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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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s_
작품등록일 :
2024.05.11 14:13
최근연재일 :
2024.06.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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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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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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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랜드 마스터가 달려갔다!

DUMMY

정적이 흘렀다.

널브러진 트롤의 시체와 헌터들의 사이.

그사이에 끼어있는 예준은 가만히 있었다.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헌터들은 조심스럽게 예준을 향해 다가갔다.


‘누군지 알아?’


‘몰라 밥팅아, 알면 인사라도 건넸겠지.’


헌터들이 수군거리는 소리.

예준은 그들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구해줬는데 감사 인사는 없나?”


예준은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헌터들은 다시 한번 더 수군거렸다.


“사람이지? 몬스터 아니지?”


공격대의 리더는 살짝 얼굴을 내밀며 예준을 관찰했다.


체구는 다른 또래에 비해 작아 보였고,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아주 앳되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눈에 띄는 큰 특징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뒤로 땋은 긴 머리와 함께 서글서글한 눈매와 얼굴은 미소년처럼 느껴졌다.

특히 홀릴 듯한 초록빛의 눈동자는 청년의 외모를 더욱 더 부각시켰다.


“숲의 정령 같은 모습이야.”


예준의 옆에 있던 여성 헌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에 다른 헌터들이 나서며 그녀를 제지했다.


“건드리지 마, 저 트롤처럼 분해되고 싶어?”


그들의 말에 예준은 피식 웃었다.


해칠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경계하는 모습이 마치 전쟁고아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저기 있는 활 녀석들도 치워주고.”


예준은 고갯짓으로 저기 있는 활잽이들을 가리켰다.

자신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활로 겨누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들이 공격하더라도 마나 참격을 통해 바로 받아칠 수 있었으니.

참으로 어리석은 대치이기도 했다.


다만 귀환하자마자 사람들과의 트러블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일단 경고를 남겨준 것이다.


“숟가락들! 그 활 내려!”


헌터들은 각자 쑥덕거리며 예준을 바라보았다.

활잽이들은 자신들을 알아차린 그를 보며 놀랐다.


‘몰래 겨누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그들은 최대한 기척을 숨기면서 예준을 활로 겨누었지만,

살기를 감지한 그는 순식간에 활잽이들의 위치를 특정한 것이었다.


그러자 저 멀리 있던 공격대의 리더는 얼굴을 완전히 내밀고는 천천히 기어 나왔다.


“흠흠, 끝났구먼.”


민망한 헛기침과 함께 그는 천천히 예준이 있던 곳을 향해 걸어왔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도움을 받아 교전을 끝마친 상황이었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캠프를 재구성하는 뒷수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와줘서 고마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대의 리더가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자,

다른 헌터들 역시 경계를 내려놓았다.


이에 예준 역시 들었던 손을 내려놓으며 그들의 감사를 받아주었다.


‘별일 아니었지만.’


그들을 구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준은 스윽 그들의 상태를 보았다.

전체적인 공격대의 예상 등급과 수준을 한번 관찰해본 것이다.


공격대의 등급은 D등급 정도.

경험이 적은 헌터들로 구성된 하위 공격대였다.


그래서인지 보급품의 상태 역시 영 좋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부상자들의 치료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특히 트롤의 몽둥이질에 맞고 날아간 방패 헌터는 처참했다.


뼈가 이리저리 튀어나오며 피를 흩뿌려 대었고,

겨우겨우 하급 포션을 마시면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기는 했지만,

상급 치유나 더 좋은 포션을 마시지 못한다면 목숨을 건지기는 힘들어 보였다.


“오빠! 정신 차려! 죽지 말라고!”


그때 한 여성헌터가 그의 손을 잡으며 처절하게 울었다.


예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잠시 손이 떨렸다.

쓰러진 감싸 안는 여동생의 모습.

자신 또한 여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그 방패 헌터와 자신을 겹쳐 보인 것이다.

한순간의 동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가족을 떠나버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예준의 마음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저대로 놔두면 죽을 텐데.’


예준은 자신이 가져온 짐을 한번 체크 했다.


‘딱 하나 있기는 하네.’


예준은 은퇴식을 하면서 성검과 함께 모든 장비를 반납했었다.

남은 것은 가면서 먹을 말린 육포와 약간의 허브잎.


