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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동자
작품등록일 :
2023.12.26 23:13
최근연재일 :
2024.09.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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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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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오늘의 진상

DUMMY

이미 저질러버린 일은 되돌이킬 수 없어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마저도 공허했다.


도무지 침착할 수가 없어서 물 바닥을 허우적거리며 온 가지 방법으로 발악했지만, 대책이 나올 리 없다.


소미는 자꾸만 제 머리를 떠나가려는 정신을 잡아가며, 최대한 침착해보려 애썼다.


“침착해. 일단 진정하자고. 후우······. 일단 하나씩 생각해보는 거야.”


누구에게도 들릴 리 없는 혼잣말로 저를 타일렀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전날 밤 회식 자리를 다시 떠올려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바닥에 고인 물은 금세 팬티까지 흥건히 적시며 타고 들어와 엉덩이가 차갑고 찝찝해졌다.


그러나 이대로 일어서면 떠오르는 생각의 끈을 행여나 놓칠세라, 감히 일어날 생각도 기운조차도 나질 않았다.


혼자 사는 집에서 그녀를 보고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어쩐지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미쳤어. 그냥 나가 죽어! 네가 어쩌자고 팀장님을 덮쳐?’


소미는 누운 자세 그대로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사라지기로 했다.



***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 회식 날 밤.


이미 어둑해진 밤하늘을 무시하듯 거리 곳곳을 메우고 있는 네온 불빛들 덕분에 거리는 여전히 밝았다.


술에 만취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깔깔대며 2차를 외치며 가는 사람들.


이제 더는 못 달린다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들.


거리에는 주말을 앞둔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무리 속에는 1차 회식을 마친 소미네 팀원들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팀 사람들도 이제 회식을 마치고 자리를 파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시고, 그럼 주말 잘 보내세요.”


“저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뵙시다 들.”


회식을 마친 그들은 서로 마무리 인사를 나누며 기분에 따라, 혹은 개인들 사정에 따라 제 갈 길들을 가며 흩어졌다.


코가 비뚤어지게 마신다던 것 치고는 이른 시간이었는데.


그 내막에는 소미가 있었다.


“윤소미씨. 정신 좀 차려보지?!”


그리고 한 사람 더.


“아니, 무슨 술을 이렇게 대책 없도록 마신 거야?”


“기분이 좋으니까요···. 다들 이렇게 축하도 해주고옹···. 방가워도 해주구···. 이마······, 앙! 큼이나 좋은데 어뜨게해요? 응? 어뜨케 하긴! 그럼 마쇼야지! 마셔라마셔라, 헤헤.”


소미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커다랗게 동그란 모양을 만들었다.


딴에는 하트를 만들고 싶었는데 흥건히 취한 몸이 제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로도 모자랐는지 까치발을 하며 총총 작게 점프를 시도하더니 끝내 사고를 칠뻔했다.


중심을 잡지 못한 하이힐 삐끗거리며 그녀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기울었다.


“꺄아···, 아?”


“소미씨! 다칠 뻔했잖아.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할 거면서 마시긴 뭘 마셔?! 정신 못 차릴 거면 제발 얌전히라도 있으라고.”


진석이 재빨리 팔을 뻗어 그런 소미의 어깨를 감싸고는 붙잡아 당겼다.


그녀의 작고 동그란 뒷머리가 진석의 가슴 언저리에 폭 하고 기대졌다.


이내 팀장님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이렇게 높은 걸 신고 술을 마시니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잖아.”


소미는 자신의 아담한 키를 보완이라도 하듯 굽 높은 하이힐만 자주 신고 다녔는데, 오늘도 역시 그랬다.


그럼에도 제법 장신의 키를 가진 진석에게 기대니 머리가 겨우 그의 가슴팍 높이에서 머물렀다.


“흐흥. 팀장님이 잡아 줘서 괜찮아요. 워우···! 우리 잘생긴 팀장뉘임. 팀장님! 그거 알아요?”


“하···, 이 진상을 어쩌지.”


“내가 팀장님 얼굴을 보면 덕분에 일할 맛이 난다니까요? 그러니까. 아아···, 팀장님. 우리 쪼끔만 더 놀다 가요···, 오. 응?”


소미는 진석의 가슴팍에 기대 비틀거리는 몸을 주체하지도 못하면서 더 놀고 가겠다며 생떼를 부렸다.


“놀긴 뭘 놀아. 소미씨 그 외모 발언 상사 희롱이야.”


진석의 이마가 붉게 달아있던 건 네온 불빛 때문이었을지, 짙은 분노 때문이었을지 알 수 없었다.


소미가 이렇게 붙들고 매달리는 바람에 하진석 팀장이 홀로 소미와 남겨져 버린 것이었다.


팀원들은 상대적으로 술을 적게 마셨기에 멀쩡하던 진석을 핑계로 정신 못 차리는 소미를 떠밀리듯 넘기고 자리를 파했다.


본인들보다 어린 상사와 고주망태가 된 막내를 한방에 떨어트리고, 자기들끼리 본격적인 2차를 즐기러 가겠다는 노련한 직장인들의 꼼수였다.


아무리 편한 분위기의 회사에나 젊은 나이의 팀장이라고 하지만, 그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사였으니까.


거기다 제법 고지식한 편이던 그는 이런 자리에서도 허술하게 풀어지는 법이 없었다.


