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querade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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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11is
작품등록일 :
2024.01.20 17:49
최근연재일 :
2024.08.20 16:52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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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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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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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5 Plus

DUMMY

한적한 공원... 가로등 불빛... 불나방...


'······.'


"친절하시네요..."


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누군가 지금 나무를 등지고 서 있었다.


'······.'


붉은 눈빛...


'······.'


"당신이었군요···."


지난번 라이팅 시티에 처음 들렸을 때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만난 무희 복장의 여성이다.


가슴이 커서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거 아시나요? 때로는 사소한 호의가 본인에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죠. 차라리 서로 만나지 않았던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녀를 마주하고 나서 앞으로 당신에게 그런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녀?'


"하지만 그 또한 당신이 헤치고 풀어나가야 될 그림이라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물속에서 익사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멋지게 헤엄을 치고 춤을 추며 끝내 생존하게 될 것인가? 이거 무척이나 기대되는군요!"


그 말을 끝으로 저 너머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


눈을 뜨자 나는 아까랑 다른 장소에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앞을 바라봤다.


......


저 너머에서 낯익은 모습의 둘이 보이기 시작한다.


......


"엔비, 샹들레!"


나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어디 있었어?"


엔비랑 샹들레가 내게 물었다.


"미안해. 아무래도 길을 잠깐 잃었나 봐..."


난 아까 있었던 일은 제외하고 대답했다.


"너 한참이나 찾아다닌 거 알아?"


엔비가 뭔가를 우물우물 거리며 말했다.


'먹고만 다닌 거 아니고?'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어두워지기도 해서 여관으로 향했다.


'······.'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다!"


엔비가 기지개를 켰다.


"그렇지?"


나는 엔비를 보며 말했다.


"내일도 또 이것저것 실컷 먹고 다니자!"


"내일은 마지막 날이라서 상점들이 다 철수할 거야."


"내일은 뭘 해?"


엔비가 샹들레에게 물었다.


"무슨 공연이 있다고 했어."


"내일은 먹을 게 없다는 말이지?"


"맞아."


"이제 씻으러 가자!"


"그러자."


나는 엔비를 보며 대답했다.


"내일도 저녁에 깨우러 갈게!"


"알겠어!"


나는 샹들레를 보며 대답했다.


나랑 엔비는 씻고 나서 바로 숙소로 향했다.


'······.'


나랑 엔비는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 하루 어땠어?"


"네가 알려준 덕분에 잘 먹고 다닌 것 같아."


"내일도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오자!"


......


"난 됐어···."


"왜?"


"피곤해서 쉴래."


......


눈을 뜨자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창문 밖으로 새빨간 태양빛이 내부로 비춰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나서 창문 너머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


엔비가 숙소로 들어왔다.


"일어났어?"


엔비가 내게 말했다.


"방금 일어났어. 어디 다녀왔어?"


난 엔비를 보며 물었다.


"방금 저녁 먹고 왔어."


'저녁?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


"벌써 저녁이야?"


난 궁금해서 되물었다.


"새벽은 아닌 것 같다."


난 대답을 듣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 오늘 온종일 자더라."


엔비가 옆 침대로 향하면서 말했다.


엔비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오늘 하루 잠을 아무래도 푹 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나른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


"나야!"


문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샹들레다.


'······.'


뒤로 둥글게 말아 올린 머리카락... 하얀색 민소매 원피스... 갈색빛 샌들...


밑단이 무릎 위로 살짝 올라가 있다.


'······.'


"가자!"


샹들레가 내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여름 축제 마지막 날이다.


난 배가 고팠지만 샹들레랑 함께 무슨 공연을 보기 위해 라이팅 시티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광장에 모여 있었다.


나랑 샹들레는 지금 그 속에서 콩나물처럼 껴 있는 상태다.


나는 무대를 바라봤다.


......


무대... 조명... 많은 사람들... 가면...


무대는 검은색이다.


바닥은 하얀색이다.


조명은 동그란 모양에 9개, 일렬로 나란히 상단에 매달려 배치돼 있다.


누군가는 검은색 복장에 흰색 줄무늬가 그어진 의상을 입고 있다.


누군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가면은 여우, 토끼, 말, 돼지, 늑대, 사슴, 산양, 해골 등 다양했다.


......


