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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동자
작품등록일 :
2023.12.26 23:13
최근연재일 :
2024.09.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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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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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가시방석

DUMMY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애먼 나는 잡고 늘어져. 소미씨가 가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


“대리님도 왜 또 소미씨 편만 드시는 건데요? 지금 신입이랑 저 차별하시는 거예요?”


“그럼 아주 내가 가리? 요즘 왜 그러는 거야 대체.”


난데없이 지나가 날 선 목소리로 언성을 높인 덕분에 느닷없이 지목된 미연을 비롯해, 회의실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요즘 이런 일이 벌써 몇 차례 더 있었기에 미연은 지나에게 대체 뭐가 불만이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잖아요. 이번 일도 소미씨는 가만히 있고 저는 가겠다고까지 했는데.”


“여기가 학교야, 동네 동아리야? 지금 자기 말 안 들어줬다고 삐져서 이러는 거야?”


사사건건 막내 직원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이 슬슬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에 미연과 지나의 목소리가 서로 높아졌다.


“제 능력이 소미씨보다 나으면 더 나았다고요. 고작 3개월밖에 안 된 신입 주제에 3년 차나 된 제가 어떻게 밀려요?”


“주제? 지나씨! 말조심해. 지금 말이 좀 지나쳐!”


둘 사이에 끼어 정작 가시방석 위에 올라가 있는 건 소미였다.


‘아아, 왜들 저래. 아니 팀장님은 왜 굳이 나를 데려가겠다고 해서.’


본인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의 언쟁 속에서 제 이름이 나오자 어쩌지도 못하고 애꿎은 손톱만 괴롭혔다.


“하, 지금 업무시간입니다. 회사에서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제가 설명이 부족했군요. 미연 대리도 그만.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지나씨. 지나씨 능력이 부족해서 소미씨를 데려가는 게 아니야.


결국 팀장인 진석이 나서서 중재하며 그들을 말렸다.


“말 그대로 취업 앞둔 학생들을 위한 강연이잖아. 지나씨야 당연히 능력 있고 실무경력도 제법 쌓였다고.”


“네, 그러니까 제가!”


“소미씨가 학생들 나이대하고도 비슷하고 잘 맞으니까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하고.”


“저도 소미씨랑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요!”


“자, 제발 끝까지 듣자. 소미씨도 오해하지 말고 들어,”


지나가 여전히 울컥하는 목소리로 반박하려 했지만, 진석에 의해 제지당했다.


어찌나 힘을 줘 잡고 있는지, 지나의 바짓단이 그러쥔 손에 의해 잔뜩 구겨져 있었다.


“누가 같이 가도 도움이 되겠지. 그래도 소미씨를 가자고 하는 건, 학생들에 맞춰 하는 강의잖아. 아직 신입인 소미씨 입장에서도 들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야.”


사실상 의문스럽게 소미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과 사 구분 없이 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석이 중간에 말을 끊고 손을 들어서 지나를 가리켰다.


“그래도 짬이 있지. 지나씨는 능력 있잖아? 아직 어리바리한 후배한테 기회 좀 주자,”


지나는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진석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달리 더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기도 했고.


결국 지나는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넘어간다지만, 회사인데 철없이 굴지 말고 그래도 예의는 지킵시다. 응?!”


“네, 죄송합니다. 대리님, 제가 흥분했어요.”


스스로 방금 행동이 얼마나 철없다 못해 경우가 없었는지 자신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순순히 미연에게 사과했다.


기가 폭삭 죽었는지 지나의 목소리가 잔뜩 기어들어 갔다.


“에휴. 나도 여럿 있는대서 지나쳤어. 지나씨는 나랑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 내가 차 한 잔 사줄게. 기분도 풀고 나랑 얘기 좀 해야겠어.”


연장자답게 미연이 먼저 지나를 챙겨서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다른 직원들은 어색한 기류를 피해 일 핑계를 대며 한 둘씩 회의실을 빠져나가 있었다.


소미도 이 가시방석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본인과 엮인 얘기를 하는 와중이라 나갈 핑곗거리가 없었다.


그렇게 싸한 분위기의 회의실 안에 진석과 소미 단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녀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난감해하며 눈치나 살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구마처럼 굴지 않았다.


이미 이렇게 돼버린 거 욕먹지 않게 더 잘해보기로 결심하는 중이었다.


‘사실상 내가 할 일은 없겠지만, 팀장님이 일부러 배려해서 자릴 주신 거니까 잘 배워와야지.’


“음, 소미씨. 혹시 내가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진석이 골치 아프다는 듯 한쪽 눈을 찌푸리며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소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며칠째 어색하게 영양가 없는 얘기나 주고받다가,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직접 마주 보고 얘기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사실상 면접 때 이후로는······, 거의 없었나?’


수습일 때야 사수인 미연 대리가 있었고, 사실상 회의할 때 빼곤 잡무를 보는 막내 직원과 팀장이 같이 붙어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더 그러했다.


