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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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s_
작품등록일 :
2024.05.11 14:13
최근연재일 :
2024.06.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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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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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났다!

DUMMY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신체와 더불어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갔다.


“이 느낌은 그때와 유사한데.”


예준은 점점 흐려져 가는 의식과 함께 처음 이세계로 전송될 때 느꼈던 그 감각을 온몸으로 받았다.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

마치 블랙홀에 몸을 던졌을 때 느낄 것 같은 감각.

이러한 느낌이 모이고 모여 어느덧 얌전해질 때쯤.


흐려졌던 의식이 점차 맑게 다가오며 눈앞을 선명히 비추었다.


“여기는?”


익숙지 않은 곳.


정확하게는 눈에 익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의 장소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새하얀 보름달 아래에 비치는 나무들,

그 나무 사이사이에 수풀들은 달빛에 넘실거리며 아름다운 풀빛을 만들어내었다.


인기척도 짐승의 기척도, 아무것도 없는 이 공터.


그리고 그 공터에서 풍기는 풀 내음.


“여기 지구 맞아?”


예준은 눈을 비비적거리며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했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은 이세계에서의 숲과 매우 유사했다.

거기서 거기인 지형에 예준은 자신이 과연 원래 세계에 귀환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망할 고대 신 녀석, 설마 날 속인 건 아니겠지.”


고대의 신 정도라면 자신을 속이려면 속일 수 있는 존재이기는 했다.


바스락.


그때 저 건너편에서 무언가 기척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느끼지도 못할 기척이기는 했지만,

예준은 훈련받은 대로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수십 미터는 물론이고 잘만 감지해내면 수백 미터 안의 기척을 모두 확인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번 가볼까, 어차피 숲의 짐승은 나에게 상대가 되지를 않을 테니깐.”


예준은 팔을 한번 쓱 돌렸다.

자신의 마법 술식이 잘 작동되는 것인지 보는 것이다.


평상시와 다르게 묵직한 느낌이었지만, 술식이 가동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뭔가가 마나가 묵직하네.”


묵직하다는 것은 공기 내의 마나 함유량이 많다는 것이다.

즉 마나의 연비가 다른 곳에 대비하여 매우 뛰어나다는 얘기일 수도 있었다.


“아직 다른 점은 이것밖에 없고.”


마나의 체크를 대충 끝마친 예준은 기척이 느껴진 곳을 향해 순식간에 뛰어갔다.


워낙에 빠른 속도로 질주해서 그런지, 그가 지나간 자리는 수풀들이 한차례 푹 고개를 숙이며 그대로 꺾였다.


투투투투.


먼지를 내뿜으며 질주한 끝에 다다른 곳은 숲속의 또 다른 공터.


이곳에는 불피운 흔적과 함께 교전한 흔적이 있었다.


선명히 묻어있는 핏자국과 더불어 정리되지 않은 텐트.

그리고 몇몇 장구류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이 있기는 했네.”


예준은 불피운 곳으로 다가가 재를 만지고는 자기 코에 가져다 대었다.

그 행위로 언제쯤 불이 꺼졌는지 불의 잔향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불이 꺼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어.”


이들이 기습받고는 다급하게 불을 꺼트리고 교전 장소를 옮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주변의 마나를 조사해보는 예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마나였지만 급격하게 공기 내의 마나가 줄어드는 곳을 확인하면

교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힘드네, 역시 마나의 질 자체가 달라.”


살짝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라는 칭호는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이내 마나가 줄어든 곳을 확인한 예준은 곧바로 달려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은 정보가 너무 부족해, 교전을 벌이고 있는 녀석들이 어떤 놈들인지를 알아야겠어.”


그는 다시 한번 더 달려 나갔다.


그렇게 십수 초를 달려 나가자 여러 기합 소리와 함께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모험가들이잖아.”


예준은 질주하는 발을 멈춤과 동시에 덩치 큰 트롤과 교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전열과 후열이 잘 나누어져 있는 그 공격대는 나름대로 트롤의 시선을 끌며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하지만 트롤은 큼지막한 몽둥이를 휘두르며 그 진형이 무색하리만큼 그들을 짓밟기 직전이었다.


“역시 전열 쪽이 약해.”


예준은 그 공격대의 문제점을 바로 파악했다.


인원의 불균형, 정확하게는 후열에 너무 많은 인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공격대 나름의 구성이겠지만, 지금 저 트롤을 상대하기에는 매우 버거웠다.


