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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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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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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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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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클라우드 헤븐 06

DUMMY



“루크레치아! 이게 얼마 만이야~ 이렇게라도 얼굴 보니 좋구만.”




“오래간만입니다. 여왕님!”




나는 내 눈을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


영국의 대표라며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사람은 엘리자베스2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전뇌화 할때 조금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굳이 굉장히 연세가 드신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 분은 전뇌화 시스템이 개발되기 이전에 돌아가신 것 아니었나?


정말 세상은 알수 없는 것 투성이구나..




“그래, 이렇게 전용 회선으로 긴급 연락망을 이용할 정도면 큰 문제가 생긴 것인가?


자네 성격에 어지간한 일이면 이렇게 서두르지 않을것 같은데 말이야.”




“다름아니라 3년전 총회에서 나왔던 안건 말입니다..


그 건은 투표에서 탈락하고 폐기 된 것 아니었습니까?”




“어떤 건을 말하는 거지?”




“전뇌화 AI 독립 국가 설립에 관한 건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때 과반을 얻지 못해서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던 것 아닌가요?”




“그랬지.. 그랬었지..”




“무언가 변동사항이 생긴건가요? 원로회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왔나요?”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레나 할머니가 영국 대표에게 따져 묻는 것 같은 형국이었다.


영국의 대표는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즉답을 피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이런 안건이 토의 된 적이 있다는 것을 보니


제이가 분석한 내용이 완전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원로회의 몇명의 장로가 다시 그 안건을 수면위로 올렸네.


대부분의 장로가 이번에도 반대의견을 냈고, 그래서 총회로 안건을 보낼 필요도 없었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전체의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고 해도


구성원이 어떤 일을 단독으로 추진한다면 우리는 강제적으로 그 행동을 막을 수는 없네.


게다가 규모가 큰 집단이라면 우리가 경제제재나 외교적 압박을 넣어도 의미가 없지.”




“그럼 원로회 구성원 중 몇몇이 단독으로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런 물밑 작업으로 의심되는 행동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네.


그래서 나도 고민중이었어.


다른 원로 몇명과 의견을 나누어 보았지만 그들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일세.




어떤 장로는 그렇게 대세가 움직이면 우리도 가야 하는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어떤 장로는 그건 파국이라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





“아직까지 확실한 비전을 본 사람은 없습니까?”




“자네도 알지 않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아무도 본인의 비전을 먼저 알리지 않아.


최대한 정보의 우위를 가지고 먼저 이득을 취하려고 할 뿐이지.


우리는 누군가의 독점을 막기 위해 뒤늦게 대응하는 것만 가능할 뿐이지.”




“지금 그럼 움직이고 있는게 어디 입니까?”




“어디겠나.. 아무도 제재하지 못하고 눈치봐야 하는 곳이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영국 쪽의 의견은 모였나요?”




“우리도 아직 내부의 의견을 모으지는 못했네.


일단 이 사안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도 못하니까 수뇌부의 몇명의 의견만 타진한 상황일세.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결국은 명확한 비전을 보는자가 나와야 방향이 정해 질 거라고 보네.”




“그렇군요..




두분의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지만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는 서로 아는 지인들의 소식을 묻고 하는 내용들이었다.


두분은 추가적인 정보가 생기면 연락을 주고 받기로 하고 홀로그램 통화를 마무리했다.


루크레치아(세레나의 할머니)는 통화를 마치고 아까 접대실로 나와 진이 빠진듯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우리도 방에서 나와 할머니를 따라 소파로 향해 앉았다.


루크레치아는 눈을 지긋이 감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래, 제이라고 했지.


자네가 파악했던 내용들이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모양이야.


너희들도 뒤에서 들었던 것 처럼 우리 중 일부 구성원이 AI 독립 국가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다.


또 한번 폭풍이 몰아칠 것 같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실세계에 가서 알려야 할까요?”




“정답이라는 것은 없단다.


모두가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이 있지.


나의 역할과 자네의 역할은 다를 수 밖에 없지.


마음이 하는 소리를 잘 듣고 그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네.


선도 악도 없고, 내편과 네편도 따로 없다네.


각자가 가야 할 길이 있고, 그 사이에 정반합이 있을 뿐이지.




우리 파시어들은 생존을 위해서 그 마음의 소리에 귀를 닫아버렸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본 미래를 통해 살아남는 길을 선택하지.


때로는 그 생각과 행동의 괴리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망가지기도 하지.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았지만 그게 옳은길 인지도 모르겠네.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난 후에..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길 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살면 되는 거라는 말 밖에는 이 노인네가 해줄 말이 없구만..”




자판기에 100원을 넣었는데 1만원 짜리 상품이 나온 것 같다.


당장에 바로 다음 발걸음을 여쭤보았는데 인생을 사는 법을 알려주셨다.


다 맞는 말이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답을 줄 것 같은 제이에게 물었다.


“제이,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악플러 잡으러 왔는데 일이 너무 커진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예측에 대한 근거를 찾는 것 이었고,


다음으로 향해야 할 곳은 우리를 공격한 당사자들을 찾아 내는거지.


