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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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최근연재일 :
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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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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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천생연분(10)

DUMMY

쇼파에 앉은 두 남녀, 나연의 부모님이 들어오는 우리를 향해 말했고 나는 냉큼 그 앞에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 안녕하십니까. 장현태라고 합니다.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

내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많은 인사들과 대화를 하거나 토론, 통보를 해봤지만 지금처럼 넋이 나가서 횡설수설한 적이 없었다.

갑작스런 내 말에 집안이 썰렁해졌다. 내가 너무 앞선 모양이었다.

나도 멘붕이라 어떻게 수습할지 몰라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나연의 부모님도 내 답변에 당황을 한 것은 분명했고 오히려 침착한 것은 나연 뿐이었다.

" 엄마, 아빠. 나 진심이야. 오빠랑 결혼할꺼야. 허락해줘. "

나연이가 이렇게 단호하게 자기 주장을 펼친게 처음인지 더욱 당황한 그녀의 부모님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 후우, 일단 진정하고 편하게 앉게나. 대화부터 천천히 해보지. "

" 그래요.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과일이라도··· "

그녀의 엄마가 황급히 주방으로 사라지자 홀로 남겨진 아버님이 말문을 열었다.

" 자네 몇살이라고? "

" 스물아홉입니다. "

" 술은 좀 먹고? "

" 네, 조금 먹을 수 있습니다. "

" 그럼 술이나 한잔하지. 비록 아침이지만. 이런 날 술이 없으면 안되지. "

그가 선택한 것은 한발 물러서는 것이었다. 딸이 저렇게 강경하게 주장하니 무작정 반대하기가 어려운 입장인 것이다.

순식간에 술상이 차려졌다.

마주 않은 우리는 잠시 눈싸움을 하다 말없이 양주를 따고 한잔씩 주고 받았다. 나는 술자리 예의를 다했고 그 역시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한잔을 들이킨 아버님이 말문을 열었다.

" 부모님은 뭐하시고? "

나 역시 고개를 돌려 술잔을 비우고 대답했다.

" 네, 의정부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 흠, 자네는? "

" 저는 작은 회사를 창업해서 이끌고 있습니다. "

사업을 한다는 소리에 잠시 할 말을 잃은 그가 말했다.

" 나는 말이야. 우리 집사람에게 정말 못했어. 왜냐면, 내가 사업을 하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거든. 그게 참 후회가 돼. "

" 저는 다르, 아니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결코 나연이가 외롭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

" 그야. 나도 그랬지만 사업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야. 자네가 아직 젊어서··· "

그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가정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고 나 역시 그런 경우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세달씩 회사를 비워놓고 출장을 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내 휴대폰은 쉴새없이 울리고 있었다. 모두 거절을 하면서 무음으로 처리를 하자 아버님이 말했다.

" 사업하는 사람이 그렇게 전화를 끊어도 되는겐가? 급한 전화는 받으시게. "

그 말에 휴대폰 액정을 쳐다보니 사무실 채팀장과 유신동 총재, 선경그룹 선우찬 실장, 오션해운 허윤사 사장, 그리고 대현그룹 황희춘 회장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모두 안받아도 상관이 없는 전화번였다.

" 괜찮습니다. "

그 말에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던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흠, 자네 사업을 할 관상은 아니군. 사업을 하면서 필요없는 전화는 없어. 아무리 가벼운 안부전화라도 무시해선 안된다네. "

약간은 꼰대 기질이 보이는 아버님의 말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었다.

" 네, 명심하겠습니다. "

또 다시 전화가 왔지만 이미 무음으로 해놨기에 화면이 반짝이고 있지만 엎어놓으니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던 아버님은 그 불빛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 뭐하나? 전화 받지? "

내심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어올리자 노세준 하나금융 부회장의 이름이 보였다.

" 네, 전화받았습니다. "

- 날쎄. 요즘 뜸해서 전화 해봤네. 그래, 대현그룹에서 손을 뗐다고?

" 네, 그렇게 됐습니다. "

- 흠, 다시 돌릴 생각은 없고? 사실 우리쪽에서 그쪽에 투자한 금액이 좀 되어서 말야.

이놈도 저놈도 날 이용할 생각뿐인 모양이었다. 그나마 노영천 어르신의 첫째라서 참았다.

