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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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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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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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1

DUMMY

“정말 문제는 이시겐 이녀석이 조선인을 지나치게 혐오한다는 사실입니다. 특설대가 주로 조선인들로 이루어진 부대라는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쯧쯧, 재능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할것 아닌가.”


담배를 길게 내품던 스테고로가 혀를 차고있다.


특설대의 사병은 거의 조선인이다.

물론 고급장교는 대부분 일본출신이지만 일선의 장교도 조선출신이 절반이나 된다.


“그런데도 저렇게 조선인을 싫어한다면 어떻게 부대를 원만히 이끌겠습니까?”


연대장이 담배를 깊숙이 빨고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담배맛이 유난히 거칠다.


“토시오가 재능이 좋은데 아쉽게도 조선인이란 말이지. 반면에 이시겐은 혈통은 훌륭한데...”


그가 독백하듯 내뱉자,


“바보죠.”


이하라가 씁쓸하게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는다.


“토시오에게 삭감한 성과금을 연대장 명의의 격려금으로 대신해 지급하라.”


“네. 대장님.”


스테고로가 의자 깊숙이 허리를 파묻고, 고개를 들어 담배 연기를 공중에 뱉고있다.

한숨을 토해내는건지 담배 연기를 내뱉는지 모를 일이다.



나와 이시겐, 둘이는 연대장실에서 나왔다.


이시겐이 나오자마자 담배를 꺼내문다.

내가 옆에서 불을 붙여주며 물었다.


“중대장님, 차를 가져오셨습니까? 아니면 제가 모실까요?”


“흥. 친한 척하지 마라! 재수없는 조센징 녀석. 이번 일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 할수있는지 두고보겠다. 망할놈.”


한참이나 눈을 부라리던 녀석이 바닥에 침을 카악 뱉더니 건물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하~~ 이 녀석 봐라.

뒷모습을 보며 나 역시 담배를 꺼내물었다.

내품는 담배연기에 녀석의 뒷모습이 흐릿해진다.


“하긴 뭐.. 차별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냥 허탈할 뿐이다.


군관학교에서도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항상 있었다.

노골적으로 일본인 교관들은 조선인을 비하하고 차별했다.


“그건 평양에서부터 그랬으니까.”


그정도의 차별은 조선인에게는 숙명이 아닐까.

지금 시절에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려면, 그정도를 감수하는건 아무것도 아니다.


군관학교의 일본생도는 졸업하면 전원이 본국 사관학교에 다시 입학할 기회를 주지만, 조선인은 성적이 우수한 일부만 갈수있다.


웃기게도 우린 둘다 못갔다.


난 돈도 안주는 생도생활을 그렇게 오래할 이유가 없었고, 또 군인으로 출세할 생각도 없기에 가지 않았다.


이시겐이야 뭐 그렇게 사관학교에서 사고를 쳤는데, 다시 받아주면 배알이 없는거지.


그래서일까? 딱히 그녀석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무슨 상대가 되야 신경을 쓰지.


물론 녀석의 차별이 유난히 심하긴 하지만, 놈의 성격이 개차반인데 어쩌겠는가.


군인에게 군재(軍才)가 없으니 얼마나 군생활이 힘들겠는가.

이렇게 한번씩 치기를 부리는것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물론 군인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그 녀석만 모를뿐이다.

그것 역시 군재가 없으니 알수 없겠지.

그러니 녀석의 행동에 별다른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번일도 녀석의 장난이 좀 지나쳤다고 퉁치면 된다.

사실 놈을 곤란하게 하려면 얼마든지 할수있다.

그만큼 허술한 녀석 아닌가. 할 필요가 없을뿐이지.


“일은 잘 끝내셨습니까?”


좀 떨어진 곳에서 둘의 모습을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떼지 못하던 조장이 다가오며 묻는다.

벌써 몇번째 재판에 불려다녔지만 녀석도 불안하겠지.


“그냥 이시겐이 투정 부리는거지 뭐.”


“그래도 별일 없었다는 소리네요. 다행입니다.”


“뭐 그렇지.”


“하여간 저새끼는 왜 그렇게 대장을 못잡아먹어 안달입니까? 저정도 질투면 병 아닙니까? 치료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구요?”


“예? 중대장이 대장님을 질투하는 겁니까?”


이금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다.


“야야, 신병. 부대에서 다아는 사실을 왜 너만 모르는거냐? 이 녀석은 똑똑한거 같으면서도 정보는 은근히 느리네?”


