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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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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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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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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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3)

DUMMY

" 그거 우진씨 오더 맞죠? 생각보다 쉽지 않을텐데.. 경비직이라. "

아무래도 경력이 있다보니 서치펌의 소문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벌써 그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이미자가 호호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 우리 회사 인트라넷을 매일 보면 알 수 있는거에요. 누가 오더를 따와서 코웍 신청했는지는 뻔하니까요. 그 피엠과 차 한잔만 해도 알 수 있죠. "

하긴 어쩌면 모르는게 이상한 일일수도 있었다. 그만큼 코웍으로 등록된 오더들은 회사내의 관심사항이었다.

왜냐하면 코웍을 한 직원이 서칭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양질의 후보자를 찾을 수 있었고 오더가 성공하느냐가 달린 일이니까.

그런 헤드헌터들은 은근히 소문이 돌아서 코웍을 하기 좋은 인사로 소문이 난다는 사실까지.

그런 동료와 코웍을 하고 싶어 하는 피엠들이 있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후보자 서칭은 힘들었고 노가다나 다름없는 작업이었다.

만약 이번 건을 잘 처리한다면 장현태의 주가가 상승해 별도의 코웍신청을 하지 않아도 그를 찾아올 헤드헌터, 피엠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보통은 고객사의 오더, 영업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오더는 넘쳐나지만 인재를 서칭해서 매칭하는 것이 어려운게 이쪽 분야였다.

물론 양질의 오더는 그 헤드헌터의 역량이었지만.

" 근데 궁금한게 있어요. 이력서를 우리들이 손봐주는게 맞나요? 아님 그냥 그대로 제출하는 게 좋을까요? "

그런 질문에 이미자가 주름을 만들며 말했다.

" 그건 일종의 딜레마에요. 내가 고쳐준 이력서로 합격을 한다면 그건 그 후보자의 노력인가? 그 후보자의 생각이 그 회사에 정확히 전달이 된건가? 만약 이력서에서 느낀 것과 입사 이후 그 후보자가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 배신감은 누구에게로 향할 것인가하는 것들 말이죠. "

그런 이야기를 듣는 현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미자가 다시 말했다.

" 그렇다고 대다수의 후보자가 보내오는 이력서를 그대로 제출한다면 합격하기가 어려울 것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후보자도 있지만요. 그것에 정답은 없어요. 어떤 헤드헌터는 후보자의 이력서를 고쳐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헤드헌터는 그냥 날것 그대로 제출하는 이도 있죠. "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를 했다. 하지만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 나 같은 경우는 그냥 고쳐주지 않고 제출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전에 이력서를 작성하는 방법과 그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지를 시키는 거죠. 그럼에도 엉망인 이력서를 제출한다면 그 사람은 결국 그것밖에 안되는 후보자일 뿐인거죠. "

이미자는 냉정하게 말했고 현태는 그녀의 생각에 일부 동조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존재했다. 애초에 경험이 많고 유능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미자의 의견에 마음이 기울었다.

" 그렇군요. 감사드립니다. "

한결 밝아진 얼굴로 현태가 감사를 드렸다. 그런 현태를 보며 조용히 웃던 이미자는 금세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태는 전화기를 들어 마효준에게 연락을 했다.

뚜르르. 연결음이 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걸쭉한 마효준의 음성이 전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 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효준님. 저 그저께 뵌 헤드헌터 장현태입니다. "

- 아, 그래요. 내가 보낸 서류는 받았어요?

" 네, 잘 받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 네, 말씀하세요.

" 첨부서류는 확인을 했고 이력서에 대한 몇가지 부분을 알려드릴려고 합니다. 그 중에··· "

현태는 이력서의 어떤부분이 잘못되었고 어떤 형식으로 적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 그러니까, 이력서를 다시 적어서 보내라고?

마효준의 음성이 가라앉았다. 기분이 나쁘다는 신호를 대놓고 보내고 있었다.

마치 자기를 네가 뭔데 평가를 하느냐고 따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태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건내지 못한 자신의 탓이었기에 저자세를 유지했다.

