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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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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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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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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화 천화산(天花山) (19)

DUMMY

제3화 천화산(天花山) (19)






"괜찮으십니까?"


기영은 자신을 걱정하는 막천승에게 손을 휘저었다.


"잠시 쉬면 회복될 것입니다. ······분명히."


기영은 시간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믿었다.

기쁨의 끝이 있고, 행복에 끝이 있듯이, 불행과 아픔에도 끝이 있어서. 때때로 그저 시간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모든 것들이 그저 지나가버린 과거가 된다고 여겼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잠시 쉬십시오."


기영이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한 막천승은 죽은 괴이들 사이에서 위룡, 동방광, 여월, 송산들의 시체를 수거했다.

수거한 시체를 가지런하게 정리한 막천승은 그들을 위해 불공을 드리고, 이읏고 화장(火葬)하기에 이르렀다.

시체 타는 냄새에 기영은 옅은 현기증을 느끼며, 그 역시 속으로 그들이 모두 하느님의 나라에 가서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




[나의 주인이신 진천검제(進天劍帝) 주강 대인께서는 당시 나라의 황제를 정하는 내전 중에 적들의 간악한 함정에 빠져 군주를 지키고자 목숨을 내놓으셨지.]


조 나라의 14대 황제 선종(仙宗) 선연의 사후 조 나라는 당연히 심각할 정도로 치열한 내전에 빠져들었다.

선연은 불로불사의 존재가 된 직후 많은 황자와 황녀들을 낳았고, 그들 모두가 황제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조 나라에 있던 여러 당파들과 군부의 세력, 호족, 왕제들 또한 서로 길을 달리했다.

그러한 내전이 얼마나 조 나라의 막강한 국력을 소모 시켰을지는 차후 조 나라의 15대 황제가 된 광신군(光神君) 선혼의 변방 토벌군의 전과를 통해서 역력히 알 수 있었다.


[주강 대인의 사후 그분의 유품인 내가 등장했고, 나는 나를 쓰려는 숱한 무인(武人)들과 여인(女人)들을 만나왔다. 무인들은 모두 조 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었고, 여인들은 경국지색의 아름다운 자태의 미녀들이었지. 저런 추녀가 아니라.]


가만히 진천검의 이야기를 듣던 목청아는 반박하고 싶은 말이 턱 밑까지 치솟았다.


'아니, 공선 여협 정도면 추녀까지는 절대 아닌데요.'


물론, 그녀가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생김새는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남상(男相)의 미인이기는 했다.


[네가 나에게 말해주었다시피 조 나라가 패망하면서 나 역시 나의 주인과 함께 도주로에 올랐다.]


치열한 내전 끝에서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광신군(光神君) 선혼이었지만 그 자리를 오랫동안 보전하지는 못했다.

조카인 선종에게 모반 당하여서 살해 되었고, 조 나라 16대 황제가 된 열조(烈祖) 선종은 지지부진한 변방 정벌군의 성과에 조급함이 일어났다.

자신이 모반을 통해서 황제가 되었으니, 똑같이 모반을 당해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그런 조바심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리게 된 계기였다.

당시 조 나라의 수도는 남경(南京)이었는데, 열조 선종은 남경을 포함해서 인근 현의 무고한 양민들 1000만명을 강제로 징집하여서. 그들을 <무명 제사서>의 공물의식 속 산제물로 받치고, 불로불사를 손에 넣는다.


"도주하였다면 역시 당시 조 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열조(烈祖) 선종과 함께 도주하신 것입니까?"

[맞다. 차후에 고금제일마 천마(天魔)를 낳으신 절대군주시지.]

"······."


그 순간 목청아는 할 말이 많았지만 일부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분쟁을 만들어봐야 어차피 이미 옛 일이 되어버린 과거에 불과했다.


'절대군주는 얼어죽을! 그 어느 미치광이 황제가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의 목숨을 가지고 불로불사의 생(生)을 탐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게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미 역사서에서 나와있다시피 그런 미친 짓거리를 행한 끝에 천하의 흐름이 조 나라 선 황실을 등지기 시작했고, 끝내 패망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당시 그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해동(海東)의 한 인사가 말하거니.


"나라도, 임금도 백성을 위해 존재할 때만 가치가 있다."


고 평하였다.

