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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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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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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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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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DUMMY




제기랄, 정말 이게 무슨 곡절이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원룸 방 한 편 컴퓨터 책상에 한참 멍하니 앉아 있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송 중 내 눈앞에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프롬프터 창들은 거짓이 아니었다.

모조리 다 팩트만을 다루고 있었다.

이제 확신이 든다.


가만, 그렇다면 .....


나는 고작 10평 남짓한 원룸 안을 휙 둘러보기 시작했다.

불혹을 얼마 안 남긴 나이의 남자의 방치고 추레하기 짝이 없는 내부 풍경이다.

세간도 별 거 없다.

청소기도 로봇청소기는커녕 아직 유선 청소기다.

식기세척기나 스타일러는 당연히 없다.


시골 과수원 잡부 일을 하는 가난한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난 나.

시골에서는 그래도 공부 좀 한다 쳤지만 인 서울에 실패하고 경기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때 학보사에서 일을 했기에 미디어 쪽 일을 해보려고 여기저기 기자나 피디 시험을 보았지만 언론고시의 문은 내게 너무나 높았다.


그나마 나 대학 졸업할 즈음 여기저기서 대안 미디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덕에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일자리들을 전전할 수 있었다.

그러다 잘 나가던 지인 개인 방송에 우연히 게스트로 출연해 내 신세한탄 겸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이것저것 내뱉은 게 꽤 반응을 얻게 되었고,

그 방송에 고정출연하게 되면서 언더그라운드 시사평론가로 이름도 조금씩 알리게 되어 그나마 오늘날 이 자리에까지 이른 것이었다.


‘‘여보세요.’’


내 우울한 과거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매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 하하하.’’


하나 뿐인 여동생 강주화.

대부분의 남매처럼 우리도 웬수 지간에 가깝다.

나보다도 머리가 더 안 좋아 지방의 처음 듣는 대학에 들어갔다가 그것도 중간에 자퇴한 뇬.

이후에 유흥업소 일을 잠깐 하다가 부모님한테 걸려서 거의 반 죽었다가 살아난 후, 친척이 운영하는 동네 마트에서 일하다 거기서 같이 일하던 매제와 눈이 맞았다.


내 매제 함창희.

처음에는 이 자식 정말 싫어했다.

왜냐하면 애네 집이 우리 집보다도 더 못 살기 때문이었다.


내 여동생 강주화는 싸가지는 바가지지만, 사실 외모는 조금 되었다.

그래서 나름 그 전에 사귀었던 남자들이 돈이 있거나 직업이 번듯한 경우도 꽤 되었다.


그 중에 증권사 다니는 한 놈은 자기 베프 아버지가 유명 언론사 간부라면서 나를 소개시켜준다고 한참 바람을 넣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 새끼는 이혼남에 재혼 준비 중인 약혼녀가 있으면서 내 여동생과 양다리를 걸친 것이었고, 알고 보니 둘은 유흥업소에서 서로 손님 여종업원 관계로 만난 사이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 경험으로부터 돈 많은 매제 덕 좀 보았으면 하는 꿈을 새로이 가지게 되었던 나.

그러다 보니 돈 없고 머리도 그리 안 좋고 인맥도 없는 내 매제에 첫 만남에서부터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애가 착하고 성실하고 볼매 스타일이라서 지금은 그럭저럭 관계를 회복하고 있기는 하다.


‘‘형님! 몸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뇌에 있던 나쁜 피가 이참에 깨끗하게 다 청소된 것 같다. 우리 집안 피 그렇게 좋지 않은 거 자네도 나 못지않게 잘 알지?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애는 확실히 착하긴 하다.

이번에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지방에서 두 번이나 병문안을 올라왔었다.


‘‘어쩐지, 형님 복귀작 방송 몇 개 봤는데, 이전보다도 오히려 더 잘 하시는 것 같던데요.’’

‘‘응. 방송들 봤어?’’

‘‘예. 이전에 형님은 예측 같은 거 하라고 하면 몸 사리시고 가끔 하시면 거진 다 틀렸잖아요.’’

‘‘야! 뭔 소리야! 그거 다 컨셉이고 대본이지!’’

