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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동자
작품등록일 :
2023.12.26 23:13
최근연재일 :
2024.09.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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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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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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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갈증은 한잔으로

DUMMY


그렇게 소미가 후회를 삼켜가며 라면을 끓이는 동안 진석은 소파에 앉아 집안을 둘러봤다.


주방이 있는 거실에 침실 하나만 따로 있는, 넓지 않은 집이라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여기가 소미씨가 지내는 곳이구나.’


소미는 걱정했지만, 정작 진석은 그녀의 취향과 흔적들이 남아있는 이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직접 골랐을 것이 다분해 보이는 이 하늘색 소파까지.


심지어 라면을 끓이고 있는 소미의 귀여운 앞치마도 하늘색이었다.


‘평소에도 하늘색 옷을 자주 입던데. 소미씨는 하늘색을 좋아하는구나.’


진석은 사소한 그녀의 취향에 대해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 같아 왠지 기뻤다.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생활공간 곳곳에 왠지 소미의 냄새가 배있는 것 같았다.


후루루룩.


이미 예상했지만, 역시나 어색한 공기 속 면이 빨려가는 소리만 방을 메웠다.


소파와 테이블 사이에 거리와 높이차가 큰 편이라, 라면을 먹는 내내 그들은 소파 대신 바닥에 내려와 앉게 되었다.


그마저 테이블이 좁다 보니 바닥에 앉은 두 사람의 거리도 맞붙어있다시피 가까웠다.


‘어휴 이건 뭐 괜찮아졌다 하면 또 어색해져.’


소미는 어색함에 물이나 마시자 하고 일어난다는 것이 평소 습관적으로 집에 있던 맥주를 하나 꺼내 마셔버렸다.


술을 다시 마시면 짐승이다, 하고 다짐했던 건 이미 까맣게 잊혀졌다.


마침 갈증이 났던지라 아예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좋다! 팀장님도 하나 드릴까요?”


“어, 좋지.”


소미 못지않게 진석 또한 한 집에 단둘만 있다는 사실이 의식되고 있었다.


긴장감에 역시나 갈증이 더해진 그는 순간 차를 가져왔다는 생각을 못 하고 그녀가 건네준 맥주를 받아 마셔버렸다.


“아 운전. 이런, 깜빡했다.”


“헉. 죄송해요, 팀장님. 저도 그냥 시원한 거 한 잔 드린다는 게 아무 생각도 못했네요. 오늘 내 생각은 대체 어디로 가 있는 걸까요.”


“내가 마신 건데 소미씨가 뭘 잘못했다고 죄송이야. 억지로 입에 들이부은 것도 아니고.”


“이미 한잔하셔서, 어차피 대리기사님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아무··· 래도?”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반주다. 생각하고 한 잔 더 하세요!”


소미는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가뜩이나 아까부터 이상하게 어색했는데.


같이 한잔하면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풀리겠지 싶었다.


그렇게 한잔, 한잔 마시던 것이 분위기가 두 사람의 술자리처럼 흘러가 버렸다.


소미의 바람대로 자리가 무르익자 은근슬쩍 분위기가 풀리긴 했다.


잘 풀리다 못해 흐느적흐느적해버린 두 사람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소미는 어느새 술이 올라 나른해진 몸을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진석과 함께 집으로 오게 되면서, 아직 집에서 입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외출했던 차림 그대로였다.


바닥에 다리를 접어 앉아있던 탓에 탁 붙어있던 옷들의 차림새가 흐트러졌다..



어느새 제법 술이 되어 열이 오른 건 진석도 마찬가지였다.


단정했던 검은 셔츠는 답답한 목을 잡아 당기르라 단추가 두어 개쯤 풀려서 그의 차림도 흐트러져 있었다.


꿀꺽.


소미가 입에 잔뜩 고인 침인지 맥주인지 모를 것을 삼켰다.


흐트러진 셔츠 사이로 검은색과 대비되는 진석의 속살과 맥주잔을 잡고있는 길게 뻗은 손가락이 묘하게 농염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소미의 눈길이 진석에게까지 전달된 것일까.


방 안에 끈적거리는 긴장감이 흘렀다.


딱 붙었던 그녀의 치마가 접힌 무릎을 따라 위로 올라가 있었다.


꿀꺽.


진석의 목울대가 꿀렁하고 움직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헤프게 풀어진 소미의 눈에 움찔하며 침을 삼키는 그의 목이 부각 되었다.


멍하니 지켜보던 그녀가 진석의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다가갔다.


하지만 아무리 허술해졌어도 이번에는 당하지 순순히 않겠다는 듯, 진석이 재빠르게 소미의 어깨를 잡으면서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어림없지. 또 이런다. 이번에는 얼마 마시지도 않아놓고.”


“이이! 팀장님은 내가 뭘 했다고 그래요.”


“술만 먹으면 이러는 거야 소미씨?”


“아직 아무것도 못했는걸요.”


“뭘 아무것도 못 해?”


진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듯 소미가 앞으로 몸을 더 밀어붙였지만, 그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까 그 변태를 막을 때는 든든해 보이는 팔뚝이었는데, 지금은 그녀를 완강하게 막고 있었기에 원망스럽기만 한 팔뚝이었다.


