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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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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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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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 막아야 하는 군인들 3

DUMMY

연대본부에서 지프가 출발하자, 앞에 호위지프가 나섰고 뒤에는 통신대와 다른 호위지프가 따라붙었다.

그대로 전방을 향해 2킬로를 가면 대대지휘소가 나온다.


대대에 다가갈수록 부상자와 탄약. 군수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오가고있다. 대대로 가는 비포장길은 온갖 차들로 먼지가 가라앉을 틈이 없다.


펑! 펑! 펑!

저 멀리 지휘소가 보일 때쯤 천둥치는 포탄소리가 지축을 울리고 있다.

대대에서 좀 떨어진 산등성이에서, 105밀리 곡사포가 북쪽 어딘가를 향해 연신 불길을 품어내고 있다.


북쪽 전방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종류의 굉음이 바로 앞에서 나는것처럼 선명해, 이곳이 최전방임을 실감나게 해주고있다.


대대 지휘소앞에 다다르니 전선에서 실려나온 부상자들, 후방에서 재배치되어 올라오는 인원들, 그리고 군수를 옮기는 인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뒤섞여 지휘소 밖이 시장바닥처럼 북새통을 이루고있다.


흙범벅과 때로 새까매진 부상병이 피로 얼룩된 붕대를 온몸에 꽁꽁 두르고 길바닥에 제멋대로 앉아있다. 격전에 따른 피로와 두려움에 한가득인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망연자실하게 구경하고 있다.


대대지휘소로 쓰는 허름한 막사, 그 안로 곧장 들어갔다.


대대상황실은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삶과 죽음을 갈라버린 처절한 비명,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한 절규에 가까운 구원요청이 실내에 요동치고있다.


수화기를 잡아먹을 듯이 외치는 통신요원의 다급한 목소리와, 대대장 홍철 소령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통신병사이에서 연신 고함치고 있는 이곳 역시 또다른 전쟁터였다.


그래 현장은 이랬다.


막사에 들어서자 모두 놀라 기립한다.

최전선에 사단장이 나타나리라 고는 상상도 못한탓이다.


“어디가 제일 위급한가?”


다짜고짜 상황판에 가서 대대장을 붙잡고 물었다.


상황판에선 굵은선으로 그어 놓은 방어라인에 구멍이 슝슝 뚫려있다. 탱크에 의해 진지방어선이 돌파된 지점이 표시된 곳이다.


“네, 각하. 2중댑니다. 인원을 절반이상 잃었습니다. 적들이 탱크를 앞세워 야금야금 고지를 하나씩 점령하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일단 숫자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망할 놈의 탱크. 그놈의 탱크가 문제다.


그래도 산악지형에서 막아야한다.

사방이 트인 개활지에 나오면 저 괴물쇳덩이는 미친놈처럼 난동 부릴것이다.


“예비대는 얼마나 확보했는가?”


“없습니다. 모두 전선에 집어넣었습니다. 지금 부상자까지 다시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형편입니다.”


내 눈이 돌파된 지점에 계속 멈춰져있다. 상황판 지도에 그려진 전선은 간당간당하게 위태롭다.

그런데도 예비대가 없다니, 생각했던 것보다 전황이 더 심각하지 않나.


평소에 거대한 호랑이를 연상시키던 거구의 홍철 소령이, 이제는 호랑이를 만난 아이처럼 사색이 된 얼굴로 일그러져있다.


이노무 자식!

난 성질이 뻗친 얼굴로 홍철을 노려봤다.


"홍철!! 정신차려야한다. 네가 흔들리면 네 대대는 다 죽을것이다!!"


완벽하게 냉철함을 갖추라고 말한다는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알고있다.


두려움이란 감정은 인간의 심연 깊숙한 곳에 항상 똬리를 틀고있다. 이것을 누가 완전히 제어할수 있겠는가.


형제 같은 부하들의 매순간 죽어나가고, 책임져야 할 전장이 허물어지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최전선에선 특히나 냉철해 질수없다.


그럼에도 허무하게 부하들을 더 잃지 않고 전장을 지키기 위해선 지휘관은 냉철해야만 한다.

그렇게 홍철을 다그쳐야만 했다. 더이상 현장지휘관이 겁에 질려있거나 위축되게 놔둬서는 안된다.

내가 일갈하자 홍철이 귓볼까지 빨갛게 붉어졌다.


그리고 나서 고개를 돌려 여전한 엄한 목소리로 통신대 중위를 불렀다.


“통신, 연대본부를 연락하라.”


내말에 중위가 얼른 수화기를 건네준다.


