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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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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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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3화 천화산(天花山) (06)

DUMMY

제3화 천화산(天花山) (06)






무림맹의 군사 소제갈(小諸葛) 장군보가 마을에서 무접곡(霧接谷)에 도착할 수 있는 시일을 역산해서 추론한 결과 값이 나흘이었다.

그 나흘의 시간은 100명의 무인들이 매일 길도 없는 산과 들판을 전력으로 뛰어다녀야 도착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시간 계산이었는데, 기영을 비롯한 100명의 대대는 본래 작전 날짜인 나흘에서 나흘을 더 초과해서 무접곡에 도착했다.

무접곡은 이름 그대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협곡이었는데, 내부가 하얀 안개로 가득 차서 내부에서 만약 괴이와 귀신들이 매복을 하고 있다면, 큰 난관을 예상할 수 있었다.


"우리 이미 늦었어!"


본래 약속한 작전 날짜에서 나흘을 더 초과해버린 상태로 무접곡에 도착한 기영의 일행들이었고, 화린은 자못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귀여운 투정에 기영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였다.


"우리 여동생은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누가 너 해코지함? 이 오빠가 혼내줄까?"

"왜 화가 났냐니! 네가 되도 않은 짓거리로 시일을 소모해서, 늦은 거잖아!"

"흥! 어쩌라고. 저 앞을 봐봐.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에 쌓인 협곡을. 저 안으로 우리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서로 신뢰하지도 못하는 상대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들어갈 수 있겠어? 시일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화린에게 반박을 하는 한 편으로, 속으로 '뭐 어쩌라고.' 라는 심정이 더 컸다.


'괴물들 안 만나면 더 좋지.'


솔직히 지금 당장도 딱히 눈앞에 위험천만한 협곡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십장에 도전할 사람은 앞으로 나오도록! 무접곡에 도착했으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너희들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주겠다."


시간을 끌 수 있는 십장의 자리를 건 비무를 또 다시 제안했다.


"······."

"······."

"······."

"······."

"······."


기영이 자신의 등 뒤에 도열한 100명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신나게 말했지만 정작 100명의 무인들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도 깊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 같이 무겁게 침전 되어 좀처럼 열띈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흘에 나흘을 더해서 여드레가 된 지금 그들은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하여도 매일 정오에 시작 되는 비무대회를 거쳤다.

처음은 꽤 활기가 넘쳤다.

본래 무인들이 그런 존재들이 아닌가. 누가 더 강하고, 더 기술이 뛰어난지 서로 비교하며 순위를 매기기 좋아하는 법이다.

그렇게 첫날이 끝나자. 놀랍게도 십장들 모두가 순위권 밖이었다.

실질적인 실력은 십장들이 다른 90명을 한참 앞서 나갈 정도로 우수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가 지나갔다.

매일 비무대회가 펼쳐졌으니, 이제 그들도 누가 더 강하고, 뛰어난 사람인지를 다 인지하고 있었다.

1조의 십장 소요서생 위룡이 나서서 대답을 하였다.


"도전자는 더 이상 없습니다. 공자님."


원하는 것은 얻었다.

누가 더 강한지 이미 알았다.

그런 상황에서 십장(十長)의 존재의의는 단순히 기영의 말을 듣고, 대신해서 조원들을 이끄는 역할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


기영은 옅은 아쉬움을 느꼈다.

십장의 자리를 건 비무를 좀 더 했으면, 잘하면 시간을 더 끌 수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

"······."

"······."

"······."

"······."


100명의 무인들이 기영을 주시했다.

기영이 명령을 내리면 곧장 안개가 자욱한 협곡 속으로 언제든지 뛰어들 기세였다.


'아. 웬지 오늘은 가기 싫은데.'


반면에 기영은 무접곡에 도착한 직후 괴이, 귀신들이 있을 협곡에 곧바로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 앞에 진지를 만들고, 척후조를 선발해서. 내부에 어떤 괴이와 귀신이 있을지 먼저 조사해 봅시다. 무작정 협곡 안으로 들어갔다가 내부에 있을 괴이와 귀신이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고, 상대를 하는 것은 적을 모른 채로 싸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로, 상대할 적을 정확히 아는 것이 병법의 기본입니다."


기영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100명의 무인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거리면서 소란이 일어났다.


"역시 명문가의 자제셔! 병법도 아시네."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과는 다르셔!"