백성을 위하지 않는 군주와 나라가 어찌 존재할 수 있냐는 논평이었다.


[열조 선종에 대해서 너도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지만 너는 그분이 고금제일마 천마(天魔)를 낳으신 이후의 뒷이야기를 아느냐. 그리고 열조를 비롯해 당시 그분을 따르던 숱한 마신(魔神)들이 왜 돌연 사라졌는지도.]


《조한대전》 막바지에 고금제일마 천마가 나타난 이후 돌연 열조 선종과 함께 그를 따르던 숱한 마신들이 종적을 감췄다.

이 일에 대해서 당시 많은 이들이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들일 지었는데, 그 누구도 그것을 사실로 증명해낼 길이 없었다.


[열조 선종께서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악한 것들을 뭉쳐서 자신의 또 다른 분신체인 천마(天魔)를 낳으셨지. 그렇게 천마를 낳으신 후 몸을 추스린 열조 선종의 마음에는 오직 순수한 선(善)만이 열조 선종을 이루셨다.]


몸 안에 모든 악한 것들을 뽑아내 분신인 천마를 만들고나니, 악은 제하고 남은 선(善)이 열조 선종의 마음에 가득 들어찼다는 이야기.

만약 이 자리에 기영이 있었다면 무심코 모 만화 속 캐릭터를 떠올렸을 것이다.


'피○로 대마왕?'


신이 되기 위해서 사악한 마음을 축출했더니, 그것이 지성과 인격을 가지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족이 되었다는 이야기.

열조 선종에 대한 이야기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분은 본인이 행하신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사람들이 없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마신들을 이끌고 가서 그들을 모두 천문(天門) 속에 봉인하셨다. 나의 주인 역시 그렇게 봉인 된 마신들 중 한 명이었는데, 차후 마신들은 천문 내부에 있는 계면(界面) 위로 정착해 자신들만의 왕국들을 만들었다.]

"그 이야기와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조한대전》 막바지에 일어난 열조 선종의 변심과 뒷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기는 했지만 그것과 눈앞에 진천검이 연관이 되지 않았다.


[봉인한다고 가만히 봉인 당하고 있으면 그들이 마신(魔神)으로 불리지도 않겠지. 당연히 천문 속 마신들은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서 나의 전 주인이신 만요국(萬妖國)의 대모 서천후모(書天猴母) 나래를 비롯한 몇몇이 불안전한 공간 통로를 통해서 천문 바깥으로 나오는 것에 성공했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자. 목청아도 얼핏 들은 정보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조합할 수 있었다.


"설마 너희가 나부파의 파문제자인 봉미독수(蜂尾毒手) 심균을 도왔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옳거니! 네 생각이 맞다. 우리들은 심균을 도와서, 그로 하여금 천문을 지키고 있는 천선을 대적할 대적자를 만들려고 하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그런 관계에 변화가 없었는데, 설마하니 그 자식이 우리들을 배신할 줄이야.]

"배신?"

[맞아! 그 자식이 얼마 전에 나의 주인인 서천후모 나래를 살해하고, 그녀를 따르는 대요괴들을 천화산 중심지에 봉인하였다. 이후 너희들이 나타난 것을 보며, 그 녀석이 너희로 하여금 만요국의 대요괴들을 처치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를 선보일 줄이야.]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잠자코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이곳을 탈출할 기회를 엿보던 목청아였는데, 별안간 두려움이 벼락처럼 몰려들었다.


"······."


보통 죽은 사람은 방구를 뀔 수 없고, 또 바깥에 비밀을 말하고 다닐 수도 없었다.

목청아는 자신이 들은 일련의 이야기들이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너무 불길한 상상의 나래가 활짝 펼쳐지는 가운데 전방에 4등분이 나서 죽은 공선의 시체가 자꾸 눈에 밟히는 목청아였다.

그녀의 기분이 달라진 것과 다르게 진천검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계속 내뱉었다.


[그래서 이 사실을 만요국에 알려야 하는데, 다행히 이곳 서천전에는 나 말고도 후천령보 구옥경(九玉鏡)이 존재해. 그것은 세상에 펼쳐진 여러 옥경(玉鏡)들과 상호소통이 가능한 보물이지. 문제는 그 보물에 주인이 되려면 먼저 성별이 여자여야 하고, 둘째로는 생사경(生死境)의 고수여야 한다는 것이야.]

