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공모전참가작

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34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504
추천수 :
72
글자수 :
481,400

작성
24.08.21 09:38
조회
43
추천
0
글자
11쪽

EP - 클라우드 헤븐 08

DUMMY



우리는 식탁에 둘러 앉아 바나나 푸딩을 나눠 먹었다.


오래간만에 진짜배기를 먹는다며 사와는 눈물이 날것 같다고 했다.


세레나는 원래 입에 음식이 있을때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격식 없어 보이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굳이 그런것을 강요하거나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본인은 언제나 고귀한 귀족부인 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동물의 숲]을 지나며 풍파를 겪다보니 나랑 비슷해 졌다.


지금도 바나나 푸딩을 입에 허겁지겁 넣으며 말하다가 입 옆으로 조금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냥 슥 손등으로 닦고 말을 이어간다.


많이 털털해진 모습을 보면서 그냥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너네 둘이 나가서 뭐 하고 온거야?”




세레나가 우리에게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서 물었다.





“일단 우리가 궁금한 것을 대답해 줄수 있는 사람을 만나보려고.


그 사람이 물 것 같은 미끼를 달아두고 왔어.


이제는 미끼를 물때까지 좀 기다려 봐야겠지?”




“미끼?? 대답을 해줄수 있는 사람이 누군데?”




“지금 여론전 하는 작자들도 미국 대표부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그쪽 사람들이랑 접선을 해봐야 겠지?”




“그럼 그 미끼를 물 때까지는 놀면 되는 거야?”




우리는 여전히 애 였다.


다들 덩치는 산 만했고, 늘 위험을 달고 살았지만 틈만나면 놀 궁리만 했다.


세레나의 마지막 한마디에 아무도 토 달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혹시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자제하자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굳이 다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데 재 뿌리고 싶지 않았다.


다들 비슷한 생각인것 같았다.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미묘하게 웃었다.


다들 동의 한거지? 하는 눈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뉴욕 시내 나들이를 했다.


그래도 cctv에 찍히기 좋은 대형 기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세레나가 간만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고싶다고 했지만 그건 커트 했다.


우리는 5번가를 따라 내려오며 아이쇼핑을 했다.


매장안에 들어가서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옷도 입어보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아이템들을 입혀보며 장난을 쳤다.


중간 중간 간식거리도 사먹고 푸드트럭에서 식사거리를 사서 브라이언 파크에 앉아서 먹었다.


정말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에 나는 계속 AR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기는 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시선을 숨길수가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많이 보았다.


현실세계의 뉴욕의 사람들과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소 무뚝뚝한 표정.


하지만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이어도 하이~ 정도는 한다.


남부의 텐션과는 많이 다르지만.


전형적인 뉴욕에서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정말로 이 사람들이 독립을 원하는 걸까?


현재의 어떤 상황이 이 사람들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을까?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들이 있다.


일본에 의한 억압으로 자유를 원하는 내용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역사책에서도 배웠다.


보스턴 티 사건이라고,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 였을때,


영국에서 불합리한 세금징수 때문에 불만이 폭발 했다는 것을 들었다.


물론 지금의 AI거주구역이 현실세계의 식민지는 아니다.


하지만 독립을 생각하고 있다는 우리의 예상이 맞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현재 위치가 불합리 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니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얼마전에 뉴스를 보면서 AI들의 소득세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전 전뇌화 AI들이 자녀를 갖게되면 인격체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이 거절되었다는 뉴스도 들었다.


이들이 독립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두개의 사안은 아닐것이다.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쌓여서 발생한 것 이겠지.





그리고 이들의 불만을 이용해서 새로운 권력의 축을 만들기 위한 세력들이 있겠지.


권력을 잡고 이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한 축을 또 담당하고 있을 것 이다.