갑자기? 사단장이 상관과 통화하자 홍철이 긴장한다. 설마 대대의 과오를 연대장에게 따지려는건가.

홍철뿐 아니라 연대인원들 모두가 긴장한채 날 쳐다보고 있다.


“연대장, 나 사단장이다. 예비대로 있는 중대 2개를 2대대로 보내라. 아니, 꾸물거릴 시간 없다. 지금당장 보내라. 차출된 예비대는 사단에서 바로 보충해주겠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옆에서 듣고있던 홍철 소령의 얼굴에 혈색이 조금씩 돌아온다.

이제야 천막 안에 흐르던 절망적인 분위기도 조금 밝아진것 같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박성우가 보기에 모양새가 이상하다.

쯧쯧, 사단장이 예하부대까지 내려와 연대장에게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니.


'뭐, 앞으로 자주 볼일이긴 한데..'


박성우가 나와 홍철을 번갈아보며 속으로 되뇌고있다.

저 둘 사이에 있어야할 연대장은 쏙빠진 어색한 장면 아닌가. 아니지. 사단장이 빠지고 대신 연대장이 들어가야 맞는 그림이었다.


전쟁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병력을 적재적소에 쓰지않으면 둑은 무너지고 만다.


아까 연대장처럼 예비대를 아끼다가 제방이 터지기라도 하면, 아무리 흙을 들이부어봤자 그때는 늦는것이다.


그래서 지휘관은 현장파악이 제일 중요하다.

본부에만 있다면 어디가 어떻게 물이 새는지 알도리가 없다.


현장지휘관에게 현황을 직접 듣고 눈으로 확인해가며 계획을 수립해, 구체적으로 필요한게 무엇인지 파악하는것이 지휘관의 일이다.


지금 연대장은 그걸 게을리하고있다.

그래서 이 장면이 어색한 것이지.


“지금 이쪽은 어떤가.”


“네 1중대는 아직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 소대를 당분간 너의 예비대로 쓰도록 하라. 연대에서 보충이 오려면 삼십분은 걸릴거야.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네.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대대장 얼굴이 이제 좀 환해졌다.


그래, 홍철..

평소에 봤던 범같은 기세를 다시 찾아야한다.


그의 눈을 찬찬히 응시하며 다시 말했다. 최대한 부드럽게.

좀전까지 엄격하게 단호했던 목소리가 최대한 따뜻하게 들리도록..


"홍소령,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자랑스러울 정도로말야. 내 부대 중에서 자네 대대가 제일 힘들다는 것을 본부도 인지하고 있다. 항상 네 상황을 주시하고 있겠다.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 최우선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 힘내라 홍철."


"네. 가,, 감사합니다."


녀석, 그 몸짓에 울먹이기는.


질책만 하는게 능사겠는가.

격려하는것도 잊으면 안된다.


지금 전방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가장 필요한게 무엇일까.

결국 믿음이다.


언제 고깃 덩어리가 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국가에 대한 신념으로 버티고 있는 병사들이다.

이들이 계속 버틸수 있게 지탱해줄 힘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상관에 대한, 아니 본부에 대한 확고한 믿음뿐이다.


그런 믿음이 갑자기 생길리가 없다. 평상시부터 행동으로 보여줘야한다.

이들을 격려함으로서 본부가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걸 병사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랄뿐이다.


“통신, 사단에 연락해.”


내가 다시 통신소위를 불렀다.

이제 연대에 소비된 예비대만큼 보충해줘야 한다.


“기갑학교 경비대대는 지금 어쩌고 있나. 뭐? 아직도 오고 있어? 그럼 바로 파평산 3연대로보내라. 속도를 내라고해. 도착시간을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고말하라.”


문산의 1연대를 받칠 예정인 부대를 좀더 북쪽으로 끌어올려 3연대로 보내게 했다.

그나저나 전선에서는 매순간 구원을 요청하는 절규가 쇄도하는 마당에 이것들이 어디서 굼뱅이질인가.


그나저나 병력이 부족하다. 육본에서는 여력이 없을것이다.

어떻게 사단예비대를 더 보충 할것인가.


“2연대 재편작업은 어찌돼고 있는가?”


참모장 석일 대령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지금 거의 끝나갑니다. 휴가에서 복귀한 병력까지 천 정도가 가능한 인원입니다. 그리고 후퇴했던 서쪽병력중 일부가 오고있습니다. 배타고 서해로 퇴각했었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석일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수가.

개성서쪽을 지키던 부대중 일부가 배를 타고 서해를 돌아 퇴각에 성공했다.