" 그건 힘들겠습니다. 이미 다음 오더가 정해져서요. "

- 그렇군. 알았네.

뚝. 그렇게 통화가 끝나자 술잔을 홀짝이던 아버님이 엄한 얼굴로 말했다.

" 자네, 전화를 그렇게 받는 건가? 상대가 클라이언트일텐데, 자네가 말하는 투가··· "

" 아빠! 지금 뭐해? "

가만히 있던 나연이가 중간에 끼어들자 움찔한 아버님이 한발짝 물러났다.

" 아니. 사업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내가 조언도 못해? "

수십년 동안 맨바닥에서 회사를 경영해서 중견기업까지 키워낸 사람의 자부심은 그만큼 높았기에 존중 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 말에 다시 나연이 대꾸를 하려고 하자 내가 손을 꽉 잡아 멈추었다.

" 맞습니다. 아버님. 주의 하겠습니다. "

뚱한 얼굴로 변한 나연이를 힐끗 본 나는 본론을 이야기했다.

" 나연이랑 진지하게 교제를 하고 싶습니다. 부디 승락을 해주십시오. "

내 말에 어느새 같이 자리에 앉은 어머님까지 심각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 현태씨라고 했죠? 봐서 알겠지만 나연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에요. "

알고 있다, 아마 평생을 같이 산 부모님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가야 할 방향까지도 짐작하고 있었다.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만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나연이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습니다. "

내 확신에 찬 목소리에 서로 눈빛을 교환한 나연이의 부모님이 자기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연이는 그런 부모님이 아니라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내가 허벅지를 툭툭치자 눈물을 쓱 닦으며 자기 부모님을 바라본다.

" 나도.. 오빠 아니면 안돼. "

" 어휴, 모르겠다. 너도 언젠가는 남자를 만나 집을 떠날꺼라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 "

그녀의 엄마가 한숨과 함께 자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고 그 옆에서 아버님은 애꿎은 술만 들이키고 있었다.

탁, 술잔을 내려놓은 아버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 하지만! 동거는 절대 안돼! 교제는 어쩔 수 없지만.. "

" 아빠! 하지만.. "

그런 나연을 제지한 내가 대답을 했다.

" 맞습니다. 아직 나연이는 학교도 졸업해야 하고 자신의 꿈도 찾아야 하는 나이죠. 제가 그녀에게 본인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

" 나연이 꿈을? 무슨 꿈이길래..? "

그녀는 자기 부모님에까지 비밀로 했던 자신의 재능, 능력을 이용해서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정확하게 그녀의 적성을 볼 수 있었고 그녀가 어떤 일을 해야 자신에게 맞는지 알고 있었다.

" 연애정보회사. 그것을 나연에게 맞겨 볼 생각입니다. "

" 연애정보? 결혼정보가 아니고? 그런 직업도 있었나? "

없다. 하지만 직업은 자신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 나연이 전세계 최초로 그런 직업을 가질 겁니다. "

내 확신에 당황을 한 것은 그녀의 부모님뿐만 아니라 나연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 내가요? 그런 일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요? 오빠. "

" 걱정마. 천천히 해나가면 되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줄께. "

" 응, 믿어요. "

환하게 빛나는 나연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때 헛기침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 큼, 그럼 우리 회사는? 우리 딸에게 물려줄 우리 회사는 어쩌라고.. 안되네. 나연이가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도 모두 내 뜻에 따라서··· "

" 나 연애정보회사 창업하고 싶어. 아빠. 도와줘. 도와줄꺼지? "

" 아니. 나연아. 너 아빠 회사 경영하고 싶다면서? 왜 마음이.. "

아버님이 슬쩍 나를 노려보니 나연이 박수를 치며 집중을 시켰다.

" 아빠! 그건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를때 결정한거잖아. 만약 내가 실패를 하면 아빠의 뜻을 따를테니 도와줘. "

" 아니.. 그게 그렇게 막 결정을··· "

" 그냥 해줘요. 나연이가 하고 싶은 일도 해봐야죠. "

가만히 듣고만 있던 어머님이 나서자 결국 아버님이 백기를 들었다.

" 알았어. 내가 뭘 하면 되겠나? "

" 제 회사에 남는 장소가 있으니 그곳에서 창업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흠.. 그냥 내가 사무실을 얻어··· "

" 아냐, 오빠 말대로 할래. 만약 그 장소가 마음에 안들면 아빠랑 의견조율을 해볼께. "

그렇게 타협이 끝나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언제 끝이 날지 몰랐지만 오늘 무조건 해결을 할 생각이었다.