진석은 이를 다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고지식할 뿐 센스가 있었기에 모른 척 남아 주었다.


가장 오래 일한 이미연 대리에게 법인카드를 슬쩍 쥐여주며.


그렇게 소미가 택시라고 기억했던 곳은 대리기사가 운전하고 있던 진석의 차 안이었다.


“헤헤 팀장님. 데려다줘서 고맙습니다. 나랑 집도 그렇게 가깝고, 우리 동네 주민이네요. 좋다. 그렇죠? 그렇죠~오 팀장님?”


소미가 헤실거리며 진석의 팔뚝을 꽉 감싸 쥐며 기대 누웠다.


옆으로 몸이 밀착되면서 그의 팔뚝에 소미의 봉긋한 가슴살이 같이 짓눌렸다.


진석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한쪽 눈을 살짝 찌푸렸다.


난감한 듯 한숨을 푹 쉬곤, 제 팔을 잡고 기대있던 그녀를 떼어놨다.


이어선 떠밀린 소미의 몸을 곧추세워서 안전띠까지 단단히 채워버렸다.


“얌전히 좀 앉아있어.”


“이거 뭐예요? 나 왜 묶어놨어요?”


소미는 꼭 붙어있던 자신을 떼어내고 벨트까지 채워버린 것에 불만을 표출하며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하아···, 제발. 똑바로 앉아 윤소미씨. 그러다 사고 나면 소미씨만 다치는 거야.”


진석은 한층 더 골치가 아프다는 듯 한쪽 눈을 좀 전보다 더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에···. 치사해요.”


“남들이 오해할 소리도 하지 말고.”


제 몸을 챙겨 준다는데도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고 치사하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비쭉 내밀은 혓바닥에 진석은 화낼 기운도 잃었다.


소미의 말도 안 되는 투정과 헛소리는 집으로 향하는 내내 이어졌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진석이 상대해주지 않자 이내 제풀에 지쳤는지 얌전히 눈을 감았다.


옆자리의 진석은 마침내 안도하듯 지친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골치 아프게 돼버렸네.”


지친 중저음의 목소리와 한숨이 조용히 달리는 차 안을 채웠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차는 이내 한 곳에 다다라서 멈춰 섰다.


“다 왔어. 소미씨. 이제 일어나자. 집에 가야지.”


목적지에 도착한 후, 진석은 소미를 깨웠다.


그녀를 내려둔 뒤 이어 제집으로 가려던 그였다.


“우웅.”


그러나 술에 취해 잠들었던 탓에 여전히 소미는 눈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진석으로선 의식이 없는 여직원의 몸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막연히 대기하고 있게 할 수도 없었기에 대리기사도 먼저 보내 둔 상태였다.


“하, 이거 어쩌나.”


소미가 일어날 기미는커녕 뭉그적거리기만 하자 진석은 곤란하여 망설였다.


그러나 여기서 잘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진석은 이내 마음을 먹고, 안전띠라도 먼저 풀기 위해 소미의 좌석 아래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때, 미동도 하지 않고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소미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팀장···, 님?”


진석이 그녀의 시트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얼굴 간격이 제법 가까웠다.


“으음. 여기가···, 어디에요.”


“소미씨. 일어났어? 다행이다. 혹시 오해는 하지 말고. 소미씨가 안 일어나서 일단 벨트부터 풀려고 한 거니까. 집에 다 왔······!”


쪽.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진석에게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얼빠진 사람처럼 잠시간 멍하니 있었다.


마치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하고 버퍼링이 걸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헤헤, 뽀뽀했다.”


소미가 눈뜨자마자 별안간 제 바로 앞에 있는 진석의 얼굴에 다짜고짜 입술을 들이대 버린 것이다.


그녀는 나른한 눈빛으로 진석을 쳐다보며 재미있다는 듯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이성이 제어되지 않는 몽롱한 정신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하고 있었다.


“와, 씨. 진짜 다시 봐도 더럽게 잘생겼다니까.”


“뭐? 와씨? 더럽게?”


“아이쿠야? 생각만 한 건데요.”


진석이 아래턱이 황당함으로 떡 벌어졌다.


술이 주는 용기가 참으로 대단했던지, 소미는 그만 생각이란걸 입으로 해버렸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표정이 제법 뻔뻔했지만.


“윤소미씨?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왜 나한테 그 키, 키스. 아니 입을···, 흡!”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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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갈증은 한잔으로 NEW 5시간 전 1 0 9쪽
14 14. 입이 방정2 24.09.20 2 0 9쪽
13 13. 입이 방정 24.09.18 3 0 9쪽
12 12. 하찮은 인간 24.09.16 3 0 9쪽
11 11. 거울 효과 24.09.15 5 0 9쪽
10 10. 착각 24.01.09 17 0 9쪽
9 09. 가시방석 24.01.08 14 0 9쪽
8 08. 동상이몽 24.01.05 12 0 9쪽
7 07. 어린애 24.01.04 12 0 9쪽
6 06. 제 발 저리는 도둑 24.01.03 18 0 9쪽
5 05. 짐승같은 여자 23.12.30 21 0 9쪽
4 04. 진상이라면 이 정도는 23.12.28 14 0 9쪽
» 03. 오늘의 진상 23.12.27 13 0 9쪽
2 02. 안전 귀가 23.12.27 11 0 9쪽
1 01. 어쩐지 기분 좋은 날 23.12.26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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