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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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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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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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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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방

DUMMY

국수집 주인장이 믿든 말든 당진명이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당진명은 국수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왔다.


청호방의 건달놈들은 당진명의 예상대로 마을의 가게들을 하나하나 돌면서 보호비를 갈취 하고 있었다.


‘자기들이 돈을 뺏어가면서 대체 누구한테서 보호를 해준다고 보호비를 받는 건지 원.’


애시당초 그런 논리가 통하는 놈들이라면 흑도 일을 하고 있지 않으리라.

당진명은 건달들에게 다가갔다.

건달들을 노려보면서 걸어오는 당진명을 발견하고 한 건달이 앞을 가로막았다.


“넌 뭐냐?”

“너희들이 청호방의 쫄다구들이냐?”

“뭐?”


세명의 청호방 건달들이 당진명을 둘러쌌다.


“말 버르장 머리가 없는 놈이군.”

“못 보던 얼굴인데 외지인인가?”

“나는 의협문의 협객이다.”


당진명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의협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뭐냐? 협객이라는 건 지금 우리한테 시비거는 거냐?”


청호방의 건달 녀석이 허리춤에 찬 박도를 꺼내들었다. 박도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


“우리가 누군줄 알고 까부는 거냐?”

“누구기는 흑도의 건달 놈들 아니냐? 무당산이 좀 멀리 있다고 네놈들 마음대로 설치나 본데. 정파에는 게으른 무당파만이 아니라 우리처럼 부지런한 의협문도 있다는 걸 알아둬라.”

“건방진 놈!”


건달 녀석이 당진명에게 박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청호방 건달 녀석의 무공 수위는 잘 쳐줘도 이류 후기 수준. 나머지 두 놈은 삼류였다.


당진명은 가볍게 건달의 박도를 피하고 독룡십팔장의 사교지(蛇咬指)의 수법으로 상대의 목덜미에 마비독이 묻은 손가락을 박아넣었다.


“크악!”


건달 놈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길가다가 산적놈을 만날 때 써먹으려고 준비해둔 특제 마비독이었다. 삼류무인 정도는 한 방에 마비시킬 수 있었다.


“뭐지 이녀석? 이상한 사술을 쓴다!”


무공이 제일 강한 대장 격의 건달이 쓰러지자 나머지 두 명의 건달이 동요했다.


“뭐, 뭐하고 있어. 이놈을 죽여라!”


몸은 마비되었어도 아직 말은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대장을 두려워하는 두 놈은 당진명에게 박도를 꺼내들고 덤벼들었다.


그대로 도망갔으면 좋았을 것을 대장의 명령때문에 죽는 사람이 한 명이 될 수도 있었는데 세 명이 되고 말았다.


당진명은 쓰러진 건달 대장의 박도를 주워다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딱히 대단한 무공초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독마 당진명은 주로 검(劍)을 사용했으니까.


하지만 당진명은 절정의 경지까지 오른 고수였다. 회귀 후에 내력은 부족했으나 무공에 관한 지식은 온전히 남아있었다. 문제는 새로운 몸으로 무공을 펼쳐본 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다는 점 뿐. 내공과 달리 외공은 빨리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청호방의 동네 건달들 정도는 도를 사용해서 대충 휘둘러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이런 흑도 놈들까지 봐줘야 할 필요는 없겠지.’


정파인의 삶을 살기로 한 후 왠만하면 살인을 꺼려하는 당진명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흑도의 강도들. 죽여도 칭찬을 받을 지언정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자 당진명의 눈이 표독스럽게 빛났다.


회귀전 독마의 기술은 무조건 상대를 죽이는 것만 생각하고 만들어진 무공이었다. 그런 무공으로 상대를 봐줘가며 싸우는 것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흑도의 악적들. 아무런 제약 없이 과거 독마의 기술을 쓸 수 있었다.


“아닛···!”


당진명의 도가 번쩍 빛나는가 싶더니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휘둘러졌다.

다음 순간 당진명에게 달려들던 두 건달의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어 각기 바닥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졌다.


두 건달은 목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마치 원래 그랬어야 했다는 듯이 흙바닥에 떨어졌다.

