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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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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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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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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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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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DUMMY

“···이렇게까지 사태를 키울 이유가 있었나?”


당휘룡이 문득 든 궁금증에 무현에게 질문했다.


“전염병 중에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인지 아시오?”

“뭔가?”

“의심이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한 지역을, 그리고 한 성을 전염시켜 종국엔 중원 전체에 퍼져나가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듯이, 한 곳에서 발생한 의심은 절대로 막을 수 없소. 그것이 설령 황실의 주인 천자라고 해도.”


무현은 벽보에 대룡상단의 만행이 담긴 전보를 갖다 붙였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


전생에서 자신이 검마로 불렸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완전히 마녀사냥이나 다름없었지.’


수많은 무인을 학살했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은 죽이지 않았다.

무인도 죄가 무거운 놈들만 골라 죽였고, 나머지는 무인의 예를 갖춰 상대해 주었다.


그럼에도 무림맹의 간악한 계략으로 인해, 무현은 피에 미친 살인귀, 살육에 굶주린 아수라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앞으로 열흘.’


그 안으로 대룡상단을 바깥으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당문.’


아무리 대룡상단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수락받았다고 해도, 당문의 혈족을, 그것도 직계의 아이를 넘기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당문 내에서도 파벌이 있소?”


무현의 그 말에 당휘룡은 눈살을 마구 찌푸렸다.


“···그걸 왜 묻는 거지?”

“묻는 말에 대답하기나 하시오. 어차피 한배를 탄 사이인데, 이 정도의 질문은 해 줄 수 있지 않겠소?”

“······.”


당휘룡은 잠시 고민하는 눈빛으로 당혜를 쳐다보았다.

당혜는 당휘룡의 눈빛을 보자, 이내 고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당문에는 두 가지 파벌이 존재한다.”


당휘룡의 설명은 이러했다.


“현재 가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주파와 원로원주를 중심으로 뭉친 원로파가 있다.”

“혼례식은 원로파가 유도한 건가?”

“···당혜린 때문이다.”


당혜린이라는 말을 듣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래 당혜린은 가주파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그들은 무림대전에서 당혜린을 앞세워 선보일 예정이었다. 문제는···그년이 용봉지회에서 횡령 혐의로 가주파의 위신을 말 그대로 곤두박질 쳐 버렸다는 게 문제지.”


이후 원로파 측에서 가주파의 치부를 물고 늘어진 과정에서 서로 합의점을 찾게 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흐음···.”


무현은 속으로 끙 앓다가 생각했다.


‘이거 아무래도 내 탓인 거 같은데?’


본래 몇 년 뒤에 밝혀질 대규모 횡령 사건을 밝힌 장본인이 무현 자신이었으니.


“···그래도 당혜린 그 계집년의 잘못이라고 본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소?”

“본인의 위치를 자각하지도 못하고 대규모 횡령이라는 죄를 저질렀으니까.”

“요컨대 가주파의 위신과 별개의 일이다?”

“가문의 위신도 중요하지만, 혈족을 떠나서, 당혜린은 당문을 대표하는 무인이다. 무림맹의 자금을 횡령했으니, 벌을 받아도 싼 년이다.”


당휘룡은 잔뜩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그 질문이 이거와 무슨 관계가 있나?”

“조금 예민한 문제 다만···.”


무현의 시선에는 벽보를 붙이고 있는 당혜를 향했다.


무현은 전음으로 당휘룡을 충격에 빠뜨릴 말을 전달했다.


- 쟤 직계 아니지?

- ······!


그 말을 들은 당휘룡은 분노하기보단, 오히려 당황한 감정이 지배적이었다.


- 직계치곤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거 같고, 그렇다고 방계라기엔 예절이 몸에 잡혀있지. 하지만 식사를 통해 본 예식이 조금이지만 삐걱거리는 걸로 봐선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증거야.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겠지.

- ······.

- 저 아이는 본래 방계 출신고, 가주파와 원로파 간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직계로 신분을 강제로 올렸다. 겉으로는 직계처럼 보이게 만들어 대룡상단으로부터 목적을 달성케 만들 도구.


당휘룡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무현은 그가 마음을 진정시키기 전까지 기다려 주었다.


- ···맞다.


침묵 끝에, 당휘룡이 입을 열었다.

그는 모든 걸 수긍한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당혜는 본래 방계 출신 중에서도 미천한 혈족이었다. 허나, 원로파 입장에선 당혜는 제 입맛대로 다룰 수 있는 수족이자, 도구 수단이지.

- ······.

- 나 역시 원로파에 의해 본래 저 아이를 감시하기 위해 명령을 받았지만···.

- 그 과정에서 대룡상단의 치부가 드러난 거고?


대답이 맞았는지 당휘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현은 전음을 풀고 입으로 말했다.


“한 가지만 묻겠소. 만약 저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소?”

“···할 것이다.”


그의 표정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본인의 희생도 감수할 수 있는 장군의 면모를 보는 듯했다.


“그럼 다음 목표는 정해졌군.”


무현은 벽보를 붙인 벽을 한 차례 쓸어내리다, 이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대룡상단을 멸문시키는 대로 준비하시오.”

“···원로파를 숙청할 셈인가?”


비록 뒷방 늙은이 신세라지만, 당문의 대소사에 관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세력이다.


“내 신분을 잊으셨소?”

“아······!”


지금은 몸을 숨기는 형편이지만, 무현의 신분은 무림맹 특별조사관이다.


즉, 비리의 정황과 증거만 잡으면···.


‘제아무리 당문이라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


소름이 돋았다.


