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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동자
작품등록일 :
2023.12.26 23:13
최근연재일 :
2024.09.23 0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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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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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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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짐승같은 여자

DUMMY

“으음.”


소미는 이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쫓아가듯 입을 벌려 폭식한 입술을 한 번 더 머금었다.


무턱대고 들이박던 조금 전의 뽀뽀와는 달랐다.


따듯한 숨이 배어 나오면서 진석의 품에서 기분 좋은 향이 다시금 코끝을 간질였다.


부풀어 오른 폐부의 숨을 내쉬며, 나른함에 젖은 채 반쯤 감겨오던 소미의 눈에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귀가 보였다.


왠지 뱃속이 간지럽고 뭉클거려왔다.


마저 눈을 감으며, 소미는 그의 귀를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참아냈다.


대신 아쉬움을 달래듯 아랫입술을 벌려 살짝 머금었던 그의 입술을 다시 힘 있게 빨아들였다.


“큭.”


야릇한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흥분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진석의 탄성이 터졌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소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치명적인 여자로 빙의돼서 그를 충분히 유혹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몹시도 흥분되고 야릇했다.


소미는 입술을 살짝 씩 벌려 진석의 입술을 톡톡 간질였다.


다시 또 그의 입술을 한가득 머금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소미 어깨 너머의 시트를 받치고 있던 진석의 손에 바싹 힘이 들어가면서 손등에 핏줄이 솟았다.


뿌드득.


가죽으로 된 시트를 움켜쥔 진석의 손가락이 끌리는 마찰음이 났다.


소미는 진석의 어깨 위에 두었던 손으로 매달리듯이 그의 목을 두르며 안았다.


점점 더 가까워진 두 사람의 몸이 겹치듯 밀착되었다.


그는 이번에도 당황해서 굳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고작 한 잔 마셨던 맥주가 뒤늦게야 올라 그도 취기가 올라버린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진석의 손은 그녀를 제지하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체구가 작은 소미가 덩치 큰 이 남자를 제압해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들지 않았다.


아니, 제압이라 할 것도 없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맞물려 깊고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좀 전까지 소미의 입술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던 그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충동적인 불장난에 동참하기로 한 진석의 행동은 이제 거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돌변했다.


참았던 것을 터트려내듯 그의 혀가 거칠게 소미의 입속을 휘저으며 파고 들어갔다.


그의 남은 한 손이 소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스쳐 목덜미 아래까지 내려갔다.


“으음. 팀장님.”


소미는 머릿속이 뜨거워져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그와 마주한건 입술인데 오히려 아래쪽으로 뱃속이 간질간질 힘이 들어가 자꾸만 발끝을 세워 꼬아댔다.


허리에 바짝 힘이 들어가며 골반 밑쪽 다리까지 힘이 빠져 버리는 것 같았다.


소미는 진석의 목에 매달린 손에 힘을 주어 무언가를 갈구하며 애원하듯 그의 혀를 삼켜냈다.


뜨겁고 깊게, 또 미치도록 달콤하게, 그렇게 서로의 뜨거운 열기를 담은 숨결과 타액을 주고받으며 구석구석 입속을 탐미해나갔다.


소미의 목을 지탱하던 진석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그녀의 귓불을 살살 건드렸다.


“······!”


“윤소미씨······.”





이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떨어진 서로의 입에서 거친 호흡이 내뱉어졌다.


마치 폭풍의 전야처럼 고요한 공간에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잠시 눈을 떠 시간이 멈춘 듯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약속한 것처럼 다시 눈을 감았다.



***



“헉. 네가 짐승이냐 윤소미?”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다 거짓말이라고.


간신히 쥐어 짜낸 기억력으로 복기를 마친 소미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내가 지금 우리 팀장님을 덮친 거야?’


같은 회사 동료를, 팀 배정 첫날,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팀장님이랑?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이건 여지없이 소미가 덮친 그림이었다.


아닌 중 다행이라면 더 큰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고 키스에서 멈췄다는 거다.


이마저도 먼저 정신 차린 진석이 겨우 입을 떼어내며 제지한 덕분이었다.


‘멈춘 건···, 맞지? 하아······. 팀장님이 해고해도 넌 할 말 없어 이 상 진상아.’


소미는 제 아랫입술을 문지르며 그 이후를 떠올려보려 애썼다.


기억 속의 그녀는 왜 키스하다 마는 거냐고 떼까지 쓰고 있었다.


하필 이런 건 또 확실히 기억이 잘 났지.


‘하, 윤소미야······. 어쩌다 진짜. 네가 사람이냐 짐승 새끼지.’


진석은 그런 소미를 차분하게 품에 안았고.


아이 다루듯 토닥토닥, 그렇게 어르고 달래가며 징징거리는 그녀를 진정시켜 주었다.


‘사내 연애는 안 한다는 소리나 말던가. 그렇게 결심 말만 결심하면 뭐 하냐고. 나 욕구불만이었니? 발정 났냐고!’


소미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속으로 쥐어 짜내며 절규했다.


“이건 미친 짓이 분명해. 출근해서 팀장님 얼굴을 어떻게 봐.”


누운 채로 발을 동동 굴러대자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사실 팀장님 외모가 좀 끌리게 생기기는 했지. 그 얼굴, 그 몸에 어디 그냥 놔두기가 쉬워? 쉽냐고?! 내가 짐승인 게 아니라니까?”


듣는 이 하나 없는 방에서 변명하며 합리화했다.


그러나 곧이어 몰려드는 자괴감에 스스로 철썩하고 뺨을 내려쳤다.


