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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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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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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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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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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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클라우드 헤븐 09

DUMMY



“야.. 뭐야? 여기 식당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야?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미끼를 문것 같은데?”



제이는 짧은 대답만을 남겼고 우리는 우르르 점원 로봇을 따라 갔다.


수십개의 대형 식탁들과 손님들이 즐비한 중앙홀을 지나서


양문형 주방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이곳은 주방에서 홀로 음식을 내오는 수많은 로봇들이 오가는 통로였다.


일반적인 손님은 결코 들어가 볼일이 없는 곳이었다.


문에도 떡 하니 [STAFF ONLY] 라고 써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수십대의 로봇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예전 영화를 보면 이런 곳에서 액션씬이 자주 나왔다.


뭉툭하고 커다란 중식도를 훙훙 휘두르면 멋진 쿵푸 자세로 막아내곤 했다.


그때의 주방과 지금 내 눈앞의 광경이 다른점은 아무도 쉐프 모자를 쓰고 있지않다는 것.


로봇들이 다들 민머리라 굳이 모자를 안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낭만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그 번잡한 주방 옆으로 지나치는 동안에 무시무시한 중식도가 날아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삼합회 형님 같아 보이는 온몸에 용 문신을 한 덩치 아저씨도 없었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그냥 분주한 주방이었다.


외부에서 봤을때 이 건물이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았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홀도 크고 주방도 굉장히 큰 편이었다.


그것에 대해 새삼 놀라는 동안에 뒷쪽에 있는 작은 방에 도착했다.


딱 봐도 예전 같았으면 회계 사무직이나 사장실 같은것으로 쓰였을 법한 자리였다.


로봇이 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도 중앙홀에 있는 것과 같은 커다란 회전판이 붙어있는 원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원탁 너머에 단정한 차림의 한 백인 남자가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나는 굳이 인사말을 건내지는 않고 눈치를 보며 고개를 꾸벅하고 인사를 했다.


그 남자는 다소 길쭉한 얼굴에 성실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붉은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이었다.


옷도 너무 붙지 않는 여유있는 핏의 캐주얼 한 느낌의 하늘색 자켓을 입고 있었다.


미국의 엘리트 공무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제이가 입을 열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식사비를 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인사를 드리기 이전에 먼저 어떤 연유인지 여쭤도 될까요?


혹시 저희를 아시는 분인가요?”




“아, 제 행동이 실례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앉으시죠.


이렇게 서서 손님을 맞이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차 한 잔씩 하시고.. 여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이집 병과도 참 맛있답니다.”




그 남자는 능구렁이 같이 스무스하게 대답을 피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고, 로봇이 우리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리고 테이블 가운데 있던 전병들도 우리의 앞접시에 하나씩 덜어주었다.


서빙을 마치고나니 그 남자는 로봇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그 로봇이 방문을 닫고 나가며 자리를 비웠다.


그 남자는 한번 더 손짓으로 차를 권하며 자신의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굳이 탐색전 비슷한 걸로 힘뺄 생각은 없습니다.


여러분과 조용한 자리에서 대화를 하고 싶어서 뒤로 모셨습니다.


저는 미국 대표부에서 일 하는 데이비드라고 합니다.


여러분 중에 한분이 초대장을 남긴것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초대장? 지금 자기가 우릴 식당뒤로 불러낸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이가 오리발을 내밀며 대뜸 대답을 했다.




“초대장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대표부 서버를 그렇게 휘저어 놓고 굳이 접속루트를 남겨두신건


이렇게 찾아오라고 하신것 아닌가요?


절대 뚫을 수 없는 방화벽들은 그렇게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이 지나치고


그렇게 초보적인 실수를 하실리가 없잖아요?


일부러 과자 조각을 뿌려두신 것 같은데요?”





“다행이네요.


조용히 대화를 하고 싶어서 초대장을 보냈는데 경찰들이 우르르 와서 체포 하지는 않으려나 걱정 했거든요.”




“뭐 그런건 이야기를 들어보고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전병도 차도 아주 맛있습니다.


제가 이런걸로 장난을 칠 거라면 이미 드신 식사에 했겠지요.


걱정하지 말고 드셔도 됩니다.”




그 남자는 재차 차를 권하며 능글능글하게 분위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여유있게 차를 한모금 더 마시고 질문을 했다.




“그나저나 현실 세계의 몸은 어떻게 하시고 전뇌화를 하신겁니까?


이게 불법인걸 넘어서 본인에게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그러게요..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굳이 선택 안 했을 옵션입니다.


여기 [클라우드 헤븐]에서 저희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아이쿠, 그런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그들을 만나서 문제를 해결 하셨나요?”




“지금 막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것도 같군요.”




그말을 마치고 제이는 그 데이비드라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 남자도 아무말 없이 빙긋 웃으며 제이를 바라보고 눈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둘 사이의 신경전에 괜스레 뻘쭘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앞에있는 전병을 집어 먹었다.


내가 먼저 먹자 사와도 전병을 집어 입에 넣었다.


둘다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분위기상 감탄을 내뱉지는 못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서로를 바라봤다.


눈치를 보며 전병 맛에 대한 감동을 공유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전병에 대한 감탄이 아닌 속마음이 툭 하고 떨어져 나왔다.





“그래서 아저씨!


계속 모르쇠~ 하면서 나 괴롭힐 거에요?


