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적성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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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JaeK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5
최근연재일 :
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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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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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13)

DUMMY

나는 윤사장에게 절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팔지 말라고 당부를 하며 사무실을 나섰고 나는 시계를 보다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 응, 나연아. 수업은? 아, 그래? 친구들과 카페에 있다고? 응. 혼자서 괜찮겠어? 하하. 알았어. 그래, 집에서 보자. 사랑해. "

나연이는 그때 술집 앞에서 본 친구들과 할 이야기가 있는지 따로 오기로 했기에 나는 곧바로 진기사에 전화를 걸어 내 위치를 알렸다.

- 대표님 앞으로 또 차가 도착을 했습니다. BMW 7시리즈인데..

진기사가 장인어른이 사준 차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렇게 빠르게 차가 출고되었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지만 그 매장의 매니저가 무슨 생각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돈과 권력을 지닌자는 세상 살기가 그렇게 편하다고 하더니.. 조금 씁쓸하네. '

내가 재벌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너무 많은 편의를 봐준 그 매니저를 욕할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에 현타가 온 것이다.

나는 진기사에게 새롭게 도착한 차를 메인으로 한다는 말을 남기고 그냥 회사에 대기하라고 말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오랜만에 길거리를 걸으며 사람구경을 하기로 했다.

' 아, 그전에··· '

휴대폰을 들어 피춘식의 연락처로 통화를 걸었다.

- 어이, 동생.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이 왜 나를 동생이라 부르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 네, 춘식씨. 투자를 할··· "

- 그러지 말고 지금 만나자. 큰 돈을 투자하는데 통화로 하기엔 너무 짜치잖아. 안그래?

"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죠. "

- 어허, 우리 동생 말 서운하게 하네? 이 형님이 언제 동생 실망시킨 적이 있나?

이래서 거친 인간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했던거였다. 재벌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니까.

" 그래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

만나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할 상대였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피춘식에게서 어떤 냄새가 날지 궁금했다. 아직 그의 적성도 보지 못했기에 그가 풍기는 냄새 역시 맡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흐흐, 내가 움직여야지. 한두푼도 아니고 사업이야긴데 말야.

그 말에 내가 있는 장소를 불러주자 알았다는 말고 함께 통화가 종료되었다.

나는 근처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잠시후 검정색 세단 한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내 앞에 섰고 누군가 문을 열고 발을 내디뎠다.

나는 그 모습보다 저 멀리 승합차가 멈춰서는 것과 앞서가던 세단 역시 멀찍이 주차를 하는 모습이 신경쓰였다.

" 하하, 얼굴 보는 것은 오랜만이네. "

뒷좌석에서 내린 거한, 2미터에 달하는 키에 사나운 얼굴에 선글라스까지 낀 피춘식이 내 앞에 덜썩 앉더니 말문을 열었다.

" 요란하시네요. "

내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슬쩍 쳐다본 피춘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흐흐, 내 위치가 위치라서 말야. 내 걱정을 하는 동생들이 너무 많아.. 하하하. "

" 그러시구나. "

" 솔직히 말하면 여기는 우리 구역이 아니야. 내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여기를 관리하는 조직이 전쟁을 시작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뜻이지. "

저렇게 많은 조직원들을 이끌고 온 이유를 나에게 말해주었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애초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나마 내 앞에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점수를 주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품에서 명함 한장을 꺼내 그에게 건내주면서 손끝을 스쳤다.

" 흐흐. 이거 그 명함이야? 드디어 나도 받아 보게 되는군. 기쁘네. "

내 명함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지 몰라도 그의 적성을 보는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UFC선수(103)][유도선수(97)][태권도선수(87)]···

오로지 모든 적성이 운동능력에 몰빵된 사람은 처음 봤다. 거기에 더해 적합도 역시 100이 넘는 인재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 괴물이네. '

처음부터 그렇게 느끼긴 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를 어릴적 만났다면 진로를 변경시키고 싶을 정도로 그의 재능은 빛났다.

' 흠, 거기다 그에게서 나는 향기도 악취가 아니야. 오히려 은은한 불냄새? 탄향이 나네. 처음 맡아보는 향기인데.. 무슨 의미인지.. 쯧. '

악취보단 향기에 가까운 냄새였다.