소미는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아 스스로 속물이라 부정했다.


‘얼굴 때문에 그러는 거겠지? 이놈에 얼빠. 뭘 또 두근이야!’


“아니요. 제가 불편할 건 없었어요. 이왕 이렇게 돼버린 거, 열심히 배워올 수밖에 없겠구나, 했어요. 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석의 얼굴이 피로해져 보이자 소미는 일부로 더 파이팅 있게 대답을 해줬다.


그녀는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한동안 어색하게 대했던 진석이었는데.


쪼끄만 게 제 기운을 북돋아 주겠다고 애쓰고 있는 게 보였다.


어색했을 텐데도 저렇게 싹싹하게 구는 소미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만 진석도 피식하고 웃음이 새 나왔다.


“쿡.”


‘어? 지금 팀장님······. 웃었다.’


“그래 다행이다 소미씨. 그럼 이번 주 금요일 일정이니까 잘 부탁해!”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팀장님.”


소미는 멍하게 흐려졌던 정신을 가다듬었다.


싸하게 가라앉았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다시 가득 찼다.


***


진석의 강연이 있는 금요일 아침.


평소보다 살짝 느긋하게 나온 진석은 회사 대신 한 동네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제가 운전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다녀가서 낯익은 도로를 따라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조금 더 달리자 양손에 커피를 든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자유로운 복장 규칙 탓에 편한 차림의 출근 복장 대신, 블라우스와 몸매의 선을 따라 달라붙는 팬슬스커트 조합의 치마 정장을 차려입은 소미였다.


“소미씨. 여기야.”


차가 없는 소미를 위해 인근에 사는 진석이 그녀를 함께 태우고 학교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사실 평소와 다른 분위기 덕분에 진석은 그녀가 소미였음을 한눈에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여기 팀장님이 좋아하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요.”


“고마워. 마침 목말랐어. 잘 마실게.”


열린 창문으로 진석에게 커피 하나를 먼저 건넨 소미가 그의 옆자리로 올라탔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찾아오는데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저번 회식 때 소미씨랑 한 번 와봤던 곳이라 괜찮았어.”


“와봤···! 아······. 그러시구나. 하하. 맞네요. 그랬지요.”


“······!”


진석은 어렵지 않았다는 의미로 말한다는 것이, 그만 아차 싶었다.


소미는 다시금 상기된 사실에 안전띠를 채우다 말고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잔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귀 끝이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어휴, 제가 술을 끊든가 해야지요. 하하. 팀장님한테도 그, 민폐만 끼치고. 그날도 저 때문에 고생하셨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서로 피하기만 하던 화재를 오랜만에 꺼내버린 바람에 잠시 차 내의 분위기가 어색해질 뻔했다.


그래도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덕분인지 소미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이내 장난스러운 말투로 감사 인사까지 전하는 그녀 덕분에 차갑게 흐르던 공기는 금세 풀어졌다.


문득 진석의 눈길이 오피스룩으로 차려입고 앉아있는 소미의 차림새로 향했다.


외부로 나가는 출창이다보니 그녀 나름으로 센스를 발휘한 듯했다.


살짝 벌어진 브이넥의 블라우스와 딱 달라붙는 좁은 스커트가 키는 작지만, 비율좋고 굴곡 있던 소미의 몸매를 부각해 주고 있었다.


평소 귀여운 스타일의 차림새만 보아 오던 진석은 오늘처럼 다른 분위기의 소미가 자꾸 의식이 됐다.


아래로 내려 하나로 묶은 머리는 단아하고 성숙한 느낌으로 어울렸다.


그 단정한 느낌이 오히려 소미를 더 섹시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동안 아직은 남아있었던 학생 같은 느낌은 보이지 않았다.


‘다섯 살이라. 마냥 어린 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석의 머릿속에 있던 귀엽고 어린 막내 직원 윤소미에서 벗어나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의 마음속에 묘하게 느껴지던 배덕감이 옅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스스로 핑계를 대는 중인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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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15. 갈증은 한잔으로 NEW 7시간 전 2 0 9쪽
14 14. 입이 방정2 24.09.20 4 0 9쪽
13 13. 입이 방정 24.09.18 5 0 9쪽
12 12. 하찮은 인간 24.09.16 4 0 9쪽
11 11. 거울 효과 24.09.15 7 0 9쪽
10 10. 착각 24.01.09 18 0 9쪽
» 09. 가시방석 24.01.08 16 0 9쪽
8 08. 동상이몽 24.01.05 13 0 9쪽
7 07. 어린애 24.01.04 13 0 9쪽
6 06. 제 발 저리는 도둑 24.01.03 18 0 9쪽
5 05. 짐승같은 여자 23.12.30 21 0 9쪽
4 04. 진상이라면 이 정도는 23.12.28 14 0 9쪽
3 03. 오늘의 진상 23.12.27 14 0 9쪽
2 02. 안전 귀가 23.12.27 13 0 9쪽
1 01. 어쩐지 기분 좋은 날 23.12.26 2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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