‘‘에이, 형님도, 하하. 아무튼 그런데 이번에 복귀하셔서 하시는 거 보면 엄청 과감해지셨더라고요. 참! 그리고 오늘 방송은 맞히기까지 하셨잖아요. 이호수 감독 왕년에 해외 오퍼 왔던 거 사실 아니라는 거 바로 인증도 되었고.’’

‘‘......’’

‘‘형님? 듣고 계세요?’’

‘‘.....’’

‘‘형님?’’


이번에는 내 눈앞에 프롬프터가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 머릿속에 자체적으로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


‘‘야! 창희야!’’


내가 멋들어지게 목소리를 좀 깔았다.


‘‘예, 형님!’’


매제가 마치 조폭 부하처럼 씩씩하게 대답했다.

얘는 확실히 착하고 예의 바르다.


‘‘요즘 너희 집 경제 상황은 어때?’’

‘‘아이고, 형님!’’


매제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사실 말이에요. 방금 전에 주화랑 대판 싸웠거든요. 그래서 담배 피러 나왔다가 형님 생각나서 전화 하는 거예요. 어디 다른 데 하소연 할 곳도 없고 해서. 하아!’’


다시 말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프롬프터가 아니었다.

순전히 내 직감으로 하고 싶은 어떤 말이 생겨났다.


‘‘아니, 니들 또 왜?’’

‘‘차 사고가 좀 크게 났었거든요.’’

‘‘저런!’’

‘‘제 과실이 커요. 그래서 보험을 깨냐 아니면 애들 학원비 줄이느냐 뭐 이런 거 가지고.’’

‘‘아이고야!’’

‘‘상대차 수리도 수리지만, 차 없으면 저 일을 못 하잖아요.’’

‘‘그렇지.’’

‘‘적금 깨고서도 돈이 모자랄 것 같아서 뭐든 더 해보자고 하는데, 주화가 저보고 이 새끼 저 새끼 쌍욕까지 하면서 ......’’


아차차! 씨바.

이거 괜히 내가 먼저 벌집 건드린 거 같다.


결국 얘네들 애초부터 나한테 손 벌리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둘이 싸운 적도 없는데, 나한테 동정을 사기위해 대판 싸웠다고 구라 까는 걸 수도 있다.


매제는 감히 그런 그림 그리는 얘가 아니지만, 내 여동생 주화 뇬은 어렸을 때부터 그러고도 남을 애였다.

매 순간이 연기에 가까운 인간이다.

실지로 대학교 1학년 때 말 같지도 않은 연예인 바람이 불어 연기 학원까지 다닌 전력이 있는 얘다.


그렇다면?

내가 얼른 선수 쳐서 얘들 입을 막아야한다.

방금 전 내 머릿속에 불현 듯 떠오른 아이디어대로.


‘‘매제!’’

‘‘예, 형님!’’

‘‘주식이나 코인 안 하지?’’

‘‘에이, 쟤가 돈이 어디 있다고.’’

‘‘음......’’

‘‘왜요, 형님?’’

‘‘내가 사실 고급 정보 소스가 막 들어왔거든.’’

‘‘와! 정말이요?’’

‘‘음, 방송하다보면 가끔 들어오는 게 있어. 근데 개 중에 역정보들도 많아서 내가 지금까지 함부로 너희한테 가르쳐주지 못했던 거지.’’

‘‘아아아!’’

‘‘근데 이번 건 백 프로야!’’

‘’정말이요?’’

‘‘응. 그래서 나도 들어가려고 총알 준비 중이거든.’’

‘‘아! 근데 저희 집은 총알이 한 푼 없는데.’’

‘‘음, 그렇지? 아파트 대출 이자도 못 갚고 있으니까.’’

‘‘그러니까요. 게다가 이번에 사고까지 났으니.’’

‘‘음, 그럼, 내가 빌려줄게. 우선 내 돈으로 들어가. 많이는 아니고 그냥 기백 정도. 백 프로 되는 거니까. 만약 안 되면 ...... 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러면 그냥 천천히 갚아. 아주 천천히. 은하 대학 들어갈 때 갚든지 ... 아니면 말든지. 에이, 수틀리면 아예 안 갚아도 돼. 이 정도면 됐지?’’

‘‘혀, 형님!’’


매제 목소리는 감격에 찬 목소리 그 자체였다.


‘‘그럼, 내가 좀 더 정보 알아보면 다시 연락 줄게.’’