좀더 모이면 2연대를 당분간 사단예비대로 써도 될것 같다.


대대 막사에 한시간 가량을 더 머물렀다.

증원군이 오는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새고있는 제방 구멍이 어떻게 메꿔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나저나 탱크 저 망할놈의 쇠덩어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대대막사를 나와, 쉴틈 없이 다시 지프에 올라탔다.


“3대대로 가자.”


2대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쪽 전황도 확인해야지.

전황이 시시각각 변하니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가는 중간에 박성우 대위가 툭 던진다.


“...”


“예전 만주시절 말입니다. 전쟁이 터지니 잊고 있었던 예전의 모습이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팔로군을 벌벌떨게 했던 그별명의 시절 말입니다.”


흥, 녀석 태평하네. 지금 한가하게 옛날얘기나 하고 있다니.

난 한귀로 흘려버렸다.


“무슨 별명입니까?”


옆 통신중위가 나지막이 묻는다.


“그런거 있어, 임마. 그리고 통신소대를 중대로 확대할 거니까 소대하나를 지프 한대에 더 실어라. 앞으로 보고는 지프에서 주로 받으실 것이다.”


“네?”


“뭐가 네야? 사단장님께 보고하는 모든 라인을 전부실어. 특히 사단본부의 라인은 복수로 깔아놓고.”


“그많은 보고가 길에서 처리 가능합니까?”


“어, 가능해. 사단장님은 그런 쪽은 머리가 비상하시다. 연애만 빼면 말이야.”


“성우야, 다 들린다.”


박 대위가 뒤에서 뻘줌하게 웃는다.


전방대대를 한바퀴 돈뒤 다시 연대본부로 돌아왔다.

상황실은 아직도 북새통이다.


2대대로 향하던 적의 주공이 막히게 되자 1대대로 집중하는 양상이다.

황철 소령이 다시 호랑이의 풍모를 되찾은 모양이다.


인민군 1사단도 서울을 목표로 한 주공으로서 파평산을 뚫기위해 사력을 다하고있다.

썩을 놈들, 다른 주공에 비해 진격이 늦은탓이겠지.


다시 1대대로 가기위해 자리를 뜨려고 하자, 연대장이 날 붙잡는다.


“아이고 사단장님 여기 계십시오. 자꾸 예하부대로 가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연대장 김열익 대령이 애원하듯 말한다.


그럼 당신이 빨리 튀어나가란 말이야!

박대위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내뱉고 싶어 입술이 실룩거렸다.


유능한 지휘관은 상관의 말을 잘듣는 자가 아니다.

전쟁터에서 주인만 쳐다보며 살살 거리는 강아지가 무슨 소용인가. 식량삼아 잡아 먹히는게 유일하게 밥값하는 것이겠지.


상급자에게 가서 자기 정수리에 총을 얹고 협박해서라도, 한명이라도 병력을 더 얻어 예하부대로 보내주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나중에 일이지만, 약속한 포병지원을 하지 않은 상관을 찾아간 넘버원연대의 한산처럼..

아, 그 녀석은 자기 정수리가 아니라 사단장의 정수리에 권총을 들이댔구나. 무서운 놈..


그런데 지금 연대장이 병력 없다고 예하부대를 외면하고 있고, 그가 할일을 사단장이 직접 돌아다니며 해결하고있다.


“너는 여길 지켜라. 누군가는 본부를 지켜야하니. 난 편하게 앉아서 부하들에게 무작정 목숨을 내걸라고할 성격이 못된다.”


그러고는 다시 대대로 향했다.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도리밖에 없다.


그때 통신병이 수화기를 건네준다.

문산에 있는 전방지휘소에서 온 통신이었다.


“사.. 사단장님. 처.. 철교가..철교가..”


수화기속 석일 대령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철교 폭파가 실패했습니다.”



전쟁은 참 지독한 현실이다.




작가의말

3연대장 김대령님은 소설에서 안좋게 그려져 안타깝습니다. 실제로는 좋은 평가를 받는 지휘관으로,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구요.

특히 제주항쟁에서 양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신 행동을 보면 존경할만한 분입니다. 석두, 도살자라 부르는 누구랑 비교되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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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 전쟁 막아야하는 군인들 1 +2 24.05.12 8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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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확신없이 벌인 전쟁 1 +2 24.05.11 100 5 11쪽
7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3 +2 24.05.10 113 5 12쪽
6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2 +2 24.05.10 114 6 12쪽
5 조선인은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다. 1 +2 24.05.09 14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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