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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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s_
작품등록일 :
2024.05.11 14:13
최근연재일 :
2024.06.25 16:3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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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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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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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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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랜드마스터는 알아차렸다.

DUMMY

다음날.

게이트에 다시 나선 예준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장사에 임했다.


그 악질 판매원인 석한이 사라지고 나서,

거점 내의 장사 분위기는 한층 즐거워졌기 때문이었다.


“금마는 왜 안 온다냐?”


“죽었데요, 장사하려고 안전 구역 밖으로 나가서.”


“왜 나가서 죽고 그런데.”


그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예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쪽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예준은 일단 자신의 짐에서 포션을 꺼내고는 가지런히 포션들을 정렬했다.


“프리토 준비됐지?”


“물론이죠.”


그의 말에 금세 나방처럼 튀어나온 프리토.

장사 준비를 마치자 예준은 숙였던 허리를 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제의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거점은 매우 바쁘게 돌아갔다.


“빨리빨리 움직여! 시간이 없어!”


“시신은 어떻게 합니까?”


“사태가 마무리하고 나서 회수해! 어쩔 수 없어!”


“게이트 등급을 재측정해야 합니다!”


“그럴 시간 없다고! 시발! 내 얘기 귓등으로 쳐들었어? 대충 상향조정에서 길드에 올려!”


어제 나타났다는 몬스터가 게이트의 등급을 재조정할 정도로 강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습격받은 헌터들의 시신을 일부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안전 구역 바깥에 있던 헌터들···.”


예준은 어제 김소라와 같이 있던 헌터들이 떠올랐다.

과연 그들이 잘 살아남았는지 내심 궁금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바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저···. 저기.”


김소라 헌터가 예준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 것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예준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자신이 만든 포션이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빈사 상태였던 그녀를 하루 만에 복귀시킬 줄은 몰랐다.


물론 아직 자상은 남아있었는지 목에는 붕대를 칭칭 두르고 있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


그녀의 감사 인사에 예준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를 보기 위해서는 수일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었다.


“초록빛의 눈, 공격대 동료들에게 인상착의를 들었거든요.”


김소라의 동료들이 예준의 인상착의를 알려주었고,

그녀는 자신에게 포션을 준 인물이 예준임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었다.


“현장에 다시 복귀해도 괜찮습니까? 아무리 포션이 잘 들어도 휴식 기간을 가져야···.”


“아 거점 내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오늘은 안전 구역의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을 거라 괜찮아요.”


지금 거점 내부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습격으로 인해 그만한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판매원들을 차출해갔고,

거점 내부에 대한 방어를 더더욱 끌어 올리는 등 분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아 그리고··· 혹시 제가 뭐라도 해드릴 게 있을까요?”


김소라의 질문,

그 질문의 의도는 간단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고 은혜를 입었으니 무엇이든지 말만 해달라는 것이다.

보통 헌터들이 타인에게 목숨을 구원받는 일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도움을 받기 전에 먼저 죽어버리거나 위기를 극복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냥 그 포션 값만 주시면 괜찮아요.”


그녀의 말에 예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딱히 무언가를 바라고 행동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녀가 사용한 포션 값만 받아내면 그만이었다.


이에 소라는 자기 지갑을 열어 수십만 원 상당의 지폐를 건네주고는 말을 이었다.


“혹시 헌터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


그녀의 말에 예준은 귀가 쫑긋해졌다.

갑작스러운 질문이기는 했지만, 예준의 관심사를 관통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있기는 한데···. 왜 그러죠?”


“얘기 들었어요, 7등급 헌터 오거한을 한번 눕히셨다고.”


“아···.”


소문이 퍼지긴 한 모양이었다.

그 7등급 헌터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거점과 길드 내부에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다만 현재 거점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서로 쉬쉬하는 느낌이었고,

길드는 일개 판매원에게 자기 소속의 헌터가 박살 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예준에 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간 상황이었다.


“듣긴 들었어요, 재야의 고수? 라고 하죠?”


“아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무튼 관심이 있으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될 수 있어요, 예준씨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녀가 한낱 9등급의 헌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아카데미 과정을 거치고 견습헌터 기간을 이겨낸 헌터였다.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과 엄청난 근성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예준에게 헌터 업계에 관해서 알려주려고 한 것이다.


“아카데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석적인 루트이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는 정석적인 루트를 제외하고 다른 방법으로 헌터가 된 사람들이 몇몇 있어요.”


