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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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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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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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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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취업준비(3)

DUMMY

작은 누나의 아파트는 용산구에 위치해 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꽤 유명한 아파트 단지로 신혼초기에 운좋게 청약당첨이 되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말하면 작은 누나가 가진 것들 가운데 가장 부러운 부분들 중 하나였다.

물론 그보다 부러운 부분은 바로 이쁜 조카 아이들이었다.

" 우왕~! 삼촌-! 지은이 안보고 싶었어? "

" 삼초온~ 나은이도~ "

어휴, 이러니 안 귀여워 할수가 없다. 얼른 다가가 번쩍 안아서···

탁. 작은 누나가 외출복을 입은채 내 손목을 때렸다.

" 손발부터 씻고 와. 그리고 얘들한테 이상한거 가르치지 말고, 아무거나 먹이지 말고. 특히 배달음식은 안돼. 알지? "

아니, 얘들에게 안되는게 뭐가 그리 많은지. 일단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직행했다.

못미더운 눈빛으로 잠시 현태를 바라보던 장혜나는 시계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 식탁위에 용돈 놔뒀으니까, 확인하고.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알았지? "

" 어. 잘 갔다가 와. "

설렁설렁 대답했지만 바쁜 누나는 벌써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 엄마 다녀올께. 삼촌이랑 잘 지내고 있어. 내 새끼들~ "

" 웅, 엄마. 걱정마. 나도 벌써 여섯살이야. "

" 잘갔다와, 엄마. "

지은이와 나은이가 현관까지 따라와 씩씩하게 배웅을 해준다. 한두번 해본 말과 행동이 아니었다.

장혜나의 눈빛에 잠깐 미안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미 늦어버린 출장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문을 나섰다.

그 사이에 손발을 다 씻은 현태가 지은과 나은이를 껴앉아 들어올리며 외쳤다.

" 우린 자유다! 프리덤! "

" 꺄하하~ 삼초온 간지러~ "

" 꺄아~ "

그렇게 몇번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며 놀아준 현태는 급격한 피로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면접을 준비한다고 몇시간 못 잤다. 일단은 편안 옷으로 갈아입고자 주섬주섬 체육복을 꺼내들어 옷방으로 가자 두 조카가 따라온다.

" 어디가? 우리랑 놀자~ "

" 웅, 엄마가 삼촌이랑 놀랬어. "

" 알았으니까 잠시 저기서 인형놀이하고 있어. 금방 올께. "

그렇게 달래서 보낸 현태는 옷방에 속 들어가 편한 옷으로 환복을 마쳤다.

거실 바닥에 앉아 조그만 여자 아이 둘이 인형을 들어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며 놀고 있는 모습, 조용하고 편안한 광경이었다.

" 자, 삼촌 왔다. 그럼 구호부터 한번 외쳐볼까? "

" 구호? "

" 그게 뭐야? "

" 아니 내가 그렇게 교육을 했건만. 아직 너무 어린건가? 세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모양이네. 자, 따라해봐. 나를 낳아준건 엄마, 아빠! 길러준건 삼촌! 효도는 삼촌에게! "

" 웅.. 낳아준건 엄마, 아빠. 길러준건 삼촌.. 효도도 삼촌에게? "

" 나아주건 엄마, 아빠. 기러주건 삼초온. 효도느은 삼촌에게. "

아직 4살뿐이 안된 나은이는 그 뜻을 알지 못했지만 꽤 열심히 따라했다.

그런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조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촬영까지 마쳤다. 나중에 크면 증거자료로 내밀어서 효도를 받으리라.

우리집안 유전자가 그리 못나지 않아 누나들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 미모로 이름깨나 날렸다. 그런 우리집안의 유전자를 받은 조카들 역시 어릴때부터 그 싹이 보였다.

