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씹어먹는 괴물 육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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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정하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3
최근연재일 :
2024.06.15 08:3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2,042
추천수 :
522
글자수 :
281,222

작성
24.05.29 08:30
조회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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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6쪽

EP4. 이홍섭호, 날개를 달다.

DUMMY

근 2년이 지나니.

이젠 당연한 것이 되었다.


4학년 운동회 때 내 달리기를 지켜본 이들은 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연이어 따낸 메달의 영롱한 금빛에 매료된 광신도들은 내게 또 다른 증명을 요구했다.

좋아라 자기들끼리 날 떠받을 땐 언제고, 이젠 그 화제성이 다 죽었는지-


어느덧 달리기는 일종의 ‘임무’처럼 변질해 버렸다.


아이들 머릿속엔 ‘한길은 원래 빠르게 태어난 거야.’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자리 잡힌 게 화근이었다.


본디 빠르고 날랜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응당 한길 너어는 우리에게 ‘바라던 답’을 안겨줘야 한다는 일방적인 억지였다.


그래도 참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럴 때마다 존칭은 거두지 않았다.


비록 요상한 뉘앙스로 변해 버렸지만 말이다.


“이번 운동회 때 지면 육상부 타이틀에 먹칠 된다는 점 아시죠?”


“형님? 이게 최선입니까? 왜 3초 기적을 행하지 못하시는 걸까요.”


이제 보니.

곱디고운 아이의 탈을 쓴 표독스러운 종자들도 많았다.


“증명 쿨타임이 돌았으니 달리시죠?!”


“달리십쇼, 날래날래 달리십쇼!!”


운동회 때는 당연히 1등을 따와야 하는 적토마가 되어야 했고. 만에 하나, 체육 시간에 달리기라도 있으면 당연히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날랜 일꾼을 자처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난 지금.

모든 이에게 각인시킨 내 주파는 이제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한데, 그건 비단 아이들 문제만이 아니었다.

학교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담임, 김서현은 이미 나에 대해 잘 아는 여자다.

그것도 아주 잘.


나와 오승탁이 얼마나 이를 갈며 치고받았는지도 알았으며, 가끔씩은 둘이서 서로 히죽거리며 웃는 기현상도 끝까지 지켜본 자였다. 눈빛만 봐도 우린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씩 대회를 끝낼 때쯤.

이젠 나의 비상하는 성적이 ‘전체 1위’가 아니면 이상해지는 순간까지 와 버렸다.


“길이, 또 1등 하러 가겠네. 기다릴게?”


담임까지 합세했다.

그래서 덩달아 아이들까지 미쳐 날뛰었다.


“어이, 한길! 1등 못하면 반으로 귀환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우리에게 금색 메달을 보여다오! 은색은 싫다!”


“애미야, 요즘 길이가 설렁설렁 뛰는 게 영 보기가 시르다.”



완연한 봄이었다.



* * *



그렇게.

모두가 당연하게 ‘이홍섭호’의 당찬 항해를 바라볼 때.


‘이홍섭호’의 우유 비린내 나는 조각배 시절을 기억하는 두 어른만큼은 항해에 대한 포부와 감상이 남달랐다.


“왔는가, 제군들. 이제 고지가 코앞일세.”


우선, 선장 이홍섭.

부원이 나 하나였을 때와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하기야 유능한 선원, 오승탁을 영입했을 적에도 쾌거에 젖어 있기 보다 더 열띤 훈련으로 닻을 내리고 깃대를 올렸다.


“부모님이 이리도 건강하게 낳아 주셨는데,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겠지?”


“에, 오늘도요? 어제도 10바퀴 했는데······.”


“걱정 말거라, 내일도 뛴다.”


이홍섭의 굳건한 의지에 그만 불안에 휩싸인 5학년 동생들이 되묻는다. 이미 나와 오승탁은 두말 않고 출발한 뒤였다.


“10바퀴, 가즈아아!! 전방에 함성 질뤄어어!!”


““아, 아아악!!””


“배운 대로 뛰어! 뺑기 부리지 말어들!!”


그리고.

그런 아침의 뜀박질을 이따금 챙겨 보는 교감, 전인범이었다.


믹스 커피를 홀짝이며 흡족히 바라보는 교감의 뒷모습에서부터 그의 째진 입꼬리가 보일 것만 같은 실무사였다.


“흐흐흐.”


아주아주 음산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실무사는 육상부가 황금알을 넣는 거위나 마찬가지라 했던 전인범의 말을 떠올렸다.


실무사는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지만 연이어 들리는 기기괴괴한 소리에 교감 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큭······.”


귀를 의심했다.


“크, 크큭.”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크하하핫핫핫!!!”


창문 너머를 응시하며 종종 흐뭇하게 웃곤 했던 교감이다.

하지만 요즘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담시의 조커처럼 광소하고 있었다.