‘‘혀, 형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매제는 마치 나와 통화하고 있는 핸드폰을 앞에 두고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



매제와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세팅했다.

간만에 개인방송을 하려는 심산이다.


내 개인방송 걍됐구 TV.

안 한지 두어 달정도 되었다.

꼭 뇌출혈로 입원한 탓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한참 전부터 시들시들해졌었다.


다른 개인방송 채널에 게스트로 유명해진 후 독립하기 위해 내 개인방송 채널도 런칭했지만, 애초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독고다이 자가 발전할 스타일이 아니라 남한테 기생하면서 주워 먹기 스타일에 최적화된 캐릭터였다.

그래서 개인방송 채널은 그냥 명맥만 유지하고 가끔 술 먹고 들어온 날 혼자 신세한탄 한풀이용으로만 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르다.

신세한탄 한풀이용이 아니라 뉴스들을 다루고자 한다.

그것도 경제뉴스 쪽.


‘‘예, 간만에 걍됐구 티비. 동접자는 예상했던 대로 한 분도 없네요. 하긴 뭐 사전고지도 없었고 요즘 통 안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어쨌든 뭐 여러분, 잘들 지내시나요? 저는 혹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몸이 좀 아팠습니다 ......’’


대충 건성으로 오프닝 멘트를 친 후 포털 사이트 경제뉴스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특히나 증권가 소식.

마침 내 꿍꿍이속과 잘 들어맞는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예, SYC제약 신약 개발에 관한 소식이 요즘 증권가 뜨거운 감자네요. 신약 효험성을 두고 세계 유명 저널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한동안 곤두박질치고 있었는데, 또 한 편으로 들리는 소문으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일 모 제약 회사와 곧 계약을 맺을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다시 또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는 것 같죠? 요동이라는 게 참 그렇죠.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정벌의 대상이었잖아요. 그래서 나온 말이 요동정벌 ......’’


아이, 씨바.

프롬프터 왜 이리 안 나와.

이거 팩트 알게 되면 돈 벌기 딱 좋은 소재거리인데.


한참동안 중언부언해 보았지만 여전히 프롬프터가 나올 기미는 안 보였다.

결국 나는 다른 경제 뉴스를 공략해보기 시작했다.

주로 증권, 금융, 환율 쪽 소식들로.

뭔가 투자정보가 될 수 있는 뉴스거리들로.

그런데 제기랄, 30 여분 째 프롬프터 창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 이러면 안 되는데.

주화네한테 그냥 기백만원 꽁으로 바치게 생겼네.

아니지, 투자로 백 프로 돈 벌게 해 주겠다 큰소리 뻥뻥 쳤으니 손해나면 배상금 조로 더 크게 갖다 바치게 생겼네.


그냥 돈 빌려달라고 하면 그 액수만큼 빌려주고 최소 3부 이자 받아쳐먹을 걸.

아이, 시바. 아이, 시바.


잠시 혼자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리고 있는데,

바로 그때였다!

드디어 프롬프터 창이 떴다.


으잉? 그런데 이게 뭐야?

프롬프터 안 문구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이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내가 기대하고 있었던 건 투자정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경제 섹션 뉴스들을 다루었던 건데.

그런데 지금 내 눈앞 프롬프터 속에는 난 데 없는 연예계 뉴스가 떠 있는 게 아닌가.


방금 전 나는 한 안마의자 회사의 신제품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의 경제 뉴스를 다룬 바 있었다.

남자 아이돌 스타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떠오르는 신인 여배우가 문제의 안마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나는 힐끔 하단에 적혀 있는 동접자 숫자를 확인했다.

그새 1명이 들어와 있었다.

아무래도 내 지인일 것 같다.

그렇다면?

에라이, 모르겠다.

프롬프터 속 내용 우선 또 지르고 보자.


‘‘저 기사 속 사진에 나오는 보이그룹 뉴샤인의 오성이랑 영화배우 진주연이랑 저 안마의자 모델 같이 하게 되면서 사귀게 되었다네요. 음 ..... 그런데 ......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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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1 24.05.23 384 10 12쪽
16 15화 24.05.22 392 11 12쪽
15 14화 24.05.21 399 7 13쪽
14 13화 24.05.20 39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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