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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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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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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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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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마회귀

DUMMY

서장(序章).


십만대산.

광서성 서남부에서 1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제일 커다란 산맥.

이 산이 천마신교, 통칭 마교의 본거지였다.


마교는 힘을 숭앙했고 마교의 지배자는 천마로 불렸다. 불세출의 천재로 무림 최고수가 된 천마는 무림일통을 꿈꾸며 중원을 호시탐탐 노렸다.


중원의 구파일방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원의 모든 정파에 속하는 문파를 한데 모아 무림맹을 만들었다.


무림맹에서는 천마를 주살하기 위해서 토벌대를 파견했다. 이후에 회자되는 정마대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십만대산에 도착한 토벌대는 천마가 이끄는 천마군에 의해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

토벌대장 무림맹 부맹주 무당파의 허검진인은 천마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소림사 허승 대사는 이대로 싸웠다가는 다 죽겠다고 생각했다.

허승 대사의 명으로 무림맹 토벌대는 십만대산에서 후퇴를 시작했다.


천마신교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 와중에 사천당가 가주 당진상은 천마의 손에 부상을 입고 천마군에 포위된 상태였다.

다른 무림맹 구성원은 다 도망가서 당진상을 구해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악적들이··· 감히 내가 누군지 아느냐!”


평소 같았으면 당진상의 호령에 멀쩡히 서 있을 자는 무림에 많지 않았다.

그러나 군데군데 상처 입어 피투성이가 된 당진상이 외쳐봤자 무서워서 짖는 개새끼 꼴밖에 안 되었다.


천마군이 당진상을 둘러쌌다.


“죽어라!”


천마군이 당진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휙휙휙!


그때 당진상을 끝장내러 달려드는 천마군의 몸에 무수한 독침이 꽃혔다.

천마군은 얼굴이 검게 변하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만천화우!”


천마군이 독침이 쏘아진 언덕을 노려봤다.

언덕 위에는 무림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남자가 서있었다.


독마 당진명.

사파 육대마두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절정 고수였다.

평소 정파와 대립하는 사파인으로 무림맹의 토벌대를 도울 일이 없는 인물이었다.


사파의 이름 난 악적이 언덕 위에서 사뿐히 내려와 천마군의 앞을 막아섰다.


“이게 무슨 짓이냐 독마. 설마 본좌에게 대항하겠다는 것이냐?”


수백의 천마군을 거느린 천마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독마 당진명을 노려보았다.

마교에 대립각을 세우는 무림맹에 반하여 사파 인물들은 마교와 크게 엮이지 않고 있었다.


“설마 당진상이 네 형이라고 그를 구하러 온 건 아니겠지?”


당진명의 뒤에는 사천당가 가주 당진상이 무릎 꿇고 쓰러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당진명은 사천당가의 삼남이었다. 그러나 젊을 적 남궁세가의 소공자를 살해한 후 악의 길로 빠져서 후에는 육대마두 중 하나인 독마라고까지 불리게 되었다.

정파인 사천당가로서는 당진명을 가문의 치욕으로 여기고 호적에서 지운 상태였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도망가라··· 네 도움 따윈 필요 없다···”


당진상이 피를 토하며 힘겨운 목소리를 뱉어냈다.


“...네놈은 이제 사천당가와 아무 인연이 없다는 걸 잊었느냐?”


“흐흐흐··· 형님은 여전하시구려.”


독마 당진명이 쓰게 웃었다.

당진상은 예전부터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마음은 유약했다.

동생이 사파의 마두가 되었지만 알게 모르게 도왔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자신이 독마의 목을 베겠다고 공언했다.


당진명도 알았다. 가문의 입장상 그렇게 말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걱정해주던 큰형이었다.

평생 망나니로 살며 가문에 먹칠을 하던 자신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자신이 사천당가를 구할 것이었다.


당진상은 무공은 별볼일 없지만 사천당가 역사상 가장 유능하고 덕망있는 가주였다.

당진명은 그런 훌륭한 가주를 여기서 죽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뭐하고 있냐 이 병신들아, 너희 가주를 옮기지 않고!”