“헤헤, 군대에서 계집애처럼 질투가 뭡니까, 질투가..”


“그러니까 말이다. 뭐 이젠 그런가보다 하는데.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열불이 난단 말이야.”


조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한숨을 쉬고있다.


“자자. 괜한 소리는 집어치고 다시 돌아가자. 이러다가 새벽녘에 도착하게 생겼다.”


우리 셋은 다시 부대를 향해 출발했다.

물론 이번엔 박성우 이녀석이 직접 운전했다.


오늘 일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작 군법재판과는 비교할수 없는 사건이 며칠후에 터지게 된다.

내 운명이 바뀌게 된 사건이었다.


며칠후 부대앞 진송의 가게.


오늘 저녁 식탁위에는 채소볶음이 놓여있다.


아무리 채소볶음이라고 해도 그렇지 고기는 흔적도 없고, 채소라는 것도 태반이 생배추의 맨바깥 이파리를 그대로 볶은것이다.


맛도 없고 기름기만 질질넘쳐 먹을수록 속이 느글거리는걸 계속 먹다보니, 순영이 해준 아침식사가 절로 그리워진다.


김명국은 얼마나 좋을까.

그런 식사를 날마다 먹다니.


순영의 활짝 핀 미소가 다시 머리에 그려지고 있다.

아.. 괜시리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네..?


그러다가 앞에서 밥먹던 박성우의 이상한 눈빛과 마주쳤다.

흠흠..


다시 배추 한웅큼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진송의 음식솜씨가 허접하다 해도, 사병들이 먹는 짬밥보다는 낫다고 녀석이 타박하곤 했다.

뭐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지. 그런데..


“.....”


오늘따라 앞에서 박성우가 눈알 돌리는게 수상하다.

몸이 달아오르는지 안절부절 하고 있다.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 모양이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가 보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굴지말고 그냥 얘기해라. 들어줄 테니까.”


보다 못해 배추 이파리를 잘게 부스며 말했다.


“하하, 눈치채셨군요.”


“...”


그래 눈치채길 바랬겠지.

녀석이 다시 내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대장, 우리 어렸을 적에 태수라고 기억나십니까?”


“태수?”


“예, 왜 그녀석 형이 태형이라고 동네어귀에 살던 우리 또래 있잖습니까?”


“어.”


대충 생각났다.


고추를 내놓고 제 형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꼬맹이가 태수였나보다.

내가 끄덕이자 다시 말을 잇는다.


“제가 얼마전에 그놈을 우연히 만났단 말입니다.”


“그래? 그녀석이 여기 원당에 살고있단 말이야?”


“아닙니다. 상당에서 봤습니다.”


상당은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도시다.


“그게 그렇게 뜸 들일 일이야?”


“그.. 그건 아니고. 정말 오랜만에 녀석을 본건데요, 그놈 아편쟁이가 됐더란 말입니다.”


“...”


가타부타 대꾸도 없이 녀석을 빤히 쳐다봤다.

도대체 뭔말을 하고 싶은거지? 말을 너무 돌리고있다.

내 눈초리를 의식했는지 녀석의 입이 좀 빨라졌다.


“그런데 그놈이 그러던데요. 자기가 만뇌서생이 있는곳을 알고 있다구요.”


“....!!”


순간 내 젓가락질이 멈췄다.

다시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럴줄 알았다는 얼굴로 녀석도 내 눈치를 보고있다.


“만뇌서생?”


“네, 대장.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만뇌서생이란 말이야? 난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갑자기 거물의 이름이 툭 튀어나오다니.


만뇌서생은 만주 서부일대에서 항일운동하는 좌익계열 무장단체의 우두머리였다.


수년전 특설대의 잔혹한 토벌로 만주일대의 독립군과 좌익세력은 씨가 마르다시피 했지만, 서부 지역에선 여전히 조직이 살아있었다.


만뇌서생은 처음부터 행방이 묘연한 신비로운 인물이다.

만주의 전 첩보조직이 매년 쫓고 있지만 꼬투리 하나 잡을수 없었다.


그런 만뇌서생을?


“아편쟁이라며? 말을 믿을수 있어?”


“그러긴 합니다만 녀석이 아편하기 전에는 빨갱이였습니다. 근데 그놈이 그러더군요. 자기가 만뇌서생을 호위했었다고 말입니다.”


“음...”


만뇌서생을 잡을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비교할수 없는 공을 세우는 일이다.