결국 뭘 시도해보기도 전에 제지당해 버린 소미가 징징거리며 진석에게 투정을 부렸다.


“이거 안 되겠어, 어린 게 아주 가만 보면, 아주 습관적인 것 아냐?”


“습관이요? 그래서요?”


소미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표정이 풀어진 채로, 그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발산했다.


“안돼요?”


“윽.”


진석은 글썽거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뭐든 들어줘 버려야 될 것 같은 최면에 걸릴 것 같았다.


견디기 힘들어 눈을 내리깔아버렸다.


사실 그 역시 지금 저 스스로와의 충동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진석이 고개를 숙여버리자 그 아래에는 더 큰 복병이 있었다.


시선 아래로 블라우스 목선을 따라 살짝 드러난 소미의 봉긋한 가슴이 진석의 시야에 들어왔다.


소미는 몸을 밀어붙이며 상체를 기울이고 있었고, 진석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고 버티고 있던 바람에 블라우스가 바깥으로 당겨져 버린 것이다.


그 탓에 활짝 벌어진 틈으로 소미의 살구색의 레이스 속옷과 그 속살이 드러났다.


진석이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더니 다급히 그녀의 어깨를 잡은 팔이 떼어냈다.


“아, 미안 소미씨. 내가 정말 일부로 보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미가 진석의 입술을 덮쳐버렸다.


그녀의 집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마음이 편해져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지난번 못다한 입맞춤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있던 것 때문일까.


그도 아니라면, 자신은 무심한 척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그녀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시간에 대한 억하심정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저, 그들 곁에 흐르고 있는 오늘의 묘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수많은 이유들이 붙잡히지 않는 이성과 함께 흘러갔다.


소미는 지난번의 귀여운 입맞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농도 짙은 입맞춤을 이어 나갔다.


그녀는 바닥을 짚고 있던 두 팔을 들어 올려 진석의 목에 감싸며 그의 품에 안기듯 밀착해왔다.


본능적인 행위였다.


진석은 처음 소미의 어깨를 잡으며 막았던 그의 행동과는 다르게 너무도 쉽게.


그리고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성의 끈을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어쩌면 오히려 그가 더 먼저 이렇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들의 두 번째 입맞춤이 이어졌다.


오로지 두 사람만이 있는 공간에서는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입 속을 오가며 농도 짙은 입맞춤이 이어졌다.


“으음.”


소미가 달뜬 숨소리를 흘리며 작은 손끝으로 진석의 옷깃을 위태하게 매달리듯 그러쥐었다.


그 작은 움직임이 그를 더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어버렸다.


소미에게 키스를 받는 것 같은 상황이던 그가 거꾸로 소미를 소파 등받이 쪽으로 밀어붙였다.


진석은 소중해 어쩔 줄 모르겠는 물건을 만지듯,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눈을 감은 채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강아지 같던 눈, 앙증맞은 귀와 귓바퀴를 따라 내려가면 만나는 제법 통통해서 말랑거리는 귀여운 귓불까지.


하나하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어루만졌다.


진석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더해지자 소미는 이대로 온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손이 닿았던 길을 따라서 그녀의 예민한 살결 위로 뜨거운 감각의 잔상이 남았다.


“하아······.”


소미의 입에서 벅찬 숨이 흘러나왔다.


영원할 것 같던 입맞춤이 잠시 멈추고, 꼭 맞물려 있던 두 사람의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윤소미씨.”


둘 중 누군가 조금만 움직이면 다시 두 입술이 맞닿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딱 그 정도의 거리만을 두고 진석과 소미가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가녀린 소미의 어깨가 숨을 고르며 들썩거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봉긋한 것이 그의 눈앞에서 유혹적으로 살랑거리는 것 같았다.


진석의 마음 안에 탐욕스러운 것이 자라났다.


거친 숨을 고르고 있으면서도 소미의 눈은 한순간도 진석의 시선을 놓지 않겠다는 듯, 그의 눈을 집요하게 따라붙고 있었다.


이성은 흐릿해져 있어도 소미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날아간 이서에 저 눈을 바라보고 있을 용기가 생긴 덕분에 그녀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진석의 눈 안에는 지금, 이 순간 그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원초적인 욕망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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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갈증은 한잔으로 NEW 5시간 전 1 0 9쪽
14 14. 입이 방정2 24.09.20 2 0 9쪽
13 13. 입이 방정 24.09.18 2 0 9쪽
12 12. 하찮은 인간 24.09.16 3 0 9쪽
11 11. 거울 효과 24.09.15 4 0 9쪽
10 10. 착각 24.01.09 16 0 9쪽
9 09. 가시방석 24.01.08 14 0 9쪽
8 08. 동상이몽 24.01.05 12 0 9쪽
7 07. 어린애 24.01.04 12 0 9쪽
6 06. 제 발 저리는 도둑 24.01.03 18 0 9쪽
5 05. 짐승같은 여자 23.12.30 20 0 9쪽
4 04. 진상이라면 이 정도는 23.12.28 14 0 9쪽
3 03. 오늘의 진상 23.12.27 12 0 9쪽
2 02. 안전 귀가 23.12.27 11 0 9쪽
1 01. 어쩐지 기분 좋은 날 23.12.26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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