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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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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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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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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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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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가 귀환했다!

DUMMY

결말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 종소리와 함께 저 멀리 있는 왕좌를 향해 누군가가 걸어갔다.


아스트라 맥스웰.


번쩍번쩍한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칼자루에 보석이 박힌 성검을 들며 걸어갔다.


댕!


종이 한번 울리자, 맥스웰를 향한 찬양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영웅이오, 이 세계를 구원한 자니.”


맥스웰은 자신을 받드는 소리와 종소리에 맞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움직였다.


“전쟁을 끝마치고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 자이니.”


그를 찬양하는 말이 계속되었고 주변에는 합창이 이어져 나갔다.


“그대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면···.”


맥스웰이 발걸음을 멈추자, 모두가 엄숙해졌다.


찬란하게 비치는 색유리의 안에 맥스웰의 어둑한 표정이 보였다.


그의 앞에는 아주 어린 소년이 왕관을 쓰고 맥스웰을 응시하며 왕좌에 앉아 있었다.

옆에서는 사제와 수녀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은빛 갑주를 입은 기사와 마스터들이.


모두가 자신의 은퇴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가 이 나라를 정녕 떠나겠다면.”


소년.

왕관을 쓴 소년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씁쓸한 말투로 맥스웰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맥스웰은 그 표정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당신의 명은 세계를 지키라 하셨죠, 그리고 나의 검에 당신의 명에 바쳤습니다.”


맥스웰이 조용히 말하자, 모두가 침묵했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성검을 국왕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세계는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비던 전우들, 그리고 자신의 밑에서 같이 성장해온 제자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 자리를 같이 서 있지 못한,

죽어버린 친우들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저는 가보려고 합니다.”


맥스웰이 고개를 숙였다.

많은 일들을 겪었고.

거칠고도 모진 경험을 겪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뜻이 그러하다면야.”


국왕은 맥스웰의 성검을 받아들었다.

신성한 빛줄기를 뿜어대던 성검이 차츰 빛을 잃어가며 마치 서글픈 듯한 마력을 뿜어대었다.


이에 사제들은 당황하였고.

맥스웰을 지켜보던 마스터들은 당연한 반응이라며 입을 모아 얘기했다.


“선정의 검, 그대가 말했지.”


“...”


“이 검을 사용하는 자는 이 세계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국왕의 말에 맥스웰은 얌전히 성검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만 반응하는 검.

그렇기에 더더욱이 자신이 가지면 안 되는 검.


“호수의 여신은 그대에게 이 검을 주며 뭐라고 말했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검을 받는 순간 자신에게 들어온 마력과 힘,

그리고 여신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검의 주인은 반드시 나라를 뒤바꾸고 통치할 것이다.’


그런 말을 감히 자신의 왕 앞에서 할 수 있겠냐마는.


솔직히 맥스웰에게 그런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그리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였다.


“그런가.”


국왕은 진심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 왕관을 쓰고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과연 자신이 이 검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를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그렇다면 떠나라, 마음껏 방랑하고 마음껏 자신이 만든 평화로운 세계를 즐겨라.”


왕으로서 마지막 명령.


이에 맥스웰은 숙였던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말했다.


“감사합니다. 잊지 못할 나의 친구.”


“잘 이끌어주어서 고마워. 형.”


그것이 왕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


은퇴식을 마치고 맥스웰은 자신의 짐을 꾸려 나갈 준비를 마치었다.

그리고 그 큼지막한 정문의 앞에서 맥스웰은 잠시 자신이 몸담았던 왕국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브라타니아는 여전히 아름답네.”


추억을 되새겨 보는 맥스웰.

자신의 세계에 비하자면 한참 뒤떨어진 중세시대의 고즈넉한 곳이지만.

나름대로 시설을 갖추며 굴러가는 도시였다.


이곳으로 처음 상경했을 때.

어전 시합에서 이겼을 때.

수습기사가 되어 전쟁에 나갔을 때.


스승의 부상으로 정식적인 ‘마스터’가 되었을 때.

그리고 전쟁에 쐐기를 박기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을 때.


이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촤르르 지나갔다.


