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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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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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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DUMMY

기관단총을 든 복면남이 비상계단 통로로 들어오더니 비상계단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잠시 후 알림음과 함께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남자는 안을 확인하고는 가방에서 벽돌을 하나 꺼내더니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두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자동으로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은 벽돌에 닿더니 다시 열리기를 반복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복면남이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때마다 조금씩 음악이 크게 들렸고 지하 1층의 비상계단 문을 열자 시끄러운 소리가 복면남을 덥쳤다. 


하지만 복면남은 주위를 둘러본 후 아무런 반응없이 맥주전문점 안으로 들어갔다. 


금요일이라 손님이 가득했고 바쁘게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던 여자 알바가 누군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외쳤다. 


"어서오세요. 몇 명이세요?"


질문을 하며 들어온 손님을 확인한 여자 알바는 남자가 쓰고 있는 복면을 보고 놀랐고 이어서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보고 놀랐다. 


놀란 여자 알바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꺄아아악!"


동시에 복면남이 총을 들어 천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타다당.


발사된 총알이 천장의 조명과 장식을 부수자 맥주전문점을 가득 채우던 사람들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음악 꺼!"


복면남이 계산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말을 하자 놀란 직원이 서둘러서 음악을 끄자 수십 명이 모여 있는 가게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지하 1층에는 맥주전문점만 있고 화장실은 가게 안에 있으며 입구는 복면남이 등지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맥주전문점에 있는 손님과 직원은 모두 복면남의 인질이 되었다는 말이다. 


복면남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여자 알바를 보며 말했다. 


"너. 이리와."

"살려주세요. 흐흐흑. 살려주세요. 흐흐흑."


총이 발사되는 순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떨고 있던 알바가울면서 애원했지만 복면남은 총으로 그녀를 겨누며 말했다. 


"이리와. 두 번 말했어. 세번째는 말대신 총알이 나갈거야."


복면남의 말에 여자 알바가 일어나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다리가 풀린 것인지 일어서지를 못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도 복면남의 요구는 달라지지 않았고 여자 알바는 기어서 그의 앞으로 갔다. 


알바가 앞에 오자 복면남은 그녀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지하를 가득채웠고 모두는 동상이라도 된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여자 알바를 인질로 한 복면남이 테이블을 뒤로 밀고 모든 손님과 직원은 테이블과 자신 사이의 바닥에 앉으라고 명령했다.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이 여자 머리가 터지는 걸 보게 될거야."


복면남의 말에 직원들이 나서서 테이블을 뒤로 밀었고 손님들도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이어서 복면남은 손님과 종업원의 핸드폰을 모두 수거하도록 했고 사람들은 순순히 그 지시에 따랐다. 


사람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복면남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지만 현수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석훈은 뭔가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결코 두려움때문은 아니었다. 


지하에서 일이 벌어지는 사이 다른 두 명의 복면남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갔다. 


띵. 


알림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텅빈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사무실에 보였다 


대부분의 사무실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지만 몇 개의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불이 켜진 사무실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동진물산은 국가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위장 기업이다. 


국정원이 운영하는 위장기업이 서울 한복판에 당당하게 간판을 내걸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대외적으로 동진물산은 수출입 업무를 하는 회사고 실제로도 수출입 업무를 한다. 


동진물산의 직원 중 5분의 4는 동진물산이 국정원이 운영하는 위장기업인 줄도 모르는 일반인들이고 대표와 임원을 포함해서 5분의 1만 국가정보원 소속이다. 


조직과 근무하는 층이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동진물산의 일반인 직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곳이 국정원의 위장기업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당연히 직장 동료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이 소속된 조직은 11층과 12층에 집중되어 있었고 당연히 복면남들의 목적지도 그곳이었다.


복면남 하나가 지하 맥주전문점의 사람들을 인질로 삼은 것은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11층 도착. 상황은?'


복면 속에 착용한 무선 이어폰을 통해서 소리가 들리자 지하의 복면남이 왼손을 복면으로 가려진 입에 가져다 대더니 작게 말했다. 


"지하 확보."

'수고했다. 작전 시작할테니 별도 지시가 있을때까지 현상황을 유지한다.'

"알겠습니다. 조국에 영광을 인민에 해방을."

'조국에 영광을 인민에 해방을.'


구호를 주고받는 것으로 통신을 끝낸 복면남이 두려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서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너희가 아니다. 

그러니까 지시에만 잘 따르고 얌전히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거다."


복면남의 말에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를 향한 사람들의 눈빛에 담긴 두려움도 줄어들지 않았다. 


***


복면남은 테이블을 뒤로 밀고 손님들과 직원들을 모두 바닥에 앉도록 했지만 더럽고 차가운 바닥에 앉을 수 없다고 항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여자들 특히 유진처럼 짧은 치마를 입고 온 여자들은 꽤 난감해했다. 


"이거 덮어."