어딜가나 주목받을 정도로의 귀여움과 미모를 벌써부터 풍겨내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아직 모르지만 크면 뭐가되도 될 싹이 보이는 조카들이었다. 내 노후를 위해 미리 틈틈이 약을 쳐두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아준 현태는 슬슬 감기는 눈을 견디지 못했다. 비몽사몽간 놀아주고는 있지만 아이들의 체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 지은아, 나은아. 우리 병원 놀이부터 하자. 내가 환자 할께. "

" 웅! "

그렇게 동의를 얻고 그대로 뻗어 잠이 들었다. 자신의 얼굴을 대상으로 조카들이 무슨짓을 하는 것을 느꼈지만 신경쓰지 못했다. 그만큼 피곤한 하루였다.

그렇게 현태가 코를 드르렁 골며 잠에 빠졌지만 아이들의 병원놀이는 그칠줄 몰랐다.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 어둑어둑해졌다.

" 지은아? 나은아? 얘들아, 어디갔어? "

싸늘하게 느껴지는 집안을 돌아다니다 급하게 불부터 켰다. 그리곤 방마다 들어가 조카들을 찾았다.

어디에도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려오는 것을 절로 느낄 수 있었다.

다급히 휴대전화를 봤지만 아무것도 연락 온 것이 없었다. 급히 신발장으로 다가갔다.

조카들의 신발이 없다. 그것을 확인한 현태가 급히 신발을 신으며 밖으로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탄 현태는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조카들에게 아무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정말 처음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그렇게 뛰쳐나간 현태는 급히 놀이터부터 찾았다. 조카들이 나갔다면 분명히 놀이터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았다. 순간적으로 당황하다보니 정확한 시간까지 체크를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날이 완전히 저물어 어둠이 뒤덮을 시간임에는 확실했다.

" 지은아! 나은아! "

놀이터로 뛰어가며 두 조카의 이름을 외쳤다. 아파트 단지의 주변은 밝게 켜진 형광등으로 그리 어둡지 않았다.

드문드문 주민들이 걸어다니고 있는 와중에 그런 현태를 돌아보는 이도 많았다.

워낙 근심과 걱정이 섞여 애절하게 부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 어! 삼초온! "

다행히도 놀이터의 한 구석에서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맥이 탁 풀려 주저앉을 뻔 했지만 두 다리에 힘을 주며 겨우 버텨냈다.

그리곤 욱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아냈다. 이것 자신의 잘못이 90%이상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놀이터에는 지은이와 나은이 외에 또래의 여자아이가 주저앉아 같이 놀고 있었다. 처음보는 아이였다.

" 하, 하.. 나가면.. 나간다고. 아니다. 재미있었어? 그만 돌아갈까? 밥 먹을 시간이야. "

평상시라면 좋다고 일어섰어야 할 얘들이 밍기적거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빤히 보였다.

" 친구야? 이름이 뭐니? "

" 웅! 지민, 송지민! 같이 밥 먹으면 안돼? "

" 응. 응! 같이 먹자! "

" ··· 나, 난 괜찮아. 조금 있으면 엄마가 돌아오셔. "

그제야 불빛을 등진 지민이라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아이다운 꽃핀을 꼽은 아이는 깔끔했지만 허름하고 낡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워낙 깔끔한 지은이와 나은이랑 같이 있다보니 그런 태가 좀 많이 났다.

아무래도 신축 아파트단지 옆에 위치한 허름한 5층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아이가 틀림없는 모습이었다.

얼마전 이 신축 아파트단지 부녀회에서 그 아파트 아이들이 여기 놀이터에 자주 놀러온다는 것을 알고 막으라는 압박을 관리사무소에 전하며 난리를 쳤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당시 조금 화를 냈었던 기억이 있었다. 작은 누나는 극대노를 부녀회와 싸우며 항의를 했기에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었다.

" 괜찮아. 전화드리면 되지. 엄마 전화번호는 알지? 지금 전화드리고 밥 먹고 가. "

어짜피 대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나 하는 생각과 약간의 측은지심이 발동된 것이었다.