그 추억에 잠긴 순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아쉽게 됐어.”


가죽으로 만든 갑옷.

그리고 푸르른 색으로 염색된, 세련되면서도 아름다운 갑옷을 입은 엘프.


꽤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지내며 정도 쌓고 경험도 같이 쌓으며,

같이 마스터에 자리에까지 오른 동료 아리엘이었다.


“뭐가 아쉬워?”


맥스웰은 그녀의 말에 짐을 마저 꾸리며 말했다.


“성검을 반납하니, 이제 몸이 늙을 것 아니야.”


“뭐 그렇게 됐네.”


자신이 받은 호수의 성검은 신체의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을 받아든 자는 세계의 운명을 가를 존재이기에,

불멸자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여신의 신언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그 호수의 성검을 반납한 지금, 맥스웰의 신체는 다른 평범한 인간들처럼 늙어갈 것이었다.


“내가 만난 인간들을 대부분 죽었지만.”


아리엘은 그 점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엘프족의 평균수명은 대략 수천 살.

늙어서 죽은 엘프보다 도중에 전사하거나 병사로 죽는 엘프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최후를 봐줄 만한 ‘인간 친구’가 은퇴로 인해 늙어 죽는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다.


“같이 떠나면 안 되나?”


아리엘이 내심 같이 있고 싶다는 속마음을 비추었다.


하지만 맥스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이 나라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잘 알잖아.”


그의 말에 아리엘은 쳇 하며 한숨을 쉬었다.


세계가 평화로워지면 당연스레 내부에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갈등의 불똥은 전쟁을 끝낸 영웅에게로 튀기 마련이었다.


영웅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것을 아니꼽게 보는 가신들의 음모와 모함.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더러웠다.


그렇기에 자신을 상징하는 모든 것을 내버려 두고.

자신이 아끼던 친구에게 그 검을 주며 떠나는 것이었다.


세계를 가를 성검. 그것이 있다면 함부로 왕국을 넘볼 수 없을 테니 말이었다.


“차라리 모조리 죽여버리는 것도 괜찮을 텐데 말이야.”


“나를 질투하는 녀석들?”


“맞아, 너 정도면 가능하잖아. 지금도 그렇고,

마음만 먹으면 이 브라타니아 왕국을 집어삼키고도 남는데.”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뭐 똥?”


“내 시대의 격언이야 잘 새겨 둬.”


맥스웰은 피식 웃으며 짐을 싸는 것을 마쳤다.


“격언이라, 생각해보니 그쪽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나?”


“맞아, 그리고 이제는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맥스웰은 생각에 잠겼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인가.

솔직히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해서 살아가다 보니 이 자리에,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자신의 세계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말이다.


“뭐 아무튼 잘 가라고, 친구.”


아리엘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었다.

쓸쓸하지만 심지가 굳은 말.

수도 없이 많은 생명과 사람들을 떠나보낸 그녀였기에 이런 작별에 강한 것이었다.


“그래, 잘 있으라고.”


맥스웰은 그 작별 인사를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어가기를 수십 분.


점점 멀어지는 왕국을 보며 진심으로 자신이 은퇴했다는 것을 실감한 맥스웰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젠 뭐하지.’


할 게 없기는 했다.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었는데.

세계를 구해냈고, 이제는 악이라고 불리 울 것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까.”


그리웠다.

아무리 수도 없이 많은 인연을 만들고 친하게 지내왔다고는 하지만.

결국에 이곳은 타향.


원래 살았던, 그 피로 이어진 가족들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이 두고 온 것처럼 느껴지는 죄책감과 더불어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무침이 맥스웰의 가슴을 마구마구 찔러대었다.


“팝니다.”


그때 갑작스레 들리는 여린 목소리.

그 목소리에 맥스웰은 고개를 돌렸다.

아주 여리디 여린 아이 하나가 돗자리를 펼치고 무언가를 팔고 있었다.

이에 맥스웰은 그 꼬마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금 몬스터가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위험한 지역이야. 산적들이 있을 수 있어.”


“저는 떠돌이 상인, 몬스터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 말투에 맥스웰은 순간적으로 이질감을 느꼈다.