다들 많이 더워 보였다.


하지만 참고하는 거겠지?


이윽고 공연이 시작됐다.


이런저런 악기들이 연주되며 저들은 행진하듯 퍼포먼스를 했다.


'······.'


공연이 끝났다.


주변에서 박수 소리와 함꼐 환호성이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재미있었다!"


나는 샹들레를 보며 말했다.


"정말 즐거웠어!"


샹들레가 날 보며 대답했다.


샹들레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돌아갈까?"


"잠깐 아직 하나 더 남아있어!"


그 대답을 끝으로 무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한 사내가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오늘은 여름 축제 마지막 날입니다. 여름 축제에 방문해서 함께 즐겨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마무리 짓기 전에 우리를 구해 준 잭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다!"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날 보며 손뼉을 치거나 환호했다.


나는 가볍게 목 인사를 했다.


"여러분 바로 옆에 서 있는 제 딸 샹들레 보이시나요? 절 닮아서 정말 예쁘죠?"


아저씨는 통쾌하게 웃고 나서 무대에서 내려갔다.


......


하늘 위로 뭔가 튀어 오르며 반짝였다.


'······.'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파란색... 주황색...


검은 밤하늘 위로 피어오르는 형형색색의 불꽃들···.


'······.'


불꽃은 검은 밤하늘에 스며들고 어우러져 저마다 조화를 이루며 별들만큼 아름답게 빛났다.


이렇게 긴 듯 짧은 듯 정신없는 사흘 동안의 여름 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덥다 더워···."


"그러게 말이야. 이번 여름은 왜 이렇게 일찍 찾아온 거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축제 현장을 떠났다.


나랑 샹들레는 여관으로 향했다.


'······.'


여관 내부에 들어섰다.


'덥다...'


나는 얼른 씻고 싶었다.


"난 이제 씻으러 가볼게."


나는 샹들레에게 말했다.


"씻고 나서 바로 1층 홀로 와. 곧 회식하니깐 같이 식사하자!"


"알겠어!"


난 씻으러 갔다.


......


나는 1층 홀로 향했다.


손님들은 다 빠졌는지 아니면 따로 받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는 오직 직원으로 보이는 무리만 자리 잡고 있다.


......


샹들레의 아버지... 어머니... 샹들레... 레이나 누나... 피즈 누나... 루비 누나... 레온... 할머니... 총 8 명.


나를 포함하면 9명이다.


'······.'


저마다 홀 중앙에서 테이블 당 3, 3, 2 명씩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안녕하세요."


나는 직원들에게 인사했다.


"어서 와라!"


"어서 와."


"왔어?"


아저씨, 아줌마, 샹들레가 내게 말했다.


"잭 씨 오셨군···."


레온이 날 보더니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왜 저러는 거지?'


난 땅바닥에 널브러진 레온을 바라봤다.


"안녕···."


레이나 누나가 지긋이 인사했다.


"잭, 왔어···."


피즈 누나가 날 보더니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왜 저러는 거지?'


난 땅바닥에 널브러진 피즈 누나를 바라봤다.


"피즈 괜찮아?"


루비 누나가 피즈 누나에게 물었다.


"다들 반가워요!"


나는 씩 하고 웃었다.


......


"어서 이리 와서 앉아."


샹들레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이리로 와!"


휴지를 코에 꽂은 피즈 누나가 말했다.


"잭 씨는 여기에서 식사하실 겁니다!"


휴지를 코에 꽂은 레온이 말했다.


"잭은 여기에서 나랑 함께 식사할 거다!"


아저씨도 거들었다.


'난감하네···.'


"상을 이어 부치도록 합세···."


할머니가 제안했다.


'······.'


이어 부쳐진 4개의 테이블...


반대편에 4 명... 레이나, 루비, 피즈, 할머니.


내 자리에는 5명... 아저씨, 아줌마, 샹들레, 나, 레온.


레이나, 루비, 피즈 누나는 다들 핫팬츠에 자신의 머리카락 색과 같은 반소매 티...


아저씨, 아줌마, 레온은 유니폼...


할머니는 하얀색 두건과 가운...


'······.'


음식들...