그리고 작은 천막을 칠 캠핑 도구만이 있었다.

그나마 지금 쓸 만한 것은 응급용 치유 포션인데.


이건 순수한 마나의 정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레시피의 포션이었다.


‘지금 치유마법을 사용하기에는 마나의 형태가 너무 까다로워.’


예준은 마나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도의 시술이 필요한 치유마법을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치유술식이 몸 안에 새겨진 것은 아니기에 마법을 발동하기가 까다로웠다.


이전 세계였다면 어렵지 않게 살렸을 사람이겠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비상용 회복 포션을 건네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장 필요한 사람이니깐.”


‘영웅’으로써 보낸 세월이 있기도 했고, 그들을 보아하니 가족들이 생각이 났다.


“이 포션을 마시면 숨 쉬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거야.”


방패 헌터의 부상을 지켜보던 한 헌터는 건네준 포션을 바라보았다.


“이건 비쌀 텐데···. 괜찮겠어요?”


‘포션 값이 많이 나갔나?’


비상용인 포션인데, 저렇게까지 당황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렇게 포션을 한 모금 마신 방패 헌터는 금세 잠이 들며 몸을 회복하였다.

체내의 마나가 달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비상용 포션의 효과가 잘 들은 것이다.


‘레시피를 알고 있으니, 나중에 이걸 만들어도 괜찮겠어.’


예준은 포션의 효과를 보며 원래 세계에서는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의 효과라면 충분히 양산해서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꼭 기억하겠습니다.”


그 여성 헌터는 눈물을 흘리며 예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오빠 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쓰러진 그 헌터를 감싸 안는 여동생의 모습.

여동생이 살아있다면 저런 식으로 끌어안고 기뻐하며 펑펑 울어대겠지.


포션을 준 것을 통해 예준은 가족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한국말을 할 줄 안다면, 역시 이곳은 한국인가.’


그렇다는 건, 한국의 어디인지가 중요했다.


예준의 집은 서울에서 가까운 곳 이른바 수도권 이내였다.

만약에 이곳이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라면 꽤 많이 달릴 준비를 해야만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으니 위치라도 알면 좋을텐데.’


만약에 이곳이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라면 꽤 많이 달릴 준비를 해야만 했다.

지금 예준에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뭐 좀 물어볼께.”


예준은 들었던 손을 흔들며 캠프를 재정비하는 헌터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리더가 달려오며 예준을 향해 얘기했다.


“나에게 물어봐! 우리 목숨을 살려줬는데 뭘 못하겠어?”


반말을 해대는 그의 언동에 예준은 살짝 기분이 묘했다.

아무래도 그는 예준의 겉모습을 보고는 어리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세계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워낙에 다양한 종족들이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수명이 있었다.


그 엘프족의 마스터였던 아리엘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천 살을 넘게 먹은 장수의 끝판왕이었다.

영겁의 세월을 살아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만하지는 않았다.


자신보다 더 경험이 많은 녀석들이 그 세계에서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긴 성검의 축복으로 인해서 나이가 고정되었으니.’


자신이 이세계로 흘러들어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 지금 귀환한 것이기에 이런 오해는 당연했다.


적어도 수십 년 정도의 정신적인 성장이 있었으니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름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며 ‘사람’들에게는 연장자 대접받기도 했었던 입장인지라 살짝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혹시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까? 길을 잃어버려서.”


예준은 지금 상황에서는 최대한 그들의 생각에 맞춰주기로 했다.

대놓고 적대할 수도 없었고,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가는 정보를 얻어내기 힘들었다.


협박을 통해서 얻어내기에는 자신이 살아온 ‘영웅’의 세월이 너무나 길기도 했다.


“어디냐고? 인천의 계양산이지.”


‘계양산이라고?’


그 흔히들 말하는 게이트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계화가 진행되어버린 산이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격퇴되어 안정화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이따금 나타나는 몬스터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심지어 하급 몬스터가 주로 출현하는지라, 전리품 역시 가치가 높지 않았다.


‘계양산이라.’


집에 멀지도 그렇다고 해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위치에 대한 것을 알아내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현재 시대가 어느 시대인지 알아야만 했다.


‘내가 실종된 시간이 그대로 흘렀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테니.’


