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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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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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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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현실에 눈을 뜨다 04

DUMMY



나는 그들이 원하는 뉘앙스의 대답을 던져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비협조적으로 굴지도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바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전달했다.


원래 뒤로 협상을 진행했던 형의 낯빛은 안좋아졌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분위기가 안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4시간여의 취조를 받은 후에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나보다 먼저 취조를 시작했던 사와와 세레나는 이미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이는 오래 걸리는지 아직도 마무리가 안되었다고 했다.


형은 검사들과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일단 잠깐 기다리라고 하네.


최악의 경우 구치소로 가야 할수도 있고..


아직 기소 상태도 아닌데 자진 출두 한거니까,


일단은 구속 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한데..”





“형.. 미안..”




“야, 너 형이랑 먼저 이야기 할때는 그렇게 이야기 안했잖아.


너에게 없는 말을 강요 하려는게 아니고, 이렇게 말 할거면 형한테 미리 말을 했어야지.


그래야 나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하고 전략을 바꿨을거 아니야.”




“그게.. 형, ‘정보 얽힘’ 이라고 알아?”




나는 형에게 아까의 두통과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추가로 해 주었다.


조금 전까지는 가상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책에서 읽은 것 처럼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방금의 일로 모든 기억과 감정을 되찾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감정이 변하였기에 차마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 했다.


형은 무슨 이야기 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하고 검사장의 호출을 받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에 제이가 대기실로 왔다.


우리는 다들 꽤 오랜 시간 취조를 받은지라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가장 오래 걸린 제이는 의외로 그렇게 지친것 같지는 않았다.





“레온, 자꾸 AI를 반역으로 몰아가기 하지 않았냐?”




대기실의 우리 자리에 온 제이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이 물어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계속 그런식으로 유도심문을 하더라.


사와, 세레나. 너희는 어땠어?”




“나도 좀 그런 느낌이었어.


그런데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했어.


나도 전뇌화 해서 거기서 촬영해서 보낸 영상 본것 말고는 직접 겪은게 아니라 따로 아는바가 없다고 했지.


여러분이 보신 영상 이외에 나만 아는 것은 없다고.”



“나도 비슷하게 말한것 같아.”




‘아.. 그렇네.. 나도 그렇게 말할걸..’



사와와 세레나는 아직 ‘정보 얽힘’ 현상을 겪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로 우리가 전송받은 기억 데이터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나도 ‘정보 얽힘’으로 극심한 두통을 겪기 전에 그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얘들아, 나 아까 두통이 ‘정보 얽힘’ 현상이었어.


나는 가상세계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이제 실제 내 기억처럼 느껴져.”





“뭐? 우리 수면 상태로 있었으니 그 문제는 안생기는 거 아니었어?”


세레나가 깜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아직 ‘정보 얽힘’ 현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현상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서


‘실제의 뇌’와 ‘전뇌화 뇌’ 양측에서 받아들인 정보들이 뒤죽박죽이 되는 현상이야.


그때 문제가 생겼던 케이스들을 봐도 실시간으로 뒤엉킨 케이스도 있고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간 줄 알았던 연구원이 몇년 뒤에 2개의 기억이 뒤엉켜서 미친 경우도 있었어.


우리의 경우에는 양쪽의 뇌가 동시에 각자 다른 정보를 받아들인 적이 없으니까


혹시 ‘정보 얽힘’현상이 발생해도 기억이 뒤죽박죽 될 일이 없을 거라 예상한거지


‘정보 얽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건 아니었어.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일이야.


그리고 사와와 세레나도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제든지 생길수 있는 문제이고.”





“제이 너는 괜찮아?”





“나는 물리적인 뇌를 육체와 연동하는것에만 쓰고 있으니까 ‘정보 얽힘’ 현상은 없을거야.


현실세계에 있거나, 가상세계에 있거나 나의 사고와 판단은 모두 본체에서 이루어 지고 있으니까.


나는 가상세계에서 전뇌화 AI가 보내준 기억 데이터를 받자마자


모든 기억과 감정등을 동기화 시킨 상태야.


어찌 보면 ‘정보 얽힘’ 현상을 겪은 레온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할수도 있겠네.”





“나는 아직도 가상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내 이야기 같지 않아.


기억 데이터를 보았지만 그냥 내 얼굴과 똑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본 것 같아.


내가 직접 용을 베고 환상의 동물과 싸우고 했다는게 이해가 안가.”





“나도 아무리 가상세계라지만 내가 마법을 쓰다니, 하하.


정말 그런일이 있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실감이 전혀 안나.”




우리는 다 같이 같은 경험을 했지만 머리에도 마음에도 새겨진 바가 각자 달랐다.


문득 짝사랑 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지나갔다.


어떤 두 사람이 만나서 한쪽은 사랑에 빠지지만 또 다른 사람은 별 생각이 없다.


꼭 짝사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경험을 다른이와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중 한명은 즐거움 이었을지 몰라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불쾌함으로 기억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겪은 추억이 제이와 나에게는 고스란히 추억이 되지만


사와와 세레나에게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좀 아쉽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회를 구성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늘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건가..


