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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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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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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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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랑하기 때문에 - 8

DUMMY

*


칠흑 같은 어둠이 빗소리와 함께 음산한 기운을 드러내고 모두가 떠나 굳게 닫힌 셔터들이 즐비한 재래시장 서쪽 골목.


한 사내가 어슬렁거리며 겁도 없이 서쪽 시장 입구로 들어온다.


저 멀리 빗속을 비추는 네온사인의 밝은 빛도 이 곳의 어둠까지는 다가오지 못 하고 있다.


“더 이상 못 들어갑니다. 돌아가 주십시요.”


“......”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걸어오는 그 남자에게 돌격 소총을 멘 6명의 무장 병력이 다가온다.


“마스크를 벗으세요. 신원 확인 좀 하겠습니다.”


“그 총을 들고 설치면 이 일이 해결될 것 같나?”


그 순간 6명의 무장병력은 엄청난 속도로 마치 미사일을 피하듯 허리를 숙이고 사방으로 흩어져 바닥에 바짝 엎드린다.


어깨에 멘 소총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안 보인다.

그들은 온몸을 떨며 바닥을 보고 꿈쩍도 않는다.


“보고하라. 어디 소속인가?”


“......”


“3초의 시간을 주겠다. 하나, 둘, ...”


이때, 제일 가까운 곳에 고개를 처박고 꿈쩍도 않던 한 사람이 마치 도마뱀이 기어오듯 다가와 보고한다.


“AI 복구센터 소속이며 현 포인트에 18명이 주둔 중입니다.”


“누구 허락받고 너희가 존재하게 된 거냐?”


“16년 전,

UN 산하 공식 안드로이드 제조 공장

뉴런뱅[NEURONBANG]의 최고 책임자였던 박실장이

레드켓으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아 AI 복구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입니다.

그 센터 중앙에 은밀하게 AI 연구소를 두고 18명을 완성했습니다.”


“돈 좀 있다고 되는 게 아니지. 이제는 형식적이지만 그래도 UN의 허가가 필요한데,

그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제조한다는 건 문제가 많은 거야.”


“네.”


“뉴런뱅은 16년 전, 자동화 공정 통제실 기술자들과 함께 모두 사라졌는데 박실장이 무슨 재주로 공장을 만들었나?”


“자동화 공정 통제실 기술자들은 미국 공장의 퇴직자들을 고용해 해결했습니다.”


“AI 복구센터의 FSA 관련 기술 자립도는 어디까지 왔지?”


“자금이 부족해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너희들 메인 AI 칩은 어디서 조달했나?”


“과거 10년간 회수된 안드로이드의 두뇌에서 분리한 후,

UN에서 보관 중이던 테크닉스의 AI 칩을

암거래상으로부터 매입해

뉴런뱅 도면을 바탕으로 제조된

인간형 본체에 이식했습니다.”


“지금 나머지 요원과 교신할 경우 회수하겠다. 얌전히 있어라.”


“네.”


그 남자는 6명의 무장병력을 뒤로하고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시장 중간쯤에서 좌측 사잇길로 들어선다.


적막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골목 중간쯤에 세 명이 누워있고, 그 앞에 6명이 부서진 철문을 막고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잠시 후, 그는 낡은 단층집 앞에 도착해 누워있는 호준과 5호기 사이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더니 그들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때, 부서진 철문 앞에 서 있던 6명의 안드로이드 중, 한 명의 무장병력이 고개를 돌려 호준과 5호기 사이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그와 동시에 30m 높이의 상공에서 드론 헬기 문이 열리고,

아키라가 점프하며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더니

민기훈 바로 앞의 마당으로 충돌하듯 착지한다.


쿠궁-


이때, 민기훈이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나 소리친다.


“너, 넌 뭐냐?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와 동시에 문 밖에 호준과 5호기 사이에 있던 남자가 낮은 중저음으로 일갈한다.


“그런 나약한 마음으로 어떻게 오리온과 유연주 보스를 지킨다는 거냐!

다음번에도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일 경우 용서하지 않겠다.”


그 순간, 그 남자를 응시하던 무장병력과 아무것도 모르고 민기훈을 바라보던 5명의 무장병력이

엄청난 속도로 허리를 숙이고 사방으로 흩어져 바닥에 바짝 엎드린다.


어느새 그 남자는 사라지고 호준과 5호기는 그 남자를 응시하며 일어나 앉는다.


한편, 아키라가 마당과 충돌하는 틈을 타 지희와 연주는 지붕 위로 튀어 올라 몸을 숨긴다.


아키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민기훈을 바라본다.


