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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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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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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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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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행

DUMMY

괴도 문겸.

무림육대마두 중 하나로 강호에서 여러 보물들을 훔쳐내며 명성을 쌓았다. 화산파의 암향백매화를 훔치기도 하였고 소림사의 장경각에서 무공 비급을 훔치기도 했다. 그렇게 정파의 신물을 훔치면서 악명을 쌓은 문겸이었으나 부자들의 돈을 훔쳐서 가난한 마을에 쌀을 수백 가마니 쌓아놓고 가는 등 협행을 펼치기도 했다.


그래서 문겸은 사파의 거두이면서도 일반 백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한번은 당진명이 물었다.


“대체 너는 왜 힘들여 훔친 재물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거냐? 정파놈들 흉내라도 내는거냐?”


문겸이 씨익 웃었다.


“내가 무슨 도덕군자인 건 아니다. 그냥 가난한 놈들이 내 재물을 받고 나를 대협이네 의적이네 추앙하는 게 기분 좋을 뿐이야. 덤으로 나한테 재물을 빼앗긴 부자 놈들은 얼마나 약이 오르겠나?”


문겸은 주름진 얼굴로 장난스레 키득키득 웃었다.


“정말이지 이해하지 못할 작자로군.”


당진명은 혀를 찼지만 내심 그런 문겸이 싫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파 집안에서 태어난 당진명은 애초부터 사파 출신이었던 마두들처럼 완전히 잔인하고 끔찍한 행동을 하는 것을 꺼림칙해했다.

어려서 배운 도덕 교육이 이래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문겸이 완전 호인인 것도 아니었다. 그도 다른 사파인들처럼 자기 마음에 안 든단 이유로 죽인 사람의 수가 세자릿 수를 가볍게 넘어섰고 훔친 돈으로 방탕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나쁜 놈이었다.

다만 그 악행이 다른 육대마두 놈들에 비하면 봐줄만한 수준이었다.


당진명은 자신도 육대 마두로 한데 묶여서 불리지만 다른 네명의 마두들을 증오하고 경멸했다.

사람을 밥먹듯이 죽이고 강간하고 협박하고 훔치고 완전 인간 말종들이었다.

자신도 사파로 분류되었으나 당진명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려고 사파에 들어간 것이지 완전 나쁜짓을 할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다른 다섯명과 한데 묶어서 무림 육대마두라고 부르는 것에 억울해했다.


어쨌든 다른 육대 마두들에 비하면 문겸은 갱생의 여지가 있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전생에서도 문겸을 몇 안되는 친구로 여긴 당진명이었다.


과거를 회상한 당진명은 문겸을 데리고 무각으로 향했다.

사천당가가 세가로서 제자들을 가르키고 휘하 무력대를 만들어서 가문으로 편입시키고 있었다.

사천당가가 넓은 사천성을 좌지우지 하려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리 사천당가가 무림인의 피가 짙은 명문 세가라지만 태어나는 아이들이 모두 무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당씨성을 가진 사람들로만 가문을 꾸려갈 수는 없었기에 현재 당가장 내부에도 당씨 성이 아닌 구성원들이 많이 있었고 그 중에서 빼어난 실력을 가진 장인이나 무인들은 당씨 성을 하사 받기도 했다.


무각주 당정보는 당가주의 동생, 당진명의 작은 아버지가 되었다.


“작은 아버지를 뵙습니다.”

“진명이 네가 무각에는 웬 일이냐? 그렇게 무공 배우기 싫다고 도망만 다니던 녀석이?”


당정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당진명을 보았다.


“작은 아버지. 제가 괜찮은 인재를 하나 찾아왔습니다. 무각에 넣어주십사해서 데려 왔으니 한번 근골을 보시지요.”


당진명이 그렇게 말하자 당정보도 흥미가 일었다. 무림세가는 항상 재능있는 후기지수에 목말라 있었다. 재능있는 무인이 많을 수록 무림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 한 번 보자꾸나.”


당진명이 문겸을 데려왔다.


“문겸이라 합니다.”


문겸을 슥 훑어본 당정보는 약간 실망했다.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가 몇이냐?”