전위가 버틸 수 없으면 그대로 균형이 무너져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실력에 따라 갈리기는 하겠지만, 저 앞의 방패를 든 녀석은 위태로워 보이고.”


예준은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위태로워 보이기는 해도,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빨리! 캐스팅은 아직 멀었어?”


“마나가 안 모여! 무슨 일이지?”


그 뒤에 있던 활잽이는 자신의 마력을 화살에 넣을 수 없자 당황했다.


‘설마 나 때문인가?’


예준은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마나를 사용할 때 보통 신체 내부의 마나를 먼저 활용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닥을 치게 되면 자연스레 공기 중에 있던 마나를 신체에 집어넣으며 사용하게 되는데.


마나 조작에 능숙한 예준은 그 신체의 마나를 먼저 사용하기 전에 공기 중에 마나를 소진할 수 있었다.


그 뜻은 주변에 있는 마나를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무슨 말이야! 그게!”


그들은 발사되지 않는 화살을 보며 당황했다.


“이 금속 화살로는 녀석에게 생채기도 못 내는데.”


활잽이는 절망적인 표정을 내비쳤다.

자신의 후열이 공격을 포기하자마자 전열에 있던 방패병은 힘이 빠졌는지 트롤의 몽둥이질 맞아버렸다.


“크아악!”


방패를 잡은 남자는 크게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나무에 부딪혔다.

큰 중상인지 그는 기침을 해대며 피를 쏟아냈다.


“한국어?”


예준은 저 멀리 나가 떨어진 방패를 보며 말했다.


저들은 분명히 한국어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배우기 위해 노력했던 브라타니아의 언어가 아닌.

아주 그리운 언어가 귓가에 맴돈 것이다.


‘그렇다는 건 여긴 역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렇게 원했던, 그렇게 그리웠던 곳으로.


“젠장! 일단 도망쳐!”


후위에 있던 리더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


지금 트롤을 잡기에는 글러 보이니 빠르게 교전 장소를 이탈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버텨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사람 하나가 빈사 상태에 빠졌는데,

그것을 막아가면서 이곳에 남아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젠장! 젠장! 왜 이런 곳에 보스급의 몬스터가 있는 거야!”


공격대의 리더는 있는 힘껏 소리치며 절망했다.


원래라면 마주치지 못할 보스 몬스터의 등장.

그리고 기습.


“도중의 고블린까지는 할 만했는데! 내 헌터 인생에 이런경우는 없었다고!”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어떤 집단이라도 조직적인 기습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아무리 유능한 지휘관이라고 해도, 기습에는 당할 수밖에 없지, 옛날 생각나네.”


예준은 어느덧 그 트롤의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헌터들은 큰 소리로 외쳤다.


“뭐야! 누구야!”


“물러서! 그걸 맞았다간 뼈도 못 추려!”


그들이 보기에는 한 청년이 트롤의 앞에 서서 자살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피가 묻은, 소름 끼치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녀석한테 말이다.


‘돌 트롤, 이건 이전 세계에서도 본 적이 있었어.’


예준은 자기 손을 뻗었다.


돌 트롤은 그냥 트롤과는 다르게 돌을 먹고 전신에 딱딱한 갑옷을 두를 수 있었기 때문에

화살 같은 단순한 무기로는 데미지를 입히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메이스나 커다란 몽둥이 같은 무기로 타격하는 것이 정석적인 공략 방법이었다.


지금 이 공격대는 상대방에게 맞지 않는 방식으로 공격을 욱여넣었고,

당연스레 전열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트롤과 돌 트롤을 구별하기가 어렵겠지만.’


어려워도, 구별해내고 잡아내는 것이 전문가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마주친 이 공격대는 경험이 적은 것 같았다.


‘일단 해결하자.’


예준은 뻗은 손으로 마력을 모았다.

여전히 마나를 다루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자신이 술식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발동은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

성검에 의해 몸에 새겨진 술식이 알아서 나가줄 것이었다.


“젠장! 피해!”


트롤의 공격에 주변에 있던 헌터들은 몸을 숙였다.


자신들이 그 공격을 맞게 된다면 전신이 부서지며 저 멀리 나가떨어진 방패 헌터의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었다.


돌 트롤은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먼저 공격에 나섰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을 몽둥이로 쳐부수지 않으면 자신이 당한다.

그런 본능이 앞선 것이다.


크와아아아아!


돌 트롤의 입에서 구린내와 함께 큼지막한 함성이 들렸다.


자신의 체중과 전신의 힘을 이용한 혼신의 휘두르기였다.


“아르다의 분해.”