노릇노릇 잘 익은 갈색 소스 칠이 된 고기... 노릇노릇 잘 익은 양념 소스 칠이 된 고기... 각종 신선한 채소들... 동그란 쇠 그릇 안에 담긴 샐러드... 여러 가지 찍어 먹는 소스... 옥수수 콘... 계란 프라이... 하얀 라이스... 다양한 음료...


'······.'


"이제 식사하도록 합시다!"


아저씨가 크게 소리쳤다.


"잘 먹겠습니다!"


식사가 시작됐다.


......


'맛있겠다···.'


나는 배가 정말 고팠다.


생각해 보니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난 지금 배불리 먹어야겠는 생각이 났다.


"잭 씨."


"이거 먹어!"


레온이랑 피즈 누나가 고기 한 점을 집어 내게 들이댔다.


난 별다른 저항 없이 음식을 받아먹었다.


"꼭 새끼 새 같네···."


샹들레가 날 보며 웃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난 이 순간을 만끽했다.


음식이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라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다.


'······.'


뭔가 이상했다. 찜찜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속 한구석이 허전하다.


뭔가를 잊어버린 기분이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샹들레가 물었다.


"뭔가 이상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냥 자꾸 허전해···."


......


"배가 고파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가?"


"그게 아마 맞을 거야!"


'······.'


"그런 것 같아..."


나는 피식했다.


"다들 그동안 수고하셨고 오늘 고기 맛있게 먹고···."


'고기?'


그때였다.


아저씨가 말 한 고기라는 단어로 뭔가 내 뇌리를 찰나의 순간 번쩍거리는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것이 떠올랐다.


......


"고기···."


나는 낮게 중얼거렸다.


"뭐?"


"고기!"


나는 샹들레를 보며 대답했다.


"고기는 여기 있잖아?"


샹들레가 내 앞에 놓인 고기를 보며 대답했다.


"왜 그러니?"


"무슨 일이야?"


아저씨랑 아줌마가 물었다.


"고기가 아니라 엔비를 깜박하고 있었어!"


"엔비가 뭐야?"


"샹들레가 기르는 고양이요."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알려줬다.


"그 사람처럼 행동하는 녀석?"


"맞아요···."


엔비가 이 현장에 있었으면 아마 성질을 부리며 저들에게 한 소리 했을 것이다.


나는 엔비를 데려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5층 숙소로 향했다.


......


숙소에 들어서자 캄캄했다.


나는 조명을 켰다.


엔비는 침대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


"일어나."


나는 엔비에게 다가가서 몸을 흔들었다.


"왜 그래?"


엔비가 비몽사몽한 채 물었다.


"식사하러 가자!"


"식사? 좋지! 그런데 날씨가 왜 저렇게 어둡지?"


엔비가 하품하고 나서 창문 밖을 내다봤다.


'한밤중이니깐 그렇지···.'


나는 엔비랑 함께 1층으로 향했다.


......


"이게 다 누구야?"


엔비가 직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왔나 보네?"


"어서 식사해!"


아저씨랑 샹들레가 엔비를 반겼다.


"이게 다 뭐야? 고기가 한가득하네! 냄새를 맡아 보니 소고기인 것 같네?"


'그건 어떻게 안 거지?'


'······.'


샹들레가 한 칸 옆으로 가고 엔비가 그 자리에 앉았다.


엔비는 지금 고기랑 술을 신나게 먹고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


그 밖에는 나, 샹들레, 할머니를 제외하고 다들 비슷하게 식사를 하는 중이다.


"이거 정말 맛있다. 입안에서 살살 녹네! 소고기에 푹 빠질 것 같아..."


엔비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돼지고기는 어때?"


나는 엔비를 보며 물었다.


"좋지!"


"양고기는 어때?"


"좋지!"


"생선은 어때?"


"좋지!"


......


아무래도 괜한 걸 물어본 모양이다.


"음식은 그게 뭐든지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게 가장 좋아!"


샹들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알지만 난 고기가 더 좋아."


"알았으니깐 채소도 잘 챙겨서 먹어."


"네가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챙겨 먹을 거야."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면 더 좋지."


"그럴지 말지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적당히 해!"


나는 이 둘을 중재했다.


'······.'


상 위의 채소가 동이 났다.


"채소 더 없어?"


엔비가 물었다.


"넌 채소가 없어도 괜찮지 않아?"


샹들레가 엔비에게 물었다.