당진명이 남아있는 당가의 무인들에게 호통쳤다.


당가의 무인들이 쓰러진 당진상을 부축해서 십만대산을 떠났다.


“잡아라. 무림맹 놈들은 한 놈도 십만대산에서 실려보내지마라.”


천마가 냉혹한 어조로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존명!”


천마군이 천마의 명에 따라 도주하는 당가 무인들을 쫒으려 했다.


그 앞을 당진명이 막아섰다.


“죽고 싶은 놈들은 이 앞으로 나와라.”


당진명의 살기에 천마군이 움찔거리며 더 앞으로 못 나갔다.


“독마의 손에 죽겠느냐 본좌의 손에 죽겠느냐?”


천마의 냉혹한 질타에 천마군이 일제히 당진명에게 덤벼들었다.


천마의 위협이 말뿐이 아니란 건 어느누구보다 천마군이 가장 잘 알았다.


아무리 상대가 절정고수인 독마 당진명이더라도 천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독마가 검을 뽑아 들었다.


천마군은 하나하나가 일류고수들이었다.

그들이 어지간한 중소 방파에 들어간다면 문파의 최고수가 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 고수들이 즐비한 것만 해도 마교의 강함을 알 수 있었다.


천마군 열 명 가량이 당진명의 사방을 막아섰다.

도망갈 공간이 사라졌다.


당진명이 검을 휘둘렀다.

한 명의 목이 날아갔다.


일류고수와 절정고수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차이가 난다고 해도 천마군의 한명 한명이 이번 마교 정벌에 나선 무림맹 정예들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런 고수들이 때로 몰려드니 아무리 절정 고수인 독마라 해도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당진명은 자신이 만든 무공인 독룡검을 펼쳤다.

순식간에 검은색 검기가 이리저리 난무했다.

당진명의 독공을 두른 검이 천마군을 도륙했다.


하지만 과연 천마군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수십 합을 겨루는 동안 당진명의 몸 곳곳에 천마군의 검에 당해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여섯 명의 천마군의 목을 벤 당진명이었으나 당진명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게다가 나머지 네 명의 천마군을 쓰러뜨린다 해도 아직 천마를 비롯해서 백 명이 넘는 천마군이 당진명이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재수 옴 붙었군···’


오늘 이곳 십만대산에서 강호를 울렸던 사파의 육대마두 중 하나인 독마가 죽게 된다 생각하니 당진명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천마! 이런 조무래기들이 천하에 이름난 독마를 죽인다는 건 너무하지 않나? 죽더라도 네 손에 죽고 싶다.”


당진명이 천마를 바라보며 외쳤다.

승산 없는 소모전을 하느니 천마와 일대일 승부를 하려한 것이다.


“과연 독마가 미친놈이라더니 재밌는 소리를 하는군. 본좌가 왜 너를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냐?”


천마가 장난스레 당진명의 말을 받았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천마는 몇마디 우스운 대화로 당진명의 목숨을 몇 분 더 연장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천마, 너는 스스로 중원 무림 제일가는 고수로 힘의 화신이라고 지칭하는데 이 독마 당진명과 일대일로 겨룰 자신이 없다는 것은 아니겠지?”


“이미 무당의 허검이 내 손에 죽었다. 독마 네놈이 허검보다 낫다는 것이냐?”


“순수 무공이라면 무당의 허검이 나보다 나을 수 있지만 나는 독마다. 허검과 싸운다면 십중팔구는 이길 자신이 있어.”


암기술과 독술을 사용한다면 허검진인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좋다. 허검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던 참이었다. 네 재주를 구경이나 해보자.”


천마는 마치 재밌는 유희거리라도 찾은 듯이 거만하게 검을 뽑았다.

천마의 경지는 절정을 넘어섰으리라 추측되었다.

전 무림의 기인이사 중에서 절정의 벽을 넘어선 이는 없었다. 몇백 년 전의 검선이라는 자가 절정의 벽을 넘어섰다고 전해질 뿐.