" 네, 죄송하지만 다시 보내는 것이 효준님의 매칭에··· "

- 무슨 얘긴지 알겠는데, 그런 판단은 당신보다 그 사람을 구하는 회사에서 하는게 맞지 않나?

빈정이 상한 마효준은 이젠 아예 현태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나이와 타고 다니는 차가 생각 난 모양이었다.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그를 설득할 이유가 없어진 현태는 알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하지만 마효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그리고, 그런 이력서를 당신같은 사람이 제대로 고쳐서 보내야 하는거 아냐? 그러려고 돈받는 거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양 말하는 인간이었다. 이런 종류의 인간은 예전에도 겪은 적이 있었다.

어디서 가짜뉴스를 듣고와 그게 마치 진리인양 떠들어 대는 사람의 모습을 본 적 있었다. 마효준은 그런 인간과 닮아 있었다.

더군다나 헤드헌터는 후보자들에게 어떠한 금품이나 댓가를 받지 않는다. 오로지 고객사로부터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반론을 제기하면 백프로 언성이 높아질 상황이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

어짜피 판단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다. 피엠이 일차적으로 하고 고객사가 이차적으로 판단하는 거다.

본인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를 전할 필요는 없었다. 아마 이 이후로도 그를 찾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건 상호존중의 문제였다. 일방적인 구애는 독이니까.

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과 헤드헌터는 쉽게 말하면 같은 편으로 같은 방향을 보고 달려야 결승점에 골인을 할 수 있는 동료와 비슷한 위치였다. 어느 누구도 위아래가 존재할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현태는 잠시 숨을 골랐다. 처음부터 시작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런 씁쓸함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자 역시 커피를 마시러 갔는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일단 마효준의 이력서를 컴퓨터로 옮겨 적은 뒤 출력을 해서 첨부서류와 함께 보관을 했다. 당연히 오타 난 글자 외에는 손대지 않았다. 그게 현태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김채동에게 문자등을 보낸 뒤 노트북으로 인트라넷에 접속해 기업정보를 훑고 있을 무렵, 점심시간이 되었다.

" 아, 벌써 시간이··· 오전에 해야 할일은 끝났으니까··· "

아까 부모님과 통화를 했고 오후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생각보다 찾아서 일하지 않으면 헤드헌터는 할 일이 많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른 후보자에게서 연락이 오거나 서류가 도착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핸드폰으로 연락이 오기에 굳이 회사에 발이 묶일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 아침일찍 작은 누나로부터 부탁이 왔다.

[ 미안한데, 오늘 지은이 어린이집에서 좀 데려오면 안되겠니? 누나가 많이 바뻐서 말야. 미안해. ]

작은 누나는 헤드헌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하긴 자신보다 10살이나 많고 그간 사회경험상 헤드헌터에 대해 모를리가 없었다.

예전에 이야기를 하기에도 몇번이나 헤드헌터로부터 이직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누나들도 내 인재 데이터베이스에 올려야 되는거 아냐?

현태는 그런 생각과 함께 누나들의 이름과 적성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 장하나, 41세. 적성(교사), 현재 교사. 특이사항(아들1, 딸1. 남편 론 브라운(프로그래머), 거주지(미국 샌프란시스코))

- 장혜나, 38세. 적성(광고디자이너), 현 세우기획 과장급대우. 특이사항(딸2, 심각하게 귀여움. 남편 김덕훈(설계디자인 전문가, 연우건설 현장차장) 거주지(용산구))

다소 주관적인 평가였다. 당연했다.

오직 자신만 볼 수 있는 인물 데이터베이스였기에 주관적으로 정리를 한 것이었다.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하게 적었고 전화번호는 따로 핸드폰과 개별 클라우드에 저장을 해놓고 있었다.

그렇게 적고나니 벌써 점심시간도 절반이나 흘렀다. 어짜피 자신은 지은이를 대려오면서 조카들이랑 식사를 할 생각이었기에 조금 늦어도 상관없었다.

