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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동자
작품등록일 :
2023.12.26 23:13
최근연재일 :
2024.09.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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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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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제 발 저리는 도둑

DUMMY

그렇게 첫 팀원 배정 후 이동하기 며칠 전.


사내 휴게실에서 소미와 그녀의 사수인 미연 대리가 티타임을 갖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때마침 휴게실 유리문 너머로 진석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있잖아. 우리 팀의 장점이 뭔지 알아?”


“음, 미연 대리님 같은 완벽한 사수?”


“어우 뭐야, 소미씨. 자꾸 아부가 는다?”


미연은 속이 뻔히 보이는 소미의 아부에도 기분 좋게 웃었다.


“우리 팀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저 잘생긴 하진석 팀장 아니겠냐고.”


“네? 에이, 대리님은 남편분도 있으시면서. 그리고 회사 사람이 잘생기면 뭐 해요.”


“에이 누가 저 사람이랑 연애하겠데? 그냥 눈으로만 보는 거지. 내가 저 얼굴 갖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진짜 여자들 몇은 울리고 다녔을 거야.”


“그림의 떡인데요?”


“그림도 예뻐야 보는 맛이 있는 거란다. 그리고 혹시 알아?”


“그건···, 사실 대리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전, 절대로 사내 연애는 안 할 거라서요. 대리님이랑 같이 감상만 할래요.”


소미의 양 볼이 살짝 발그레 해졌다.


“에이 소미씨. 사람 일은 진짜 모르는 거라니까? 자기가 올해 26살이었지? 그럼 나이 차도 제법 괜찮은데.”


미연이 소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어때? 내가 한번 밀어줘 봐?”


“꺄악. 대리님!”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쿵짝을 맞춰가며 신나게 깔깔거려댔다.



***



직장인들이 괴로워하는 월요일 출근길.


그렇다 해도 소미의 모습은 지나치게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유독 고단한 한 주의 시작이, 유독 가혹하게 느껴졌다.


“어머 소미씨.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미연 대리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은 무슨. 소미씨 얼굴은 하나도 안 좋은 아침처럼 보이는데. 잠 못 잤어? 주말 동 안 친구들이랑 또 달리기라도 한 거야?”


휴일을 보내고 왔음에도, 소미는 금요일 출근 때와는 상반되게 다운된 모습이었다.


얼굴 위로는 검푸른 다크서클이 눈밑 한참 밑으로 길게 내려와 있었다.


“하하. 그랬죠. 맞아요. 조금 무리했나 봐요.”


“같이 축하주라도 마셨나 보네. 젊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


“네, 다음부터는 그냥 주말에는 쉬던 가 해야겠어요.”


걱정 어린 미연의 말에 소미는 적당히 그렇다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각 팀원들은 매주 월요일 있는 브레이크타임을 가지며, 주말 동안의 안부도 묻고 근황 얘기 등 인사를 나눴다.


소미가 은근슬쩍 진석의 자리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는 아침부터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 건지, 그녀가 낀 첫 회의부터 함께 참여하지도 않고 자리에서 서류만 파고들고 있었다.


모니터 안으로 빨려들 것 같이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혼자서만 심각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소미는 괜스레 가만히 일만하고 있는 진석이 계속 의식되었다.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눈이 마주쳤던 것 같은데.’


별안간 고개를 돌렸던 진석과 분명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버리자 의아했다.


하지만 소미도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지라, 구태여 그에게 가서 아는 체하지는 않았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지.’


주말부터 월요일 출근길에 오르기까지, 소미는 내내 진석에게 따로 연락해봐야 하나 끝없이 고민을 이어갔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 얘기하는 중이었음에도 온 신경이 진석에게 쏠려있었다.


모르는 척, 바래다줘서 감사하다고 메시지라도 남겨야 하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이라도 해야 하나?


‘그렇지만······, 팀장님은 오다가다 그냥 만나는 사람이 아닌데?’


넉넉했던 시간만큼 정답을 내릴 수 없던 고민은 끝이 없이 이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봐야 하는 사람이었다.


덮어놓고 무작정 모르는 척하고 다닐 수는 없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눈 딱 감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는 편이 가장 좋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난 이 회사에 오랫동안 다니고 싶단 말이야.’


물론 그와 소미가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긴 했지만, 진석 역시도 주말 내내 연락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진석도 굳이 얘기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소미는 그쪽에 희망을 품었다.


그도 없었던 일처럼 지나가고 싶어 할 거라고.


괜한 말을 꺼내서 오히려 어색한 상황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아니, 알고 보면 진석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소미와 대비해서 멀쩡해 보였던 것뿐이라고.


고민하다 안심하다 다시 또 처음으로 돌아가 고민을 시작하고.


끝없는 ‘고’의 지옥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소미의 고민은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왔다.


