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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rone
작품등록일 :
2024.05.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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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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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DUMMY

모르시는 말씀. 물론 명운사학재단이 돈이 많고 그만큼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 러, 나, 그 대부분은 초등학교 몰빵이고 거기에 부설되어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구시대적이고 구제도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네 교육현실을 돌아다봤을 때 당시로써는 아주 드물게 선진적인 초등학교 문화를 일궈내었다고 극찬 받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의 명문이라는 성칭이 자자했었던 그것에 반해, 거기에 딸려있던 우리 그리고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중학교는 이렇다 내세울만한 거시 한 개도 없었다. 명문대 입학률로 우열을 가리는 고교평가에서도 고만고만한 수준이니 명운초등학교 내에서도 명운중학교나 명운고등학교는 절대 안 간다, 가면 걘 진짜 바보다 라는 말이 실지 나돌아 다녔다고 한다. 이거슨 완전 공부 제일 잘하는 막내가 지만 이뻐하는 엄마를 등에 업고 특출 날 것 없는 자기 형들을 그냥 동네 바보 형 취급하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그 일례로 우리 고등학교와 중학교는 개미 코딱지만 운동장 하나를 같이 사용하며 서로의 땀내와 먼지를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명문 중의 명문으로 이름 높던 「대 명운초등학교」는 같은 학원의 울타리 내에 누구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독자적인 시설을 구축해 놓고서는 자신들의 일원 밖에 있는 이들이 그 안으로 침범해 오는 것을 절대로 허용치 않았다. 심지어 방과 후, 텅텅 비어있는 그곳에 농구하러 간 학우들이 번번이 쫓겨나다가 급기야는 학교 간에 공문이 오갔는지 선생들의 입을 통해 우리 고등·중학교 학생들은 저쪽으로 출입을 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억압되어 있는 청춘의 혈기를 공식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기간인 학교축제 때에도 시끄러워서 면학 분위기 조성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제재를 가하며 그득했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곤 하던 그 모습들이 가뜩이나 부속학교에 다닌다는 설움에 떨던 소년·소녀들의 눈에 슬픈 이슬방울까지 맺히게 했다. 더욱더 서글펐던 것은 정작 우리 수업 중에 저네들은 운동회랍시고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천지가 떠나갈 듯 떠들어재꼈다는 거다! 인생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에 두고 준비하는 우리들이었는데!!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우리 상고머리 넥타이들과 단발머리 치마들은 ‘초등학교에서 번 돈이 남아돌아 심심풀이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었나보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사범대학교를 큰형삼아 부설되어 있는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나와 내 동창들에게는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렴 그렇다고 우리학교가 진짜로 명운초등학교 부속이었는지는 알 수 없고 직접 확인해 본 사람도 없다. 그냥 그만큼 서러웠다는 걸 우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희화화해본 것뿐이니까.

이런 나에게 좋은 학교를 나왔다니··· 큭큭큭.

“초등학교는 좋은데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절대 아닙니다.”

“그래요? 그런 경우도 있나?”

네.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아, 그리고 결론적으로, 초·중·고까지는 제 아무리 좋은 학교 나와봤자··· 다 거기서 거기다. 아~무 의미 없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이놈내기 나라에서는 고등학교 때까지 날고 기었던 것 암 것도 필요 없다. 그저 좋은 대학이 짱이다. 그것도 킹왕짱!

“아 예. 하하하. 초등학교는 진짜 명문이었는데, 중학교하고 고등학교는 그냥 평범했어요. 그저 초등학교가 워낙 유명하다보니까 거기에 같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뿐입니다.”

“아~ 그래요? 뭐 아무튼, 그래도 천 대리님이 이 학교를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이야기가 좀 쉽게 풀리겠어.”

“네. 조금 반갑긴 합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명운초등학교 측에서 지금까지는 매해 입찰을 해왔는데, 이번에 교장선생님이 바뀌면서 정책도 같이 바뀌어 만약 이번 배움여행이 아주 맘에 들면 향후부턴 입찰 없이 전속으로 진행할 거라고 해요. 그래서 우리도 이번엔 아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아무래도 그쪽에서도 매번 공개입찰하고 업체 선정하는 게 많이 귀찮았었나 봐요. 새로 온 교장선생님 역시 교사들의 그런 생각을 고려해 준 것 같애요.”