"그래서."


목청아는 공선, 당화린, 맹초롱 등과 함께 자신들이 무접곡 내부에서 모여 있던 상황이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괴이들의 왕(王)이 당신과 연관이 있었던 것이군요."

[미후왕(美猴王)을 말하는 건가? 그 녀석은 서천후모가 낳은 요괴들 중 실패작이지. 대부분의 대요괴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생사고수가 되는데, 그 녀석은 비천한 하등 요괴로 태어나 순수한 노력으로 고작 현경(玄境)에 이르렀을 뿐이지.]


목청아는 진천검이 미후왕(美猴王)이라 불리우는 괴이들의 왕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나쁘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그래, 그렇겠지. 너도 생사고수의 유품으로, 처음부터 생사경의 힘을 사용한 요검(妖劍)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아가씨! 이쪽으로 와보세요. 이곳에 건물이 있어요. 빨리요!"


서천전의 바깥에서 한 소녀에 가까운 여인의 외침이 지하 동굴의 벽면에 부딪쳐서 공명을 만들어냈다.


"······."

[······.]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히 사천당가의 여식인 당화린의 전속 시녀 맹초롱의 것이었다.


[새로운 손님이 왔군.]

오싹!


목청아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방금까지 상냥하기만 했던 진천검의 기세가 눈 깜짝하는 사이에 변했음을.


[너도 꽤 예쁘장한 외모에 육감적인 몸매이기는 하지만 아쉬워. 너도 알겠지만 남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여자에게 더 설레어하는 법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천검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십(十) 자의 형태로 목청아의 육신을 쏘아졌다.


"꺄아아아악!!!"


죽기 직전에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와 목청아의 생각을 끊어냈다.

진천검이 쏜 십자 형태의 검기가 목청아를 관통했다.


[대화 즐거웠어. 아쉽게도 우리들은 인연이 아니었지만.]


진천검은 서천전 내부에 피어난 또 한 마리의 혈접(血蝶)을 내려다보며 진심으로 아쉬워하였다.

그 순간 서천전의 입구가 반짝이며, 바깥에 있던 사람들이 안으로 끌려들어 왔다.

그들은 총 3명이었는데, 한 명은 후천령보 구옥경(九玉鏡)의 주인이 될 수 없는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채 꽃을 피우지 못한 소녀에 가까운 여인과 다른 한 명은.

순간 진천검(進天劍)은 맹렬하게 울부짖었다.


[······찾았다.]




***




시체가 타며 나는 매캐한 연기가 뿌옇게 치솟았다.

이번에 태우는 시체들은 앞서 위룡, 송산, 여월, 동방광을 태울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냄새 역시 독했다.

아무래도 그럴 것이, 사람의 시체로 작은 동산을 쌓을 정도로 많은 70명이었으니.

연기와 냄새 역시 그만큼 많은 것이었다.


"그들 모두 좋은 곳으로 가겠죠. 막 대협."


확실히 시간은 약이 되어서, 기영은 혈색을 다시 되찾은 얼굴로 막천승에게 말을 걸었다.

막천승은 그런 기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입니다. 공자님."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고나니, 기영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기영에게 막천승이 어디서 옷가지를 가져와 내밀었다.


"공자님. 옷을 갈아 입으시지요."

"옷?"


무의식적으로 막천승이 내주는 옷가지를 잡으려는데, 그가 어느새 기영의 손을 막았다.


"손부터 씻고요."


그제야 기영은 자신의 손과 옷을 확인했다.

죽은 무인들의 시체가 사방에 널려져 있었기 때문에 막천승과 기영은 손수 죽은 시체들을 일일이 옮겨서 한데 모아야 했다.

그들이 모았던 시체들 대부분이 멀쩡한 시신들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이 몸통 어디에 구멍이 나거나 죽은 20체의 저두이들에 의해서 선명한 이빨 자국이 몸 어딘가에 나 있던 시신들이었다.

갈라지고, 뜯어지고, 꿰뚫린 상처들에서 각종 안 좋은 것들이 흘러내렸고, 그나마 이곳에 서늘한 협곡이라서 부패도가 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도 시체들을 만지는 과정에서 손과 옷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이 있나?"

"다행히 물도 넉넉히 찾았습니다."


막천승이 기영에게 보여준 것은 식수로 쓰이는 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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