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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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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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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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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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2)

DUMMY

무림맹의 원로란 무엇인가?


정파 무림의 거두(巨頭)라 불리며 모든 이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는 자리가 아닌가?


그 자리에 오르기만 해도 정파 무림의 무인들이 선망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런데 눈앞의 수뇌부라는 것들은 그런 존경받는 자리라 하기에는 너무 천박했다.


사치와 허영심에 잔뜩 찌든 일상.


거기다 누가 봐도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힌 모습은 역겹기 짝이 없었다.


경멸과 혐오의 기색을 드러낸 남궁무애를 보고 무현은 피식 웃으면서 전음으로 말했다.


- 똑똑히 봐둬. 저들의 모습이야말로 전형적인 정체자의 모습이니까.

- ······.

-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하고 영락과 지위에 만족해서 주저앉아 버린 패배자가 얼마나 한심한지 저들을 반면교사 삼아.


남궁무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에서 대단한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라고 하여, 그 사람의 경지가 그 사람의 성품이나 인품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

“그건 지독한 편견이고, 오만하며, 아무 근거도 없는 허깨비이자, 신기루이고, 환상에 불과한 잡생각이지.”


보통의 일반인은 소림의 무승이나 무당의 도사와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다.


세상에서 살아있는 부처나 신선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대단한 이들이니, 뭔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어떠한 것이 있다고 착각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저들의 인격은 실력과 명성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허황한 것들이었으니까.


무림맹의 원로라는 것들이 앞에서 고고한 척은 다 하면서, 뒤로는 자기 문파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정치질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니 실소가 절로 나왔다.


‘본래 권력이라는 게 다 그렇지.’


무현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차분하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한 노인과 어린 손녀딸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전염병으로 잃고, 종남산 아래에서 약초를 캐며 간신히 먹고 살던 좋은 사람들이었지.”

“······.”

“어느 날, 소 가면을 쓴 무리가 찾아와 노인과 손녀를 죽이려고 덤벼들었다. 이를 발견한 한 사내가 놈들을 쓰러뜨리고 그 두 명을 구출해 주었지. 너희들이 잘 아는 사도천의 광우대다.”

“······!”

“그리고 사내는 종남파를 찾아가 그곳에 있던 장로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했으나, 장로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리고 그 장로는 자신의 모든 걸 걸고 화산파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 사내에게 옥패를 주었지.”

“······!”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저놈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


무현의 시선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종리천 원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천은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고 죽었다. 미리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종남은 성주와 술이나 마시면서 뒷북이나 치고, 덕분에 화산만 명성을 얻게 되었지.”


종리천은 속으로 마구 욕을 내뱉었다.


이송백 장로를 잃은 것도 모자라, 대 종남파의 위신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장본인이 눈앞에 있었다.


물론 본인들의 잘잘못이 명백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분노는 종리천의 이성을 마구 흩트렸다.


“···네놈 짓이었구나. 대 종남파의 위신을 떨어뜨린 장본인이!”


분노한 것인지 기뻐하는 것인지 모를 종리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더 이상 대 종남파를 모함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이 자리에서 승부를 보자!”

“···그래?”


무현이 웃으며 대꾸했다.

하나, 눈매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불안한 나머지.


“자, 잠깐···!”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무림맹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


콰아아아아앙-!!


무현을 중심으로 거대한 살기의 파도가 몰아쳤다.

회의실 전체를 아우르는 살기의 마수가 주둥이를 함부로 연 당사자의 앞에 당도했다.


“크어억-!!”


우드드득-!


관절이 뒤틀리고, 뼈가 부서지며, 근육이 찢어진다.


살기가 섞인 허공섭물에 그대로 노출된 종리천은 실시간으로 코와 입에서 연신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살기에 오래 노출될수록, 종리천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만 갔다.


“으아아아아!”

“감히!”

“무림맹의 본산 앞에서···!”


다른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무현을 에워쌌다.


“네놈들도 덤빌 텐가?”


콰아아아앙-!


“커어억!”

“끄어억!”


단 한 번의 까닥거림에,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전부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다녔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우습게 보였나 보군.”


모욕을 당했으면 참지 않는다.


만약 다른 명문정파가 이런 취급을 받았다면 문파 전체가 목숨을 걸고 이런 발언을 한 자들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보다 사문의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명문정파니까.


하지만 선을 넘은 건 분명 무림맹 쪽이었다.


무현


“그마아아안!”


이에 보다 못한 맹주가 직접 나섰다.


상천십삼좌 삼제의 일인인 운허.

그의 중심으로 거대한 기의 파도가 무현의 살기에 맞서기 위해 다가갔다.


무현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무림맹 전체와 목숨을 다투는 싸움에 임할 수 있음에도, 그는 어디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육시랄 놈들이!”


투존 이백진도 이 사이에 끼어 참전했다.


무려 상천십삼좌 셋이 쏟아내는 기파에 그대로 노출된 무림맹과 성검련의 무인들은 결국 의식을 잃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자들은 남궁무애와 생사신의, 그리고 무림맹의 극소수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


“실망이군.”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사람은 무현도, 맹주도, 수뇌부들도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상천십삼좌 삼제의 남궁혁.

맹주와 동수를 이룰 만큼 뛰어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맹주,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이곳에 온 건가?”

“그건···.”

“그리고 네놈들.”


뇌제의 시선이 무림맹의 수뇌부들에게 향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군.”


콰과과과과과-!!!


남궁혁의 발밑에서부터 시작된 벼락의 폭풍우가 무림맹의 수뇌부들을 크게 휩쓸었다.


“커어억!”

“그, 그만···!”