와··· 이거 좀 큰데···? 부장님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긴장이 좀 많이 된다. 그러니까, 이번에 확실히 해야만 이 회사와 그 학교가 계속 거래를 틀 수 있다는 말 아니냐 이 말이. 후우~ 나 이 바닥에 뛰어든 지 아직 일 년도 안 됐는데···.

“그러니까, 천 대리님도 이번에 신경을 좀 많이 써줘야 합니다.”

아이고··· 처음엔 별로 할 게 없어서 신경 쓸 필요 없다 하더니 이제는 지네도 신경 많이 썼으니 나 보러도 신경 많이 쓰라고 하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란 거냐.

“네 알겠습니다.”

···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입은 늘 생각과 따로 노는구나···.

“좋아요. 그럼 일단, 자료에서 보았듯 여행지는 싱가포르입니다. 일정은 걱정할 것 없어요. 그 부분은 예전에도 몇 번 진행한 적 있고, 매해 거의 바뀌지가 않으니. 그리고 아직 시간 여유가 많으니까 우리가 지정해준 호텔에 명단대로 예약만 해주면 됩니다. 이 부분도 어렵지 않죠? 만약 우리가 지정한 호텔에 예약이 다 차있으면, 동급의 다른 호텔로 바꿔도 상관없습니다. 단, 선정은 우리가 해야 하니 미리 어느 어느 호텔이 물망에 있다고 알려만 주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입으로는 같은 대답을 연속적으로 반복했지만, 손으로는 부장님의 말씀을 수첩에 적어내려 가기 바빴다. 말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말하는 걸 글로 옮긴다는 게 수월한 일은 아니니까. 급하게 쓰느라 글씨는 응당 괴발개발. 이거 나중에 다시 알아 볼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쓰고 또 쓸 수밖에.

“······그렇죠?”

“예.”

“······알겠죠?”

“예. 알겠습니다.”

뭐라도 질문을 하고는 싶은데 뭘 아는 게 있어야지···. 옛날 누구 말마따나 질문은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게 해 준다고 했거늘 지금 그게 딱 내 짝인 것 같다. 그러니 부장님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혀 틀린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아이구야··· 내가 지금 혹시 무슨 사고치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까지 날 정도다.

“자, 그럼 슬슬 마무리를 짓죠.”

아이고~ 감사합니다.

“예.”

“음···, 다음 주 정도에 한 번 더 학교를 방문할 겁니다.”

“아 예. 명운초등학교에요.”

“네. 그때는 천 대리님도 우리 회사 명찰 달고 같이 가야 되요.”

“아, 알겠습니다.”

“그러니 자료 준비 좀 확실하게 부탁해요. 선생님들 앞에서 설명도 해야 하는데, 문제없겠죠?”

“아 그러믄요! 걱정 마십쇼. 바로 전속계약으로 이어지도록 확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난 되도 않게 큰소리부터 땅땅 쳤다. 근데 이게 근자감만은 아닌 것이, 학창시절부터 딴 건 몰라도 발표수업하나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엄밀히 짚고 넘어가자면 정확히는 그 오랜 학교생활 중 대학시절로만 한정되어 진다는 것이 애처롭지만.

보잘 것 없는 12년을 보낸 나에게 있어 힘과 폭력이 지배하는 어두운 고교시절을 탈출해 힘들게 입성한 대학이라는 신세계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곳에는 더 이상의 육체적인 싸움도, 화장실과 옥상에서의 음침한 알력다툼도 없었다. 키가 작다고, 힘이 약하다고 괴롭히거나 어디 끌고 가서 패는 것 역시 없었다. 정말 제대로 숨 쉬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기분을 느끼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려니 그동안 무서운 육식동물들에게 잡혀먹지 않기 위해 철저히 숨겨왔던 「끼」가 오랜 두려움의 껍질을 까고나오기 시작했다. 학교의 모든 새내기들이 자리한 신입생환영회 때 유명 연예인이 사회를 보고, 그보다는 덜 유명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던 무대 위에 덜렁 기어 올라가버린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앞에 두고 그래도 나름 임기응변을 발휘한 사회자의 재치 덕분에 다행히 분위기는 더욱 치솟아 이과 저과에서 나 다음으로 미친놈들까지 따라 올라오게 만든 광란의 장을 이끌었던 청춘의 이력 한 줄을 가슴에 강제로 새기며 화려하게 장식된 서장을 열어 젖혔었더랬다. 그렇게 난 천준호라는 이름 석 자를 알렸고, 그 뒤로는 온갖 발표수업의 중심에 서게 되는 숙명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으며 또 그걸 딱히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고사리 손 시절부터 책을 놓지 않아온 터라 발표 주제에 곁가지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어가며 덧붙였던 게 꽤 괜찮은 평을 들었던 것 같다. 처음 한두 번이 어려워서 그렇지 몇 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자 낯짝도 갈수록 두꺼워졌다. 가끔 너무 지나치지는 않았나 하며 밤잠자리에 들 때 미치도록 부끄러워 죽을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기회가 되고 무대가 되면 또 스스럼없이 올라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은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한 후 나의 이런 변모한 모습에 종종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더 깊은 속내를 공유하는 끼리에서는 이런 말이 오갔다.