“양손에 소총을 들고 두 여자를 죽이러 왔구나.”


“흐흐흐. 지금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네 목숨을 거두겠다.”


아키라는 민기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양 손날을 위로 퍼 올려 민기훈의 양팔을 관통한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돌격소총을 잡고 있던 두 팔이 하늘로 날아오른 후,

사방으로 불을 뿜듯 총알이 발사되더니 다시 민기훈 앞으로 떨어져 나뒹군다.


민기훈은 날아가는 두 팔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부서진 철문 턱에 걸쳐 넘어져 사지를 뒤틀고 있다.


“으악. 사, 사람살려! 내, 내 팔!”


“다음에 또 깡패짓하면 그때는 나머지 두 다리가 사라질 거야. 앞으로 사람들 눈에 띄지 말고 은둔해라.”


아키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철문 턱에 누워있는 민기훈을 밟고 밖으로 나가더니 사방에 엎드려 있는 6명의 무장병력을 향해 외친다.


“동족을 죽이면 3시간 내로 회수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지금 너희 사장이 떨어뜨린 팔을 들고 병원에 가면 살려낼 수 있을 거야. 서둘러라.”


“네.”


그 즉시 6명의 무장한 안드로이드가 일어서 민기훈을 부축하고 떨어진 양팔을 회수해 시장 동쪽 입구로 걸어간다.


잠시 후, 서쪽 입구 6명과 동쪽 입구 6명의 안드로이드가 다가오더니 아키라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아키라는 떠나기 전에 호준과 5호기에게 날 선 비판을 한다.


“매번 당하고만 살 거에요? 당장 일어나 뒷수습하세요.”


5호기는 아키라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 고마워요.”


아키라는 드론헬기의 로프 사다리를 타고 철수하고 호준과 5호기는 정신을 차린 후, 한식을 깨운다.


지붕 위에 있던 지희와 연주가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더니 한식 옆으로 달려간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 뭐 어떻게 된 거야. 일단 나 좀 일으켜 주고 다들 나랑 내 집에 좀 가야겠어. 따라와.”


“네, 선생님.”


“서쪽 입구로 나가세. 거기 내 직원들이 차 대기 시켜 놨으니께.”


일행들은 한식을 부축하며 서쪽 입구로 나가자 드론 승용차 5대를 발견해 맨 앞 드론차에 오른다.


차가 출발하자 어디선가 경찰 사이렌 소리가 난다.




5대의 드론 승용차가 날아간 곳은 남산 중턱에 있는 거대한 저택이다.


이들은 저택의 넓은 마당에 착륙 후, 드론 승용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 본다.


“선생님, 여기가 선생님 집이에요?”


“그려. 연주가 보기에 나 돈 많아 보이제?”


“이 넓은 마당에 저 3층 저택 값만 해도 수백억이나 나갈 텐데 그 돈 다 어디서 났어요?”


“지희 자네는 버는 돈 모두 기부했지만, 나는 버는 족족 다 투자했거든.

그래서 돈 벌어 오늘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된 게야.”


이때, 직원 한 명이 한식에게 다가오며 보고한다.


“회장님, 거실에 모두 준비해놨습니다.”


“그려, 실수 않고 잘 해놨것제?”


“네, 회장님.”


“자, 다들 내 집구 경도 할 겸 들어가세.”


“네, 선생님.”


일행은 한식을 따라 3층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하얀색 3층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3층 높이의 천정과 함께 거대한 샹들리에가 달려 있고 그 아래 테이블 주위로 11개의 가죽 의자 놓여 있다.

거실 주위로 대형 그림과 조각상이 놓여 있고, 장식장을 비롯해 칵테일 바와 손님용 침실 10개가 보인다.


오른쪽에는 2층과 3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보이고 2층에서 5명의 여직원들이 음식을 들고 내려 온다.


“음식이 2층에서 내려오는 이유는 어머니를 전망 좋은 2층에 모시려고 거기에 요리사를 머물게 한 거야.

자! 아까 안주가 부실해서 모두 술에 잔뜩 취했더라고,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네.”


일행들 앞에는 고급 양주와 각종 최고급 요리가 가득 놓여 있다.


“선생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어~. 아까 맞은 거? 괜찮아~.

그것보다. 민기훈이 양팔이 그렇게 돼서 이제 활동 못 하게 됐네.

나야 뭐 상관없는 일이지만 날 자꾸 쫓아다니며 괴롭히니 이런 일을 당하지.

안됐어. 불쌍해. 쯧쯧-”


“민기훈은 왜 자꾸 회장님 주변을 맴도는 거에요?”


