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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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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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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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DUMMY

현수는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고 난생 처음 한국을 떠났으며 난생 처음 미국에 왔다. 


놀러 온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인 더블에스 그룹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에 현지 법인 혹은 지사를 두고 있었다. 


더블에스 그룹에서는 현지 법인 혹은 지사의 사업 진행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임직원을 파견했고 지금까지는 파견된 임직원의 신변 보호와 안내를 위해서 화이트에스의 직원이 동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블랙에스에서도 직원을 파견했는데 파견된 직원이 수지와 현수였다. 


미국에 입국한 현수는 예약된 호텔의 배정된 방에서 짐을 풀고 있었다. 


띵동.


초인종 소리에 문을 한 번 바라본 현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었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수지였다.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문을 열면 어떻게 하냐? 여긴 미국이야. 한국이 아니라고."

"미국에 와서도 잔소리냐?"


현수는 확장된 감각을 통해서 수지의 에너지를 확인하고 문을 연 것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수지는 현수에게 잔소리부터 했다. 


"대충 정리 했지?"

"응."

"가자."

"어딜?"

"외삼촌, 아니 대표님 보러."


수지의 말에 현수는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왔다. 


수지는 현수와 함께 스위트룸이 있는 호텔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수지의 외삼촌은 블랙에스의 대표인 동시에 더블에스 그룹의 부회장인 이형태 부회장이다. 


현수는 블랙에스에 입사한 후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이 부회장이 워낙 바빠서 아직까지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현수가 이 부회장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수지가 현수에게 블랙에스 입사 제안을 하면서 내밀었던 윤수 혹은 윤수처럼 보이는 사람이 찍힌 사진때문이었다. 


수지는 그 사진을 이 부회장으로부터 받기만 했을뿐 사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머무는 방에 도착하자 수지가 초인종을 눌렀고 이 부회장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와! 방 좋다."

"당연하지. 부회장 방하고 말단 팀장 방하고 같냐?"

"치사해요."

"그게 사회라는 거다. 억울하면 출세해라."


수지의 반항을 가볍게 진압한 이 부회장이 현수를 보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남현수씨. 이형태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남현수입니다."


직위와 나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존대말을 하는 이 부회장이 현수는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가족이 아니라면 몇 년을 함께 일한 사람에게도 존대말을 하는 것이 이 부회장의 평소 모습라는 것을 아는 수지는 조금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를 마치고 이 부회장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 


"최근에 남윤수씨로 보이는 사람이 찍힌 사진들입니다."


이 부회장이 사진 몇 장을 내밀었고 사진에는 윤수로 보이는 아니 윤수가 찍혀 있었다. 


"남윤수씨가 맞습니까?"


이 부회장의 말을 들으며 현수가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맞습니다. 군에서는 형이 실종되었다고 했고 전사처리를 했는데······."

"지금도 군에서는 남윤수씨가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들에 대해서는 군에서도 알고 있고 군에서는 그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어디서 난 겁니까?"

"이 사진들은 모두 함경북도에서 찍힌 겁니다.

인민해방전선의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추적하던 군이 확보한 자료들입니다."


군이 확보한 자료를 어떻게 민간인인 이 부회장이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현수는 굳이 묻지 않았다. 


동진물산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인민해방전선의 주요 활동 무대는 함경북도이다. 


군은 함경북도에서 인민해방전선의 확장을 막고 있으며 인민해방전선에 소속된 조직원들의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인민해방전선의 흔적이 발견되면 군은 근처의 모든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수거한 후 분석해서 인민해방전선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현수가 찍힌 사진은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 속 인물들의 신원을 확인하던 군은 윤수를 특정했지만 신원확인 과정에서 전사처리된 것을 확인하고는 그저 닮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현수를 채용하기 위해서 조사를 하던 이 부회장이 윤수의 존재와 윤수가 찍힌 사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현수의 채용을 위해서 그 사진을 사용했다.


사진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이 부회장도 사진 속의 인물이 윤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윤수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실종 당시에 국군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이 가족을 버리고 적이었던 인민해방전선에 가입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후에도 윤수의 모습이 종종 포착되었고 그룹 차원에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윤수일 확률이 97%가 넘었다. 


그리고 오늘 현수의 입에서 사진 속 인물이 윤수가 맞다는 대답까지 들은 것이다. 


"더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면 수지를 통해서 바로 알려주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감사인사를 한 현수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뭐죠?"

"제게 왜 이렇게 관심을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화이트에스에서 블랙에스를 분사시키며 직접 대표을 맡은 이 부회장은 현수의 채용을 수지에게 직접 지시했고 상당부분 관여하기도 했다. 


현수는 재벌 오너인 이 부회장이 루나틱이라고는 하지만 루나틱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아닌 자신에게 이 정도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상했다. 


