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자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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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話云)
작품등록일 :
2015.08.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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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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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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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5장. [퀘스트] Part.1

DUMMY

제5장. [퀘스트] Part.1



그는 해를 등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사내의 모습은 검은 실루엣으로 보였다.

사내인지는 어떻게 아느냐고?

목소리가 그랬다.

걸걸했다.

마치 담배 10갑을 한 번에 피운 사람처럼.

이민준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방패는 가슴 앞으로 끌어와 몸을 보호했고 보폭은 공격과 방어에 용이하도록 두었다. 언제든 뛰어 나갈 수 있게 뒷발에 힘을 주었다.

누가 봐도 적대적인 표시다.

이런 세계(몬스터가 날뛰고 검과 창의 사용이 자유로운)에서, 그것도 위험한 사냥터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신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자,

“아,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상대가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다고 믿어 줄 거 같아?

“손을 든 채로 천천히 와요. 허튼짓하면 가만 안 두겠어요.”

검으로 상대를 겨눈 채 한 말이었다.

“그, 그래요. 알았으니까 절 공격하지 마요.”

상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러자 그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였다.

“음?”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후덕하게 생긴 인상과 멧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킨듯한 몸매를 가진 중년의 사내.

맥주 꽤나 좋아할 것 같은 생김새다. 그런데 그런 사내가 입고 있는 옷은 다름 아닌 갈색의 수도사 복장이었다.

“괜찮죠? 절 공격할 건 아니죠? 보시다시피 저는 무기가 없습니다.”

가까이 오니 사내의 머리 위에 이름과 체력 바가 보였는데, 그의 이름색깔은 다름 아닌 파란색이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파란색은 적의가 없는 상대를 표시하는 색깔이다.

아까 마을에서 만난 NPC들의 이름도 분명 수도사처럼 파란색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안심이었다.

이민준은 검과 방패를 거두었다.

사내도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휴우. 다행히 경계를 푸시는군요. 하아. 긴장했습니다. 아이쿠. 이거 반갑습니다. 주신 할의 충복인 수도사 지그문트입니다.”

지그문트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거다. 그리고 악수란 서로 손을 비우고 공격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민준도 검을 검집에 넣은 후 지그문트의 손을 잡았다.

“모험가 한니발입니다.”

“휘유. 이제야 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요. 이런 들판에서 모험가를 만나다니,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러는 수도사님은 왜 이렇게 위험한 들판을 돌아다니고 계십니까?”

“그게 다 주신님의 뜻이지요.”

그렇게 프로그램된 건 아니고?

어느 정신 나간 수도사가 몬스터에게 살해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터를 돌아다닌단 말인가?

그것도 무기조차 없이 말이다.

“하하. 믿지를 못하시나 봅니다. 신의 존재하심이 그렇습니다. 고작 미물인 우리가 어찌 그분의 뜻을 알겠습니까?”

“흐음.”

왠지 이 사람, 귀찮음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쫓아낼까?

아니지.

혹시 퀘스트를 주거나 버프라도 줄지 모른다. 그랬기에 조금은 두고 보자 마음먹었다.

“아까부터 형제님을 지켜보았답니다. 놀랐습니다. 그대의 행함이 뭔가 깊은 뜻을 내포하는 것 같더군요. 성스러움입니다.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사냥했을 뿐인데, 무슨 성스러움이냐?

왠지 이 작자….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종류의 사람은 아닐까?

지그문트는 신과 성스러움에 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었는데, 그가 말하는 내용의 요점은 결국 이민준의 복과 운명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그문트가 보여주는 행동은 ‘도를 아십니까?’를 줄곧 떠들고 다니는 거리의 사이비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씨. 그렇잖아도 퀘스트를 못 얻어서 짜증 나는 중인데!’

굳이 이런 사람의 헛소리를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에, 그러니까 형제님은….”

지그문트가 떠드는 중에 이민준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 아니 형제님 대체 왜?”

“뭘 잘못 알고 계신가 본데, 저는 종교를 가질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헌금 같은 걸 요구하신다고 해도 십 원 한 푼 드릴 생각도 없구요. 그러니 저는 이만 사냥을 하러 가겠습니다.”

이민준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체력도 다 찼는데 굳이 이런 사람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아, 아니 형제님! 그런 게 아닙니다.”

지그문트가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 없었다.

하지만 그때,

“사, 사실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띠링-

[퀘스트 의뢰가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떴다.

‘오호!’

저 사이비가 퀘스트를?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곳에 들어와 처음으로 얻는 퀘스트인데, 알아보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표정을 정중하게 바꾼 이민준은 다시 지그문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수도사님?”

급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지그문트가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도 이내 조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사실은 말입니다. 후우. 제가 이 근방에서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습니다.”

‘오호. 물건 찾기 퀘스트구나!’

지그문트의 말은 이랬다.

그는 이곳에서 대략 200km 떨어진 아란 산의 수도원에서부터 이 근방에 있는 두른 산의 수도원까지 어떤 물건을 운반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어떤 물건이란 건 바로 주신의 신성함이 담긴 펜던트라는 것이다.

어려운 길을 지나 드디어 이곳에 도착한 게 3일 전.

긴장이 풀린 나머지 지그문트는 인근 마을에서 맥주를 얻어 마셨고, 오후의 시원한 바람을 쐬며 근처 나무에서 잠이 들었단다.