“17세입니다.”

“무공을 배우기에는 좀 늦었구나.”


원래 촉망받는 명문의 후기지수들은 7,8세 때부터 무공을 수련한다. 외공이야 타고난 재능으로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쌓는 내공은 무시 못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어린 나이 때부터 수련을 하는 편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17세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10년 가까이 늦게 내력을 쌓는 것이니 반드시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무공으로 대성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당정보는 문겸에게 별 기대가 안들었다.


“그렇습니까···”


당정보의 표정을 보고 문겸도 좀 주눅이 들어서 목소리가 낮아졌다. 역시 명문 사천당가에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주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작은 아버지. 문 형이 비록 나이는 많지만 이 근골을 보십시오. 무공을 배우기에 딱 좋은 체격 아닙니까? 내력이야 정 안되면 나중에 좋은 영약을 찾아 먹으면 될 일입니다.”


실제로 괴도 문겸은 소림의 대환단을 훔쳐 먹어서 부족한 내력을 보충했었다.

그보다도 문겸은 혈도의 위치와 근골을 좋게 타고나 천무지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몸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늦게 무공을 배웠어도 남들보다 더 빨리 대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진명의 말을 듣고 당정보는 문겸의 근골을 세세하게 살폈다.

어깨도 주물러 보고 혈도가 자리잡은 모양도 살핀 당정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근골은 타고 났구나.”

“그러면···”


문겸이 기대에 찬 눈으로 당정보를 바라봤다.


“좋다. 한번 사천당가에서 무공을 배워 보거라.”

“감사합니다 어르신.”


문겸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는 무슨 너를 일년 간 가르쳐 보고 발전이 없다 싶으면 내보낼 것이다.”


당정보가 엄하게 말했다.


“문 형. 원래 사천당가에서는 문하생의 관리를 엄격하게 합니다. 하지만 문 형이 열심히 수련을 한다면 나는 문 형이 시험을 합격할 거라 믿소.”


당진명의 말에 문겸도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 입니다. 열심히 수련해서 은공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아버지 문 형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네 덕분에 앞날이 기대되는 인재를 찾은 것 같구나.”


당진명은 문겸을 무각에 맡기고 처소로 돌아왔다.

당가의 수련이 고되다곤 하지만 전생에서 사파 육대마두라 불렸던 문겸이었다. 큰 걱정은 안해도 알아서 강하게 성장할 것이었다.


당진명은 짐을 정리했다.

사천당가를 떠날때가 되었으니 정리할 건 정리하고 빨리 떠날 생각이었다.



***


다음날.


짐을 다 챙긴 당진명은 사천당가에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큰형인 당진상에게는 얘기를 하고 나가려 했다.


큰형이라면 자신을 못가게 잡지는 않을테니 형을 통해서 자신이 출가한다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었다.


“강호행을 하겠다고?”


당진명의 말을 들은 당진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말은 그렇게 하고 또 어디 다른 지방의 기루로 놀러가려는 것 아니냐? ”


당진상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당진명을 보았다.


“....”


당진명은 아무래도 가족들이 자신을 너무 한량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제가 싼 이 등짐을 보십시오. 이게 어디 놀러가는 한량 공자가 쌀 짐입니까? 저는 진심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무슨 강호행이란 말이냐?”


당진명이 싼 등짐을 슥 훑어본 당진상이 물었다.


“형님. 저도 이제 18세인데 강호에 한번 나가서 기연도 얻고 협행도 하고 그래야지요.”

“네 말도 일리가 있다만 아버지의 허락을 구하고 나가는게 순리지 않겠느냐?”

“아이고. 형님은 아버지 성격을 모르십니까? 제가 강호행을 나간다고 해서 그래 잘 다녀와라 하실 분입니까? 냅다 따귀부터 때리실 분입니다.”


당진명의 말이 틀리지는 않아서 당진상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혼자서 강호행을 한다니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당진상이 아는 당진명의 실력은 삼류 무인 수준이었다. 웬만한 산적들이 떼로 덤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원래 강호 초행길의 무인이면 긴장하기 마련인데 당진명은 묘하게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저도 그동안 남몰래 열심히 수련을 해왔습니다.”