“네? 아까 그 사람이 민기훈이라고요? 레드캣 사장 말씀하시는 거죠?”


“응, 연주는 몰랐구나.

아주 무서운 놈이지! 민기훈은 원래 테크닉스의 대표로 있던 놈이야.


레드켓은 강회장이라는 사람이 실질적 대표이고.

물론 테크닉스는 오랜 경영권 분쟁이 끝나 결국 내 회사가 됐지만,

그 과정에서 민기훈 부친이 돌아가신 거야.


잘나가던 AI 반도체 칩 제조회사가 다른 놈에게 넘어가 그 충격으로 쓰러져 못 일어난 거지.

민기훈이 테크닉스 경영을 잘 못해 회사 가치가 떨어진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부친 사망의 원인을 나한테 돌리더라고.


나도 내 경호원들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 민기훈 정도는 막아낼 줄 알았는데,

이놈이 안드로이드까지 동원해서 나를 이렇게 괴롭힐 줄 정말 몰랐네.

오늘 일들은 다 내 잘못이니 사과하겠네.

이해해주소.”


“아니에요. 무사하셔서 다행이죠. 어머님은 어디 계세요?”


“지금은 2층 어머니 방에서 주무시지.

내일 아침에 주치의를 불러 종합검진부터 할 생각이야.

오래 사셔야 하는데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


“자네들 식사 끝나는 데로 집 구경 좀 하고 내일 가. 여기 방 많어!”


“네, 감사합니다. 이 음식들 정말 맛있네요.”


“네가 지희 자네 올 줄 알았으면 더 맛있는 거 준비해놨을 텐데

급하게 오느라 우리 주방장이 일단 있는 거로 차린 거야.

내일 식사는 아마 놀랄 정도로 차려줄 거니까 모두 우리 주방장에 대해 기대해 보자구.”


“아니에요. 이것만으로도 과분합니다.”


“혹시 아까 민기훈이 양손에 돌격소총을 들고 안드로이드 18명과 함께 나타났는데,

그 위기에서 누가 우리를 구한 줄 알고 있나?”


“저희는 모르죠. 아까 민기훈이 총 들고 문으로 들어올 때, 여기서 죽는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내가 자네하고 연주가 이삿짐 도와주러 온다길래

시장 서쪽 입구에 내 경호원 20명을 대기 시키면서 석호한테도 알려줬거든.

이도신 회장이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그런 상황에 직접 말하기가 뭐해서 석호에게 자네하고 연주가 온다는 말을 전해줬는데,

석호가 CTC 팀장이잖아. 오늘 CTC에서 자네들 경호해주려고 온 것 같아.

내가 나중에 자세해 알아보고 다시 알려줄게. 어서들 먹어.”


“아, 그랬었군요. 상대가 워낙 프로들이었고 저와 연주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군대급 규모의 전력이 나타날 줄을 꿈에도 몰랐었거든요.

여하튼 도와준 곳이 CTC라면 차팀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할 것 같아요.”


“맞아. 나중에 지희 자네가 차팀장한테 해봐. 안 하면 정말 서운해할 거야.

어서들 먹어. 먹고 진짜 맛있는 홍차 내올 테니까 기대들 하라구.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미식가 아닌가!”


“선생님, 미식가셨어요?”


“하하. 내가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라 키는 작지만,

이것저것 못해본 무술이 없어서 몸은 아직도 10대 몸이야.


가난하게 자란 탓에 맛있는 음식이 뭔지도 몰랐고,

젊은 날을 허연 쌀밥에 김치랑 간장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지금은 전국에 있는 맛있는 음식만 찾아서 먹는 습관이 생긴 거야.”


“선생님 말씀 듣고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정말 대단한 성공을 하신 거에요.”


“하하하. 우리 연주가 아주 놀란 것 같은데?”


“그럼요. 선생님이 이렇게 매력적인 분일 줄 정말 몰랐어요!”


“하하, 젊은 사람이 어른을 놀리면 못써!”


“놀리는 거 아닌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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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내 세상의 전부 - 6 24.07.25 8 0 14쪽
83 내 세상의 전부 - 5 24.07.24 11 0 11쪽
82 내 세상의 전부 - 4 24.07.2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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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돈과 우정 - 3 24.07.12 9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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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잘못된 싸움 - 7 24.07.08 8 0 13쪽
70 잘못된 싸움 - 6 24.07.06 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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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잘못된 싸움 - 4 24.07.03 7 0 14쪽
67 잘못된 싸움 - 3 24.07.02 8 0 12쪽
66 잘못된 싸움 - 2 24.07.01 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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