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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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rone
작품등록일 :
2024.05.0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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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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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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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DUMMY

으아아아~!!

서울의 북쪽을 가로지르며 달려온 버스에서 내려 인적 드문 길목에 접어서자 찌뿌드드한 몸을 풀기 위해 작은 괴성과 함께 기지개를 내질렀다. 몸 여기저기서 뿌득 뿌득 하는 소리가 났다. 이거 장시간 앉아 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구나. 하물며 그러할진데, 매일 이 장정을 서서 버티는 모든 직장인들이 다시금 강인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어···. 이 모든 대단한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만큼 다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진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밤은 매우 깊어져 별 몇 개 간신히 빛나고 있는 새카만 하늘에서 내려온 암흑의 대기가 만상을 집어삼킨 후 대지 위에 기거하고 있던 모든 생물들에게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게끔 하고 있었다. 동네도 서울 변두리다보니 띄엄띄엄 서서 힘겹게 밤의 무서움을 밀치어 내보려는 나트륨등마저 더욱 쓸쓸하게 다가왔다. 그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차에서 내리기 직전 진동에서 소리로 바꿔놨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어댄다.

영근이··· 형이었다···.

“예 형 안녕하세요.”

“그래 준호야 전화해 봤냐.”

인사 따위는 없다. 직입하는 단도가 있을 뿐.

“아 예. 아까 전화했습니”

“만나기로 했냐?”

아 거참. 대답을 다 하기도 전에 끊고 들어오네. 말이 진짜 빨라.

“예. 내일요.”

“오~ 빠르네.”

“네. 통화하다가 그냥 말나온 김에 바로 만나자고 하데요. 저도 그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래 한번 잘해봐라. 진짜 괜찮은 아가씨야. 이쁘고 착하고 생활력 강하고. 직장도 개인병원 다니니 나쁘지 않고.”

“예 예.”

“진짜 요즘 애 같지 않아. 250을 벌어오면 230을 저축할 아이야.”

아따 이 양반 왜 그리 250에 집착할까. 무슨 이유라도 있나?

“예 고맙습니다 형. 한번 잘해 볼게요.”

“그래 잘 돼서 나중에 다 같이 얼굴 한번 보자.”

“그래야죠 형.”

“그래 그럼 잘 들어가라.”

“예 감사합니다. 형 두요~”

뚝.

후우. 통화 몇 번 해본 적 없지만, 이 사람이랑 얘기할 때면 꼭 무슨 돌풍이 몰아치는 것 같다. 말도 엄청 빨라서 집중하고 듣지 않음 단어 서너 개는 간단하게 못 알아먹을 정도이니···. 암튼 대단하다. 차라리 지금 하는 일 접고 하루라도 빨리 머리밀고 멋진 두건 하나 두르고서 랩 세계에 투신하면 대성할 것 같은데··· 외모도 그렇고 큭큭큭.

전화기 속의 비바람이 멎고 나자 눈앞에 나의 즐겁디 즐거운 집 현관문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소담스럽게 튀어나와있는 손잡이를 당겨 열어진 그 포근함 속으로 몸을 아무렇게나 내맡길 순간이다.

“다녀왔습니다~.”

뉴스를 보고 계시던 어머님께 귀가인사를 드리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8시 15분.

드디어 고단했던 하루 일과가 끝났다.

입고 나갔던 양복을 하나하나 벗어 정성스럽게 옷걸이에 걸어 정리한 뒤 편한 옷으로 위아래 대충 가리고선 다시 마루로 나왔다.

“일찍 왔네.”

“네. 오늘은 별일 없었네요. 아버진 주무시죠?”

“그래. 또 새벽에 일 나가야 되니까. 일찍 오니까 좋네. 그 회사 매앤~날 술 먹더니.”

“그러니까요.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죠. 큭큭큭.”

“그래 수고했다. 저녁은?”

“생각 없습니다.”

“맨날! 도대체 왜 저녁을 안 먹냐?”

“아이 진짜~ 이게 한두 햅니까? 군 제대하고 이런지도 벌써 10년 더 지났는데 이제 그만 하실 때도 됐잖아요!”