두 건달의 네 쌍의 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미처 못 깨달았다는 듯 휘둥그레해 진 채로 빛을 잃었다.


“...!”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청호방의 대장은 두 부하가 아무것도 못하고 당진명의 도에 목숨을 잃자 크게 놀랐다.

놀라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아···. 하는 신음만 내고 있었다.


서늘한 칼날이 건달 대장의 목덜미에 닿았다.


“너네 천호방의 본거지가 어디냐?”

“그, 그건 말할 수 없다···”


대장이 떨면서 말했다. 본방의 위치를 발설한 배신자에게는 죽음 뿐이었으니까.


“말 안하면 여기서 내 칼에 죽는거고 말 하면 산다.”


당진명은 진심이었다. 본거지를 못 들으면 좀 귀찮아 지긴 하겠으나 또 천호방의 건달들이 마을의 돈을 갈취하러 올 테니 그놈들에게 물으면 그만이었다.


당진명의 차가운 눈에서 진짜로 죽을 수 있겠다는 위협을 느낀 것인지 대장이 입을 열었다.


“정말 살려 주실 겁니까?”

“나는 광명정대한 정파의 대협이다. 너희 흑도 놈들 처럼 한 입으로 두 말을 안 한다.”


당진명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희 방은 지금 대별산에 본거지를 두고 있습니다.”


대별산이라면 이곳 대강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거짓말을 하다 걸리면 가만 안 둔다.”

“고수한테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제 말은 사실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원래 무림인들은 산을 좋아한다. 웬만한 유명 문파들도 다 자기들이 본거지로 둔 산 이름을 자기들의 문파명으로 쓰지 않던가.


대별산 정도로 험준한 산이면 흑도 놈들이 몸을 숨기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즉 놈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다.


“좋다. 한 번 믿어 보지.”


당진명은 검을 치켜들었다.

대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 대협! 살려준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슥삭.


피가 튀었다.


“네놈의 양쪽 손목의 근육을 잘랐다. 일상 생활이야 간신히 하겠지만 다시는 무기를 잡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는 더러운 일에서 손을 씻고 성실히 살도록 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건달 대장은 목숨이라도 부지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실제로 부하 두 놈은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당진명은 대장의 입에 단약을 한 알 넣어주었다.


“마비독의 해약이다. 복용하면 독이 풀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장은 해약을 받아 먹었다.

일 다경쯤 지나자 건달 대장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협.”


건달은 어정쩡하게 인사하고는 빠르게 마을에서 달아났다.


당진명은 주변을 둘러봤다. 마을 사람들이 싸움이 일어났다고 해서 구경하러 많이 모여있었다. 외지에서 온 당진명이 봉변당할까 걱정되는 마음 반,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흥미 본위로 온 것이 반일 것이다.


그렇게 모인 마을 사람들은 당진명의 무술실력에 놀라서 얼어있었다. 사실 당진명의 수준은 이류 중하위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런 시골 마을 사람들이 언제 고수가 무공을 휘두르는 걸 본 적이 있겠는가.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당진명이 대단한 고수처럼 보였다.


“이 두 건달 놈의 시체를 묻어줘야겠는데 도와주실 분 계십니까?”


다들 머뭇거리는 데 국수가게 주인장이 나섰다.


“그건 저희 마을 청년들에게 맡기십시오. 그나저나 청호방이 가만 있지 않을 텐데 어쩌려고 이놈들을 죽이셨습니까?”


국수가게 주인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당진명을 쳐다봤다.


“걱정하지 마세요. 청호방 놈들이 대별산에 둥지를 트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싹 다 정리할 생각입니다.”


당진명의 말에 국수가게 주인이 못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요··· 아무리 대협이 고수이시더라도 그건 좀 무리 아닐까요?”

“여러분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


당진명은 건달들의 시체 처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맡기고 객잔의 방을 하나 잡고 대별산에 있는 청호방 놈들을 잡을 준비에 착수했다.


당진명이 예상하는 청호방 놈들의 무공수위는 기껏해야 삼류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 수 차이가 많으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었다.