단순히 무시할 일은 아니지만, 정보는 사실 여부가 제일 중요한것 아니겠는가.


“확인해보면 알겠지.”


내가 말하자 조장의 입이 가로로 찢어진다.


“이렇게 하자. 일단 내일 태.. 이름이 뭐라고?”


“태수.”


“그래, 그 태수란 놈을 만나서 확인해보면 알겠지. 놈의 말이 사실인지 말이야.”


어느새 채소볶음이 바닥을 보이자 조장은 그제서야 배추를 입에 쓸어담고 있다.


다음날, 조장과 신병을 부대에서 만났다.

요즘들어 박성우가 이금국을 아예 끼고 다니는게 신기하다.


‘녀석이 저렇게 챙기던 부하가 있었나?“


전선에서는 항시 죽어나가는 부하를 보며 정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던 녀석이었다.

전선에서 동료에게 느끼는 지나친 감정은 자신까지도 잡아 먹을수 있는 괴물이다.

그러기에 일정부분 거리를 뒀다.


후방이어서 그런건가.

위험한 작전이 별로 없는게 녀석을 이렇게까지 변하게 만든 이유일테지.

그래도 막내 저녀석을 생각보다 더 아끼는 모양이다.

웬만한 일이면 꼭 옆에 데리고 다닌다.


그건 그건데.


“야! 신병. 너 지금 뭐하는 것이냐?”


“네?”


“지금 전쟁하러 가는 거냐고?”


이금국이가 무슨 소린줄 몰라 뻘쭘하게 서있다.

녀석이 군복차림 그대로 나왔다.


“얼른가서 사복으로 안갈아입어? 이게 그냥 빠져가지고.”


박성우가 갈구자 이금국이 쫒기듯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은밀하게 아편굴에 잠입해야 하는데, 군복을 입고 갈 생각을 하다니.


그렇게 우리 셋은 상당시로 향했다.


작가의말

만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항일 무장 단체들은 40년대가 되자 혹독한 탄압으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일본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주로 대륙의 강남과 서쪽 내륙 깊숙한 곳. 그리고 북쪽의 소련이었죠.



민족주의 계열은 강남으로 갔습니다. 거기엔 국민당 정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임시정부의 광복군으로 통합되어 국민당, 서방 연합군과 공동 전선을 형성하거나, 의열 활동(의거 활동)을 하게 됩니다.



공산 계열은 일부는 소련으로 갔고, 내륙의 서안(연안)까지 간 일부는 마침 대장정으로 이곳까지 탈출한 중국 공산당을 만나 함께 투쟁을 이어갑니다.

나중에 북한 정권을 수립한 소련파와 서안파(연안파)로 나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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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3 +1 24.05.20 55 5 10쪽
23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2 +1 24.05.19 57 5 10쪽
22 일본군이 무너지고 있다. 1 +1 24.05.18 64 5 10쪽
21 간도 특설대 3 +1 24.05.17 67 5 10쪽
20 간도 특설대 2 +1 24.05.17 62 4 10쪽
19 간도 특설대 1 +2 24.05.16 90 5 10쪽
18 위협적인 우회기동 3 +2 24.05.16 72 5 12쪽
17 위협적인 우회기동 2 +2 24.05.15 74 5 12쪽
16 위협적인 우회기동 1 +1 24.05.15 77 5 12쪽
15 금수강산은 우리 것이다 3 +1 24.05.14 70 5 11쪽
14 금수강산은 우리 것이다 2 +1 24.05.14 75 5 12쪽
13 금수강산은 우리 것이다. 1 +1 24.05.13 81 5 12쪽
12 이 전쟁 막아야 하는 군인들 3 +2 24.05.13 76 5 12쪽
11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2 +2 24.05.12 80 5 12쪽
10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1 +2 24.05.12 84 5 12쪽
9 확신없이 벌인 전쟁 2 +2 24.05.11 92 5 11쪽
8 확신없이 벌인 전쟁 1 +2 24.05.11 100 5 11쪽
7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3 +2 24.05.10 113 5 12쪽
6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2 +2 24.05.10 114 6 12쪽
5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1 +2 24.05.09 144 6 12쪽
4 유월의 어느날 3 +2 24.05.08 152 10 12쪽
3 유월의 어느날 2 +2 24.05.08 196 11 13쪽
2 유월의 어느날 1 +3 24.05.08 323 11 13쪽
1 프롤로그 +6 24.05.08 522 1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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