“... 네가?”


당진상이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당진명을 보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보세요.”


당진명이 두 손가락을 세워서 독기를 끌어올렸다.


“아니···!”


당진명이 손가락이 까매지더니 시커먼 독물이 한두방울 점점이 떨어졌다.


“언제 이렇게 독공을 연마했더냐?”


당진명이 보여준 독지공(毒指功)은 꽤나 상급의 독공이었다. 매일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당진명이 수준높은 독공을 보여주자 당진상도 당진명을 다시 보게 되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정도 독공을 가졌는데 설마 산적들에게 당해서 죽을 일은 없겠지요.”


당진명의 말처럼 이정도 실력이라면 강호행을 나갈 자격은 충분히 되었다.


“그래도 네가 노력을 하긴 했구나. 하기사 너도 당가의 아들인데 지금까지 노력을 안해서 그랬지 독공에 재능이 있었구나.”


당진상이 흐뭇한 얼굴로 당진명을 기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래도 방심은 말거라. 강호는 워낙 무슨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곳이니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강호에서는 여자와 어린애, 노인을 조심해야 한다고요.”


성인 남자는 당연히 위험한 존재이니 그냥 모든 사람을 다 조심하라는 격언이었다.


“그래, 네가 그래도 마음가짐은 되었구나. 사실은 네가 매일 수련은 뒷전이고 기생들 꽁무늬만 쫒아다녀서 아버지랑 내가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제 너도 철이 들었구나.”


“거 젊으신 분이 애늙은이 같은 걱정은 그만하세요 형님.”


“하하하, 그래. 아버지에게는 내가 잘 말씀드리마. 조심해서 강호행을 다녀오거라.”


“감사합니다 형님.”


당진명은 인사를 하고 나서려다 한가지 더 말했다.


“형님, 희민이와 남궁세가의 혼사가 어그러졌다는 소식 들으셨지요?”

“그래. 너도 알고 있었느냐?”


당진상은 당가의 소가주로 나이는 어리지만 장로급의 자격을 가지고 당가의 대소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좀 나중이긴 하지만 남궁세가와 혼약을 파기한다는 걸 아버지 당군보를 통해서 들어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보니 희민이가 걱정됩니다. 당분간 희민이의 혼사를 보류해주셨으면 합니다.”

“어째서 그러느냐?”

“아무래도 제가 나서서 좋은 신랑감을 찾아주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입니다. 또 남궁강같이 나쁜 놈이랑 엮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당진명의 말을 들은 당진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두르다 또 남궁강 같은 놈이면 곤란하겠지. 희민이의 혼례는 천천히 정하도록 아버님께 말씀 드리마.”

“감사합니다.”


이로서 당가에서 처리해야할 일은 다 처리한 듯 했다.

당진명은 당진상의 처소에서 나왔다.


‘40년 만에 돌아온 고향집이지만 또 이별이구나.’


조금 아쉬운 감상이 들었지만 언제까지고 당가에 있을 순 없었다.

얻어야할 영약들과 무공 비급, 신병이기들이 널려 있었다. 또한 과거의 독문에 속해있던 제자들도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당진명이 찾아야할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찾으려면 빨리 당가장을 나서야 했다.


‘좋아 드디어 진짜 시작이군.’


당진명은 마지막으로 당가장을 쳐다본 뒤 등짐을 지고 당가장 문을 나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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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서소현2 +6 24.04.09 2,737 44 12쪽
12 서소현 +7 24.04.08 2,807 40 12쪽
11 서월탄의 결심 +6 24.04.07 2,930 39 16쪽
10 염안초를 찾아서 +4 24.04.06 2,981 45 11쪽
9 염안초 +4 24.04.05 3,157 46 12쪽
8 의원 당진명 +4 24.04.04 3,315 54 11쪽
7 40년 묵은 하수오 +6 24.04.03 3,375 55 11쪽
» 강호행 +7 24.04.02 3,601 58 11쪽
5 괴도 문겸 +7 24.04.01 3,887 60 11쪽
4 독단 +7 24.03.30 4,129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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