자신이 모시던 국왕의 말투 또한 애늙은이다웠지만, 그것은 공적인 자리에서나 그랬지,

단둘이 있을 때는 어리광도 피우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작은 상인은 절대로 애늙은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세월.


그 미세한 마력조차 세월이 느껴졌다.


“고대의 존재.”


그 말에 떠돌이 상인은 맥스웰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파랗게 빛나는 끈과 더불어 양피지로 만든 스크롤.

마법이 담겨있는 그 스크롤은 무시무시한 마력을 뿜어대었다.


“맥스웰, 아니지 강예준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


이세계의 고대의 존재는 신비의 극치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신과 동격이라고 불릴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주며 말을 걸었다.


“원래의 세계로 가는 스크롤이다.”


그의 말에 예준은 크게 놀랐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있었다니.


“왜 그걸 지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인제 와서 나를 돌려보내려고 하는 건데?”


예준은 손을 내밀었다.

마력이 점점 뻗어나가자, 떠돌이 상인은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로 인해 수도 없이 많은 위협이 세계에 도사리게 되지.

그러니 너의 존재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어.”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알고 있을 텐데, 평화로워진 세계의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 은퇴한 영웅에게 다가올 최후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나?”


“...”


“그나마 네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본래의 세계일터니, 차원 귀환이 담긴 스크롤을 가져온 것이다.”


고대의 존재가 직접 만들어낸 스크롤이니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이다.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과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제아무리 예준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간을 들이면 가능하겠지만, 그것 또한 수도 없이 많은 세월이 들 것이었다.


“좋아.”


예준은 내밀었던 손을 치우며 말했다.


늦게 귀환하는 것에 대해 분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월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흘러 지나갔다.


그렇게 자신에게 남은 것은 이 세계에서 얻은 강력함뿐이었다.

밑져야 본전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걸 쓰면 되는 거지?”


“마력을 흘러 넣어라, 그러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예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력을 흘러 넣었다.


스크롤이 펼쳐지며 마법진이 점점 땅바닥을 향해가며 구현되었다.


빛줄기와 함께 점차 몸이 붕 뜨자, 예준은 양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이건 우리 세계에서 감사하다는 제스처다! 나중에 신들의 모임이 있을 때 잘 써먹도록 해!”


“기억해두지.”


“고맙네! 기억해줘서!”


그 반응에 예준이 피식 웃자,

떠돌이 상인은 나지막이 말을 꺼내었다.


“이 망해가는 세계를 구해줘서 고맙네, 다만 그쪽은 너무 강해졌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그 말을 들은 예준은 신에게까지 경계를 받을 정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점차 의식이 몽롱해지며 사라지는 듯한 느낌.

그 느낌에 몸을 맡기며 예준은 순식간에 공중에서 사라졌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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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그랜드 마스터는 들어보았다. 24.06.19 158 6 11쪽
41 그랜드 마스터는 대화를 나누었다. 24.06.18 16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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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그랜드 마스터는 쫓아갔다. 24.06.16 18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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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랜드마스터는 알아봤다. +1 24.06.09 257 7 10쪽
31 그랜드 마스터는 가르쳤다! 24.06.08 259 7 11쪽
30 그랜드 마스터는 받아들었다. 24.06.07 295 9 11쪽
29 그랜드 마스터는 갖추었다. 24.06.06 307 9 11쪽
28 그랜드 마스터는 수습했다. +1 24.06.05 342 11 11쪽
27 그랜드 마스터는 해결했다. +1 24.06.04 345 10 11쪽
26 그랜드 마스터가 등장했다. +1 24.06.03 366 9 12쪽
25 교전 +1 24.06.02 399 10 11쪽
24 그랜드 마스터는 일깨웠다! 24.06.01 417 15 11쪽
23 그랜드 마스터는 깨달았다. +1 24.05.31 464 13 11쪽
22 그랜드 마스터는 돌아왔다! 24.05.30 500 13 10쪽
21 개화 24.05.29 511 12 12쪽
20 그랜드 마스터는 조우했다. 24.05.28 53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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