" 조만간 우주항공이라는 회사에서 긴급 이사회가 개최될 예정이에요. 그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꺼고 지분 5%를 취득하시면 됩니다. "

" 흠, 어려운 말은 넘어가고 5%에 천억이라는 거지? "

" 네, 그전에 자금은 준비해두고 직접 혹은 페이퍼컴퍼니, 차명이든 투자를 하시면 됩니다. "

" 오케이. 그 부분은 우리측에도 브레인이 있으니 말해두지. 그럼 언제 탈출을 하면 되는거지? "

이 사람은 내가 무슨 주가 작전 세력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 후우, 그건 알아서 하세요. 저는 장기투자에 손을 들고 싶지만 피춘식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테니까요. "

" 장기투자? 흐흐, 그런건 돈만지는 애송이들이나 하는거지. 알았다, 던지는 타이밍은 우리측에서 판단하도록 하지. 크크.. "

그와는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꽉 막힌 인물은 아니었다.

" ··· 최근 이태원쪽에 우리 클럽이 오픈했으니 한번 놀러와. 연예인급 여자들로 접대를 해주지. "

" 됐어요. 저 여자친구 있어요. "

" 응? 얼마전까지 솔로라고··· 하긴 너 정도면 여기저기서 찔러봤겠지. 흠, 그럼 클럽에 놀러와. "

역시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 별로.. 제가 클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

" 이거 완전 쑥맥이구만. 흐흐흐. 남자라면 이여자 저여자 경험을 해봐야··· "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반대편 도로에서 한무리의 여성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그 중에 내 여자친구인 나연의 모습이 보였다.

비록 마스크와 뿔테안경을 쓰고 있지만 멀리서도 빛나는 그 자태와 걸음걸이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됐어요. 하여튼 그렇게 알고 있으세요. 조만간 연락드릴께요. "

" 어? 그래. 같이 식사라도··· "

" 나중에요. 그럼 이만. "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여자친구를 쳐다보며 천천히 그 무리를 따라갔다. 굳이 방해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 자리를 마칠때 우연을 가장해 그녀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섯명의 여자무리는 가까운 꽤 규모가 있는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더니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나 역시 조심스레 입장을 해서 그 무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주문한 바나나라떼를 홀짝였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꽤 많았고 자리는 거의 포화상태에 가까웠기에 눈치를 채기는 어려워 보였다.

통창을 통해 바깥의 도로를 바라보니 피춘식이 타고 왔던 세단이 후웅하고 지나가고 그 뒤를 승합차들이 뒤쫒아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생각이 많아졌다.

' 저런 조폭들을 도와주는게 맞는걸까? 내가 괜한 짓을 하는게 아닐까? '

그런 고민에 박사장이 답을 해줬다.

- 클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움직이는 범위에 한정되어 선을 긋지.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활하고 느끼는 범위보다 훨씬 더 넓고 깊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부터 돈이 썪어 넘쳐서 길가에 뿌리고 다니는 인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말이야.

그의 말은 결국 조폭들을 이 세상에서 없앨 수 없는 이상 결국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 그냥 그런 사람들도 이 세상에 섞여 살아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편해. 네가 이제까지 봤던 온갖 부조리들도 없애기 못하니 결국은 인정하고 있잖아? 예전의 나라면 그것들을 통제하려고 노력을 했겠지만 이 나이를 먹고나니까 알아낸 사실은 어떤 수를 쓰던 인간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야.

그 말을 듣고나서야 내 마음을 결정할 수 있었다.

' 그도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일뿐이야. 자기가 살아온 범위내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는.. 굳이 배척하거나 선을 그을 필요가 있을까? '

그에게 어떤 도움을 바라거나 대가를 요청할 마음은 없었다. 예전 나에게 준 도움을 갚는 셈을 치기로 했다.

' 더불어 냄새를 맡아보니 나에게 피해를 줄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

일단은 내 능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나나라떼를 마시던 내 귓가로 건너편 여자무리의 대화가 간간이 들려왔다.

" ··· 아니! 나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

" 진짜!? 어머어머.. 뭔 일이래. 진짜 결혼하려고? "

" 모태솔로 나연이가 남자를 만나다니.. 이건 믿을 수 없는 일이야.. "

" 혹시 너 설마.. 벌써··· 잤나? "

대충 들어도 나연이 커밍아웃을 하는 모양이었다. 내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부끄러워졌지만 일단은 듣고만 있었다.

한참동안 자기들끼리 목소리를 높이며 수다를 떨더니 한 여자가 매서운 목소리로 질책하듯 나연에게 말을 던졌다.