‘너 이 새끼, 그리 뒤에서 몰래 까불거리더만, 드디어 고삐가 풀려 버렸구나?! 살만하냐?’

‘그래. 살만하다. 아주. 깝친다고 괴롭히는 애들도 없고. 키킥.’

심지어는 취미가 뻗쳐나가 다니게 된 등산학교에서도 나이 많은 형·누님들 앞에서 하도 재롱떨고 다녀 당시 전문등반강사로 계셨던 삼촌께서 자신이 방송국 쪽에 아는 사람이 좀 있으니 얘를 개그맨 쪽으로 한번 보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아버지께 진지하게 꺼내기까지 했었으니, 뭐 이정도였다면···.

이렇게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사회생활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업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나인데 누군가의 앞에서 뭔가를, 게다가 그것이 전문분야라면 응당 멋들어지고 자신감 넘치게 설명을 해줘야 함이 바로 직업적 사명감 아니겠는가. 설혹 그 자리가 아는 것 차고 넘치는 선생들 앞이라 할지라도. 게다가 내가 얼마나 제대로 해내느냐에 따라서 김창욱 부장님과 학교가,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우리 회사까지 다 같이 영속할 수 있는 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사뭇 긴장되는 한편, 다른 한쪽으로는 또 은근슬쩍 생로를 터주고 있는 사장님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지금 분명 이건 나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결코 절대로 이 호기를 놓쳐선 안 될 일이다.

“날짜가 다음 주 정확히 언제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건 아직 미정입니다. 오늘이 아직 화요일이니 학교 측에 연락을 해본 다음에 내 천 대리한테 전화를 줄께요. 아마 금요일 전에는 확실한 일정이 나올 겁니다. 그때는 알겠지만, 무조~껀 시간 비워놔야 해요.”

“아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좋아요. 한번 잘해봅시다.”

“예 부장님. 저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사내의 굳은 악수와 함께 30분여에 걸친 회의는 성공적인 안착지점으로 내려앉았다. 이제부터는 다시 이륙하기 전까지 소중한 우리의 날틀을 닦고 조이고 기름 치고 광내어 안전한 비행궤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각고의 노력들을 쏟아 부어야함만이 있겠다.

난 품안에 있는 거래처명부에 새로운 이름을 올리게 될 회사사람들의 열렬한 내바람을 뒤로하고는 건물 1층으로 내려왔다. 뭔가 만감이 교차하며 마음속이 뿌듯해지는 게 느껴졌다. 유연천리 래상회라고 인연이란 참 묘~한 거구나. 내리면 바로 그 학교로 갈 수 있는 동네 버스 정거장을 수 없이 지나다니면서도 거기는 다시 갈일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십 수 년 넘는 오랜 세월 무색케 하며 다시금 이렇게 마주하게 되다니···. 어디 그뿐이랴. 어쩌면 내 사회생활에 한 획이 그일 수 있는 기회를 또 그곳에서 찾게 될 줄이야···.


자, 다시 녹번역이다.

현재시각 14시 35분.

이른 시간이긴 하나 좀 애매하다. 이미 계획해놓았던 일정이 완전히 빠그라져 새롭게 뭔 가를 도모하기에는. 그렇다고 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어떻게든 청사진하나 빨리 따끈따끈하게 구워내어 지금의 생기발랄한 자극을 이어나가야한다. 강동구에서 시작한 나의 영업시계침은 짧은 여행사생활을 대변하듯 강남구 가녘까지밖에 오지 못했지만 어차피 일산도 나중에 넘어야 할 산인만큼 그 면전에 자리하고 있는 은평구를 향해 잠시 동안만 반 바퀴 앞으로 돌려봐야겠다.