“이런 미친! 그럼 뭐 얼굴만 되면 아무 나랑 하냐?! 정신 차려 윤소미! 이게 무슨 되먹지 못한 성희롱하는 변태 같은 소리야.”


가뜩이나 평소에 진석을 보며, 혼자 맘속으로 노래하긴 했었다.



[‘저렇게 생긴 사람 또 어디 없다니까. 아주 회사 사람만 아니었어 봐. 확 꼬셔버릴라.’]



이래서 사람이 평소에 생각과 행실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새는 바가지 소미는 때늦은 자기반성을 했다.


의미는 없었다.


“그래 덮쳤다. 내가 덮쳤어. 나란 것. 인간이 아닌 게 분명해. 그냥 이대로 사라져버릴까······?”


이대로 퇴사하고 사라져 기억 속에 잊혀지고 싶었다.


“너 그거 안 된다. 정신 차려 윤소미야. 너는 지금 26살에 카드빚과 이성을 소유한 번듯한 사회인이잖아. 할부와 월세를 생각해. 이 나이에 선보러 갈 순 없어.”


회사를 정말 관둘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소미는 자기암시를 하며 저 스스로 세뇌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아직 사내 연애도 아니었다.


술김에 뽀뽀하긴 했지만 사귀기로 한 사이도 아니고.


생각이 길어지자 소미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솔직히 나 정도면 좀 괜찮은 거 아니야?’


술김이긴 했지만, 그만큼이나 들이댔는데.


진석도 끝까지 밀어내지는 않았었고.


“그래. 팀장님도 얼떨결이지만 좋았으니까 나랑 다시 입 맞춘 거 아니야? 이왕 한 건 마저 하기나 하지. 혹시 고자 아니야?”


어디 가서 인성 논란될 말들을 혼자선 못 하는 소리가 없었다.


끝내 합리화 발악을 마친 소미는 양심을 챙기기로 했다.


“앞에 있다고 다 받아먹으면 그걸 짐승이라고 하는 거지. 바로 나 같이! 자기소개 잘한다, 윤소미. 남 탓하지 말고, 팀장님이 얘기하면···, 사과도 드리자.”


차라리 흑역사를 만든 게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더 부끄러웠다.


“거참 혼자만 더럽게 이성적이셨네요, 팀장님..”


괜히 창피한 마음에 비뚤어져서 짜증을 내고, 때아닌 자아 성찰도 했다.


‘근데, 월요일에 회사는 어떻게 가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니 이제 현실적인 걱정이 몰려왔다.


“그래. 기억 안 난다. 나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것도 몰라. 그냥 모르는 척으로 가자! 끝까지 안 믿으면······,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야지 뭐.”



***



하진석.


그는 소미가 정직원이 되면서 새로 발령받은 부서의 젊고 유능한 팀장이다.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사내 여직원들 사이에서 빼어난 피지컬로 인기가 높았다.


얼굴에서부터 삭막한 사회생활에 단비를 뿌려주고 있달까?


외모가 바로 서비스요, 복지 같은 다방면으로 유능한 남자였다.


소미가 그를 처음 봤던 것은 입사 면접 날이었다.


그녀는 처음 그의 앞에 앉았을 때, 면접관이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라 놀랐다.


다음으로는 그의 외관에 감탄하기에 바빴고.


쌍꺼풀 없이 날카로운 눈매에 살짝 도톰한 그 입술의 끝은 다부지게 들어가 있었다.


세련된 느낌의 고운 얼굴선은 자칫 곱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다부진 몸이 그와 어울려 퇴폐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운동까지 했는지, 딱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그의 몸은 잘 다려진 옷 위로도 숨겨지지 않았다.


그가 입은 단정한 슈트를 멋들어지게 소화해내며 남성미를 돋보이게 해주었다.


‘내가 면접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남자 버전의 베이글남이 있다고 하면 딱 이런 사람일 것 같았다.


‘저 검정 셔츠 진짜 섹시한데. 딱 내 스타일! 이게 면접이 아니라 소개팅이었어야 했는데.’


소미는 철없고 음험한 생각을 동시에 굴려 가며 훈훈한 마음으로 면접을 마쳤다.


그렇게 3달이 지나 그 진석의 팀으로 들어오게 됐다.


비록 사내 연애는 하지 말자고 했지만, 어차피 해야만 하는 직장생활이었다.


이왕이면 눈이라도 호강하며 다니는 게 어디인가.


내가 저 얼굴이라도 보면서 고단함을 참는다, 그냥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 다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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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갈증은 한잔으로 NEW 5시간 전 1 0 9쪽
14 14. 입이 방정2 24.09.20 2 0 9쪽
13 13. 입이 방정 24.09.18 3 0 9쪽
12 12. 하찮은 인간 24.09.16 3 0 9쪽
11 11. 거울 효과 24.09.15 4 0 9쪽
10 10. 착각 24.01.09 16 0 9쪽
9 09. 가시방석 24.01.08 14 0 9쪽
8 08. 동상이몽 24.01.05 12 0 9쪽
7 07. 어린애 24.01.04 12 0 9쪽
6 06. 제 발 저리는 도둑 24.01.03 18 0 9쪽
» 05. 짐승같은 여자 23.12.30 21 0 9쪽
4 04. 진상이라면 이 정도는 23.12.28 14 0 9쪽
3 03. 오늘의 진상 23.12.27 12 0 9쪽
2 02. 안전 귀가 23.12.27 11 0 9쪽
1 01. 어쩐지 기분 좋은 날 23.12.26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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