“다른 방법 말입니까?”


“네, 한 분야에 특화되어 실력을 연마한 경우,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와 정신의 단련만으로 헌터가 되는 경우.”


“...”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

이건 업계의 종사자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힌트 같은 것이었다.


“아마 그것으로 유명세를 떨치면 길드에서 특채로 받아줄 수도 있어요.”


좋은 정보였다.

굳이 아카데미를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헌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더더욱 빠르게 예준의 집안 형편이 안정화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헌터로서의 명예로 인해 하연이를 건들 양아치 역시 없어질 것이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이쪽이 해야죠.”


그녀는 싱긋 웃으며 여전히 카타린느 같은 미소를 보내었다.

이에 예준은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를 다급하게 떠났다.

마음속이 점차 아려왔기 때문이었다.


*


예준은 거점에서 빠져나와 항상 가던 수련 장소로 몸을 옮겼다.

그녀가 말했던 한 분야의 특화된다는 것.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마나는 많이 특이했지.”


이세계와는 다른 느낌.

그녀의 말대로라면 마나를 쓰지 않고도 각성자 급의 강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마나의 본질은 같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었다.

가로막고 있는 그것이 바로 소라 양이 말한 ‘강함의 원인’ 같아 보였다.

예준은 그것의 감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전혀 잡히지 않았다.


“하... 결국에는 이 녀석을 꺼낼 수밖에 없나.”


예준은 이에 한 사역마를 떠올렸다.


상급 마물, 대마법사의 잔재라고 불리는 마나의 괴물.

마나에 ‘특화’되어있는 녀석.


‘마르코.’


예준이 나지막이 얘기하자 푸르딩딩한 꽃잎 하나가 예준의 어깨 위에 피어났다.

그리고는 꽃 속에 아주 작은 인간 형태의 빛줄기가 예준의 머리를 돌아다니며 말했다.


“결국에는 나를 부르네. 이 새끼.”


“필요 없을 줄 알았지, 나도 너 같은 건 보기 싫다고.”


예준은 프리토와는 다르게 마르코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


마르코는 예준을 주인으로 섬기고는 있지만,

언제까지나 자신의 본 주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우리엘 님만 없었으면 너의 사역마가 되지 않는 건데, 창조주님의 부탁이니 특별히...”


“아 됐어. 그 얘기는 그만해. 귀에 딱지 앉겠네.”


예준은 마르코가 얘기하는 옛날 이야기에 질색을 하며 자신이 마르코를 부른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곳에 대한 마나 조사를 부탁할게. 급한 일이야.”


“알았어. 알았다고.”


예준은 그랜드 마스터이지만, 모든 것에 대해서 통달한 자는 아니었다.

전문가의 수준으로 잘 파악하고 결론을 도출해내지만, 만물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에 그런 존재가 있다면 아마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예준에게는 마르코가 필요했다.


마르코는 마나와 마력의 극치,

혹은 마법의 극이라고 불릴 수 있는 대마법사 아우리엘의 피조물이다.


아우리엘은 이미 죽고 없어진 대마법사였지만, 그녀가 남긴 피조물은 하나같이 강력했다.

심지어 그녀는 육신의 죽음을 초월한 나머지 정신적으로 피조물에게 간섭할 수 있었다.


그 아우리엘의 피조물이니,

마나에 관해서는 예준보다 훨씩 해박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많은 것이다.


“흐음.... 확실히 이질적이네.”


“뭔 느낌인지 알겠지? 왜 감을 못 잡고 있는지.”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나 역시 이 정도로 애를 먹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르코는 자기 손으로 공기를 휘어잡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말했다.


“기억나지? 그 달빛 아래에서 칼을 길게 늘어뜨린 집단?”


“...”


예준은 이세계에서의 기억을 되살렸다.

달빛 아래에 칼을 늘어뜨린 집단이라.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기는 했다.


“월하(月下)의 살수.”


암살집단이라고 보기에는 살짝 머저리 같은 녀석들이랄까.

암살하겠다고 나타나서는 검으로 일 대 일 결투를 벌이는 낭만 넘치는 놈들이었다.


“밤의 그늘의 안에서 행동하는 음침한 녀석들이 있기는 했지.”


“기억나나 보네.”


“상대하는 게 힘들었거든.”


예준은 그들의 강력함에 혀를 내둘렀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검만을 추구하며 검에 취해있는 집단.