그러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식습관이 좀 독특하다. 모두들 푸짐한 만찬으로 행복해 할 시간에 난 아예 그것을 건너뛰어 버린다. 아니면 정말 조금? 갑자기 지독한 공복감이 짓쳐들어와 거동하기가 힘들다고 여겨질 때에는 살짝 몇 가지만 위속으로 밀어 넣어 겨우 허기만 넘겨 보낸다. 그리고는 끝이다.

사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렇게 된 데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때는 내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육군 병장으로 군에 몸담고 있을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엔가 작업이 깊어져 밤을 넘기고 새벽 서너 시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마무리를 지은 적이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다들 알겠지만 거기서는 오후 5시 반 전후로 하여 이른 저녁을 먹는다. 그 뒤로는 충성마트를 가거나 짱박아놓은 건빵을 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당시 짬도 찼겠다 덕분에 운동에도 미쳐있겠다 하던 나는 그날 역시 공식적인 식사 외에는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거센 근육운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하며 일석점호를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사고 하나가 하필 평온한 저녁 시간을 뒤흔들어 놓았으니···. 이 긴급한 사태에 전 포대원이 동원되어 저녁 9시부터 새벽까지 장장 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작업에 혹사당했지만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여 다들 뭔가를 먹는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도 못할 정도였다. 새벽빛이 동편하늘에 서서히 피어오를 기미가 보일 때 되어서야 어찌어찌 일을 끝마치긴 했으나 다들 피곤이라는 놈에게 처절하게 잠식당한 상태라 행보관이 ‘야 니네 뭐라도 먹을래?’하는 말에 다른 때 같으면 환장하고 달려들 놈들이 모두 ‘아뇨. 그냥 잘랍니다.’라 대꾸하고선 내무실로 후닥닥 튀어 들어가 버렸고···. 근데 아놔~ 다른 놈들은 저녁시간에 뭘 까먹었는지는 몰라도 난 10시간 전에 저녁밥 먹은 이후로 계속 속이 비어있는 상태였단 말이다! 그 눈 돌아갈 듯한 배고픔에 이성을 잃고 또 짬을 믿고 취사장으로 공격해 들어가 남겨져있던 찬밥들을 뱃속에 미친 듯이 쓸어 담고는 만족할 만한 포만감을 느끼며 제일 늦게 침상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는데, 아뿔싸···. 다음날 눈을 뜬 순간부터 속이 쓰리다 못해 아려오는 것이 그 뒤 무려 이틀간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었었다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자기 전에는 무조건 배통을 비우는 버릇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었다.

게다가 전역 후에 뭐가 그리 신났다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쌓다가 발뒤꿈치 뼈를 깨먹는 초유의 사고를 저질러버리는 통에 다 붙이고 나서도 가끔 무리를 하면 발전체가 얼얼해져 그 좋아하던 등산도 달리기도 마음껏 못하는 구슬픈 신세로 전락해 버린 지 또 이것도 어언 십여 년. 사정이 이러하니 운동부족으로 인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는 살을 점점 어쩌지 못하겠는 지처가 되어가는 것만 같아 식습관이라도 강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상기 배어 있던 버릇에 더더욱 세기를 더해 오던 참이다.

“걱정 돼서 그러지. 너무 안 먹으니까.”

이런 아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의 딱한 심정을 내 모르는 바 아니나, 이제는 습을 넘어서 아예 그냥 생활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 오히려 이 시간에 뭔가를 먹고 나면 배가 더부룩해지는 게 속에서도 내 심정과 상응하여 음식물의 반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일. 어쩔 수 없이 저녁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바로 술자리 약속이 잡혀있을 때. 인생을 살다보면 제 아무리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극단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평생 한두 번쯤은 타의에 이끌려 마지못해 참석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절대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술자리이다. 우황 천지미록으로 미화되는, 그 중에서도 특히 맥주 예찬론자에 가까운 나로 말하자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까지는 아니다 손쳐도 회사 회식이든, 친구들과의 모임이든 술 약속이 있다고 하면 마다않고 꼭 참석하고야마는 성정의 소유자이기에 그때만큼은 저녁밥을 건너뛰고 자시고도 없이 들이붓는 술의 양만큼 비례해서 음식을 몸속에 때려 넣기 바쁘다.