“소미씨. 친구들하고 주말 보내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소미가 딴생각하면서 진석을 계속 힐끔거리자, 그런 소미를 지켜보던 다른 직원에게 결국 주의받았다.


“이렇게 피곤해서 집중도 못 하고 계속 멍만 때리는데. 그렇게 해서 오늘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아! 지나 선배 피곤했던 것은 아니고,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도록 할게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려다, 사람들과 모여 있는 자리에서 딴생각 한 것이나 피곤해서 졸거나 마찬가지다 싶어 소미는 바로 사과했다.


“커피 마시며 하는 수다에 무슨 집중까지야. 월요일이잖아. 소미씨 이래 보여도 일손도 빠르고 제법 해. 그러니까 너무 빡빡하게 가지 말자 지나씨.”


팀원들 간 친목을 위한 가벼운 얘기 시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이미연 대리가 그녀를 말렸다.


“아니에요, 대리님.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 죄송합니다.”


“알겠어요. 미연 대리님은 소미씨 참 예뻐하시네요.”


사실 지나는 조금 전부터 계속 진석을 힐끔거리고 있는 소미를 불만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뜩이나 지난주 회식 자리가 끝나고 진석과 소미 둘만 따로 갔던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나는 그날 2차 자리 이동을 위해 먼저 일어나서 가게를 잡아두고 있었다.


그사이에 다른 사람들만 두 사람만 두고 쏙 빠져버린 것이었다.


알았다면 그렇게 두진 않았을 것을.


‘왜 저렇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저 여우 같은 게. 혹시 팀장님 꼬시려고 일부러 취한 척했던 거 아니야?’


전후 순서가 바뀌었지만, 반은 들어맞는 의심을 해가며 지나는 뭐라도 소미의 꼬투리를 잡아내겠다며 눈에 불을 밝혔다.


한창 바쁘게 오전 업무를 끝마치고, 소미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어어. 카페인이 필요해.”


소미가 좀비 같은 몰골을 하고 어기적어기적하며 휴게실을 찾았다.


카페인을 외치며 문을 열었는데, 바로 눈앞에 그토록 피하고 싶던 진석이 서 있었다.


그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일에 열중했던 소미였다.


그런데 이렇게 진석과 정면으로 마주쳐 버리다니.


카페인은 아직 입에 들어가지도 않았건만 정신이 번쩍 들어버렸다.


정작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결국 찔리는 게 있던 소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팀장님. 그날은 잘 들어가셨어요?”


그러나 진석은 들고 있던 텀블러만 살짝 쳐다보고 있을 뿐, 그녀의 말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하. 음, 그날은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자 소미는 둘 사이 침묵의 순간이 두려운 사람처럼 혼자서 계속 말을 이었다.


‘으으. 이러다 어색해 죽어버리겠네.’


몇 번을 더 시도하다, 할 말이 떨어진 소미는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들고 있던 머그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커피를 타며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진석에게 말 걸기를 시도했다.


“여, 역시 월요일에는 카페인이 필수죠. 팀장님도 한 잔 타드릴까요?”


소미는 믹스커피의 알갱이가 스푼을 따라 물과 섞이면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에 흔들리는 동공을 집중하려 애썼다.


“아, 이미 타서 들고 계셨지 참.”


그녀의 동공이 커피가 도는 모양을 따라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 소미씨.”


한참인 것 같았던 찰나, 짧은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진석이 입을 열었다.


“난 회의 준비할 게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볼게. 그럼, 소미씨 수고해.”


진석은 할 말을 다 마쳤다는 듯, 텀블러를 바라보던 시선보다 못한 무심한 눈길을 소미에게 던지더니 그대로 뒤돌아 가버렸다.


“네, 팀장님도 수고하ㅅ······!”


소미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휴게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 있는데도 괜스레 창피함이 몰려와 얼굴이 붉어졌다.


“스읍···, 수고를 하시든가 말든가. 쳇!”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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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넘어가 주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15. 갈증은 한잔으로 NEW 5시간 전 0 0 9쪽
14 14. 입이 방정2 24.09.20 2 0 9쪽
13 13. 입이 방정 24.09.18 2 0 9쪽
12 12. 하찮은 인간 24.09.16 3 0 9쪽
11 11. 거울 효과 24.09.15 4 0 9쪽
10 10. 착각 24.01.09 16 0 9쪽
9 09. 가시방석 24.01.08 14 0 9쪽
8 08. 동상이몽 24.01.05 11 0 9쪽
7 07. 어린애 24.01.04 12 0 9쪽
» 06. 제 발 저리는 도둑 24.01.03 18 0 9쪽
5 05. 짐승같은 여자 23.12.30 20 0 9쪽
4 04. 진상이라면 이 정도는 23.12.28 14 0 9쪽
3 03. 오늘의 진상 23.12.27 12 0 9쪽
2 02. 안전 귀가 23.12.27 11 0 9쪽
1 01. 어쩐지 기분 좋은 날 23.12.26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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