이렇게 거리를 걸어 다니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 되었다기 보다


어쩌면 그 권력자들의 생각과 이권이 독립을 추구하는 더 큰 이유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결정과 그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그냥 나 혼자 열심히 묵묵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피, 땀, 눈물에 콧물까지 흘려가며 열심히 살아도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쓰나미가 몰려온다.


나는 내가 언제 휩쓸렸는지도 모른채 그 안에서 떠밀려 간다.


승승장구 하며 매출이 오르던 사업체도 지구 반대편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누군가가 그런 상황을 억울하다고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공부하지 않은게 누군데 뭐가 억울하다는 것 이냐고 비난한다.


하지만 애시당초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공부 열심히 하면 알수 있는 것 이었나?




만약 전쟁이 난다면 지금 이 거리를 평화롭게 걸어가던 사람들,


럭셔리한 쇼핑몰에서 행복을 사고 있던 사람들,


달콤한 디저트를 한입 베어물고 있는 사람들,


공원의 잔디에 누워 햇살과 바람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은 그런 상황이 오기를 정말로 바랄까?




생각은 물줄기와 비슷하다.


한번 물길이 나면 그 길을 따라 물이 흐른다.


흐르고 또 흐르면서 땅을 조금씩 깎아 나간다.


시간이 더해지면 골이 깊어진다.


골이 깊어지면 더 많은 양의 물이 그 길에 흘러 들어온다.


작은 시냇물이 수만년이 흐르고 거대한 강줄기가 되어 버린다.





한번 어떤 생각이 들면 A와 B 라는 컨셉 사이에 뉴런이 연결된다.


한번, 두번, 세번 그 생각과 행동이 반복된다.


물이 흐르며 땅이 패이고 골이 깊어지듯이,


생각의 연결다리인 뉴런은 점차 두꺼워 진다.


그리고 어느새 절대로 부술 수 없는 하나의 법칙이 된다.


그 사람의 사상이 되고 그 사람의 근본이 된다.




문제는 어떤 컨셉이든 TPO가 있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은 고정 불변이 아니다.


시간이 변하고, 장소가 변하고, 상황이 변한다.


어느 순간에는 정답 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그것은 더이상 정답이 아니다.


그럼 그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


나는 그때는 이랬지만, 지금은 저래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사람의 머릿속에 사상이 생겼다.


그 사람에게 두가지 컨셉은 절대 부술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은 그 사상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다.


그 판단은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부수려는 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사람이 처음에 그 사상을 만든것은 삶에 적응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그 사람은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 만든 사상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그렇게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되풀이 된다.


작게는 인간의 개인 차원에서.


크게는 민족과 국가단위에서 역사라는 이름으로.





지금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


아니 이미 왔다.


이제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명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고쳐 쓸 시간이다.


그 상황에 기존의 사상을 지키려는 집단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상을 진리라고 신봉하는 집단이 있다.


그 둘간의 반목은 피할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간절히 원한적은 없지만


어쩌면 새로운 세상이 오면서 어쩔수 없이 벌어져야 하는 일 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쌓아둔 모래성이 밀물에 의해서 무너지는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 것 처럼.





결국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AI에게 대체 되는 걸까?


그리고 그들이 물리적 세계로 나아가기 적합한 로봇이 지구를 차지할까?


나의 뇌 속에도 어떤 사상은 아니지만 하나의 물길이 점점 골을 깊게 내고 있음은 틀림없다.


정말 잠시의 빈틈이 생기면 나의 생각은 늘 이런 곳에 와 있다.


’존재’,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계속해서 되풀이 하고 있다.






=-=-=-=-==-=-=-==-=-=-=-=-=-=-=-=-=-=





그렇게 우리는 마치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 같은 일상을 며칠째 보내고 있었다.


늘 제이가 시어머니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날 또 나들이를 가자는 세레나의 말에 제이가 말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가자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큰 공원이나 타임스퀘어, 리틀아일랜드, 하이라인, 차이나타운 같은 관광지 들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정말 뉴욕에 찾아온 관광객이 된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 뉴욕에 살면서도 매일 동선은 비슷했다.