그렇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술 먹는 날이 바로 저녁 먹는 날인 것이다. 그럼 술은 도대체 얼마나 자주 먹느냐? 날카로운 지적이다. 음··· 일주일에 한 ···일곱 번 정도?

그러니까, 어머니 그렇게 딱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다는 말씀입니다. 저 밖에서 자~알 먹고 다닙니다 그려 허허.

“밖에서 잘 먹고 다녀서 그래요.”

이런···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래 알았다. 이제 그만 쉬어라.”

“네 어머니도 쉬세요.”

짤막한 대화를 뒤로하고는 화장실로 직행해 간단하게 손발만 씻고 나오는 나다.

이 모습을 본 어머니께서 다시 말을 거신다.

“운동 하냐?”

“예.”

“먹는 것도 부실하면서 운동은 예길··· 그러다 몸 축나는 거 아니냐.”

“몸 안 축 날라고 이러는 겁니다. 큭큭큭.”

아까도 잠깐 나온 얘기지만, 하루하루 나이를 먹다보니 예전의 그 조금은 볼만했던 몸매도 점점 살이 늘어져 배나온 아재화化 되어가는 것 같아 더더욱 신경 쓰이는 근간이다. 결혼이라도 했다면 안심하는 마음에 살짝 소홀히 해도 되겠건만, 아직 관혼상제의 중요한 두 번째 거사를 치르지 못한 몸이라 이렇게라도 혹독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그 관문 통과하기 점점 더 요원한 일이 되어버릴 것 같아 끝물에 들어선 청춘의 마지막 투지를 뜨겁게 불사르고 있는 중이다.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했으나 사실 내가 하는 운동이란 게 그렇게 대단치도 않다. 그저 턱걸이 스무 개씩 세 번, 팔굽혀펴기 스무 개씩 다섯 번, 윗몸일으키기도 스무 개씩 다섯 번. 이게 다다. 별거 아니지? 근데, 아니다. 이거 별거 아닌 거 아니다. 당연히 그냥 한 번의 운동량으로만 놓고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걸 매일 꾸준히 해준다 라는 게 관건이다. 말이 쉽지 이렇게 집에서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운동한다는 게 직접 해보면 참 힘들다는 것은 아마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다. 그 비싼 이용료를 내가며 다니는 피트니스 클럽도 월초에 얼굴 몇 번 비추고 나서는 나머지 일수 거의 다 땡땡이치기 예사인데 하물며 그런 미약한 강제성도 없는 집안에선 일단 들어오고 나면 그냥 퍼지기 마련. 그 안락함 속에서 피곤한 몸을 움직여 이를 악물고 다시 또 땀을 빼야 한다는 게 웬만한 의지 아니면 실천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니, 이 부분에 바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나 역시 소싯적엔 이정도 운동량으로는 간에 기별조차 가지 않았다. 한창 몸을 단련하며 살았던 20대에는 하루 몇 시간씩 아령과 덤벨을 들었다 놨다 했었고, 그 걸로도 부족해 밖에 나갈 때 정강이에는 모래주머니, 손에는 완력기를 항상 붙이고 다녔었으니까. 그렇게 나날이 건강해져 간다고 생각했었고, 또 거울에 비취지는 모습 역시 내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뭔가가 잘못 되어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피어올랐다. 20대 후반 쯤 이었을 거다. 처음 빈약한 몸을 좀 바꿔보자는 생각에 고등학교 때부터 간단하게 시작했던 운동이 그 시기에 이르러서는 하루 너 댓 시간으로도 부족하다고 여겨질 만큼 일상에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 스무 살 초반 때는 하루 한 시간 정도, 중반 때는 두어 시간, 그리고 그걸 거쳐 종국에는 서너 시간을 내리 해도 뭔가 개운치가 않았다. 이른바 운동중독증이 내 몸에서 발현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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