예준은 이세계에서 약 수십 년을 보내왔다.


그 수십 년의 시간이 이곳 지구에 동일하게 흘렀다면 아무래도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었다.


심지어 부모님은 연세도 있었기에 살아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했다.


“시간? 지금 시간이...”


그가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디지털로 이루어진 시계는 정확하게 오후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 10시 반인데, 뭐 할 일 있어?”


“그 시간 말고, 연도!”


“연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알려주면 안 되나?”


예준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손을 이리저리 풀어보며 그를 노려보자, 리더는 잠시 분위기에 짓눌렸다.


“알···. 알았어.”


그는 예준의 모습에 큰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어린아이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괴물처럼,

무섭게 느껴지는 예준의 분위기에 리더는 말을 떨며 말했다.


“2025년 2월 22일.”


그 말에 예준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이세계로 흘러 들어갔을 시간대가 2023년 12월 초중반,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아마도 그 정도의 시간대였던 것 같았다.


“만날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였다.


고작 1~2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토록 그리워했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감정이 복받쳐 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 이세계에서는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깐.


자신의 사명을 완수했어도, 전쟁을 끝마쳤어도, 세상에 평화를 이룩해내었어도.

결국에는 허망함만이 있었다.

왜 자신이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이런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지.


가끔씩 그 허무함에 젖어 다른 이들을 혐오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의지해주던 전우들은 이렇게 말했다.


‘돌아갈 희망을 가져,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 줘.’


수 많은 전쟁을 치르며 그들의 고향을 지켰고,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진심으로 예준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국에는 그 희망이 실현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허무함은 기쁨으로 바뀌고, 마음속의 빈 공간은 점점 기대로 채워져 나갔다.

본래 세계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들 역시 기쁠 것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줘 금방 갈게.”


예준은 마나를 다리에 집중했다.

최대한 빠르게 이곳에서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슈우웅!


바람조차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달려 나간 예준.


서 있던 자리에는 예준이 있었던 흔적만이 있었다.


“...뭐야?”


리더는 그 자리를 보고는 크게 당황했다.

눈앞의 사람이 갑작스레 사라진다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리더가 눈을 끔뻑이자, 한 헌터가 오들오들 떨리는 입술로 그에게 말했다.


“저... 저 들어본 적이 있어요, 계양산의 귀신이라고!”


“그거 미신이잖아?”


“그래도 목격담이랑 같잖아요! 몬스터를 잡으면서 산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그 말에 리더의 팔은 수도 없는 닭살이 돋아났다.


“귀···. 귀신이라고? 시발! 침 뱉어 침!”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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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랜드 마스터는 잠시 이탈했다. 24.05.27 609 12 11쪽
18 그랜드 마스터는 조언을 건넸다. 24.05.26 692 11 10쪽
17 그랜드 마스터는 재능을 감지했다. 24.05.25 765 14 13쪽
16 그랜드 마스터는 참여했다. 24.05.24 786 14 11쪽
15 그랜드마스터는 알아차렸다. 24.05.23 837 14 12쪽
14 그랜드 마스터는 베어냈다. 24.05.22 844 15 13쪽
13 그랜드 마스터는 개시했다. 24.05.21 862 15 12쪽
12 그랜드 마스터는 도착했다. 24.05.20 951 14 12쪽
11 그랜드 마스터는 시작했다. 24.05.19 1,006 13 11쪽
10 그랜드 마스터는 심판했다. 24.05.18 1,031 13 11쪽
9 그랜드 마스터는 대화를 시도했다. 24.05.17 1,035 15 12쪽
8 그랜드 마스터는 결심했다. +2 24.05.16 1,073 15 11쪽
7 그랜드 마스터가 사역마를 불러왔다. +2 24.05.15 1,092 15 11쪽
6 그랜드 마스터가 요리했다. 24.05.14 1,137 15 13쪽
5 그랜드 마스터가 교육했다. 24.05.13 1,209 16 14쪽
4 그랜드 마스터는 재회했다. +2 24.05.12 1,332 18 11쪽
» 그랜드 마스터가 달려갔다! +1 24.05.11 1,424 15 12쪽
2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났다! +2 24.05.11 1,703 17 12쪽
1 그랜드 마스터가 귀환했다! +1 24.05.11 1,96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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