“혈교가 언제든 부활하려고 중원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데, 네놈들은 제 배만 불리려 그딴 되도 안 되는 개짓거리를 일삼는구나. 무림의 평화가 찾아온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네놈들의 대가리엔 돈과 명예만 가득 찼구나. 그러고도 무림맹의 수뇌부들이고 불자고, 도사더냐? 네놈들이 흑도와 사파 무리하고 다를 바가 무엇이더냐.”


뇌제의 존재감은 무림맹 전체를 휩쓸며 수뇌부들을 압박해 나갔다.


“꺼, 꺼어어···.”


한편, 온몸이 실시간으로 부서지는 종리천은 마른 비명과 함께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무림맹의 원로 중 하나가 죽어가고 있음에도, 아무도 그를 구하려 들지 않았다.


상천십삼좌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만큼, 이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대치 상황이 이어지려던 찰나에.


“···그만하지.”


맹주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이대로 싸움을 이어간다면 죄 없는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네. 차라리 승부를 볼 거면 다른 장소에서 보는 게 어떻겠나?”


극소수의 사람들의 시선이 무현에게 향했다.


“···그러지.”


무현의 허락 아래,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그 대답에 좌중은 침묵에 잠겼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아니, 할 말을 뱉을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했다.


“그리고.”


맹주의 시선은 소수의 수뇌부를 향했다.


“···자네들은 나중에 보지.”


***


수뇌부가 골머리를 썩이던 회의는 결국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아니, 끝난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서 무림맹의 아집과 오만으로 똘똘 뭉친 수뇌부들 때문에 연기됐다는 것이 맞았다.


“···자네는 나에게 이걸 보여주고 싶었나?”


맹주가 뒷짐을 진 채 쓴웃음을 흘렸다.


“반은 맞았습니다.”

“반은 맞다?”


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존 권력층의 고착화는 결국 파멸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이들을 수도 없이 봐 왔고, 맹주께 경고했죠.”

“그것이 종리천 원로다?”

“개인적인 감정도 조금 섞여 있긴 했습니다.”


무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맹주는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의 반신불수로 만들어 놓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무현의 허공섭물로 인해 종리천의 육신은 완전히 걸레짝이 되었다,


물론 단전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내공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정양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다.


맹주로서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조금 자괴감이 들지만, 종리천이 그동안 쌓아온 죄와 업보가 있어서 별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한편.


‘그나저나 여긴···.’


맹주가 산책 겸 대화를 나누자며 이곳으로 데려왔다.


무림맹 회의실에서 남쪽으로 한 시진 정도를 걷자,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수장 노릇을 해보니 기분이 어떻던가?”

“걱정했던 것 치곤,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유능한 친구들이 버텨주고 있어서 잘 돌아가더군요.”

“자네는 참 부럽군.”


맹주가 한숨을 내쉬며 허심탄회했다.


“무림맹주란 게 되어 보니 참 피곤하더구나. 어딜 가도 시선 탓에 제대로 쉬어 본 적도 거의 없고, 저 노괴들 때문에 골머리는 있는 대로 썩을 거 같고.”


그리고 두 사내는 다시 말없이 걸었다.


반 시진 정도를 걸었을까.


울창한 숲 사이로 자그마한 공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은 여전히 고목으로 둘러싸여 있으나, 틈새로 햇빛이 내려오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근처는 허락된 자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 곳이니 걱정 말게. 이제 좀 말해 줄 수 있겠는가?”


맹주가 몸을 돌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투존은 어떻게 포섭했나?”

“종신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해 잠시 머무는 것뿐입니다.”

“계약?”

“예, 그게···.”


무현은 무림대전에 있었던 일들을 꺼내 읊었다.


“···해서 금자 열다섯 개를 갚을 때까지 성검련의 총교관으로 일하라는 조건으로 계약을 받아들였습니다.”

“허···그 망아지 같은 양반이 네 말을 순순히 따라주었구나.”

“맹목성으로는 다른 이유에서겠지만요.”


투존 정도 되는 고수라면 굳이 금자 열다섯 개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인근의 사파 세력 하나만 쓸어도 나오는 것이 금자인데, 굳이 성검련에 들어가는 번거로움을 굳이 수고할 필요가 없었다.


하나, 알 만한 사람은 안다.


투존은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남궁세가의 여식은 어떻게 만났나?”

“그녀가 설명했던 이야기 그대로입니다.”


한 치의 꾸밈도 없는, 오직 사실대로 말한 이야기.


“솔직히 저도 그녀가 남궁세가의 여식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충 어디 아무 명문세가의 자식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녀가 남궁의 여식이라는 건 그녀와의 계약 관계가 끝날 때쯤, 본인이 이것과 함께 설명해 주더군요.”


무현은 머리에 꽂힌 운철 비녀를 풀어 맹주에게 내밀었다.


“···운철로 만들어졌군.”


맹주는 놀란 눈빛으로 운철 비녀와 무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설마 했더니, 그 아이가 자네를 도려(道侶)로 받아들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맹주가 놀란 물음으로 대꾸했다.


“자네 이걸 알고 받아들인 게 아닌가?”

“저도 모릅니다. 그냥 이걸 내밀기에 받은 것뿐인데···.”

“어이고, 이 친구야. 그걸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맹주는 혀를 잔뜩 찼다.


“무림에서 여성 무인이 비녀를 건넨다는 건 단순히 우정의 표현으로 주는 것이 아닐세.”

“그럼···?”

“도려란 말일세, 스승과 제자라는 단순한 사제관계를 넘어서···.”


맹주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서로의 신뢰 그 이상을 나타낼 수 있는 행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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