세간에는 그들을 암살집단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그들과 겨룬 예준의 입장에서는 암살이고 뭐고 없었다.


예준의 성검을 맞대보고 싶어서, 혹은 실력을 겨루고 싶어서 찾아온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예준은 그들을 일일이 상대하며 성가셔했다.


“마나를 쓰지 못하는 데 그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지.”


“바로 그거야, 그들이 말하던 기술.”


“기술?”


“그 월하의 집단이 묘사한 그대로야, ‘기의 형질’ 이곳의 마나는 그것을 띄고 있어.”


“그렇다는 건.”


예준은 가르쳐 주기만 한다면 이해가 빠른 편이었다.


이세계에서는 이곳 지구와는 다르게 오로지 마나로만 이루어져 그들의 기술을 방해했다는 것.

즉 이세계의 마나로는 그들이 말했던 절대적인 경지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었다.


다만 지구에서는 마나의 질이 달랐고, 그들이 말하는 ‘기’라는 특이한 형질이 있었다.

만약에 그 살수 집단이 이곳에 있었다면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예준은 그들이 언급한 무공에 대해서 아예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마나를 쓰지 못함에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면 한 번쯤은 익혀볼까 싶기도 했다.


다만 마나를 활용한 술식의 효과와 성검의 마력은 월하의 기술을 잊게 할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마나에 기라는 형질이 더해진 이상, 월하가 언급한 기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고민할 필요는 있었다.


“경지라는 게 쉽게 얻어진다고 듣지는 못했는데.”


“그들은 최소 수십 년을 검에 매진했고 기술이라는 걸 다져 왔으니.”


마르코의 말에 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있었고, 재능이 있었다.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의미를 두는 것이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도 검을 휘두른다.”


그가 상대했던 살수 중에서는 이런 이도 있었다.


검을 손에 대지도 않았는데 자의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는,

마나 조차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지속해서 가동되는 참격.

마치 자신의 술식과 유사하게 말이다.


“특이하긴 했지.”


“따지고 보면 그쪽은 검의 극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만.”


그들이 말하는 절대적인 경지.


‘생각한 대로 나가는 참격,’


예준의 입장에서는 그저 참격의 ‘술식’ 이었겠지만.

월하의 살수들에게는 그의 일격의 자신이 그토록 기술을 단련하고 이르고 싶었던 심검(心劍)의 경지였다.


“어때 도움이 되었나?”


마르코의 말에 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무공이라는 말이 어울리려나.”


무공.

이세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개념.


하지만 지금 그가 서 있는 세계는 달랐다.

적어도 마나에 서려 있는 기를 잘만 활용한다면 말이다.


“검의 절대적인 경지라.”


예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른 것도 마스터 했는데 뭘 못하겠어?”


그랜드 마스터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한 마디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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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랜드 마스터는 잠시 이탈했다. 24.05.27 609 12 11쪽
18 그랜드 마스터는 조언을 건넸다. 24.05.26 692 11 10쪽
17 그랜드 마스터는 재능을 감지했다. 24.05.25 765 14 13쪽
16 그랜드 마스터는 참여했다. 24.05.24 786 14 11쪽
» 그랜드마스터는 알아차렸다. 24.05.23 838 14 12쪽
14 그랜드 마스터는 베어냈다. 24.05.22 844 15 13쪽
13 그랜드 마스터는 개시했다. 24.05.21 862 15 12쪽
12 그랜드 마스터는 도착했다. 24.05.20 952 14 12쪽
11 그랜드 마스터는 시작했다. 24.05.19 1,006 13 11쪽
10 그랜드 마스터는 심판했다. 24.05.18 1,031 13 11쪽
9 그랜드 마스터는 대화를 시도했다. 24.05.17 1,035 15 12쪽
8 그랜드 마스터는 결심했다. +2 24.05.16 1,073 15 11쪽
7 그랜드 마스터가 사역마를 불러왔다. +2 24.05.15 1,093 15 11쪽
6 그랜드 마스터가 요리했다. 24.05.14 1,137 15 13쪽
5 그랜드 마스터가 교육했다. 24.05.13 1,209 16 14쪽
4 그랜드 마스터는 재회했다. +2 24.05.12 1,332 18 11쪽
3 그랜드 마스터가 달려갔다! +1 24.05.11 1,424 15 12쪽
2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났다! +2 24.05.11 1,704 17 12쪽
1 그랜드 마스터가 귀환했다! +1 24.05.11 1,96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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