내가 그쪽에 피해준거 있어요?


당신들에게 필요하면 그냥 맘대로 가져다 사용하면 되는거에요?”




“네? 아니 무슨 말씀을..”




데이비드라는 남자는 처음 제이와 두루뭉실하게 애둘러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 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앞뒤 안가리고 들이받자 약간은 당황하는 것 같았다.


특별한 태도 변화는 없었지만 얼굴에 맴돌던 은은한 미소가 여유와 함께 사라졌다.




“당신들 독립전쟁 준비한다며?


그걸 위한 여론몰이 하는데 나 써먹으려는 거 아니야?


내가 무슨 잔다르크야? 당신들은 내가 성녀가 되건 마녀가 되건 상관없겠지.


인간과 신인류 사이에서 여론 갈라치기만 성공하면 되니까.


근데 그 사이에 끼어서 나는 무슨 죄야?


내가 왜 당신들 사이에서 이용 당해야 하는건데?”




나는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내 입장을 나도 모르게 쏟아냈다.


최근 며칠간 계속 고민하고 있기는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생기고 사건의 소용돌이 중간에 휘말려 들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방금 말했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만 해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상황이 닥치자 나도 모르게 이 말을 쏟아냈다.


며칠전에 ‘젤다’와의 전투 이전의 말싸움에서


상대방을 당황시키고 도발하는 것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데 꽤 주효했다는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이 몸에 익었는지 또 대척점에 있는 존재를 만나자 방어기재 처럼 공격적인 언사가 튀어 나갔다.


막나가는 행동패턴이 약간 나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사실 내 본성에 이것이 잘 맞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 스스로를 점점 알아가고 있었다.


내가 한 접근방식이 제이가 고려하던 것과 많이 달랐는지


내 말에 인상이 가장 구겨진 사람은 데이비드라는 남자가 아니라 제이였다.


하지만 그 남자의 얼굴도 더이상 능글맞은 미소 대신 날카로움이 서렸다.





“당신이 처음에 말했자나. 굳이 탐색전 같은걸로 힘빼고 싶지 않다며!


그냥 솔직하게 대화하자고.


나는 당신들이 독립을 준비하건 전쟁을 준비하건 상관없어. 관심 없다고.


그런데 누구 허락 받고 그 플랜에 나를 끼워 넣은거야?


니들이 원하는게 그거 아니야?


인류에게 배척받아 마녀사냥 받는 죄없는 희생양.


그리고 그걸 구심점 삼아서 여론을 조성하고 AI독립 국가를 설립한다.


하이브리드, 사이보그, 클론, 로봇 등등의 기타 세력들의 지지를 받아서 신인권운동이라도 하겠지.


그 논리를 명분삼아서 인간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나뉘게 만들고.


결국에서 새로운 세상의 패러다임을 세운다? 그거 아니야?




아니 ㅆㅂ 그럼 나한테 와서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를 마녀로 몰아서 공격을 해? 그럼 내가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줄 알았냐?”





나는 내가 하는 말에 스스로 열이 받아서 점점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 말이 진짜라고 백프로 확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지르고 나면 반박을 하건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무섭게 데이비드라는 놈이 청산유수 같이 놀리던 입을 닫고 아무 대답을 못했다.





‘하.. 진짜 이 시나리오라고? 설마.. 진짜 장난하나..!!’




갑자기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었다.


그냥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상대방의 반응으로 정보를 얻어보려 했다.


그렇게 주절거린 이야기가 진짜 였다고?


이새끼.. 대답을 안하니 어이가 없는 것은 오히려 내쪽이었다.


그때 데이비드의 워치에서 알람소리가 들렸다.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리고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을 두드렸다.


이어폰으로 몇마디 듣더니 짧게 “네!” 하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데이비드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선 생각하고 계신 것과 다른부분이 많습니다.


그 이상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말씀 드릴 권한이 없습니다.


저는 가볍게 미국 대표부 서버를 해킹한 목적 같은 것을 들으러 왔을 뿐입니다.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시길 원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자리를 좀 옮기실까요?”




“뭐야? 패는 다 까놓고 진솔한 대화를 하자더니 도청이라도 하면서 뒷구멍에서 보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모양이지?”




“자리를 옮기시면 모든 것에 대해서 다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싫다!! 안간다!!


네 놈들이 뒤로 무슨 짓을 준비해 뒀을 줄 알고 순순히 따라간단 말이냐?


전화 번호 내놔! 다음에 내가 연락하면 바로 튀어 나와.


너희들이 준비한 시간과 장소에는 우리는 응할수 없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뻔뻔하게 번호를 달라며 한손을 내밀어 명함을 받았다.


친구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와는 테이블 위에 남은 전병을 두손에 하나씩 쥐었다.


나는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발로 차고 방을 나왔다.


나오면서 내가 하던 ‘던전 & 헌터스’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나는 그 게임에서 야만족 캐릭터를 육성하고 있었다.


무기도 따로 들지 않고 양 손에 글러브를 끼고 무투를 중점으로 육성했다.


그리고 그 게임 안에서는 정말 일자무식 무대포로 행동했다.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사람들이 당황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나는 야만족 이었으니까.


지금 나는 점점 그 캐릭터 역할을 할때의 내 모습을 이곳에도 투영시키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런 무대포 행동에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너희들이 나를 보통의 인간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내 그렇게 행동해 주마.’


작가의말

오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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