굳이 관광객 북적이는 곳을 찾아 다니지는 않았다.


언제든 갈수 있다는 생각에 뒤로 미루었던 코스들을 이번 기회에 찾아갔다.





그 중 차이나타운에서 200년 된 딤썸집에 들어갔다.


우리는 동그란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가운데에 회전판이 있는 전형적인 중국식당이었다.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도 영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우리는 태블릿에 먹고 싶은 메뉴들을 하나씩 체크했다.


나온 음식들이 회전판 위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열심히 회전판을 돌려 자기 앞접시에 음식을 덜었다.


정말 맛집 이었다.


일곱 종류의 딤썸을 주문하고 요리를 2개 주문했다.


일곱 종류의 딤썸 모두가 하나같이 정말 맛있었다.


배를 두드리며 따듯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접객을 하는 로봇이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여기, 계산서 주세요!”




결제를 해 달라는 것 같아서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테이블의 식사는 이미 ‘특실’에 계신 손님이 결제를 하셨습니다.


여러분이 혹시 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잠깐 벙찐 표정이 되었지만 나는 AR마스크를 고쳐쓰며 내가 먹느라 얼굴을 보인적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아닌데.. 조심해서 먹었는데.. 이건 또 뭐지?’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사이 제이가 그 말에 대답을 했다.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셨는데, 인사를 안 드리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요.


우리에게 호의를 배풀어주신 분이 누군지 뵈러 가봐야겠네요!”




제이가 예상치 못한 방향의 대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그 로봇의 안내를 받고 홀을 지나서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넘어 들어갔다.


지금 상황에 대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제이는 늘 계획이 있는 녀석이니까.


일단 북을 치면 장단을 맞춰 주는게 친구 아니겠나.


작가의말

오늘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랑과 검정의 경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름 휴가로 일주일 쉬어기도록 하겠습니다. 24.09.02 9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합니다. 24.07.22 17 0 -
89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5 24.09.13 40 0 11쪽
88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4 24.09.12 49 0 11쪽
87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3 24.09.11 40 0 12쪽
86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2 24.09.10 39 0 12쪽
85 EP - 현실에 눈을 뜨다 01 24.09.09 35 0 12쪽
84 EP - 클라우드 헤븐 13 24.08.30 38 0 11쪽
83 EP - 클라우드 헤븐 12 24.08.29 39 0 11쪽
82 EP - 클라우드 헤븐 11 24.08.28 35 0 12쪽
81 EP - 클라우드 헤븐 10 24.08.27 37 0 12쪽
80 EP - 클라우드 헤븐 10 24.08.26 40 0 11쪽
79 EP - 클라우드 헤븐 09 24.08.22 44 0 12쪽
» EP - 클라우드 헤븐 08 24.08.21 44 0 11쪽
77 EP - 클라우드 헤븐 07 24.08.20 45 0 12쪽
76 EP - 클라우드 헤븐 06 24.08.19 46 0 12쪽
75 EP - 클라우드 헤븐 05 24.08.16 43 0 12쪽
74 EP - 클라우드 헤븐 04 24.08.15 35 0 11쪽
73 EP - 클라우드 헤븐 03 24.08.14 38 0 12쪽
72 EP - 클라우드 헤븐 02 24.08.13 40 0 12쪽
71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9 / 클라우드 헤븐 01 24.08.12 39 0 12쪽
70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8 24.08.09 47 0 11쪽
69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7 24.08.08 36 0 12쪽
68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6 24.08.07 36 0 12쪽
67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5 24.08.06 42 0 11쪽
66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4 24.08.05 39 0 12쪽
65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3 24.08.02 41 0 12쪽
64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2 24.08.01 42 0 12쪽
63 EP - 동물의 숲, 신비동물원 01 24.07.31 39 0 11쪽
62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9 24.07.30 3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