" ··· 그래서 나연이가 대학교를 졸업할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동거가 불안하시다고 하니까요.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

어차피 결혼을 할 상대는 나연뿐이었다. 이건 어쩔 수가 없고 바뀔수 없는 진리와 같았다.

" 이보게.. 나연이는 아직 23살일세. 너무 빨라. "

이젠 힘이 빠진 아버님이 말했고 그 옆에 잠자코 있던 어머님이 그 말을 받았다.

" 이건 못 말려요. 그냥 하게해요. 딱 봐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여보, 그거 집착이에요. 그만 놔줘요. "

" 역시 엄마! "

" 너도! 힘들다고 엄마 찾아와서 울어도 안 봐줘. 알았어? "

" 응! 당연하지. 절대 그럴 일없어. "

그런 부모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벙글 웃는 나연이를 보며 나 역시 미소를 만면에 띄우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니 점심시간이었고 어머님이 차려는 점심을 먹고 나연이 살고 있던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술 한잔 했으니 잠시 쉬었다가 가세요. "

나연의 어머님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방에서 쉬라고 말하고 딸을 불러 어디론가 갔다. 아마 모녀끼리 모종의 대화가 필요하신 모양이었다.

나는 나연이 평소 잠을 자는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끼무룩 잠이 들었다. 어제 너무 무리한 덕분에 저항할 수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부드러운 동체가 나에게 기대어 왔고 잠결에 그것을 꽉 안아들자 향기로운 내음이 코끝을 스쳐지나갔다.

눈을 뜨지 않아도 나연이라는 것을 알아챈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뒤적여 편한게 그녀를 끌어안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내 옆에서 고르게 들리는 숨소리와 향기, 부드러운 몸체는 너무 중독적이었다. 아마 이후부터 이런 상태가 아니라면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

" 사위. 그만 일어나지? 도대체 언제까지 잘껀가? "

사위라는 말에 눈을 번쩍 뜬 나는 방문 앞에서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버님을 볼 수 있었다. 정장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회사에 출근을 했다가 퇴근을 한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

내가 겨우 찾은 휴대폰을 보니 저녁시간이 훌쩍 지난 아홉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난 나는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는 나연이를 내버려두고 머리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긴장을 했었나 봅니다. "

" 휴우, 아니네. 자네는 벌써 여기가 편해졌나보군. 부러워.. "

진짜 부러운 모양인지 진심이 느껴졌다.

" 밖에 주차한 차가 자네 차인가 보지? "

" 네, 맞습니다. "

" 흐음, 그래? 차가 좀 오래된 연식이던데.. 내가 차를 바꿔 줄까?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타고 다니는 차로 상대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렇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네. "

이건 무작정 거절하면 안되는 제안이었다.

" 하하,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장인어른. "

은근슬쩍 장인이란 호칭을 담아 말했고 그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허락을 해주었다.

" 허허, 그럼 지금 당장 가보세나. "

성격이 조금 급하신 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제어하는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

" 뭘 오자마자 나간다고 그래요? 일단 간단히 식사나 하시고 하세요. "

" 어, 음. 그럴까? 하하. "

참 금슬이 좋아 보였다. 우리 부모님처럼 말이다.

' 왜 이렇게 익숙하니 싶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랑 포지션이 똑같잖아. '

물론 나연이 부모님 댁이 더 유복하고 세련되고 외모도 뛰어났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나는 다시 나연이 방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비몽사몽하는 나연을 깨워서 식탁으로 데려갔다.

" 일어났어? 우리 딸? "

" 응, 아빠, 엄마. 좋은 아침. "

" 지금 저녁이야. 정신차려. 그리고 오늘 사위랑 자동차 쇼핑하러 가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

" 응? 진짜! 나도 따라갈래. "

" 그러던지. 아주 지 오빠만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네. 어이구, 이래서 딸은 키워봤자 헛수고라더니.. 예전에 아빠 좋다고 결혼한다고 그렇게 매달려서 애원하고 울고··· "

" 시끄러워요! 그냥 밥이나 먹어요. 언제적 이야기를.. 남자의 질투는 추하다고 말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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