하지만 천마와 일 합이라도 겨뤄본 이들은 천마가 절정의 벽을 넘어섰다고 여겼다.

왜냐? 절정고수인 자신이 천마의 상대가 안 됐으니까.


그런고로 제대로 싸운다면 절정고수인 당진명이 천마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당진명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다.

항상 비장의 수를 숨겨두고 있었다. 그는 독마니까.


천마의 검격이 당진명에게 쇄도했다.


쇄액 쇄액!


검격 하나하나가 무겁다.


당진명은 왜 사람들이 천마가 절정의 벽을 넘어섰다고 말했는지 알았다.

육대마두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었던 당진명의 독룡검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찌 된 거냐? 본좌에게 덤비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간 거냐?”


천마가 당진명을 비웃었다.

당진명은 천마처럼 말을 하면서 검을 맞부딪힐 여유가 없었다.


“재미없군. 죽어라.”


천마가 당진명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찔렀다.


‘이때다!’


당진명은 천마의 검에 피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밀착시켰다.


“아닛?!”


마치 칼에 자기 몸을 갖다 대는 모양새였다.


푸욱!


당진명의 등 뒤를 뚫고 피 묻은 칼날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당진명의 칼날이 천마의 옆구리를 찔렀다.

당진명이 피를 토하며 웃었다.


“내 칼날에는 파단혈독이 발라져 있다. 네 녀석의 내단은 곧 파괴되고 무공을 잃게 될 거다.”

“뭐, 뭐라고···!”


파단혈독은 비상을 중심으로 온갖 독극물을 섞어서 만든 극독이었다.

이 독에 중독되면 무림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내단에 심대한 손상을 주었다.

파단혈독을 잔뜩 바른 검을 푹 찔렀으니 절정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천마라도 당할 재간이 없는 것이다.


무공을 잃은 천마는 결국 죽게 될 거다. 힘을 숭상하는 마교에서 힘을 잃은 천마는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림에 천마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당진명은 지금 당장 죽을 것이다.

심장이 천마의 검에 꿰뚫렸다.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중상이었다.

바닥에는 당진명의 상처에서 나온 피가 흥건했다.

벌써부터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흐흐흐.”


독마 당진명은 웃음을 흘렸다.

설마 무림의 공적으로 치부되던 자신이 무림을 위협하던 천마와 동귀어진하게 될 줄이야.


“크아악! 내 내력이···!”


내공을 잃고 충격에 빠진 천마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당진명의 의식이 흐려져 갔다.

천마의 황망한 비명을 들으며 당진명은 입고리를 씰룩였다.


‘나한테 어울리는 장송곡이군.’


당진명은 눈을 감았다.



***



짹짹거리는 새소리와 함께 감은 눈 위로 따사로운 아침햇살이 느껴졌다.


‘내가 안 죽었나···?’


당진명은 눈을 떴다.


‘천마는 어떻게 되었지···?’


당진명이 눈을 뜬 곳은 천마와 동귀어진을 노렸던 척박한 십만대산이 아니었다.


‘... 설마 그럴 리가···’


당진명은 익숙한 방의 모습에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40년 전 어린 시절 사천당가의 소공자였을 무렵에 지냈던 자신의 방과 너무 닮아 있었다.


‘...’


당진명은 침상에서 일어났다.

가슴에는 천마의 검에 찔렸던 상처 따윈 없었다.

아니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보송보송한 청년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주름진 얼굴의 얄상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노고수 독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허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회귀···”


당진명은 자신도 모르게 읊조렸다.

시중에 나도는 통속 소설 가운데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우연히 죽은 남자가 자신의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잘못 산 과거의 인생을 뒤집는다는.


당진명도 어릴 적 그런 소설을 소일거리 삼아 읽은 적이 있었다.


“내가 과거로 회귀했다는 말인가···”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니 당진명은 스스로한 생각이 바보 같고 우스워 견딜 수 없었다.


“흐흐흐··· 독마회귀로군.”


작가의말

연재 시작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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