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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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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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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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DUMMY

남궁무애가 전무전을 상대하는 사이.


무현은 경공을 극한으로 운용하여 대룡상단으로 향했다.


한 번의 도약마다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현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머릿속으로 혈교를 떠올렸다.


‘전생에선 혈교에 대한 단서는 내가 알기론 없었다.’


지금껏 봐 온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동창의 수작들에서 비롯되었다.


그것도 황실의 한 축이자, 황제의 비밀경찰이라고 불리는 동창이.


동창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현은 도통 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차라리 동창을 찾아다녀야 하나?


아니면 마교에 쳐들어가 단서를 더 뒤져봐야 하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던 무현은 이내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 냈다.


‘일단 대룡상단이 먼저다.’


당장 해야 할 건 대룡상단을 치는 일이었다.


그리 생각한 무현은 경공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얼마나 달리고 또 달렸을까.


어느새 대룡상단이 있는 사천성(四川省) 남충(南充)에 도착했다.


난충은 농업의 중심지답게 대부분 농지로 구성된 곳이었다.


그렇게 대룡상단의 입구에 도달했을 때쯤.


무현은 뒷짐을 진 채로 정문으로 이동하다가, 대룡상단의 거대한 정문을 향해 좌장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입구와 현판마저 완전히 터져 나갔다.


삽시간에 대룡상단 내부가 소란스러워지더니 고함치는 소리와 문 열리는 소리가 뒤섞이고, 대룡상단의 무인들이 급히 쏟아져나왔다.


당장에 나온 무인만 족히 이백 명은 넘어 보였다.


상단에도 불구하고 가히 명문정파에 필적하는 규모였다.


“감히!”


그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서 무현을 노려보았다.


“전원 발검!”

“예!”


그는 거친 기세로 검을 뽑아 들었고, 동시에 이백이 넘는 무인들도 그를 따라 일제히 발검했다.


그리고 이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


무현이 담담한 투로 말했다.


“상단주를 데려와라.”

“천한 놈이 감히!”


그 오만한 모습에 분개한 금룡대주가 검을 다잡고, 무현에게 짓쳐 들었다.


전무전에서도 손꼽히는 무력을 지닌 그였다.

초절정에 올랐으니, 현재 대룡상단이 가용할 수 있는 최정예 고수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눈앞의 금룡대주가 사라지기 전까지.


퍼어어엉-!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대룡상단 무인들의 귀에 들렸다.


대룡상단이 무인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눈을 씻고 다시 쳐다본 그곳엔.


새빨간 혈흔이 꽃처럼 만개한 새빨간 혈흔이 자리했을 뿐이었다.


“······!”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무현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빛과 같은 속도로 검을 휘둘렀을 뿐.


무인들이 마른침을 단박에 삼켰다.


그들은 단번에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이는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절대 고수라는 것을.


“사, 상단주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


누군가 말했고, 무현의 무저갱과도 같은 시선으로 당사자를 쳐다보았다.


“어디로 갔지?”

“이, 이공자님을 보러 갔습니다.”

“안내해라.”


이에 고개를 끄덕인 무인 한 명이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자리에 남은 무인들은 무현이 떠나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대로 주저앉았다.


수적으론 압도적이었으나,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벌레였다.


포식자 앞에선 그저 걸리적거리는 벌레.


***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상단주는 마치 계획이 성공한 것처럼 행동했다.


눈빛이나 말투 하나하나에 오만함이 묻어났다.


뼛속까지 깊이 물든 선민의식과 대룡상단이라는 주인의 신분이 그를 한층 더 오만하게 만들었다.


“둘째의 상태는?”


상단주는 눈앞의 대행수를 보며 물었다.


“외부에서 재료 조달이 늦어지고 있어, 아마도 혼례식까진 버티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버티기 어렵다?”


그 말에 대행수는 고개를 숙여 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미치겠군.’


자신이 대행수인지, 아니면 정육점 직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인내해야 할 때였다.


비위를 적당히 맞춰 주면서 대화에 임해야 했다.


상단주에게 설명하려 머리를 들었을 때였다.


누군가 다급히 뛰어와 별관에 들이닥쳤다.


“상단주님!”


대룡상단의 상단주 주천우가 매섭게 째려보았다.


“무슨 일이냐.”


상단주가 짜증 섞인 물음으로 묻자, 수하가 숨을 골랐다.


“치, 침입자입니다!”

“뭐라?! 금룡대주는!”

“그, 그것이···.”


도저히 금룡대주가 죽었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자는?!”

“지, 지금 별관 앞에 있습니다.”

“이 육시랄 놈이···.”


상단주는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룡상단 앞으로 죽음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도 예상하지 못한 채.


***


“이, 이게 무슨···.”


상단주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 왔다.


별관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할 무인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앞에 자리한 건 만개한 꽃들처럼 새빨간 혈흔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혈흔 위로 오만한 시선으로 서 있는 한 명의 무인.


보고 있지만 믿기지 않았다.


그만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괴리감이 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


“네놈이 상단주인가.”


소름이 끼치도록 섬뜩한 목소리가 상단주의 이성을 단박에 뒤흔들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두려움이 일었지만, 차마 뼛속 깊이 스며든 선민의식이 그의 이성을 간신히 붙들어 맸다.


“무림에선 소검성, 지금은 무림맹의 특별감찰관.”