그 광소는, 옆 학교 교감 김선응을 향했다.


‘이홍섭호’의 출항과 동시에 김선응은 더는 1위의 영예를 거머쥘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1등의 영예는 모두 한길의 것이었다. 녀석은 자기가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었으니까.


김선응이 몸담은 성제초는 2위였다.

한길에게 밀려서.


‘이 자식, 아주 조용하구먼! 저번처럼 입 좀 놀려 보지 그래?’


크고 작은 대회 때마다 굳이굳이 전화를 일삼던 김선응이지만 속이 많이 쓰린 듯, 요즘은 전화 한 통조차 없다.


이따금씩 실실 웃으며 ‘나도 한번 멕여 봐?’란 심보로 연락처를 뒤지기도 했던 전인범이지만, 그는 인격자로서의 선을 지켰다. 굳이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야 하나? 싶기도 했고.

그랬는데 지금, 전인범의 머릿속에선 그 소금을 제대로 한 번 뿌려야 하나? 같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성제초가 치사하기 짝이 없는 카드를 내민 탓이었다.


“무, 뭣이?!?! 그게 사실입니까!!”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제대로 돌았구만, 이거.”


단란한 평화가 자리한 21세기, 서울. 일개 초등학교에,


뜻밖의 스파이 하나가 공고한 침묵을 깨부쉈다.





EP4. 이홍섭호, 날개를 달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우선, 육상부 오후 훈련이 없다.

애초에 이것부터 확연히 다른 하루란 뜻.


참고로, 난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고로, 하교한 이 시점부터 오후 시간은 오로지 내 것이란 의미!


그래서 용제와 호동이랑 같이 PC방에 갈 요량이었다.


사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오승탁에게도 이런 호의로운 제안을 건넸다. ‘우리 같이 놀자~’라는 뽀로로스러운 멘트를 내가 친히 던졌다.


뻔히 매일 아침 함께 땀 흘리는 전장의 동료인데, 함께 즐기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하는 나의 알량한 선심이 문제기도 했겠다.


우리의 호의가 무색하게 오승탁이 답을 내놓았다.


짧은 것 같으면서도 길었다.

들어 보면 안다.


“네가? 너랑? 왜? 굳이?”


“······.”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올해마저 같은 반이 된 오승탁과 잘 지내긴 글렀다.



* * *



그렇게 셋이서 교문을 날래게 나설 때.

웬 시커먼 그랜저가 교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지나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안에서 뜻밖의 인물이 인사를 건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단 것처럼 말이다.


그랬다.

난 정교하게 파 놓은 구덩이에 제 발로 들어온 격이었다.


사냥꾼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구덩이 곁을 지키고 있었던 거고.


내려가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사냥꾼은 나와 안면이 있는 자였다.


‘엇?!’


“한길? 네가 한길이지?”


“누구십니까!”


협객, 용제가 대변했다.


“냉큼 정체를 밝히십쇼!”


“아, 아. 나는 그 육상부 코치인데-”


“거짓말은 마십쇼, 내가 아는 그 육상부 코치가 아닙니다!”


“당연하지, 난 이 학교가 아닌데!”


오버하는 용제였다.

그런 용제의 입을 막아섰다.


나 역시 그 인물이 마침 기억났기에.


2년 전.

첫 교육감기 육상경기대회 코치석에서 봤던 사람이다.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다리를 풀지 않은 채 꼿꼿하게 있던 코치.

그리고 유독 이홍섭이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던 상대였다.


‘근데 당신이 왜?’


“나는 윤태식이란 사람이다, 한길아. 혹시 이 안에 들어와서 얘기 좀 할까?”


동시에, 차 안에서 딸칵하면서 잠금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제가 그 멘트와 소리에 거품을 물며 기겁했다.


“아, 아니! 대낮에 학교 앞에서 유괴라니이잇!!”


“야, 야! 아니라고 인석아!”


“동네 쏴람드으을!!”


내가 나섰다.

뻔히 누군지도 알고, 지금 윤태식, 이 사람이 도대체 무얼 얘기하려는 지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자꾸만 용제가 그 대화를 가로막았다.


“용제야, 먼저 가서 게임하고 있어 봐. 얘기하고 들어갈게.”


“너 미쳤어? 제 발로 저길 들어간다고?”


“야, 얘기만 한다고.”


“장기라도 떼여야 정신 차릴래, 미이친놈아!!”


2년 사이, 덩치가 산만해진 호동이가 날 잡아 세웠다.


“느낌. 안 좋아. 뭔가 엄청난 역풍. 올 거 같아.”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문장을 잘라 먹는 이상한 습관도 생기긴 했다.


그때.

윤태식이 주섬주섬 무언갈 꺼내 들었다.


그건······

포켓몬빵이었다.