설마 눈앞의 저 청년은 이를 알고 자신들을 포섭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 수락하는 걸로 알겠소.”

“그 늙은이들을 잡는 건 그렇다 쳐도, 비리는 어떻게 찾을 거지? 나 역시 그들의 장부를 찾으려고 해도···.”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무현은 씩 웃다가 이내 담벼락에 드리운 그림자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라.”


그러자.


그림자에서 일순간 파문이 일고는, 검은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


그 모습을 본 당혜와 당휘룡은 뒷머리가 쭈뼛이 서며 등골이 오싹했다.


“원로파의 행적과 이와 관련된 모든 정황과 증거를 찾아라.”

“존명.”

“그리고 대룡상단은 어떻게 되었지?”

“여기에 있습니다.”


성검련의 정보부 소속 수하가 관련 서책을 내밀었다.


“···복숭아나무, 소금. 나머지는 약초와 독초로군.”

“조금 더 파고들까요?”

“그래. 그리고 원로파와 대룡상단의 연결고리도 찾아라. 아무 이유 없이 대룡상단에 거래를 제의할 수는 없으니까.”

“존명.”


정보부의 무인들이 고개를 숙이며, 어둠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당휘룡이 물었다.


“···무림맹의 암영대인가?”

“자세한 건 묻지 마시오. 그냥 내 개인적으로 창설한 부대라는 것만 아시오.”


무현은 이 상황이 너무도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사천에 커다란 피바람이 불 수 있겠군.’


무현은 손으로 대룡상단의 거래 명세서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자, 할 일이 많으니 어서 서두릅시다. 작전까지 열흘 남았으니 더 분발하시오.”


두 사람이 멍한 얼굴로 무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


상단주는 전무전의 무인들을 서둘러 복귀시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을 상대로 각개격파 당할 수 있기에, 그들은 더 이상 무인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한 선택을 내린 이유에는, 사천 전역을 떠도는 하나의 소문 때문에 있었다.


대룡상단이 혈교와 연관되었다는 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엔, 그 발언은 사천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혈교가 무엇인가?


잔혹함만으로도 마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광신도 단체이자, 그들과 관련되었다는 정황만으로 무림공적으로 몰릴 수 있는 큰 문제였으니.


당연히 대룡상단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근래 모습을 드러낸 적 없었던 대룡상단의 상단주가 직접 공식 석상에서 정면으로 부정했고, 전무전을 파견해 혈교와 관련된 헛소문을 차단하겠다며 나섰다.


물론, 무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상단 또한 명성이 중요했다.

겨우 쌓아 올린 명성을 고작 혈교와 관련된 헛소문 따위로 무너뜨릴 수 없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


대룡상단주는 현재 한 인물을 만나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상단주.”

“허허,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상단주의 맞은편으로, 부드러운 인상의 노인이 허허 웃음을 흘리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전무전주 송천우.


무림에선 탕마신검(蕩魔神劍)이라 불리며 과거 중원에서 명망 높았던 고수 중 하나였다.


10년 전 정사전쟁에서 활약하여 수많은 마두의 목을 베어버린 활약을 통해 무림맹에서 간부 제의를 받았지만, 이후 대룡상단에 영입되었다.

대룡상단이 투자한 무인들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사람이었는데, 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현 대룡상단주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그를 성장시켰다.


대룡상단의 지원은 후에 송천우의 행보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는 자신을 후원해 준 대룡상단의 품으로 들어갔다.


이후, 대룡상단의 전무전을 담당하게 되었고, 후에 전무전을 대룡상단의 한 축을 담당할 단체로 만들었다.


“이 뒷방 늙은이를 부를 정도면 상황이 심각한가 보오.”

“···그렇습니다.”

“그 헛소문과 관련된 일 때문이오?”

“예, 이미 들으신 대로···현재 대룡상단의 대업에 차질이 빚게 생겼습니다.

“상단주는 내가 놈들을 처리해 주길 원하시오?”

“그렇습니다.”


허허로운 미소를 짓던 상단주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바뀌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만든 소문 따위에, 대룡상단의 대업이 흔들리게 생겨서 말입니다.”

“그들의 정체는 알아냈소?”


전무전주의 물음에 상단주가 고개를 저었다.


“암검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흔적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를 가지고 노는 듯 해 보였습니다.”

“허허, 제법 고초가 많으셨겠소.”


툭, 툭.


전무전주는 애써 고심하는 척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 계집은 아직 못 찾았소?”

“···조력자가 있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헛소문과 관련이 있는 거 같구려.”


이미 예상했다는 듯 전무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공자는 얌전히 지내고?”

“수하들을 시켜 감시하라 이르렀으니, 함부로 나대지 못할 겁니다.”

“그 망나니를 잘 단속하시오.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대업을 망치는 쪽은, 소문이 아닌 이공자에게 있을지도 모르니.”


자신의 아들을 대놓고 나무랐음에도, 상단주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 아들의 성취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얼마 전, 검강(劍罡)의 경지에 들어섰소.”

“그게 정말입니까?”


아들의 성취를 들은 상단주는, 보기 드물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직은 반 시진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완숙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오.”

“수하들을 시켜 재료를 조달하라 지시하겠습니다.”


전무전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분간 혼례식이 있기 전까진 얌전히 있으라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이 늙은이는 일어서겠소.”

“지금 가시려는지?”


전무전주가 귀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우리의 대업을 망치려는 미꾸라지를 확실히 쓸어버려야겠지.”


전무전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탕마신검이라 불리며 무림을 종횡무진했던 화경의 초고수.


그가 나선다면 대업은 순조롭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대룡상단주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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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집으로(2) +1 24.06.18 919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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