현수가 작게 말하며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서 주자 유진이 살짝 고개를 숙여서 감사를 표하고 현수의 가디건을 받아서 무릎을 덮었다. 


처음부터 총을 쏘고 여자 알바의 머리를 박살내겠다고 위협을 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지시대로 움직이자 복면남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여전히 총구는 여자 알바를 향하고 있었지만 더이상 머리를 겨누고 있지도 않았고 뭔가 초조한지 손목시계를 보거나 아무도 없는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복면남이 들고 있는 총을 보며 현수가 생각했다. 


'비스트한테 총이 안 먹히니까 나한테도 안 통할거야. 분명히'


유튜브에는 보면 총기가 허용되는 미국같은 곳의 루나틱이 자신의 몸에 직접 총을 쏘는 영상이 적지 않게 있었고 맥스가 총에 맞는 것을 직접 본 현수는 총으로 루나틱을 해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그걸 나서서 자신의 몸으로 시험해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서지 않고 있었고 가능하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 석훈이 혼잣말처럼 작은 소리로 하는 말이 들렸다.


"북쪽 사람들이다."

"북쪽 사람들?"

"표준어를 쓰지만 묘한 억양이 남아 있어. 인민해방전선 사람들 인거 같다."


인민해방전선은 함경북도에 남아 있는 북한군 잔존 세력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미안하다. 내 탓이다. 장소를 잘못 잡았어."

"뭔 소리야?"

"더 이상은 말 못해. 미안하다."


현수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석훈은 복면남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는데 석훈의 시선은 두려워하며 살피는 시선이 아니라 사냥감을 노리는 한마리 맹수의 시선과 같았다. 


석훈이 휴가를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석훈이 서울 그것도 강남의 이 빌딩을 방문한 이유는 휴가를 이용해서 현수를 만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석훈은 이 건물 11층에 용무가 있었고 생각보다 일이 길어지자 현수와 만날 약속장소를 이 건물 지하의 맥주전문점으로 바꾼 것이었다. 


석훈은 인민해방전선이 오늘 이곳에 나타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수와 유진에게 미안했다. 


복면남을 바라보는 석훈의 모습은 학교를 다닐때 현수가 보았던 석훈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다가 외모도 나쁘지 않고 성격도 둥글둥글한 석현은 남녀를 떠난 대부분의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 석훈이 딱 한 번 폭발한 적이 있었다. 


현수와 석훈의 반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몸이 불편한 아이가 쉬는 시간에 움직이다가 자고 있는 일진을 건드렸고 자다 깬 일진이 장애가 있는 친구를 때리려고 했다. 


모두가 구경만 하는 상황에서 석훈이 나섰고 일진과 실제로 싸웠다. 


지금 석훈이 복면남을 바라보는 눈빛이 그때 일진을 막아서던 눈빛과 같았다. 


현수가 석훈의 어깨를 잡자 복면남을 응시하고 있던 석훈이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바라보았고 현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지마."

"뭘?"

"네가 뭘 하려는지 내가 모를 것 같냐? 하지 말라면 하지마."

"······."

"여긴 학교가 아니고 저 사람도 그냥 일진놀이하는 애가 아니야. 저 총은 진짜다. 아까 봤잖아."

"알아. 하지만 이렇게 된 건 나때문이야."

"그냥 운이 없는거야. 인민해방전선이라고 하던가?

북쪽 사람들이 테러를 벌이는 것이 처음은 아니잖아.

뉴스에 나온 걸 나도 봤어."


비스트와 루나틱의 등장이 전세계적인 문제였다면 한국만이 가진 문제는 바로 함경북도에 남아 있는 인민해방전선이라는 지극히 북한스러운 명칭을 가진 북한군 잔존 세력이었다. 


정부가 겨우 함경북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인민해방전선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중국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북한이 남한에 흡수 통일되는 과정에서 중국은 수없이 많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서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했다. 


중국이 단순히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적 수단만을 동원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동북 3성의 군을 움직여서 직접 북중 국경을 넘으려고 했다.


하지만 평양에 떨어진 파편과 함께 떨어진 파편들에 중국의 동북 3성과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성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통일을 원하지 않은 중국은 아직도 남북한의 통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인민해방전선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인민해방전선에 대한 지원은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인 물품만 지원한다고 하고 있었지만 당장 복면남의 손에 들린 기관단총이 중국제 CS/LS5인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무기도 지원하고 있었다. 


중국이 인민해방전선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중국과 인민해방전선은 이를 부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석훈이 중국이 인민해방전선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고 이 증거들을 국정원에 전달하기 위해서 휴가로 위장하고 서울에 와서 동진물산을 방문한 것이었다.


석훈은 복면남이 인민해방전선이라면 지금의 일은 단순한 테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사건은 지하가 아닌 11층과 12층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석훈은 당장이라도 복면남을 해치우고 11층으로 올라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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