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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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s_
작품등록일 :
2024.05.11 14:13
최근연재일 :
2024.06.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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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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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랜드 마스터는 재회했다.

DUMMY

몇 시간을 달렸을까.

어느덧 예준은 자신의 집 근처까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숙한 통학로, 눈에 익은 간판들.

그리고 집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허름해지는 건물들까지.


아직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사나?

라고 싶을 정도로 낡아빠진 건물들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그런 건물들 사이에서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건물의 외벽에는 넝쿨이 자라나 있고, 거무칙칙한 창문들과 오래 쌓인 먼지들은 그 건물이 직면한 세월을 보여주었다.


“...”


그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예준의 머릿속에는 이 풍경이 익숙했다.

더러워 보이는 건물의 안에서, 그 지하에서 살아온 예준은 그 풍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여전하네.”


입 밖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가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이라는 것이 붙은 곳이기는 했기에 밉지만은 않았다.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확실히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은 아니다.

예준의 아버지가 게이트를 활용한 사업을 하려다가 말아먹고,

그의 어머니는 그대로 몸져누웠다.


이곳에서 워낙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수난 역시 있었다.

예준은 부모님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비꼬는 것이 아닌 진심이다.


일반인이 게이트의 가치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가 벌였던 사업의 내용이 무엇인지 예준은 잘 몰랐지만,


아버지의 꿈은 좌절되었고, 그로 인해 가족은 가난한 삶은 살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비 각성자이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었다.


게이트로 부자가 된다던지, 성공을 이루어내어 부자가 되었다는 건,

언제까지나 게이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각성자에 한해서였다.


비 각성자가 게이트로 사업을 벌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각성자들의 입장에는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온갖 곳에 비난받아가며 결국 사업을 접게 되었고,

그 사업을 다른 녀석, 즉 헌터라는 각성자가 이어받아 운영했다.


한마디로 각성자와 비 각성자의 출발점 자체가 다른 것이다.

비 각성자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기 힘든 세상이 바로 예준이 살아가던 세상이었다.


“참 거지 같은 세상이었어.”


이 집을 보니 그런 생각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비 각성자라고 뒤에서 손가락질받던 시절, 뛰어나지도 않는 주제에 대든다면서 손찌검을 받았던 시절.


그런 옛날 생각들이 전신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그래도.”


이런 뭐 같은 세계에도 돌아올 만한 이유야 있었다.

가족을 보지도 못하고 생이별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려서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사라졌을 때.


그때의 절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살아서 귀환했다.


그 혹독하다는 이세계에서 목숨을 걸어가며, 수도 없이 많은 전쟁을 거쳐 가면서.

결국에는 살아 돌아왔다.


심지어 가족이 살아있는 그 시간대에 말이다.


이건 기회였다.

그때의 이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


그 절망적인 감정 속에서 피어오르는 그리움이라는 느낌을 충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고마웠지.”


이세계에서 있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떠올렸다.


그쪽 세계에서의 삶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영웅으로 불리고, 영웅처럼 살다가 왔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잃어왔다.


자신과 함께 전쟁을 치렀던 마스터들, 그리고 자신을 끝까지 따라왔던 제자들까지.

그들이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예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평화로운 시대가 도래하자 그랜드 마스터로서 그리고 전쟁 영웅으로써,

그 엄청난 명성이 지고 난 뒤 예준에게 찾아올 일들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왕국 가신들의 시기와 질투, 영원할 것 같은 그들의 정치싸움.

파벌이 없는 일개 이방인일 뿐인 예준은 왕국의 개로 전락하거나,

정치싸움에 휘말려 암살당할 수 있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고대의 존재가 제안한 이 귀환을 수락한 것이고.

다시금 뭐 같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는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 집에 누가 있나? 비밀번호가 잘 기억나질 않는데.’


예준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집 현관의 비밀번호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세계에서 수십 년을 바쁘게 살아왔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헷갈릴 때도 있었다.


“내 생일이었나? 아닌가, 동생 생일이었나?”


예준이 기억을 더듬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저기.”


오랫동안 듣지 않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


예준은 바로 옆을 돌아보았다.


알 수 없는 먼지가 묻어 새까만 얼굴, 하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와 자신을 닮은 눈매.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하연아.”


그토록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

그 이름을 부르게 된 순간이 오자 예준은 기뻤다.


“오... 오빠야?”


자신이 사라지기 전보다 더 삐쩍 말랐으며 외모가 살짝 사나워지기는 했지만,

자기 여동생의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


하지만 하연은 굉장히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실종된 자신의 오빠가 맞는지, 아니면 집에 수금하러 온 징수원인지 분간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그만큼 예준의 외모 변화가 있기도 했다.

이세계에서 죽도록 싸운 만큼 얼굴이 사나워진 또한 있었다.


예전의 상냥했던 그 오빠의 얼굴이 아니었다.

뺨에는 긁힌 듯이 흉터가 살짝 남아 있었고, 안 그래도 갈라진 눈매는 더더욱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하연이는 예준의 얼굴을 보고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연아.”


