학 사정관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일 겁니다.



겉으로는 안 되는 척해도 속으로는 암묵적으로 허락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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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完) 24.01.06 29 0 7쪽
20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3) 24.01.05 34 0 7쪽
19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2) 24.01.04 32 0 7쪽
18 특별편 : 지유철의 변화 (1) 24.01.03 20 0 7쪽
17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2) 24.01.02 19 0 7쪽
16 특별편 : 지유철의 일상 (1) 24.01.01 32 0 7쪽
15 15화 (마지막 화) 23.12.31 71 0 11쪽
14 14화 23.12.30 42 0 11쪽
13 13화 23.12.30 33 0 11쪽
12 12화 23.12.29 16 0 12쪽
11 11화 23.12.29 27 0 11쪽
10 10화 23.12.28 37 0 12쪽
9 9화 23.12.28 30 0 12쪽
8 8화 23.12.27 39 0 12쪽
7 7화 23.12.27 30 0 11쪽
6 6화 23.12.26 57 0 11쪽
» 5화 23.12.26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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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23.12.25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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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3.12.24 10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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