손에서 나간 엄청난 참격.


정확하게는 마나를 타고 흘러 들어간 생각의 구현이었다.

베어낸다는 생각, 잘라내어 분해해 버린다는 생각.

그 생각이 마나를 통해 이루어지며 돌 트롤의 팔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푸쉬익!


마치 피자 커팅기가 지나간 것처럼, 그 돌 트롤은 순식간에 4조각을 나뉘었다.


“무슨...”


헌터들은 그 모습에 경악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생채기 하나 내지도 못했던 트롤이,

순식간에 갈라진 것이었다.


여기저기 피가 튀기며 트롤의 잔해가 땅바닥에 처참히 널브러졌다.


걸레 마냥 쓰러진 트롤은 그 자신 넘치던 재생능력을 쓰지도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


예준은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더 잘게 자르려고 했는데.’


원래 4조각이 아닌 더더욱 잘게 잘라 트롤의 재생능력을 원천 차단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참격의 위력이 더 줄어들어 있었다.


‘익숙지 않은 마나 탓인가.’


어느 정도 마력을 조절하고 술식을 발동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위력이 격감하다니.


아무래도 마나의 불안정성 이외에도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마력 출력이 이세계보다 훨씬 낮아지기도 했다.


‘마나는 익숙해지면 되고, 마력의 출력은 그때 훈련받았던 대로 높이면 되니 상관은 없는데.’


솔직히 그 과정은 귀찮기는 했다.

어려운 일이기도 했고, 훈련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한번 했던 짓이니 금방 감을 잡겠지.’


이세계에 가서 처음으로 마나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때는 마나를 찾는 데에만 몇 개월이 소요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마나가 잘만 느껴지고 출력이 약하긴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술식이 작동되는 것을 보았으니 남은 것은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면 되었다.


‘그나저나, 헌터라고 했지.’


예준은 헌터에 대한 회상을 했다.

자신이 이세계로 흘러 들어갔을 당시에 헌터라는 직업이 상당히 인기가 많고 꿀통 직업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헌터라는 직업도 그렇게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치 이세계의 모험가처럼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잡아내는 직업.

그렇기에 보수도 많고 사망 가능성이 큰 직업.


‘그쪽이나 이쪽이나 비슷한 세계네.’


그는 그렇게 죽어 나간 이세계의 모험가들을 기렸다.

전쟁에서 수도 없이 도움을 받았기에 그들의 희생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해...해치운거야?”


저 뒤편에서 리더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쓰러진 나무를 엄폐물 삼아 얼굴만 쏙 내밀고 있는 모습이 두더지게임에서의 두더지 같았다.


“네 뭐.”


예준은 썰어버린 트롤의 시체를 한번 스윽 보며 말을 이었다.


“죽었네요.”


너무나 덤덤하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 다른 헌터들은 벙쪄 있었다.


지금 예준의 표정은 마치 개미를 밟아 죽이고 나서 짓는 어른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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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그랜드 마스터는 조언을 건넸다. 24.05.26 692 11 10쪽
17 그랜드 마스터는 재능을 감지했다. 24.05.25 765 14 13쪽
16 그랜드 마스터는 참여했다. 24.05.24 786 14 11쪽
15 그랜드마스터는 알아차렸다. 24.05.23 837 14 12쪽
14 그랜드 마스터는 베어냈다. 24.05.22 844 15 13쪽
13 그랜드 마스터는 개시했다. 24.05.21 862 15 12쪽
12 그랜드 마스터는 도착했다. 24.05.20 951 14 12쪽
11 그랜드 마스터는 시작했다. 24.05.19 1,006 13 11쪽
10 그랜드 마스터는 심판했다. 24.05.18 1,031 13 11쪽
9 그랜드 마스터는 대화를 시도했다. 24.05.17 1,035 15 12쪽
8 그랜드 마스터는 결심했다. +2 24.05.16 1,073 15 11쪽
7 그랜드 마스터가 사역마를 불러왔다. +2 24.05.15 1,092 15 11쪽
6 그랜드 마스터가 요리했다. 24.05.14 1,137 15 13쪽
5 그랜드 마스터가 교육했다. 24.05.13 1,209 16 14쪽
4 그랜드 마스터는 재회했다. +2 24.05.12 1,332 18 11쪽
3 그랜드 마스터가 달려갔다! +1 24.05.11 1,424 15 12쪽
»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났다! +2 24.05.11 1,704 17 12쪽
1 그랜드 마스터가 귀환했다! +1 24.05.11 1,96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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