애초에 작정하고 산 모양인 것처럼 우리에게 건넸다.


실로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호동이가 넘어갔다.


“감사. 합니다.”


“어, 어 그래! 많이 먹어! 근데 너어는 투포환 해도 되겠다야!”


그게 칭찬인 줄 알았던 호동이가 발그레 미소 짓는다.


윤태식이 해말갛게 웃어 보이며 포켓몬빵 하나를 더 쥐어주니 호동이는 그만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하여, 용제를 제거하라는 명까지 친히 받들었다.


“길이 말대로 먼저 놀고 있어 봐봐, 길이 보낼 때 내가 이 봉지에 있는 거 다 줄게, 너네.”


동시에 윤태식은 까만 봉지를 열어 보였다.

그리고 호동이는 그 판도라의 상자를 보고야 말았다.


“허, 허헙······.”


과호흡이 와버린 호동.


호동이는 거센 힘으로 용제를 끌고 갔고, 윤태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고갤 돌렸다.


그렇게 윤태식은 일차적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 * *



이야기는 꽤 길어졌다.

그렇게까지 길 내용은 아니었다.


하나, 윤태식은 첫인상답지 않게 혀가 길었다.


“지금 바로 결정하란 건 아니고, 하하. 생각해 보렴, 바로 옆 학교야 너네 집이랑. 그닥 멀지도 않고. 같은 학군이어도 이런 문제로 전학은 충분히 갈 수가 있어요. 그리고 우리 학교는 또 바로 옆에 성제 중학교에도 많이들 가. 성제중 알지, 한길이 너도? 육상부로 엄청 유명하지 않냐, 여기와 다르게 명문 사립초라서 지원도 빵빵하고, 선수진 케어부터가 아예 다르다. 거기 선배들이 잘나가는 거 너도 알지?”


은밀하게 날 불러 들여놓고, 늘어놓는 말은 그다지 정돈되지 않았다.


“그니까 바로 옆 학교로 오란 말씀이시죠?”


“그래그래, 네가 육상부로 오기만 하면 유니폼이나 체육복, 육상화부터 학비까지 내가 힘이 닿는 대로 지원하마. 이미 한길이 넌 수상으로 몇 번이고 증명했잖냐, 성제중까지 진학하기만 하면 학비 걱정은 안 해도 돼. 학비가 뭐냐? 장학금까지 약속한다, 무조건. 한길이 넌 효자인 거야. 엄마가 아시면 엄청 좋아하실 걸?”


윤태식은 제 자식을 키우는 것마냥 혈안이 되어 침을 튀겼다.


“이홍섭 선배도 뭐 괜찮은 사람이겠지만 내가 너 잠재력이 너무 아까워서 그런다 정말. 이런 얘기 많이 들어봤겠지만, 정말 난 너 달리는 거 보고 충격 그 자체였어! 한길이 넌 조금만 제대로 된 훈련에 지원만 받으면 아주 훨훨 날 거다, 그걸 내가 해주고 싶고!”


“흐음······.”


“고민이 될 거야, 알다마다. 근데 이제 막 개학한 거니까, 시간이 적은 건 또 아니다? 우리 학교 와서 내가 나중에 옮길 성제중까지 쭉 이어 가면 넌 하등 걱정할 게 없어. 사실 난 참 마음에 걸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윤태식이 어쭙잖게 씁쓸한 듯 턱을 만졌다.


“너네 솔직히 육상부 지원도 잘 안 해주잖냐. 사실 난 6년 전엔 너네 학교에 있었어. 여긴 뛸 환경의 학교가 아니란 건, 누구보다 잘 안다. 봐봐라? 운동장이며 체육관이며 완전 옛날 학교 그 자체야, 까놓고 말해서 너네 스타팅 블록 그거 제대로 설치나 되니? 엄청 녹슬어서 블록을 다리 길이에 맞추는 게 아니라, 다리를 고정된 블록에 맞춰야 할 판일걸?”


모조리.

아주 다 맞는 말이다.


메마른 육상부 지원은 아침마다 볼 적에 피가 거꾸로 솟을 뻔한 적도 많다.


그래서 이홍섭이 동상 옆에서 아침마다 스타팅 블록을 미리미리 손질하고 다시 떼어놓는 작업을 하던 거다.


하이고, 우리 이홍섭.

내가 다 가엾다.


“웃기지 않냐, 육상부가 이렇게 금메달 가져오는데 체육부 예산은 전혀 바뀌지- 아, 이건 너한테 할 소린 아닌 것 같고-”


아니, 이런 제기랄.

이것도 맞는 얘기다.


내가 메달을 이렇게나 꾸준히 따오는데, 왜 육상부 환경은 똑같은 건데?


조금씩 내가 고갤 끄덕이길 시작했다.


그러자 윤태식의 안광은 더욱이 활활 타올랐다.