“······!”

“그리고 네놈이 혈교와 결탁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여, 심판하러 왔다.”

“······.”


상단주가 무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를 본 무현의 눈빛은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번들거렸다.


“맞군.”


그 모습에, 상단주는 등골 사이로 오싹함이 잔뜩 일었다.


동시에 무현이 한 걸음 내디뎠다.


“본래 혈공을 익힌 자들은 정기적으로 피를 섭취해 줘야 그 본성을 억누를 수 있지. 그리고 그중 일부는 공급처를 숨기기 마련이고.”


필요할 때마다 매번 사람을 데려오면 눈에 띈다.


그렇다고 동료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잔뜩 흥분한 마성을 풀 시간도 필요하고, 무인들이 후각에 민감한 만큼 피 냄새도 지워야만 했다.


그러니 따로 공간을 마련해 두었을 터.


“이노옴!”


상단주는 허리춤에 찬 검을 빼 들어 무현에게 휘둘렀다.


비록 상단주는 무와 거리가 멀었지만, 역대 상단주들은 반드시 호신 목적으로 무공을 익혀야만 했다.


그리고 상단의 주인답게 어렸을 때부터 귀한 영약을 섭취해 왔었다.


영약의 양만으로 경지가 있다면, 상단주는 능히 화경에 이를 정도일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실력을 감당할 수준일 때의 얘기였다.


쐐애애액-!!


상단주의 검 끝이 무현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갔고.


상단주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손가락만으로 막았다고?’


일격에 담긴 내공의 양과 상대방과의 격차가 심해 그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회심을 노린 일격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쩌저적-!


그의 검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그 비싸고 단단하다는 만년한철(萬年寒鐵)을 섞어 만든 검이 진흙 부수듯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검이 사라진 상단주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후두둑-!


상단주의 몸통이 그대로 양분되며 힘없이 스러졌다.


천하이대상단인 대룡상단의 상단주 주천우.


중원의 금력을 주무르던 그가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미리 말하지.”


좌중으로 무현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 내게 검을 겨눈 놈들은 다 죽일 거다. 살고 싶은 놈들은 검을 버려라.”


예전 같았다면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을 모조리 죽였을 것이다.


실제로 전생에 자신에게 덤벼들었던 무인들을 모두 죽였다.


무현의 말을 들은 무인들이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들로서 고용주를 잃었으니, 계약이 끝났지만, 이젠 눈앞의 절대 고수로부터 살아남아야 했다.


이들 가운데 대룡상단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일도 있었다.

그들보다 상단주와 이공자의 성격을 잘 아는 이들은 없었다.


그만큼 평소 두 사람의 행실이 개차반만도 못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러자 장내의 무인들이 잔뜩 넋이 나간 채 손에 쥔 검을 떨어뜨렸다.


무현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온통 핏빛으로 점철된 대룡상단의 내부.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사내, 무현은 의연한 시선으로 별관을 쳐다보았다.


“저기에 있군.”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연못이었는데, 별관과 크게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무현은 연못을 살피다가, 이내 연못의 구조가 매우 인위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걸음을 옮겼다.


‘진법인가.’


진법을 해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진법 해체에 능한 진법가를 부르거나.


아니면···.


우드드득-!!


무현이 가볍게 손짓하자, 진법을 이루는 건축물들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그러자 연못 밑으로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무현은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계단의 끝에 도착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은 곳이나, 내공으로 시각을 향상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시산혈하(屍山血河).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조리 피를 뽑혀 목내이처럼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 사내가 있었다.


“네놈은···.”


무현은 대답도 없이 그저 눈앞의 사내, 이공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서걱-!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동시에 몸통과 분리된 이공자의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무현은 느긋하게 이공자의 머리통을 집어 들었다.


“으, 으으···.”


시체의 산 사이로 미약한 신음이 들려왔다.


무현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아이를 안고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 그 괴물은···?”

“그 녀석은 죽었소.”

“아, 아아···!”


그제야 눈물을 터뜨리며 품속의 아기를 안은 여성은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무현은 그녀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이들은 없었소?”

“아! 저기에 전부···.”


여인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생존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었는데, 전부 의식이 없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손길이 빨라졌다.


생존자들을 입구까지 옮기는 발걸음에 힘을 박찼다.


전력을 다해 움직인 덕에, 이각 만에 모든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었다.


물론, 바로 데려가지는 않았다.


이들은 현재 피가 한계 이상으로 뽑혀, 조금만 움직여도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이다.


그때까지 무림맹이 오기만은 기다려야 했다.


***


무림맹 사천 지부에서 파견한 무인들이 눈앞의 참상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

“이, 이건······!”


그동안 숨겨져 왔던 공간이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을 지휘하던 무림맹의 부지부장이 얼굴을 잔뜩 굳혔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라도, 눈앞의 참상은 지금껏 본 적이 없을 만큼 매우 끔찍했다.


목내이처럼 잔뜩 말라 버린 시체.


그 수가 너무 많은 나머지, 이미 백골화가 진행되고 있는 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부지부장은 그 즉시 무림맹 총산으로 가는 전서구를 날려 보냈다.


대룡상단에서 벌어진 참극 소식은 중원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그들과 관계를 맺을 예정이었던 당문의 귀로도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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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집으로(2) +1 24.06.18 919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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