일단 만만해 보이는 지하철입구 콘크리트 난간에 가방을 올려놓고는 전화기를 꺼내 인터넷에 접속했다. 지도 창에 「여행사」라고 친 뒤 검색을 누르니 부근에 있는 사업장들 몇몇 곳이 빠르게 화면 위로 튀어 오른다. 이정도 양이면 오늘 남은 시간동안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동공에 힘을 주자 지금자리에서도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는 회사의 간판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우연찮게 들른 이곳 일대의 판로는 바로 저 녀석을 기점으로 해서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야겠다.

하고 마음먹은 순간, 우우웅 하는 진동음과 함께 찾아온 통화알림이 애써 띄운 창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아이씨이~! 누구야~?”

하며 혼잣소리로 짜증을 부리는데, 아이구 좀 전에 헤어지고 나온 부장님이다.

어쩐 일이지? 얼굴 본지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 예, 부장님.”

“천 대리?”

“예 천 대립니다.”

“아~ 어디까지 갔어요, 멀리 갔어요?”

안타깝게도, 본좌의 내공은 아직 반 갑자 정도밖에 쌓여있지 않아 축지법과 경공술의 원만한 등시운용까지는 불가한지라 하는 수 없이 짧은 두 다리에 의지한 채 체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술법과 무공의 충돌을 중화해가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 아직 근처라는 말이다.

“아뇨, 아직 녹번역 앞입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부장님?”

당연히 있겠지. 있으니까 이렇게 등보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전보를 날렸겠지.

“아, 예. 아까아 내가 깜빡 잊고 말을 안 한 게 있네.” 그럼 그렇지.

“아 예, 말씀하십쇼.”

“다름이 아니라, 내가 아까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예에.”

“그걸 바탕으로 안내 책자를 만들어서 학생과 부모님들한테도 나눠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미리 말했듯이, 다음 주 회의 때에 선생님들 앞에서 설명할 때도 필요하니까 좀 서둘러서 만들어주세요.”

“아하. 예 알겠습니다. 당연히 빨리 만들어야죠. 언제까지 해드리면 되죠?”

“음···, 좀 촉박하게 부탁해서 미안하긴 한데, 혹시 내일까지 해서 좀 보내줄 수 있겠어요?”

아놔··· 역시 이래서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이 쓰여 지는 거구나. 어째 전화 온 순간부터 조마조마 하더라니···. 이번엔 웬일로 술러덩 술러당 잘 넘어가나 했다.

“우리도 미리 좀 봐야 하고, 또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수정할 건 수정하고 해야 하니까. 우리도 예전에 썼던 자료가 없는 건 아닌데, 몇 해 된 거거든요? 그래서 이참에 아예 새롭게 만들어 보려구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아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시지요~. 어느 면전이라고 감히 거역이 있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내일까지요.”

“네. 내일. 정 안되겠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가급적 내일로 맞춰주세요.”

··· 아 씨, 대체 뭔 소리냐? 그냥 내일까지 하란 소리잖아. 뭘 이렇게 말을 돌려 돌리긴.

“예 알겠습니다. 부장님.”

“그래요 그럼.”

“예. 안녕히 계십시오.”

뚝-.

하아~ 오늘 도대체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그냥 편하게 알아서 대신 그 부분만 대답해주는 자동 응답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누가 다망하기 한량없는 세상의 입 아픈 을들을 위해 그런 멋진 기계 한번 발명 안 해주나? 내가 어찌 그럴 깜냥은 안 되고···.


자자, 아직 녹번역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만사 제쳐둔다.

주변에 있는 여행사들? 나뭇가지처럼 쭉쭉?? 훗~! 지금 그 따위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통화가 끝난 뒤에 자연스럽게 화면 위로 돌아온 지도 창 따위 미련 없이 날려버리고 거짓말 좀 보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던 버스 정거장으로 달려가 시기적절하게 달려온 종로 행 버스에 지체 없이 몸을 던진다. 정말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선 이미 의구심으로 가득 찬지 오래지만, 어쨌든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민중들을 세뇌시킨 한마디 「아껴야 잘살죠.」. 이 인이 배긴 말을 나 역시 물릴 수 없어 한정된 예산 안에 빠듯하게 운용되고 있는 데이터 통화료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과경에 주변 지도를 검색하며 같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버스 편을 파악해 놓았던 터라 초행지에서도 이렇게 기민한 움직임을 취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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