"훌륭해! 고럼고럼.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배가 고프면 힘을 내지 못하지!"

"캬~! 우리가 그래도 대장 하나는 잘 뽑았어!"


100명의 무인들이 그렇게 기영을 칭찬했다.

반면에 기영은 진지를 준비하고, 먹을 것들을 마련하는 100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재미없다.'


스마트폰을 안 쓴 것이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밀린 웹소설, 웹툰이 얼마나 많을까.'


기영은 진지하게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


'재미없다. 그만 두고 싶다.'


무림으로 빙의가 되었지만 세상은 변한 것이 없어. 땅은 축축하고, 입고 있는 옷은 불편하고, 먹을 음식들은 맛이 없어. 도망친 세상은 전혀 낙원 같은 곳이 아니야.

이럴 거면 왜 도망치려고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공자님."


어느새 왕삼이 식사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꼬르륵!


배가 고파왔다.

왕삼에게 이끌여서 식사하러 가는 와중에 기영의 머리 속을 스쳐가는 것들은 맑은 기름에 깨끗하게 튀긴 바삭한 튀김 옷의 후라이드 치킨과 다소 도수는 약하지만 시원하기는 최고인 맥주였다.


'아, 치킨에 맥주 때리고 싶다.'


왕삼에 이끌려서 식사 장소에 도착한 기영은 거기서 누린내가 나는 고기에 향신료를 떡칠해서 간신히 한끼의 식사를 끝냈다.

고기는 당연히 인근 숲에서 즉석에서 사냥한 것으로, 질기기가 소 가죽과 같은 고기였다.

질겅질겅 고기를 수십 번을 씹다보면 하늘과 땅이 여러 번에 걸쳐서 뒤바뀌는 신비로운 기분이었다.


"식사 다 먹으면 십장들을 다 불러 와. 척후조를 뽑는 것은 물론이고, 괴이와 귀신들을 상대로 쓸만한 생각이 있는지도 물어보게."

"예."


적당히 야생의 식사를 끝내고, 가만히 앉아서 십장들을 기다리는 기영의 머리 속에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요리법들이 생각났다.


'떡갈비다! 고기가 질기니까. 잘게 다지는 거야! 유레카!'


기영의 머리 속에 다양한 상념들이 깊게 젖어갈 때, 왕삼이 십장들을 데려왔다.


"부르셨습니까. 공자님."

"예. 다들 앉으시지요.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무접곡에 들어가야 됩니다. 그러나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저는 소수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척후조를 만들어서. 내부를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추천해주실 인원들이 있겠습니까?"


잠깐 생각을 정리하던 기영이 다시 말했다.


"발이 빠르고,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면 좋겠군요. 또 기억력이 좋아서 무접곡 내부에서 괴이와 귀신을 보고, 그 특징들을 그림으로 그려줄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십장이 된 10명들은 기영이 요구하는 인재에 대해서 잠시 고민하더니. 1조의 십장 소요서생 위룡과 10조의 십장 천귀 동방광이 스스로 나섰다.


"저희들이 척후를 맡아서, 내부를 탐색하겠습니다."


이에 기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들의 곁으로 다가간 기영이 둘의 손을 잡으며, 손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훌륭합니다! 어려운 길이 될텐데, 기꺼이 앞으로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더 필요한 인원이나, 물자가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왕삼! 위 대협과 동방 소협에게 필요한 것들을 보급해주도록 해."

"예! 공자님!"


순간 위룡과 동방광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기영이 이렇게 환대해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자고로 자신의 희생을 알아봐주는 이에게 목숨을 바치는 법이었다.


'반드시 해내보이겠어.'

'죽자! 이분을 위해서 죽어서라도, 반드시 임무를 달성해내자.'




***




그 다음 날이 되어서 소요서생 위룡과 천귀 동방광이 자신의 조원들과 함께 무접곡 안으로 들어갔다.

100명의 무인들 중 20명이 한 번에 빠지니까. 조금 한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공자님."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둘 모두 의욕이 만발한 상태로 무접곡 내부로 들어갔고, 정확히 이틀이 지나서 위룡과 동방광은 소수의 조원들과 함께 무접곡을 빠져 나왔다.


"공자님! 척후조가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왕삼이 뒷말을 흐렸는데, 기영은 직감적으로 일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가자."


왕삼과 함께 무접곡 쪽으로 다가가자 이틀 전에 기영이 척후로 보냈던 소요서생 위룡과 천귀 동방광 등이 처참한 모습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룡! 동방광!"