그리곤 일어나 보니 펜던트가 사라진 것이다.

‘이런 정신 나간 수도사 같으니라고!’

물론 그 덕에 퀘스트를 얻게 되었지만 말이다.

“정말 중요한 성물입니다. 주신 할의 신성함이 담긴 펜던트입니다. 이걸 두른 산 수도원에 안치하지 않으면 이 지역의 마력이 더욱 강해질 겁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잃어버린 주신의 펜던트를 찾아라.

- 퀘스트 난이도 : E급

- 퀘스트 제한 시간 : 3시간

- 퀘스트 보상 : 치유의 축복 500초

경험치 : 8%

리얼 타임 15시간

수락하시겠습니까?]

퀘스트 난이도가 E급이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란 소리다.

더군다나 퀘스트 보상에 리얼 타임 15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걸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없다.

무조건 예스다.

“하겠습니다.”

“진심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띠링-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 : 주신의 펜던트를 찾아 지그문트에게 전하시오.]

“역시 형제님입니다. 제가 멀리서 봤을 때부터 뭔가 덕이 있는 분 같았습니다. 그래서 형제님은….”

이 양반의 주절거림은 그냥 성격인가 보다.

이러니 사이비라고 오해를 하는 거다.

“흠. 흠. 수도사님.”

“예, 예? 말씀하시죠. 형제님.”

“혹시 도움될 만한 정보가 더 있으십니까?”

“아, 그게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펜던트는 강화 머드맨이 가지고 간 것 같습니다. 잠에서 깼을 때 녀석들의 부스러기가 주변에 떨어져 있었고, 그 이후로 녀석들이 저를 흘끔흘끔 훔쳐보는 것 같더라고요.”

띠링-

[퀘스트 정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 강화 머드맨을 사냥하여 펜던트를 얻으시오.]

‘그렇단 말이지?’

역시 E급 난이도답게 어렵지 않은 퀘스트다.

‘흐흐.’

이것만 처리하면 리얼 타임 15시간을 얻을 수 있다.

어찌 보면 후한 보상 같지만, 또 막상 생각해보면 그렇진 않다.

게임 접속을 위한 제한 시간은 거의 하루.

그런데 오늘 간신히 얻은 퀘스트의 보상은 겨우 리얼 타임 15시간이다.

‘무엇보다 빨리 처리하는 게 관건이다.’

이민준은 마음을 다졌다.

“펜던트를 찾아서 오겠습니다.”

“흐흑. 감사합니다. 한니발님.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끄덕-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이민준은 사냥터를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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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10장. [몬스터의 스킬] Part.3 +11 15.09.10 4,034 100 9쪽
29 제10장. [몬스터의 스킬] Part.2 +21 15.09.10 3,663 98 8쪽
28 제10장. [몬스터의 스킬] Part.1 +7 15.09.10 3,684 89 9쪽
27 제9장. [방문] Part.3 +4 15.09.10 3,577 95 9쪽
26 제9장. [방문] Part.2 +6 15.09.09 3,619 100 8쪽
25 제9장. [방문] Part.1 +6 15.09.08 4,428 109 9쪽
24 제8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Part.3 +8 15.09.07 3,753 105 8쪽
23 제8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Part.2 +9 15.09.07 3,808 99 9쪽
22 제8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Part.1 +10 15.09.04 3,968 114 8쪽
21 제7장. [어쩌면 히든?] Part.3 +8 15.09.03 4,130 102 8쪽
20 제7장. [어쩌면 히든?] Part.2 +6 15.09.02 4,001 109 8쪽
19 제7장. [어쩌면 히든?] Part.1 +13 15.09.01 4,053 100 8쪽
18 제6장. [혼란] Part.3 +6 15.08.31 4,078 108 9쪽
17 제6장. [혼란] Part.2 +4 15.08.31 4,060 109 8쪽
16 제6장 [혼란] Part.1 +6 15.08.28 4,151 110 8쪽
15 제5장. [퀘스트] Part.3 +4 15.08.28 4,075 106 8쪽
14 제5장. [퀘스트] Part.2 +4 15.08.27 4,152 110 9쪽
» 제5장. [퀘스트] Part.1 +3 15.08.26 4,333 106 8쪽
12 제4장. [닥치고 사냥] Part.3 +2 15.08.25 4,362 112 11쪽
11 제4장. [닥치고 사냥] Part.2 15.08.24 4,486 113 9쪽
10 제4장. [닥치고 사냥] Part.1 15.08.24 4,585 125 8쪽
9 제3장. [리얼 타임] Part.3 15.08.21 4,632 126 8쪽
8 제3장. [리얼 타임] Part.2 +2 15.08.20 4,755 128 9쪽
7 제3장. [리얼 타임] Part.1 +3 15.08.19 4,801 130 9쪽
6 제2장. [메뉴] Part.3 +3 15.08.19 4,715 133 8쪽
5 제2장. [메뉴] Part.2 +7 15.08.18 5,010 136 8쪽
4 제2장. [메뉴] Part.1 +1 15.08.18 5,332 133 9쪽
3 제1장. [안경] Part.3 +6 15.08.17 5,575 135 8쪽
2 제1장. [안경] Part.2 +8 15.08.17 5,833 148 8쪽
1 1권 - 제1장. [안경] Part.1 +7 15.08.17 7,211 1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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