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345
추천수 :
57
글자수 :
313,402

작성
24.07.31 10:00
조회
15
추천
1
글자
11쪽

47

DUMMY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이미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인 저녁 7시에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탐사의 기자 심현석은 사무실로 복귀했다. 


털썩.


아침부터 하루 종일 취재를 위해 돌아다닌 심 기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방에서 꺼낸 노트북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오늘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야 했고 기사의 초안도 작성해 놓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인트라넷에 접속한 심 기자는 습관적으로 메일함을 확인했다. 


비록 힘없는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이지만 나름 인지도를 가진 심 기자에게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제보 메일이나 취재 요청이 들어온다. 


물론 일방적인 비난이나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특종의 실마리도 있었다. 


100개가 넘은 읽지 않은 메일의 제목을 훑어보던 심 기자의 눈에 짧은 제목이 하나 들어왔다. 


'신인류의 성명서.'


메일에는 영상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고 영상을 다운 받은 심 기자는 이어폰을 귀에 끼고 영상을 플레이했다. 


영상은 파레트 하나와 파레트 위에 비닐로 잘 포장된 무엇인가가 놓인 창고를 보여주고 있었다. 


심 기자는 영상을 보는 순간 파레트 위에 비닐로 포장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건 5만원권 지폐였다. 


화물 운반용 파레트와 그 위에 쌓인 5만원권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현금수송트럭탈취 사건이다!'


피곤이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심 기자가 볼륨을 키웠고 영상이 시작되고 10초가 지나자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영상에는 여전히 파레트와 5만원권만 보였다. 


"우리는 루나틱이다."


첫 문장을 들은 심 기자는 영상의 재생을 멈추더니 하나만 끼고 있던 이어폰의 나머지도 찾아서 귀에 꼽았다. 


"진화는 자연의 선택이고 진화를 통해서 모든 생물은 발전한다.

진화를 거쳐 유인원은 인간이 되었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유인원에서 진화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진화는 멈추었다. 

인간은 진화 대신 과학기술을 선택했다. 

발전된 과학기술은 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되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오염과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그리고 지금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진화했고 생존을 위해서는 진화를 수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구인류는 신인류를 경원시하고 차별하고 있다. 

구인류가 지배하는 정부는 불공정한 법과 제도를 신인류에게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신인류에 대한 구인류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즉각 개선하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신인류가 구인류를 영도하는 것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경고나 협박이 아니다.

이것은 진화이고 자연의 선택이다."


많은 기자들이 심 기자와 같은 메일을 받았고 동시에 여러 곳의 인터넷 사이트에도 영상이 게재되었다. 


영상은 즉각적으로 기사화되었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전국민이 알게 된 것은 물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


"어서오십시오."


남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지나가던 웨이터들이 큰 소리로 인사를 했고 그 중 한 명이 남자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찾으시는 마담 있으십니까?"

"세경이."

"몇 분이십니까?"

"나 하나."


남자의 말에 웨이터가 왼손 손목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세경 마담 손님 오셨습니다. 한 분이십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모시겠습니다."


웨이터는 귀에 꼽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서 들리는 말에 대답을 하고 남자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한 후 8층 버튼을 눌러주고는 30도 정도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인사를 하고 허리를 펴는 웨이터는 눈 앞에서 팔랑거리는 5만원권 한 장을 발견했다. 


5만원권은 남자의 손에 들려 있었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형님."


5만원권을 받은 웨이터는 큰 소리로 인사를 했고 허리는 90도가 넘게 숙여졌다. 


그리고 웨이터의 허리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펴지지 않았다.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탄 건물은 선릉역 근처의 12층짜리 건물로 전체가 룸싸롱이었다. 


띵.


알림음이 울리고 8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웨이터가 인사를 하고 남자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으로 안내받는 사이 복도에서는 초이스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서 있었고 하나같이 젊고 아름다웠다. 