" 나연아. 실망이야. 우리들의 우정을 배신하고 남자를 만났다니.. 우린 너를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

그 말에 조용하던 나연이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

" 지혜야. 그게 무슨 말이야. 배신이라니..? "

" 4년동안 우리 둘이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몰라? 항상 같이 하자고 했잖아. 그리고 남자들은··· "

" 그만해. 지혜야. 네 이상한 페미니즘 사상은 이제 질렸어. 나는 내 연인을 만났고 자연스럽게 사랑하고 그 결실을 맺을 생각이야. 날 그런 사상에 옳아매지마. "

" ··· 실망이야. 내가 얼마나 널 보호했는지 알아? 1학년 OT때부터··· "

" 지혜야. 네가 우리 아빠에게 용돈을 받고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 더불어 네가 그때 남자선배를 선동해서 나에게 대쉬시킨 것까지 알고 있어. 그리고··· "

나연이 차분한 어조로 담담하게 말하는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지혜라는 동기는 1학년 초기에 장인어른에게 포섭되어 나연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녀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삐뚤어진 질투로 인해 나연이 여러 번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까지..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지혜라는 동기를 손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만나왔다는 사실에 다른 동기들도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나연아.. 그건 그러니까··· "

" 진짜야? 지혜 네가 그 선배를··· "

" 대박. 지혜 너 그렇게 안봤는데.. "

" 아냐! 아니란 말이야. 나연이가 거짓말을··· "

" 증거라면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으니까. 그만해.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이번 학기에 조기졸업을 목표로 학교를 다닐 생각이야. 더 이상 나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돼. 지혜야. "

단호한 어투로 지혜라는 여자에게 통보를 한 나연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냥 어리고 순진한 여자로 생각했던 나에게 새로운 그녀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욱이 자신을 절제하면서 끝까지 그런 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지혜라는 여자를 손절하면서 다른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인내심, 다른 친구들까지 다 모아서 사실을 밝혀 내 편으로 만드는 정치질까지.

결코 평범한 처세술은 아니었다. 이후까지 생각하면 깔끔하게 처리를 한 것이다.

그 이후 지혜라는 여자는 침묵을 지켰고 다른 여자들은 그런 그녀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을 보고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혜와 남게 된 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한마디한다.

" 지혜야. 너도 그 한쪽으로 치우친 페미니즘 사상에서 벗어나서 평범한 여자로써의 삶을 살아. 쓸데없는 감정낭비는 그만두고. 너는 충분히 이쁘고 현명하니까, 내 말의 뜻을 알고 있지? 친구로써 마지막 조언이야. 잘 지내. "

나연은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빠져나갔고 나도 그 뒤를 말없이 따라나서며 지혜를 돌아봤다.

그녀는 말없이 자신의 차잔을 쳐다보며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 과연 지혜라는 여자는 나연의 진심을 알아 들었을까? '

그게 궁금했지만 굳이 확인을 하려 들지는 않았다. 그녀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테니까. 그게 비록 후회로 점철된 삶일지라도.


" 근데 너 집에 안들어가도 괜찮아? "

" 응? 헤헤. 이미 허락은 받았어. 어차피 내 짐은 여기에 다 있는데 귀찮게 다시 옮기기 힘들잖아. "

여우가 따로 없었다. 티없이 맑은 순진한 얼굴로 내 품안에서 고개를 들어 말하는 나연의 비상식적인 아름다운 얼굴에 빠져들다 정신을 차린 내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여우가 아니라 요물이네. 요물. '

아마 평범한 남자라면 그녀의 품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간이고 쓸개고 다 갖다 바칠 정도로 그녀의 매력은 엄청났다.

" 오빠, 요즘 나 살찐거 같지 않아? "

인체의 신비에 대해 평생 연구했다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녀의 나체를 봤다면 완벽한 육체라고 탄성을 터트릴 정도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있었다.

" 네가? 너무 마른거 아니야? "

" 아냐. 예전에 맞았던 청바지가 꽉 끼인단 말이야. "

다시 보니 예전보다 골반이 좀 넓어진 것 같기도 했다.

" 흠, 글쎄. 골반이 좀 넓어져서 그런게 아닐까? 지금 보기가 훨씬 더 좋은데.. "

" 그런가? 하긴 친구들도 예전보다 몸매가 좋아보인다고 하더니 그것 때문인가 보다. "

진짜 마성의 몸매였다. 다시 중심부로 피가 몰리자 그것을 눈치챈 나연이 눈웃음을 치며 슬그머니 내 위로 올라온다.

" 오빠는 가만히 있어. 이번에 내 차례야. "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열풍이 집안을 가득 매우고 있엇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영양사 김민주의 은근한 미소를 받으며 특별식이라며 내어준 장어덮밥을 먹고 있었다.

" 오빠, 이것도 먹어. "

나에게 장어꼬리를 넘겨준 나연은 이제 아예 본 모습을 숨기지도 않고 눈꼬리를 올리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민주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 좋겠어요. 이런 미녀가 장어꼬리도 양보하고. 안그래도 지금 살이 빠져 보이는데 많이 드세요. 대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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