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뒤폰트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20 09:0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7,226
추천수 :
360
글자수 :
656,734

작성
24.05.27 09:29
조회
53
추천
4
글자
9쪽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DUMMY

“동지, 급할것 없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오. 놈은 이미 우리 손아귀에 들어와 있질 않소? 언제든지 죽일수 있지.”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고 방에 들어가자, 이봉선이 불만스런 눈으로 뒷모습을 바라본다.


식사가 끝난후에도 한참동안 우리는 얘기를 나눴다.

얘기를 나눌수록 진선생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학식이 높을뿐 아니라 상당히 유쾌하며 배려심도 남다르다.


그리고 언변에 막힘이 없다.


내가 어눌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박성우도 말이 많은 달변이어서 죽이 잘맞았다.


녀석과의 차이? 많지. 녀석은 머리에 든게 없지 않은가.


진선생도 나와 죽이 잘 맞았다.

서로 잘 맞았는지, 나에게 잘 맞춰줬는지 모를일이지만 그와 얘기하는게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얘기꽃을 피운것 같다.


오후 늦게서야 그집을 나왔다.


세상은 이미 연한 붉은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태양이 가장 아름답게 빛을 발할 시간.

힘겹게 일을 마치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는 이때, 석양을 붉게 수놓는 노을이 제일 아름답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작별할 시간이다.


나만 헤어지는게 아쉬운게 아닌가보다.

작별인사를 해야한다는 이성을 뒤로하며, 진한 아쉬움을 서로 숨기지 않고있다.


이렇게 문앞에서 두사람이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을때였다.

눈에 띄는 사내가 어깨에 소쿠리를 맨채 대문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보고도 믿을수 없는 놀라운 모습의 사내였다.


상당히 건장한 풍채지만, 신기할 정도로 머리 한쪽이 찌그러져 있다.

저런 상태로도 살아날수가 있다는 말인가.


몸 상태 또한 정상이 아녔다.


오른쪽 팔과 다리를 못쓰는지 팔이 늘어뜨려져 대롱거리고 있고 다리는 빗질하듯이 질질 끌고 있다.

머리외상으로 생긴 반신불수인듯하다.


얼굴에는 침이 하얗게 말라버린 입꼬리에서 시작된 깊은 흉터가 왼 눈꼬리까지 깊게 파인것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의 온갖 재난을 혼자 다 당한것처럼 불행해 보이는 그가, 선생을 보자 엄청 행복한 표정으로 허리까지 깊숙이 숙이며 인사한다.


“그냥 홍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저렇게 문간방에 살죠."


집안 정원옆의 별채로 기우뚱거리며 가는 그의 뒷모습을 눈에 담으며 선생이 말한다.


"불쌍한 사람이에요. 몇년전에 머리를 다쳤나 봅니다.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청각과 목소리도 잃어버렸지요. 저기에 혼자 살면서 마을에서 이런저런 잡일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 한쪽은 찌그러지고 반신불수에다 귀머거리에 벙어리.


물론 요즘처럼 곳곳이 전쟁터인 세상에서 마을마다 장애인이 있는건 드문일이 아니다.

다만 저사람처럼 심하게 다치고도 살아났다는게 얼마나 신기한가.


“선생, 다음에 또 놀러와도 되겠습니까?”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중위님덕에 오랜만에 맘껏 수다를 떨수가 있었습니다.”


이젠 정말 길을 나서야 할 시간이 됐다.


애인을 전장터로 보내는 처녀마냥 내모습이 점이 될때까지 대문 앞에서 처연하게 보고 있다. .


이봉선이 살며시 다가와 그옆에 선다.


“그냥 보내시는 겁니까?”


“...”


“동지,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철벽, 저놈에게 우리가 얼마나 이를 갈았습니까?”


“맞소. 그랬지. 그 철벽이지.”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불과 일년전 아닌가.

저자는 절대 깨지지않는 철벽이었다. 진천부의 부하도 많이 당했다.

철벽라는 별명이 괜히 생겼겠는가.


거기에다 동족을 배신한 매국노였다.

비로소 원수놈이 우리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승에 간 동지들의 원한을 풀지 않으실 겁니까!”