예준은 의심 가득한 그녀의 얼굴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의심하는 하연이에게 가장 신뢰가 갈 수 있게 하는 한마디가 있었다.

그녀가 예전에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 그리고 그 목소리의 톤으로 말이다.


“놀이공원 같이 가기엔 너무 늦었나?”


나긋나긋하게 그리고 편안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하연이의 표정이 점점 풀어졌다.


“...!”


아주 오래전의 약속이었다.


부모님이 바쁘던 시절,

단둘이서 있을 때 했던 말.


지지직거리는 TV 속에서 펼쳐진 판타지 같은 놀이공원은 그 어린 하연이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처지로는 절대로 못 가는 곳이기에 더더욱 간절히 원했던 곳.

그럴 때마다 예준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새빨간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언젠가 이루어주기 위해서 힘들게 살아오며 가슴속으로 다짐했었다.


“오빠 맞지?”


하연은 머뭇거리며 의심하던 표정을 풀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자신의 오빠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하연이는 예준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기다렸자나....”


울먹이는 소리와 함께 발음이 꼬인 하연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빠가 돌아오자 그때까지의 설움이 터져버린 것이다.


이에 예준 역시 감정이 복받쳤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족과의 재회를 마주하자 전신에 소름이 끼치며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


품속에 안긴 하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준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귀환하기를 잘한 것 같다.


이토록 기뻤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신이 있었다면, 이런 것을 기적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니지 신은 절대로 아니지.’


문득 고대의 존재가 떠오른 예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했다.

이세계의 신은 자신을 좋게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함을 질투하며 본래 세계로 귀환시킨 녀석이니 속이 좁은 녀석들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귀환 스크롤을 주지 않았으면, 찾아가서 반으로 가를 생각이긴 했는데.’


이세계는 신에게 대적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곳에서의 신은 살아있는 존재이며,

모든 것에 통달한 그랜드 마스터는 그 신조차 가르는 참격을 날릴 수 있었다.


한이라는 것이 맺혀버리면, 예준은 언제든지 신을 찾아가 가르려고 했었다.


“아무튼...”


집으로 도착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익숙해진 그랜드 마스터로서의 생활이 몸에 배겨 있는 만큼,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아빠는 아직 안 왔어.”


하연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러자 검은 국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근데 왜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있지?’


예준은 그녀의 얼굴에 묻은 검은 칠에 대해 궁금해졌다.


“얼굴이 왜 그래?”


그의 질문에 하연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답하는 것을 망설이자, 예준은 천천히 다시 물었다.


“괜찮아. 얘기해.”


하연이의 이런 반응은 보통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보였다.

그렇다는 것은 하연이가 진실을 이야기하면 예준이 화를 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화 안 낼 거지?”


“응.”


예준은 하연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간에 그녀에게 화를 낼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그렇다니깐.”


계속해서 어리광을 부리며 예준의 반응을 떠보았다.

자신이 없는 동안에 여동생의 성격이 변한 것인지, 아무래도 조심성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부주의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얘기했겠지만,

지금은 예준의 반응을 살피며 아주 조심스럽게 반응을 떠보았다.


“나 게이트 탄광에서 일하고 있어.”


그 말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예준.

자신이 알기로 최악으로 치닫는 일거리 중 하나가 바로 탄광 작업이었다.


“...”


“놀랐지, 이래서 얘기 안 하려고 했던 건데.”


예준은 목숨을 걸고 평화를 위해서 이세계에서 싸웠다지만,

가족들이 탄광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곳에서 죽는다면 개죽음, 그런 개죽음도 없었다.


게이트 내부의 탄광은 내부의 게이트 광석이 많이 나온다.

값어치가 매우 높기에 자동으로 수요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게이트 탄광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게이트의 광석과 먼지에는 미세한 마나 입자가 있다는 것.

마나에 익숙하지 않은 비 각성자들은 마나 중독으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


“위험한 일이잖아.”


“할 수밖에 없었어.”


하연이가 몸을 꼬며 얘기하자, 예준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여동생마저 이런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예준은 온몸이 사무쳤다.


“아빠는?”


예준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연이가 탄광에서 일한다면, 아버지 역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같은 탄광 깊숙한 곳에서 일하고 있어, 나는 나르고, 아빠는 캐고.”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가족들이 목숨을 대가로 돈을 벌고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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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랜드 마스터는 잠시 이탈했다. 24.05.27 609 12 11쪽
18 그랜드 마스터는 조언을 건넸다. 24.05.26 692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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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랜드 마스터는 참여했다. 24.05.24 787 14 11쪽
15 그랜드마스터는 알아차렸다. 24.05.23 838 14 12쪽
14 그랜드 마스터는 베어냈다. 24.05.22 844 15 13쪽
13 그랜드 마스터는 개시했다. 24.05.21 86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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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랜드 마스터는 결심했다. +2 24.05.16 1,07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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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마스터는 재회했다. +2 24.05.12 1,333 18 11쪽
3 그랜드 마스터가 달려갔다! +1 24.05.11 1,424 15 12쪽
2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났다! +2 24.05.11 1,705 17 12쪽
1 그랜드 마스터가 귀환했다! +1 24.05.11 1,96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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