남자는 여자들을 훑어보며 웨이터를 따라 움직였고 웨이터가 열어준 문을 지나 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5만원권 하나를 내밀었다. 


웨이터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감사인사를 하고는 남자의 손에 있는 5만원권을 받아서 룸을 나갔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미모의 여자가 들어왔다. 


건물 1층에서 남자가 말한 마담 세경이였다. 


"오랜만이네. 오빠."

"왜? 보고 싶었냐?"

"보고 싶었지. 오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됐고. 초이스나 보자."

"알았어. 오빠. 근데 외상값이 좀 밀렸잖아. 그거부터 해결해줘야 할 거 같은데."


세경의 말에 피식 웃은 남자가 앉으며 옆에 내려놓은 파우치를 열더니 안에서 5만원권 묶음을 하나 꺼내서 내밀었다. 


띠지마저 그대로 있는 5만원권 100장짜리 묶음이었다. 


"이거면 되냐?"

"그럼요. 오빠."


세경이가 재빨리 5만원권 묶음을 집어들며 말했다. 


띠지까지 있으니 굳이 세어볼 필요도 없이 500만원이었고 남자의 외상값은 4백이 조금 넘었다. 


세경은 굳이 외상값이 얼마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남자도 묻지 않았다. 


"오빠가 안 오는 사이에 새로 온 에이스가 하나 있는데. 어때? 나 믿고 초이스없이 그 애로 하는 건?"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서 물었고 세경이 라이터를 꺼내서 남자가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자신있나 보지?"

"내가 오빠 스타일을 알잖아."


자신있는 세경의 말투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 그래도 초이스는 하자."

"둘?"

"그래."

"술은? 발렌타인?"

"그래."

"몇 살짜리로 가져올까?"

"서른 살 짜리 있냐?"

"좀 비싼데······"


세경이 말을 흐리자 남자가 파우치에서 다시 5만원권 한 묶음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잠깐만 기다려. 오빠. 애들 바로 보여줄게."


세경이 급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물고 있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잠시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세경이 여자들과 함께 들어왔고 그 중 한 명을 한 걸음 앞으로 나오게 해서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경이 한 걸음 나오게 한 여자는 남자의 오른쪽에 들어와 앉았고 다른 여자들은 일렬로 서서 남자에게 이름을 말했다. 


남자는 이름을 말한 여자 중 하나를 지명해서 왼쪽에 앉히자 초이스가 끝나고 룸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시간 뒤 웨이터의 인사를 뒤로 하고 건물을 나온 남자가 담배를 하나 꺼내서 물고 거리를 바라보았다. 


새벽이라 거리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술집과 해장국집의 간판에는 불이 들어와 있어서 거리는 깜깜하지는 않았다. 


"꼴랑 1억."


담배를 손에 든 남자가 투덜거렸다. 


남자의 이름은 이주창이지만 최근에는 이름보다는 러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러쉬는 주창이 '선택받은 자들'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고 그는 며칠 전 한국은행 강남지점에서 현금수송트럭을 탈취했던 루나틱 중 한 명이다.


계획이 어긋나면서 파레트를 하나만 훔칠 수 있었지만 파레트 하나에 적재된 5만원권은 모두 합하면 300억이었다.


그런데 그 일의 대가로 카페장인 더초즌이 주창과 다른 루나틱들에게 나눠준 것은 딱 1억씩이었다. 


카페장은 이번 일이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고 했다. 


루나틱이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쓸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했으며 이번에 마련된 돈은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 자금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창도 분명히 그 말에 동의했다. 


눈 앞에 쌓여있는 300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은 내가 다 했는데. 씨발."


담배 필터를 질겅질겅 씹으며 주창이 중얼거렸다. 


현금수송 계획과 트럭이 강남본부에 도착하는 시간 그리고 한국은행의 경비 상황 등을 알아낸 것은 카페장이었지만 트럭을 탈취해서 몰고나온 것은 주창이었다. 