"채소는 꼭 있어야 돼!"


"왜?"


"채소가 있어야 고기를 질리지 않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어."


엔비가 날 보며 씩 하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런 이유였구나···.'


"잠시만 있어 봐."


샹들레, 아줌마, 할머니는 빈 그릇을 가지고 주방으로 향했다.


......


"뭐든 골고루 챙겨 먹는 건 좋은 일이죠. 만남도 그렇고요···."


레온이 말했다.


"그건 그렇지. 그런데 넌 나이도 어려 보이는 녀석이 어떻게 여태껏 그렇게 많은 숫자의 이성을 사귀면서 지낼 수 있었던 거지?"


엔비가 레온에게 물었다.


"그건 간단합니다. 일단 잘 생기면 되고 많은 연애 경험과 지식이 있으면 여자 하나 낚는 건 누워서 떡 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죠..."


'뭘 쳐?'


난 순간 흠칫했다.


"여자들이 그렇게 쉽게 걸려드나?"


"요령만 있으면 간단합니다. 원래 여자들은 대게 단순하고 멍청해서 한 번 이목을 끌면 개 한 마리 길들이는 것보다 더 다루기 쉽거든요···."


"멍청한 것들만큼 속이기 쉬운 건 또 없지···."


"맞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금세 질리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는 사귄지 10분 만에 차고 누군가는 하루, 이틀 그렇게 사귀고 차고 고백하고 고백받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늘어나 있더군요..."


"그런 식으로 하고 지내려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지내야겠군···."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누구는 양다리도 걸치고 세 다리, 네 다리 혹은 남의 이성을 빼앗고 지내기도 하죠. 게다가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상대랑 자거나 하면서 바람피우며 지내는 게 허다합니다. 자식 딸린 유부남, 유부녀들도 마찬가지고요. 서로 암묵적으로 안 그런 척 깨끗한 척하며 지낼 뿐 인간의 본성이란 자고로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런 주제에 누가 누구를 나무라겠습니까?"


"그런 일 지겹지 않아?"


"그럴 때가 있을 지도 몰라도 하던 일을 안 하고 지내다 보면 근질근질하고 심심해지는 법이죠. 그러니 심심풀이로 하면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일은 아마 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제 저한테는 잭 씨가 있으니까요..."


레온이 내게 전매특허인 느끼한 광선을 내뿜었다.


"괴롭히지 마!"


레이나 누나가 레온에게 말했다.


"누님 섭섭하게 괴롭힌다니요? 이건 괴롭히는 게 아니라 구애하는 거죠!"


난 괴롭힘이건 구애건 둘 다 하지 않았으면 했다.


......


상 위에 찬이 새로 차려졌다.


엔비랑 아저씨는 술잔을 부딪치며 우정을 돈독히 다졌다.


"요즘 정신이 없었죠?"


아줌마가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이렇게 바빴던 적은 또 처음인 것 같구먼..."


"이게 다 잭 덕분 아니겠어요?"


"여관이 바쁜 거랑은 상관없지 않아?"


나는 샹들레를 보며 대답했다.


"네 덕분에 사람들이 해방됐으니 이런 있지도 않았던 축제를 한 거 아니야?"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맞아···."


"다 네 덕분이란다."


레이나 누나랑 아줌마가 말했다.


"내 예쁜 딸 덕분이기도 하지!"


"나도 한몫했어!"


아저씨가 상에 술잔을 내려놓으며 웃었고 엔비는 자화자찬했다.


아무래도 둘 다 취한 것 같다.


난 이런 모습을 보며 식사는 이렇게 다 함께 모여서 떠들고 하는 게 더 즐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뭔지 모를 기분이 함께 들었다.


......


아저씨가 한 손에 술잔을 잡은 채 상 위에 고개를 떨궜다.


엔비도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 밖에 레이나 누나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도 초토화 돼 있다.


아줌마랑 샹들레는 아저씨를 어깨동무한 뒤 일으켰다.


"저는 오늘 안에 떠나려고 해요."


나는 갑작스럽지만 이들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샹들레가 내게 물었다.


"지난번 그 마을 있잖아···."


"그 마을?"


"이곳에 오기 전에 제가 있었던 곳이요···."


나는 아줌마를 보며 대답했다.


"누가 어디 간다는 거야?"