소요서생 위룡의 나름 운치가 있던 문사복이 이곳저곳 찢어져 있었고, 무엇보다도 위룡의 두 팔 중 하나가 사라진 상태였다.

동방광은 전체적으로 사지가 멀쩡하기는 했지만 무접곡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머리의 일부가 하얗게 세었다.

누가 봐도 무접곡 내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둘의 뒤로 살아남은 조원들 역시 대부분 처참한 몰골이었고, 숫자도 이전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공자님, 면목이 없습니다. 죽여주십시오!"


위룡은 기영을 향해서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큰 절을 올렸다.

······정확히는 사체투지겠지만.


"위룡! 그런 말은 삼가하십시오. 이런 큰 일을 해준 당신들을 벌한다면, 앞으로 그 누가 나를 위해서 일을 해주겠습니까. 이렇게 살아서 돌아와 나와 다시 재회한 것으로,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 것입니다. 그런 용사에게 내가 무슨 책망을 하겠습니까. 나를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기영은 위룡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직접 두 손으로 위룡의 상체를 잡아서 들어올렸다.

위룡의 뜯겨졌는지, 베어졌는지 알 수 없는 절단 된 팔에서 흘러나온 핏물들이 위룡의 옷에 잔뜩 묻어져 있었다.

때문에 기영이 위룡을 잡고 일으키려고 하자. 위룡의 피가 기영의 비싼 비단 무복에 잔뜩 묻어 나왔다.


"아니! 공자님, 그런 더러운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왕삼이 놀라면서 말릴려고 하였지만 기영은 그런 왕삼을 눈빛으로 쫓아냈다.


"물러나라!"


압도적인 기영의 기백 앞에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길을 만들었다.


"왕삼, 일단 이 영웅들을 먼저 치료하고, 위 대협은 무접곡 내부에서 벌어졌던 자세한 이야기는 차후에 천천히 합시다."


기영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위룡의 주름진 눈가에 이슬 한 방울이 맺혔다.


"공자님의 은덕에 그저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이 소요서생 위룡! 반드시 공자님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드시 보답하리라.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위룡이 그래도 먹물을 좀 먹어서 그런지. 말솜씨가 괜찮았다.


"저 역시 그러하겠습니다!"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동방광 역시 깊이 감명을 받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고, 다른 살아남은 조원들 역시 잇따라서 분위기를 탔다.

왕삼으로 하여금 그들을 치료하게 하고서, 저녁이 되어서야 기영은 위룡, 동방광들에게 무접곡 내부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일을 들을 수 있었다.


"무접곡 내부는 살아있는 지옥이었습니다."


위룡이 침통한 안색으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


"처음 무접곡 내부에 들어섰을 때는 그저 운무가 깊게 끼기는 하였으나. 소통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십장(十丈 : 30m) 마다 표식을 남겨서. 저희가 얼마큼 깊이 들어섰는지 확인했습니다. 무접곡의 길이는 대략 십리(十里)였고, 아무래도 안개 속에 숨어 있을 괴이와 귀신을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룡의 말을 들어보면 첫날은 나름 순조롭게 무접곡 내부를 탐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순조롭기만 하였다면 눈앞의 위룡과 동방광의 모습은 말이 되지 않았다.

즉.


"사건은 둘째 날에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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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3화 천화산(天花山) (25) 24.06.24 103 3 12쪽
43 제3화 천화산(天花山) (24) 24.06.21 113 3 12쪽
42 제3화 천화산(天花山) (23) 24.06.20 11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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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3화 천화산(天花山) (18) 24.06.13 125 3 12쪽
36 제3화 천화산(天花山) (17) +1 24.06.12 136 3 13쪽
35 제3화 천화산(天花山) (16) +1 24.06.11 13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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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3화 천화산(天花山) (14) 24.06.07 147 3 13쪽
32 제3화 천화산(天花山) (13) 24.06.06 146 3 13쪽
31 제3화 천화산(天花山) (12) 24.06.05 155 3 13쪽
30 제3화 천화산(天花山) (11) 24.06.04 149 3 12쪽
29 제3화 천화산(天花山) (10) 24.06.03 152 4 13쪽
28 제3화 천화산(天花山) (09) 24.05.31 164 4 13쪽
27 제3화 천화산(天花山) (08) 24.05.30 15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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