현수의 질문에 이 부회장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한 가지 오해를 하는 것이 있는 것 같네요."

"그게 뭡니까?"

"제가 남현수씨한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그건 남현수씨 개인에 대한 관심은 아닙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루나틱입니다. 

혹시 우리나라에 루나틱이 몇 명인지 아세요?"

"100명 정도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지난 달까지 신고된 루나틱은 총 138명이에요.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명이 넘는데 그 중 겨우 138명이라는 건 충분히 희소성이 있다는 거죠."


현재 루나틱이 꼭 필요한 것은 루나틱이나 비스트를 상대할 때뿐이지만 이 부회장은 루나틱이라는 희소한 존재를 선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긁지 않는 복권 들어봤죠? 전 당첨확률이 높은 복권을 모아두는 거죠."


희소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2억의 연봉을 준다는 이 부회장의 말이 현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에게 2억은 희미한 가능성에도 배팅해볼 만한 작은 금액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후로도 윤수에 대한 정보가 얻어지면 바로 현수에게 통보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현수가 발견되는 지역이 군사작전지역이라 능동적인 조사는 어렵다고 했다. 


"형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도 감사드립니다. 어느 정도 지역이 한정이 된다면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장기 휴가를 줄테니 사표를 쓸 생각은 말아요."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일정이 시작되면 꽤 바쁠테니 쉬세요."


인사를 하고 현수가 이 부회장의 방을 나왔고 수지는 남았다. 


***


"으하하함."


수지가 하품을 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수지에게 몰렸다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입을 가리고 멋쩍은 표정을 짓는 수지에게 현수가 말했다. 


"졸려?"

"넌 안 졸려?"

"견딜만 한데."

"난 졸려 죽겠다.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밤에도 안 자고 버티니까 너무 힘들다."


이 부회장과 임원들은 도착한 다음 날부터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움직이기 시작해서 오전과 오후에는 보고와 시찰이 이어졌고 저녁에는 회의를 했는데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루나틱 혹은 비스트와의 접촉에 대비해서 동행한 수지와 현수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일행 중 루나틱이 두 명뿐이라서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깨어 있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두 명이서 출장 기간 내내 불침번을 선다는 말이다.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었으니 수지의 말처럼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했다.


"으하하하함."

"휴게실 같은데 없냐고 물어봐서 좀 쉬고 와."

"아니야. 너도 힘들텐데 그러면 안 되지."

"아이고. 웬일이냐?"

"팀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게 당연하지."


졸음을 참으면서 자리를 지키려는 수지를 보고 현수가 피식 웃었다. 


그때 현수는 발 아래에서 익숙하지만 낯선 감각을 느꼈다. 


'루나틱이다. 그것도 둘.'


웃으며 이야기하던 현수가 갑자기 표정을 굳히자 수지가 물었다. 


"뭐야?"

"1층에 루나틱 두 명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있는 건물은 로스엔젤레스의 다운타운에 있는 15층짜리 건물로 5층부터 10층까지 더블에스 그룹의 지사가 입주해 있었고 1,2층에는 지역 은행의 지점이 있었다. 


루나틱이라도 은행에 올 수 있다. 


그러니까 루나틱이 나타났다는 것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수의 그런 기대는 곧이어 들린 총소리에 무너졌다. 


탕. 타당. 탕. 탕. 


1층에서 누군가가 총을 쏘았고 그 소리는 현수가 아니라 누구라도 들을 수 있었다. 


"총이다!"

"부회장님을 보호해라."


현수와 함께 회의실 밖에 있던 화이트에스의 김영현 팀장이 빠르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1층에 루나틱이 두 사람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은행 경비가 두 사람에게 총을 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걸 어떻게 알아?"


루나틱이 보통 인간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5층에 있으면서 1층에서 벌어지는 일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말한 현수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수와 같이 지내면서 현수가 루나틱을 감지하는 것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보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여러번 본 수지는 현수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뭐야?"

"은행 강도 같아."


현수가 수지의 말에 대답을 하는 사이에 김 팀장의 명령에 따라 회의실로 들어간 화이트에스의 직원들이 이 부회장과 임원들 그리고 지사의 임직원들을 데리고 나왔다. 


"무슨 일인가?"


이 부회장의 질문에 김 팀장이 총소리가 났으니 피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답을 했고 이어서 수지가 말했다. 


"1층 은행에 강도가 들어왔는데 루나틱이래요."

"은행강도가 루나틱?"

"네. 두 명."

"그걸 어떻게 아니?"

"현수가 그러던데요. 현수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에요."


수지의 말에 이 부회장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때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놀란 이 부회장과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수를 향했지만 현수는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투시를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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