“하핫. 걱정마시오. 내 어찌 잊을수 있겠소. 내 기필고 동지들의 원혼을 풀것이오.”


진천부의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그렇지요? 궁금합니다. 저놈을 어떻게 죽이실 계획이신지요?”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내가 왜 그를 죽인단 말이오?”


진천부의 뜻밖이라는 표정.

아니, 이 남자가 놀리는것도 아니고.


“왜 또 잡아떼고 그러십니까? 한때는 죽이고 싶어 안달했던 놈입니다. 동지들의 원혼을 갚은다면서요!!”


그녀가 눈꼬리를 올려세우며 거세게 힐문한다.


“그땐 철벽이었으니까. 얼마나 많은 동지가 죽이고 싶어했소?”


“지금은 철벽이 아닙니까?”


“지금? 하하핫, 지금은 내품으로 들어온 가엾은 어린새지.”


진천부가 재밌는 상상하듯 히죽거리더니, 새를 품에 안듯이 손을 모으고 애처러운 표정을 지었다.


“흥, 동지는 그를 끝까지 살려둘 생각이시군요. 절대 안됩니다. 복수를 안한다면 죽어간 동지들이 저승에서 눈을 편히 감겠습니까?”


“하핫. 동지, 복수하기 위해서 이러는거 아니겠소?”


“뭐라구요?”


보자보자하니까 이 남자가 말장난을 하자는건가?

이봉선의 눈빛을 보더니 살살웃던 진천부가 움찔한다.


“하핫, 부인. 생각해보시오. 철벽을 회유해 우리의 최전방에 세운다면 그것보다 더 통쾌한 복수가 있겠소? 저승의 동지들이 누구보다도 좋아할거요. 알겠소? 놈들의 가장 강력했었던 무기로 놈들을 깨부신다면 말이오.”


생각만해도 얼마나 통쾌한 복수인가.

진천부의 입이 가로로 쭈욱 찢어졌다.


“동지는 회유할수 있다고 자신하시는군요.”


“그야 당연하지. 그는 결국 우리와 함께 할것이오. 그 철벽이 우리와 함께 한다면 어떻게 되겠소? 임표 동지 못지않은 우군이 될것이오.”


“가능할까요? 저자는 다른 군인들과는 분위기가 좀 다른것 같습니다.”


“맞소. 일본 장교는 대개 두 부류잖소?”


“압니다. 당신에게 귀에 피나게 들었잖아요.”


“하하핫. 그랬던가?”


일본은 장교를 양성할때 철저하게 군인정신을 강조한다.

주변의 잡다한것에 좌면우고하지 않고 오직 나라에 충성하는것만 생각하게 한다.


기준을 국가에 두고 조금이라도 벗어난게 있다면 철저하게 응징한다.

그들의 항일조직을 토벌할때 유난히 잔인했던 이유였다.


그렇다고 장교 모두가 그렇게 되는법은 없다.

타락하는 장교도 있는 법이다.

이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장교는 유난히도 지나치게 잔인하고 속물적이다.


“하지만 결국 두부류 다 죽여야 한다고 했잖아요. 저자는 어떤것 같습니까?”


그녀가 되묻자 진선생이 새삼 고민하는척 한다.


“저자는 뭐랄까? 음... 확실한건 두경우 다 아니오.”


“네? 그런것도 있습니까?”


“나도 처음보는 경우긴 하지. 저자의 눈은 군인의 눈이 아니란 말이오. 뭐라고 할까? 그 말대로 선생이라고 하는게 맞을까? 우리가 생각했던 철벽과는 거리가 멀지."


철벽이라고 불릴 정도면 최소한 유능한 지휘관이다.

그런 사람들은 숨길래야 숨겨지지 않는 아우라가 있는 법이다.

명석한 두뇌나 대중을 아우르는 리더십이 당연히 몸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내 흐리멍텅한 눈빛에는 도저히 군인다운 기도를 찾을수 없었다.


"뭐, 아직은 백지장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그림을 어떻게 그려넣느냐에 달려있겠지. 그릴 시간은 충분하잖소? 하핫.”


진천부가 재밌다는듯이 다시 웃는다.

그의 웃음소리 너머로 마을 앞 붉었던 들판이 서서히 검게 어두워지고 있다.