꼭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어도 각자의 머리속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이번 가상세계의 모험을 겪으며 사와와 한단계 더 가까워 졌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나만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소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와에게 슥 손을 내밀었다.


사와도 나의 손을 꼭 맞잡아 주었다.


그냥 뭐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서 형이 검사장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형의 법무법인 직원분들도 이런 저런 서류를 검사들과 주고 받으며 확인했다.


형은 우리에게 와서 정리된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일단 얘들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너희들 각자 집으로 돌아 갈수는 없고, 뉴욕의 우리 재단 공관으로 가야해.


일단 검찰측도 법무부 외의 다른 행정부들과 상의를 할 것이 남아 있다고 하는구나.


기소를 하고 재판으로 갈지 그런것이 결정되기 이전에


우리는 일단 뉴욕의 우리 공관을 한정으로 가택 연금 상태로 있어야 해.


특별한 허락이 없는 한, 집 밖으로 외출은 불가능하고


법무부 직원들이 주택 주변에서 경호와 감시를 진행 할거야.


각자 가족들과 부모님께 상황 설명 드리고, 일단은 맨해튼의 우리 공관으로 가자.”





“형, 고마워. 우리 깜방 갈뻔 한 거 막아준거지?”



“감사합니다. 너무 수고 많으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이 은혜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친구들도 한마디씩 보태서 형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별말씀을, 하면서 씩 웃어보이지만 형의 미소가 미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혀서 직원들과 함께 상황을 정리했다.


형은 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며 뉴욕의 지사 사무실로 간다고 했고,


우리는 ㅁ슬라 택시를 호출하려 했다.


하지만 검찰측의 호송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하니 대기하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집에 그냥 가는게 아니고 가택연금이지.





“저기.. 집에 가서 우버이츠는 쓸수 있나요?”




경찰 제복과 비슷한데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한쪽 눈썹이 구겨지며 약간 나를 노려보는 듯 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 했다.




‘아마.. 속으로 진짜 철딱서니 없네.. 라고 생각했겠지?


그래도 배고픈 걸 어떻게 해..’




그렇게 우리는 팔자에 없는 호송차량을 타고 클클무 하우스로 이동했다.


큰 승합차 처럼 생긴 차량의 뒷문을 여니 차의 양측 사이드로 벤치처럼 생긴 의자가 있었다.


딱 영화에서 죄수들 이동할 때 타는 그 차였다.


다행인건 적어도 아직은 죄수가 되거나 한것은 아니라서 수갑을 차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겨운 우리집, 클클무 하우스 앞에 도착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별의 별 상황을 다 겪은 후에 돌아온 곳이지만 집이 역시 최고로 좋았다.





제복을 입은 아저씨 두명이 우리가 집으로 들어가자 현관문 앞을 지키고 섰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에 한번씩 네명 모두 집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문제를 일으키면 구치소에 구속 될 수 있으니 위에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기자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집 근처에서 얼쩡거렸지만 현관문을 지키고 선 아저씨 두명이 전부가 아니었다.


블록의 양측 끝에 경찰차가 한대씩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안에 경찰들이 순찰을 하며 블록 내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덕분에 관심종자들의 타겟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경찰들은 우리를 감시하기 보다 보호를 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가자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아저씨들이 나를 째려 보았다.


하지만 나는 집에 있던 접이식 캠핑용 의자 두개를 꺼내서 현관 앞에 서 있는 아저씨들에게 주었다.


그 아저씨들은 미소를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게 ‘땡큐’ 라며 의자를 받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쉑쉑을 우버이츠로 주문했다.


넉넉하게 10개의 세트를 주문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경찰들이 배송이 온 음식의 종이 봉투를 하나 하나 꼼꼼히 열어서 체크했다.


그리고 배달 기사는 팁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우리는 4개의 세트를 집으로 가지고 들어오고 나머지를 경찰분들에게 나눠드시라고 했다.


이제서야 약간의 미소를 보이며 다시 한번 조용하게 ‘땡큐’ 라고 말했다.


현관 문을 닫고 다시 들어가려다가 고개를 빼꼼하게 내밀고 질문을 하나 했다




“저.. 그런데 저희 집에 있으면서 영상 찍어서 올려도 되나요?”




“.. .. ..”




경찰분의 얼굴에 애써 만든 미소가 다시 싹 사라졌다.


그리고 틀림없이 ‘이새끼 진짜 개념없네..’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 눈초리로 나를 째려 보았다.




“아.. 그냥 조용히 있을게요..”


나는 현관문을 최대한 살짝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가상세계에서 하늘을 날듯이 뛰던 나는 현실로 돌아와 가택 연금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상황이 안좋아 졌어도 밀크쉐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으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아.. 그래.. 다 잘 될거야..


텅빈 뱃속이 차오르자 나의 마음에서 희망도 함께 차 올랐다.


이럴 때 보면 난 참 단순한 생물인 것 같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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