아이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번호를 불러주었다. 아직 여섯살의 지은이도 자기 엄마 번호를 못 외우고 있는데, 꽤 영특한 아이였다. 아니면 그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거나.

뚜르르르.

전화벨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힘이 빠진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네, 누구세요? "

" 아, 안녕하세요. 따님이 지민이죠? 다름이 아니라··· "

빠르게 좌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전화 속 지민이 엄마는 난색을 표했다.

" 아니. 우리 지민이가 민폐를 끼치는게 아닌지.. 그냥 돌려보내세요. 조금만 있으면 저도 도착을 하니··· "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자신의 딸을 맡길수 없다는 심정과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마음이 드러난 말이었다.

" 아.. 그러시군요. "

금방 이해를 한 현태는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눈치빠른 지은이가 방방 뛰면서 전화기를 향해 외쳤다.

" 지민언니랑 밥만 먹을께요! 네~ 허락해주세요! "

덩치가 지은이랑 비슷해서 동갑내기나 또래인줄 알았더니 언니였던 모양이다.

여튼 전화기를 통해 울린 지은이의 목소리를 듣던 지민이 엄마는 잠시 침묵을 하다 다시 말했다.

" 휴우, 그럼 밥만 먹고 보내주세요. 아이들이 참 귀여운 모양이에요. "

" 아, 네. 감사합니다. "

"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드리죠. 평소에 제가 지민이를 잘 돌보지 못해서··· "

그렇게 인사를 마친 현태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 자 허락을 받았으니 밥 먹으러 가자! "

" 우아아~ "

" 가자, 온니. 헤헤. "

네살의 나은이도 지민이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조그만 손을 잡고 지민이를 이끄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손을 잡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현태와 조카들, 지민이는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밝은 전등아래에서 지민이의 모습이 새롭게 들어왔다.

낡았지만 깔끔한 원피스에 유난히 큰 눈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슬퍼보였다. 그리고 가장 놀란 점은 지민이의 머리 위에 쓰여진 그녀의 적성때문이었다.

' 피아니스트? 저 어린나이에..? '

보통 초,중학교 늦으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적성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단순히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고 그런 예외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 천재들뿐이었다. 특히나 예체능 계열은 어릴때부터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하면 송지민이란 아이는 그 분야의 천재였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 큼, 그럼 뭐 먹을까? "

그런 마음을 숨긴채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은이는 고개를 숙인채 어려워했고 네살인 나은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할 나이가 아니었다.

" 치킨! 피자! "

오직 지은이만 그동안 못 먹었던 메뉴를 열성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지은이는 영악하게도 자신이 오는 날이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하긴, 여섯살이면 다 컸지. 그래, 좋다. 모두 다 시키자! "

어짜피 내 돈도 아니었다. 작은 누나가 남기고 간 용돈에서 쓰면 되니 부담은 없었다. 물론 머릿속에는 배달음식을 먹지말라는 누나의 잔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였다.

그렇게 피자와 치킨을 시킨 현태는 은근슬쩍 지민이에게 말을 걸었다.

지민이는 이렇게 큰 아파트와 비싸보이는 인형들을 만져본적이 없는지 두 조카와 함께 인형놀이에 심취해 있었다. 맨날 하는 놀이인데 지겹지도 않은지.

" 지민이는 몇살이야? "

" 9살이에요. "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지은이 또래인줄 알았는데.

그제야 앙상하게 마른 팔이 보였다. 마른 나뭇가지처럼 손대며 부러질것만 같은 두께였다.

그리고 놀면서도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 난 신경쓰지 말고 놀아. 아, 지은아 네 방에 있는 피아노도 한번 지민이에게 보여줘. "

" 웅! "

내말에 생각이 났다는 듯이 지민이를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지은이었다. 그런 언니를 따라 나은이도 뒤따랐다.

잠시후 어슬픈 피아노소리가 뚱땅거리며 들려왔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섞여 들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고민에 빠져들고 있는 현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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