“내가 참 미안하다, 한길아. 학교란 곳이 꿈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물을 주지 못할망정, 더 혹독하게 자라라고 하는 게 말이나 되냔 말이야. 넌 그래도 똑똑하게 어른들 하는 얘기 잘 알아듣는구나? 암튼, 내가 너 우리 학교 오면 지원은 고사하고 앞으로 육상 하는데 전폭적으로 루트 잘 깔아줄 수가 있어. 실은 저번 아침에 너네 운동하는 거 보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축구 골대에 애를 밴드로 감아 놓고 달려라? 아니, 너네가 무슨 로마군 노예야?! 이홍섭 미친 거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피식 나왔다.

이 사람, 좀 치네?


“너네 육상부 아니 된 말로, 한길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너 하나 믿고 그냥 쭉 가는 체제야. 잘 갖춰진 체계도 없을 뿐더러, 운동 루틴도 이홍섭 그 양반이 맘대로 짜는 것 같던데, 나랑 다른 전문 강사들과 같이 호흡 맞춰서-”


아, 그래 여기까지만 들어야겠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 욕하는 건 쫌 그렇네.


“우선 알겠고, 저도 이제 가야-”


“길아, 정말 잘 생각해야 해. 이건 인생이 걸린 거야, 요즘 육상계 꿈나무들은 초등학교부터 잘 가야 해, 이건 정말이야. 다 널 걱정해서 그런-”


그때.

딱 알맞게 한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섰다.


짙은 선팅 필름이 붙은 차라 누가 타 있는지 모를 텐데 자꾸만 계속 차 주변을 서성인다.


대화가 끊긴 게 화딱지가 났는지, 윤태식은 차문을 열어제꼈다.


“야, 야. 왜 뭐, 뭘 보는데- 엇?!”


윤태식의 등장과 함께, 그 아이가 해맑게 웃었다.


“어, 맞네요?! 윤태식 코치님 차네요?”


새로이 들어온 우리 학교 육상부 4학년 남자애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둘은 일면식이 있는 듯했다.


“수찬아, 너 저, 전학 갔다는 게 여기였냐?”


“네! 우리 엄마가 여기 육상부가 더 괜찮을 거 같다고 여기 가래요!”


순수악.

아주 순수하고 영악스러운 답변이다.


방금까지 우리가 역방향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윤태식의 얼굴이 그만 붉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하이고, 어쨌든 얼른 가봐, 나는 할 얘기가 남아-”


“어?! 길이 형! 왜 거기 있어?”


수찬이가 조수석의 날 힐끗 보고 손 인사를 한다.


“어, 형이 지금 밀회 중이야.”


“밀회?”


“넌 그걸 지금 현장 적발한 거고.”


“웅? 적발?”


“이 코치님이 나보고-”


“야, 야! 길아 혼자 생각하고 암튼 내 말은 그렇다는 거다, 알겠지?”


급기야 윤태식은 더 하려던 말을 주워 담고 그제야 내가 그 차에서 내리는 것을 허락했다.


급작스럽게 차에서 내렸지만, 잊지 않고 속이 꽉 찬 검은 봉지도 챙겼다.


“부모님께도 꼭 말씀드려!”


그냥 천천히 윤태식을 향해 고개만 숙였다.


윤태식은 잘 알아들었다고 판단했는지 한 번 더 내게 부모님께만 말씀드리라 당부한 뒤 자릴 떠났다.


그렇게 이젠 수찬이와 나 둘만 남았고.


난 딱히 이홍섭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괜히 이런 얘길 꺼내서 잘만 순항 중이던 ‘이홍섭호’ 내부가 시끄러울 게 뻔하니까.


자고로 남자는, 의리 아니겠나.


그래서 함묵하고 수찬이에게 포켓몬빵 하나를 건네준 뒤 나도 자릴 떴다.



여기서.

난 분명히 인과율의 부메랑을 던지지 않았다.


그 여파가 어떻게 돌아올지 나조차 감히 감당이 안 되니까 입도 뻥긋하지 않았단 말이다.


분명히 난 그랬다.



* * *



근데 그 이튿날.

어찌하여 이홍섭은 내 앞에서 볼을 파르르 떨고 있냐 이 말이다.


“길아, 그 말이 진짜냐?!!”


오승탁에 빙의된 것마냥 걸쭉한 욕이 시원하게 흘러나왔다.


“이런 개만도 못한 놈들이!!”


이홍섭 옆에선, 현장을 적발한 4학년 아이가 쉼 없이 나불대고 있었다.



아, 아.


엊그제 호동이가 짐작했던,


‘뭔가 엄청난 역풍’이 정말로 들이닥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영점
    작성일
    24.06.12 11:35
    No. 1

    학교 육성 스포츠팀이라면 유니폼이나 대강의 지원은 학교에서 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는 학비가 없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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