" 그나저나 김지원은 자리에 없네. 재수없는 박재원도 없고.. 나 빼고 다 바쁘네. 어짜피 오후에 외근을 가야하니 나도 바쁜 셈인가? "

그렇게 자위를 하며 텅텅 빈 사무실을 둘러봤다. 제법 많은 자리가 파티션으로 분리가 되어 있었고 여느 평범한 회사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문제는 한번도 저 자리들이 꽉 채워진 것을 본적이 없다는 거였다. 더군다나 여긴 다른 회사에서 하는 회식도 전혀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정말 최고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자기 실적만 달성하면 말이지. "

3개월동안 단 한건도 인보이스(Invoice, 세금계산서와 과세증명자료)가 올라가지 않으면 경고와 함께 여러가지 패널티가 주어진다. 그게 세번 쌓이면 자동퇴사처리 된다는 점에서 어떤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기도 했다.

괜히 80%이상의 헤드헌터가 1년을 못버티고 나가는게 아니었다. 여기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도 많이 없었다.

결국 적응하고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것이다.


요즘 마치 이게 봄 날씨다를 보여주려는 듯이 계속해서 하늘이 맑았고 따뜻했다.

그만큼 거리에 나온 이들의 옷차림도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회사를 나온 현태는 조카 지은이가 다니고 있는 샛별유치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자신의 회사와 전철로 몇정거장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유치원 퇴원시간보다 일찍 나온 현태는 후보자 탐색이나 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남아서 할 일이 없었기에 나온 것도 있었다.

혹시라도 눈에 띄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언제나 그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 오늘 또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

한가한 거리를 걸으며 사방을 둘러보던 현태는 곧 작은 카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카페는 정말 최고의 장소였다.

가만히 앉아 거리를 구경하면서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고 동시에 휴식을 할 수 있기에 일석이조였다.

뭐, 놀이터 같은 곳에 앉아서 볼 수도 있었지만 그건 어쩐지 좀 궁상맞아 보이는 모습이었기에 선택한 카페였다.

작은 카페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소품들로 꾸며놓은 곳으로 개인이 혼자 운영하는 곳이었다. 현태가 그곳에 들어서자 손님이 없어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고 있던 남자주인이 화들짝 놀라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 아, 어서오세요. "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

"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그렇게 주문을 끝낸 현태는 카페에서 거리를 잘 볼 수 있는 통창과 가까운 곳에 서류가방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 카페주인의 적성은 [교화사](구치소나 교도소 수용자의 교화개선을 위해 교육하는 사람)인데 카페를 운영하고 있네. '

말쑥하게 생긴 카페주인은 적성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본 세상은 대부분 저랬다. 적성에 맞아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소수였고 대부분 적성에 맞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걸 자신이 고쳐줄 수는 없었다. 신이 아닌 이상에야.

하지만 그들의 재능을 살려 원하는 방향을 잡도록 도와줄 수는 있었다. 지금은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그것을 들고 다시 창가로 온 현태는 커피를 음미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등학교를 마칠때까지 적성을 찾는 이는 정말 적었다. 아니 애초에 어린 나이때 자신의 적성을 찾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다수가 학생이란 적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예체능의 경우는 달랐지만 그건 단순히 적성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프로에 속하는 예체능 종사자들은 대다수가 적성이 그 쪽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이 대학교를 다닐때 수없이 고민을 하고 자료를 찾아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적성은 선택되어지는게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 어린 시절은 꿈과 희망만 있고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친구는 극히 적었다.

예체능의 경우는 그나마 어릴때부터 진로를 선택하고 연습과 레슨등을 받는다. 그런 아이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그 분야에 적성을 보인다.

가끔, 아주 가끔 다른 분야에 적성을 개화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였고 천재들이었다. 아니 그것조차도 그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파생 분야의 적성일뿐이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녀가 바이올린에 적성을 보일수는 있지만 발레리나 적성을 가질 확률은 극히 적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 절대적인 것은 없지만 말이다.

예전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선수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 위치한 선수들의 적성이 모두 프로야구선수였다. 단 한명도 빠지지 않고 말이다.

자신은 그런 적성을 본다. 생각해보면 적성은 재능과 다르면서 비슷했다.

즉, 절대적이지 않다는 말이었다. 누구라도 노력을 한다면 그게 적성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주 가끔 보이는 천재, 송지민 같은 아이는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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