아저씨가 눈이 풀린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잭이 오늘 떠난다고 하네요···."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내 얘기를 전했다.


"잭 갑자기 어디를 간다는 거니? 혹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거니? 아니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니? 먹는 게 마음에 안 들지 않았던 거니? 아니면 여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니? 네가 말만 하면 내가 오늘 이것들을 싹 다 갈아버리도록 하마."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서 물었다.


"그런 게 아니라 예전에 잠깐 신세를 졌었던 마을에 들르고 싶어서요···."


"마을?"


"그게 뭐냐면요···."


'······.'


나는 아저씨께 자초지종 설명했다.


"거기는 더는 갈 일도 볼 일도 볼 것도 없는 시골구석인데 그런 곳에 왜 다시 간다는 거니?"


"그곳에서 신세를 진 노부부랑 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졌거든요···."


"그랬구나. 그래도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니깐 당황스럽구나.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으마. 그런데 가게나 음식,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건 아니지?"


"전 여관도 좋고 직원분들도 좋고 여기서 나오는 음식들도 다 좋아요. 그런데 전 애초에 손님도 아니고 한편으로는 신세만 지는 것 같기도 해서 그런 게 마음에 걸리네요···."


"뭘 그런 걸 신경 써?"


"괜한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단다."


샹들레랑 아줌마가 말했다.


"무슨 말 하는지 잘 알겠다. 잭, 네 말대로 넌 손님이 아니야. 단지 이제 우린 어엿한 한 식구란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떠난다고 하지 말고 잠시 다녀온다고 하거라. 안 그러면 내가 슬퍼질 것 같구나..."


아저씨가 갑자기 울먹여서 당황스러웠다.


"신경 쓰지 마. 원래 주사가 이래..."


"알겠어···."


난 샹들레를 보며 대답했다.


"어쨌든 오늘 출발한다는 거지?"


"맞아. 오늘 출발할 생각이야!"


"혼자갈 거야?"


생각해보니 난 여기까지 말을 타고 왔었는데 정작 난 말을 몰 줄 모른다.


"엔비랑 함께 가야 할 것 같아..."


"뭐?"


엔비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오늘 어디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갈 거지?"


난 엔비에게 물었다.


"알아서 해···."


엔비는 다시 뻗었다.


"지난번처럼 마차 안에 이것저것 담아 둬야겠네!"


샹들레가 즐거워했다.


"너도 갈 거야?"


"안 돼?"


"그런 건 아니야···."


"됐네!"


샹들레랑 아줌마는 아저씨를 데리고 떠났다.


......


샹들레가 어깨를 풀면서 아줌마랑 함께 이곳으로 왔다.


"수고했어. 나머지는 엄마랑 할머니가 알아서 할게."


"네, 전 이제 씻고 자러 가볼게요!"


'나도 이제 일어날까?'


"잘 자고 이따 보자.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에게 인사했다. 그러고 나서 엔비를 업고 숙소로 향했다.


'······.'


난 엔비를 옆 침대에 눕히고 나서 자리에 누웠다.


'내 친구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걱정됐다.


다들 무사히 감옥에서 탈출하기는 했지만 마을이 그 지경이 됐으니 잘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얼른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나는 눈을 감았다.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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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모순 : 루시 - 첫째 날 (3) 24.03.23 8 0 9쪽
63 모순 : 루시 - 첫째 날 (2) 24.03.22 9 0 12쪽
62 모순 : 루시 - 첫째 날 24.03.21 13 0 10쪽
61 3 - 5 Plus 24.03.20 9 0 18쪽
60 3 - 4 Plus 24.03.19 9 0 21쪽
59 3 - 3 Plus 24.03.18 9 0 22쪽
58 3 - 2 Plus 24.03.17 9 0 24쪽
57 3 - 1 Plus 24.03.16 12 0 21쪽
» 2 - 5 Plus 24.03.15 11 0 20쪽
55 2 - 4 Plus 24.03.14 11 0 23쪽
54 2 - 3 Plus 24.03.13 22 0 22쪽
53 2 - 2 Plus 24.03.12 17 0 22쪽
52 2 - 1 Plus 24.03.11 10 0 21쪽
51 반 피오스의 과거 24.03.10 11 0 8쪽
50 1 - 9 Plus 24.03.09 10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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