정정당당히 싸운다면.


하지만 당진명은 독마였다. 자신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독을 잘만 활용한다면 자기보다 월등히 강한 적이나 많은 수의 적도 이길 방법이 있다.’


무림에서 독마 당진명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은 절정의 무공실력보다도 듣도 보도 못한 극독을 기상천외하게 사용해서 자신보다 실력이 한 수 위로 평가받던 무림인들을 여럿 저승으로 보내서였다.


독이라는 것은 대처하기 까다롭고 막기가 지극히 어렵다. 그리고 미리 함정을 파서 상대를 중독시킨다면 한 수위의 상대도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있었다.


‘실제 싸움은 무공 실력만으로 판가름나는 게 아니니까 말야. ’


당진명은 정성스레 침들에 독을 묻혀서 침통에 갈무리 했다. 그리고 마비독가루 분말을 향초가루와 섞어서 반죽을 한 다음 굳혀서 독향을 만들었다.


“흐흐흐흐.”


오랜만에 예전 추억이 떠올라서 당진명은 웃음 지으며 독을 제조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소름끼치는 웃음이었을 것이다.


‘정파의 무인으로 살기로 했지만 흑도 놈들한테는 독을 써도 되겠지.’


당진명은 정파 무인들과 겨룰 때는 독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어떻게 죽여도 상관없는 극악인들이다.

당진명은 회귀 후에 처음으로 과거 독마의 싸움 방식을 재현하게 된 것이다.


‘독술 실력이 녹슬지 않았나 걱정이군.’


당진명은 씩 웃으며 도구들을 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대별산에서 사용할 독들의 해약 성분이 담긴 단약을 섭취했다.


사천당가에서 태어난 당진명은 천성적으로 독에 내성이 있었고 여러 독에 일반인에 비해 큰 저항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만독불침의 경지까지 이른 것은 아니었다.

미리미리 해약을 먹어둬서 자신에게는 독이 영향을 못 끼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두 시각동안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서 사위가 캄캄해지고 있었다.

당진명은 바깥 창문을 열고 저녁 하늘을 바라봤다.


“딱 좋군.”


구름이 많아 밤이 되면 구름이 달빛을 가려 살수가 활동하기 좋은 밤이 될 듯했다.

당진명은 박도와 짐들을 챙겨서 객잔을 나왔다.


당진명이 대별산에 도착했을때는 해가 완전히 져 있었다. 하지만 당진명은 독문에서 활동했을 때 강호에서 제일가는 살수로 불렸다. 완전한 어둠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딱히 찾을 필요도 없군.’


청호방 놈들은 보란듯이 밤에 횃불을 피우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청호방의 소굴이 어디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적 놈들을 잡을 생각도 안 하다니 무당파 놈들은 말로만 협의를 외치는 놈들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당진명은 무당파가 경멸스럽게 여겨졌다.


당진명은 살수의 보법을 사용해서 청호방 안 쪽으로 잠입했다.


네 명의 보초가 경계를 서고 있는 듯 했지만 그들의 몸놀림으로 미뤄볼때 무림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실력인 듯했다.


당진명이 청호방의 산채 안 쪽으로 침입했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는 보초는 없었다.

당진명은 독향을 꺼내들었다.


당진명은 바람의 방향을 살펴서 독무가 잘 퍼져 나갈 것 같은 위치에 독향을 설치하고는 화촌을 사용해서 독향에 불을 붙였다.


독향이 타들어가면서 달착지근한 독무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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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서소현2 +6 24.04.09 2,737 44 12쪽
12 서소현 +7 24.04.08 2,807 40 12쪽
11 서월탄의 결심 +6 24.04.07 2,930 39 16쪽
10 염안초를 찾아서 +4 24.04.06 2,981 45 11쪽
9 염안초 +4 24.04.05 3,157 46 12쪽
8 의원 당진명 +4 24.04.04 3,315 54 11쪽
7 40년 묵은 하수오 +6 24.04.03 3,375 55 11쪽
6 강호행 +7 24.04.02 3,601 58 11쪽
5 괴도 문겸 +7 24.04.01 3,887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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