교차로에서의 사고와 현수와의 만남때문에 파레트를 하나 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주창은 이번 일에 대한 기여도는 자신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근데 씨발 꼴랑 1억이야. 나도 1억. 덩어리도 1억. 쌍년도 1억."


주창이 말한 덩어리와 쌍년은 함께 트럭을 탈취했던 헬창 루나틱과 여자 루나탁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장은 가만히 있다가 297억. 씨발."


카페장은 분명히 돈을 자신이 임의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주창도 그 말을 믿었었지만 돈을 직접 본 후로 믿음을 모두 사라졌다. 


"씨발! 씨발! 씨발!"


주창이 욕을 하며 소리를 치자 사람들이 주창을 바라보았다. 


"뭘 봐!"


사람들의 시선에 화가 난 주창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해장국집 밖에 놓인 테이블에서 국밥을 먹던 남자 중 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술 다 처먹었으면 좋게 집에 가서 자라.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한 눈에 보기에도 조폭처럼 보이는 남자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남자와 주창에게 모였다. 


피식.


주창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주먹 좀 쓸 줄 안다고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그래봐야 열등한 주제에."

"뭐!"


주창의 말에 남자보다 일행이 먼저 반응했다. 


남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행 3명이 벌떡 일어나더니 남자의 눈치를 보았다. 


남자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당히 해라."

"네. 형님."


남자의 허락을 받은 세 명이 주창에게 다가왔고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전혀 예상못한 일이 벌어졌다. 


"열등한 놈들이."


중얼거린 주창이 그대로 세 명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세 명은 주창이 움직이는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어두웠기 때문이 아니라 주창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세 사람이 뒤로 날아가더니 테이블과 가게 문을 부수고 나뒹굴었다. 


"루나틱이다!"


누군가가 소리쳤고 주창은 그대로 움직여서 처음 자신에게 말을 했던 남자를 그대로 쓰러뜨리고 짖밟았다. 


사람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주창을 바라보았다. 


"버러지같은 것들."


주창은 자신의 발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조폭 남자를 보며 정말로 벌레같다는 생각을 했다. 


벌레같은 보통의 인간에 비해서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생각했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남자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자 남자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고 주창은 그 소리가 감미롭다고 느꼈다.


그때 감미로운 신음소리 감상을 방해하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였다. 


잠깐 고민하던 주창은 남자의 몸에서 발을 떼고 그대로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졌다. 


주창이 사라지고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호모 사피엔스 루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9 NEW 5시간 전 6 0 12쪽
58 58 24.09.11 11 2 12쪽
57 57 24.09.09 12 1 12쪽
56 56 24.09.02 16 1 12쪽
55 55 24.08.30 14 1 11쪽
54 54 24.08.28 14 0 12쪽
53 53 24.08.26 13 0 11쪽
52 52 24.08.23 13 0 12쪽
51 51 24.08.21 13 1 11쪽
50 50 24.08.07 12 1 12쪽
49 49 24.08.05 12 1 12쪽
48 48 24.08.02 15 1 11쪽
» 47 24.07.31 15 1 11쪽
46 46 24.07.17 14 0 12쪽
45 45 24.07.15 13 1 12쪽
44 44 24.07.12 17 1 12쪽
43 43 24.07.10 20 1 11쪽
42 42 24.07.08 18 1 12쪽
41 41 24.07.05 16 2 12쪽
40 40 24.07.03 20 1 12쪽
39 39 24.07.01 15 1 12쪽
38 38 24.06.28 15 1 11쪽
37 37 24.06.26 21 1 12쪽
36 36 24.06.24 19 1 11쪽
35 35 24.06.21 18 1 12쪽
34 34 24.06.19 18 1 11쪽
33 33 24.06.17 18 1 11쪽
32 32 24.06.16 20 0 12쪽
31 31 24.06.15 20 1 12쪽
30 30 24.06.14 2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