...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다시 진송의 식당에 둘이 앉았다.

앞에는 커다란 민어가 튀겨있다.


“제가 이렇게 느끼는걸 대장이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잖습니까?”


오늘따라 무슨 불만이 있는지 조장이 큰소리를 내고있다.


“그놈 얼굴에 빨갱이라고 써있습니다. 대장도 눈치채지 않았습니까? 지금 당장 잡아넣어야 합니다.”


이놈 오늘따라 되게 시끄럽다.


“박조장, 생각해봐라.”


한참 생선살을 바르던 내가 말했다.


“빨갱이들은 이 물고기와 같다. 조금만 낌새가 이상하면 전부 수면 아래로 깊숙이 숨어버리지. 진천부 그자 한명 잡는건 중요하지않아. 그자 하나 잡자고 수많은 물고기를 놓칠수가 없다.”


젓가락으로 발랐던 생선살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이 멍청한 놈. 아까 공터에서 태수란 놈이 뭐라 그러디? 우리에게 한말은 거짓이 아니었다고. 그렇지?”


“그럼 그 마을에 만뇌서생이 진짜 있다는겁니까?”


“그래. 물론 진천부가 서생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를 통해서 단서를 찾을수가 있을거야. 그자의 학식을 보면 분명 평범한 아랫것은 아닐것이다.”


“그럼 더욱 잡아서 족쳐야 하지않소?”


“너 저놈들을 모르는거냐. 빨갱이들이 족친다고 말할것 같아? 그리고 진천부를 족치고 있으면 만뇌서생이 잡아가시오 하고 가만히 집에 있겠어?”


“...”


“그리고 진천부 그자도 서생을 모를 가능성이 있다. 워낙 연기같이 흔적을 안남기는 놈이니까.”


“답답한 일이네. 그럼 저놈을 통해 살살 캐내겠다는 소리요?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잖소.”


“그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렸다가 한번에 그물로 확 쳐올려야해. 하나 잡겠다고 텀벙거리다가는 물고기 다 도망간다.”


이번 사건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심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뇌서생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나와 진선생은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처음 만났다.


하지만 격변하는 세상은 진천부가 내 머리에 그림을 그리거나, 내가 그물망으로 그를 낚아올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4 4 9쪽
30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4 +1 24.05.26 61 3 10쪽
29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3 +1 24.05.25 51 3 10쪽
28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2 +1 24.05.24 51 3 10쪽
27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1 +1 24.05.23 59 3 10쪽
26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5 +1 24.05.22 66 5 10쪽
25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4 +1 24.05.21 51 5 9쪽
24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3 +1 24.05.20 55 5 10쪽
23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2 +1 24.05.19 57 5 10쪽
22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1 +1 24.05.18 65 5 10쪽
21 간도 특설대 3 +1 24.05.17 67 5 10쪽
20 간도 특설대 2 +1 24.05.17 62 4 10쪽
19 간도 특설대 1 +2 24.05.16 91 5 10쪽
18 위협적인 우회기동 3 +2 24.05.16 73 5 12쪽
17 위협적인 우회기동 2 +2 24.05.15 74 5 12쪽
16 위협적인 우회기동 1 +1 24.05.15 77 5 12쪽
15 금수강산은 우리 것이다 3 +1 24.05.14 71 5 11쪽
14 금수강산은 우리 것이다 2 +1 24.05.14 75 5 12쪽
13 금수강산은 우리 것이다. 1 +1 24.05.13 81 5 12쪽
12 이 전쟁 막아야 하는 군인들 3 +2 24.05.13 76 5 12쪽
11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2 +2 24.05.12 81 5 12쪽
10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1 +2 24.05.12 84 5 12쪽
9 확신없이 벌인 전쟁 2 +2 24.05.11 92 5 11쪽
8 확신없이 벌인 전쟁 1 +2 24.05.11 100 5 11쪽
7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3 +2 24.05.10 114 5 12쪽
6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2 +2 24.05.10 117 6 12쪽
5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1 +2 24.05.09 146 6 12쪽
4 유월의 어느날 3 +2 24.05.08 155 10 12쪽
3 유월의 어느날 2 +2 24.05.08 198 11 13쪽
2 유월의 어느날 1 +3 24.05.08 325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