그리고 그 의도를 알아내야 겠지.”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며? 그건 그냥 이대로 놔둬?”





“그건 지금 당장 우리가 어떻게 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정말로 미래가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그 큰 흐름을 바꿀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지.”





“우리를 공격한 놈들은 어떻게 잡을 생각이야?”




“루크레치아 할머니, 아까 그 독립을 위해 움직인다는 녀석들 [클라우드 헤븐]의 미국 대표부 인거죠?”




“그래. 원로회에서는 24장로 중에 하나의 의결권을 쥐고 있을 뿐이지만,


실제 AI거주구역 전체 50% 이상의 경제권이 ‘미국’대표단에 의해서 좌지우지 된다고 할수 있지.


그리고 그들이 곧 현실세계의 빅테크들과 동일선상에 있단다.


그들이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의미가 없어.


마치 현실세계에서 UN의 결정과 무관하게 미국정부가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지.”




제이는 루크레치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 끄덕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일단 [클라우드 헤븐]의 미국 대표부로 목표를 줄일수 있는 것으로도 굉장한 성과야.


이 다음은 내가 조사를 좀 더 해 볼게.


미국 대표부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몰라도 적어도 레온에 대한 부분은 막아내야지.




루크레치아 할머니, 혹시 이 ‘파시어 유니온’이 미국 대표부와도 연결고리가 있나요?”




“지금은 아니란다.


‘파시어 유니온’의 멤버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


이들이 유니온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마치 회사처럼 돌아가고 있는건 아니야.


‘파시어 유니온’은 비전을 보는자와 그 가문이 가입할수 있는 멤버쉽 클럽 같은거야.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서 분쟁이 생겼을때 협의하고 조정을 거치는 곳 이란다.


일반 세상의 법원이나 조직에서 우리의 세계관을 이해시킬수도 없거니와


우리처럼 수십년 수백년 단위의 판단을 하는 사람들과 일반인들의 사고는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미국 대표를 유니온의 멤버가 역임 했던 적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네.”




“그렇군요. 그럼 다른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얻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다들 생각이 많은 것 같았지만 머릿속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것 같았다.


그때 나는 하고있던 이야기와 문맥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루크레치아 할머니에게 질문을 했다.




“할머니, 세상의 흐름에 대해서 어떤 결과가 이루어지도록 의도하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어느 한쪽의 결과를 돕는 꼴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원하는게 그 결과가 이루어지길 바래서 한 행동이 아니라


그냥 저는 살아남고 싶어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선택했을 뿐인데..


그 결과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게 되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반대쪽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욕을 먹게 될테고.. 피해를 줄텐데..


제가 원하는건 그런게 아닌데, 그럴때 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호호호, 레온 너는 참 상냥한 친구로구나.


우선 세상이라는건 네 선택으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단다.


네가 아무리 중요한 위치에 서 있고, 결정적인 트리거를 당겼다고 할지라도


그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백만 아니 수억번의 선택과 결과가 쌓여서 만들어진 것 이란다.


역사라는 것은 그렇게 한두명의 의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란다.


너는 네가 할수있는 최선을 살면 된단다.


그 여파로 누군가가 죽고 다칠수도 있지.


그리고 그걸 너의 탓으로 돌리고 욕을 할수도 있단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레온.


그건 네 탓이 아니란다.


세상의 변곡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 받았을 뿐이지.


모든것이 너의 탓이 아니란다.


주저하지 말고 네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서 살면 된단다.”





나는 루크레치아 할머니의 말을 듣고 가슴이 징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감정적으로 동요할만한 포인트는 없었는데 그냥 그런 기분이 쓰나미 처럼 몰려왔다.


나는 더이상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럼 눈물을 흘릴것 같은 기분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우주인류연구소]에 살고 있을 때,


나는 내가 무엇인지 몰라서 우주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나도 중력을 느끼며 땅에 발을 데고 살고 싶었다.


나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나의 집, 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갖고 싶었다.


갈망하던 인간이라는 지위와 존재의 의미를 관계에서 찾아가고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을 알아가며 동시에 나 자신을 알아가고 있었다.


이제야 안정을 찾는 건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해일이 몰려왔다.


나와 친구들을 밀어내서 우리는 망망대해로 빨려 들어왔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겨우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 더 큰 파도가 오는 것이 보인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건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





물론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모든이의 인생은 그럴지 모른다.


그냥 열심히 묵묵하게 걷고 있었는데 사건과 사고에 휘말려 든다.


경제위기와 전염병과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사회의 시스템이 변화해 간다.


적응하거나 도태되거나 내가 원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몰아치는 파도에 몸이 떠밀려 간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내린 선택의 결과들이 쌓이고 쌓인다.


좋은것과 나쁜것, 선과 악이라고 나눈 잣대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지구상의 수천억 생명체들이 경쟁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지구는 목적없이 오늘도 돌고 있다.


그 지구의 수십만배의 질량을 가진 태양도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돌고있다.


무려 2억 5천만년의 주기로 공전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하등 의미없을 것 같은 결정에 나는 숨이 턱턱 막힌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원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들에 목이 메인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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