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타겟 ⑥
“생각보다 심각한데?”
“으.. 으으!!”
“왜 이 지랄로 누웠냐~?”
붕대를 칭칭 감은 상태로 움찍거리는 환남.
그가 병실에 들어온 두 사람과 아는 사이라는 건 지나가던 사람도 알겠다.
“아이고~ 그 사람 말 못해요~ 목소리가 안 나온댜~”
“왜요? 주둥이도 다쳤데요?”
옆에 앉아있던 환자가 참견한다.
“몰러요, 나도~ 뭐. 의사 말로는 충격 때문인 거 같다는디.”
“그럼 애랑 대화 어떻게 말해요?”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는 환남.
“저기 서랍 위에 스케치북이랑 볼펜. 그거 붕대 안 감은 손에 쥐어주면 대충 글씨는 쓰드만.”
“존나 번거롭네. 진짜.”
멤버1이 그나마 멀쩡한 손에 볼펜을 쥐여준다.
참고로 지금부터 아래 환남이 하는 말은 스케치북에 쓴 글씨다.
“꼴이 이게 뭐냐?”
“어떤 미친놈이 납치했어. 그 새끼 잡아 족쳐야 해.”
“그놈이 누군데?”
“나도 모르지!”
심각한 환남과 달리 두 사람은 그 일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환남아~ 지금 네가 신경 써야 할 문제는~ 네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에 바이러스 심어져서 지금 우리 폰은 물론이고 고객들 폰까지 다 먹통이 됐다는 거야~”
씩씩거리던 환남이 갑자기 얌전해진다. 그가 많이 놀랐다는 건 붕대에 가려지지 않은 한쪽 눈만으로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우리 말고 다른 놈이 영상에 손을 댄다는 게 말이 되냐?”
“우리 배신 때리고 다른 새끼들하고 붙어먹은 거 아닌가 몰라~ ㅋㅋ”
“너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하다가 이 꼴 난 거 아니냐는 거지, 나는~”
툭툭. 영상멤버2가 주먹으로 환남의 머리를 치자 환남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든다.
“으으! 으!!”
“이거, 이거... 손해 본 건 나인데..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내가 안 그랬어. 네가 내 폰이랑 집 뒤져보면 알 거 아냐. 내 뒤가 구린지 아닌지!”
“그럼~ 대체 누군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하냐고~!”
영상멤버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병실 안은 점점 더 조용해진다. 슥슥슥슥! 환남이 스케치북에 글 쓰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걔들 중 하나인 거 같아.”
“걔들 누구?”
“영상에 찍힌 애들.”
“하아... 걔들이 한두명이냐?”
다시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가는 환남.
“그 새끼 잡으려면 하나씩 뒤지는 수 밖에 없..”
“야, 됐고. 일단 돈부터 내놔. 작업해야 하니까.”
사실 멤버들은 환남이 당한 일은 관심이 없다.
“돈...?”
미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있는 사람 앞에서 돈타령하는 저게 사람이라니... 소름 끼친다.
“너 때문에 폰 해킹당한 사람들 보상하라고 난리야~ 그러니까 빨리 돈 보내~”
“...일단 내 폰부터 찾아와.”
“폰? 그걸 누구보고 찾으래. ㅎ”
“돈 받고 싶으면 찾아와!”
화가 잔뜩 나서 글씨를 막 갈겨 쓰던 환남이 스케치북을 집어던진다.
“이 새끼 이거 머리도 다쳤나~ ㅎ”
“하... 그래 폰 갔다 줄게.”
한나절이 지나고 다시 병실로 돌아온 두 사람.
환남 배 위에 폰을 집어 던진다.
폰은 환남 집 대문 앞에 떨어져 있었다.
“빨리 돈 보내.”
“병원비부터 계산해.”
“뭘 하라고? -_-”
“내 병원비 전부 계산하라고. 돈은 내가 집에 무사히 가면 줄 테니까.”
“와~ 이거 덜 맞았네? 그 미친놈한테 반 죽었어야 했는데. 쓸데없이 살아서 개소리나 하지, 네가.”
손이 먼저 올라가지만 때릴 수 없다. 돈을 쥐고 있는 건 환남이다.
“우리 완전 호구 잡혔는데? X발. ㅋㅋ”
며칠 후,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환남. 그의 곁에는 멤버1,2가 있다.
“존나 웃기네 진짜. 내가 우리 아버지 휠체어도 끌어본 적이 없는데, 이 새끼 휠체어를 끌고 있다. ㅋㅋ”
“자~ 무사히 집에 왔네? 그럼 이제 돈을 줘야겠지?”
“...”
어수선한 방. 원래도 어수선했는데 오늘은 더 어수선하다.
“이 새끼 집도 털렸나 본데?”
“하... X발. 그날 들어와 봤어야 했는데. 너 때문에. -_-”
대문 앞에서 폰을 발견하던 날, 집 안에 좀 뒤져볼까 했는데 멤버1이 빨리 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바로 나왔던 두 사람.
컴퓨터 앞에 있던 환남은 아무 말이 없다.
‘젠장...’
텅 빈 컴퓨터 화면을 보는 그의 얼굴에 절망이 쏟아져 내린다.
“이 새끼는 표정이 또 왜 이래~?”
영상멤버 둘이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컴퓨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도 알 정도로 바탕 화면에 아무것도 없다.
딱딱딱 마우스를 빠르게 클릭해보지만, 파일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진~짜 컴퓨터 무뇌한인데, 이건 그냥 봐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네. 나만 그래?”
“...백업 파일 어딨어?”
환남이 손가락으로 서랍 아래를 가리킨다. 멤버1가 잽싸게 몸을 숙여 서랍을 다 열어보고 밑바닥까지 확인하지만...
“다 털렸는데 여기는 안 털렸겠냐?”
“나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다.”
환남이 재빨리 무릎에 놓여있던 스케치북에 펜을 휘갈긴다.
“파란색 케이스.”
“병x아! 없다니까 아무것도~”
“이건가 본데. 비었네. 텅텅~”
“위층 액자.”
환남이 위층을 알려주자 두 사람이 곧바로 뛰어 올라가는데. 역시나 거기도 털렸다. 이미 바닥에 그림 액자가 모두 부서진 채 어질러져 있다.
“하아... X발!”
“여기도 다 털렸.. 어? 야, 야!”
1층으로 뛰어 내려가 환남 멱살부터 잡는 멤버2.
“으, 으!!”
“병x 새끼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물건 간수도 제대로 못 해!!”
“으으! 으!!”
자료 관리는 전부 환남에게 맡겨놓은 터라.
촬영한 영상 메모리를 모두 환남이 관리했다.
즉, 지금 삭제된 영상이 멤버들에게는 없다는 얘기다. 지들이 보려고 다운받은 거 몇 개 빼고는.
“야! 그만해! 일단 돈부터 받자고.”
둘을 간신히 떼어 놓는 멤버1. 돈은 컴퓨터가 아니라 계좌에 있으니까 안전할 거다.
환남은 급하게 스케치북에 글을 휘갈긴다.
“액자...”
“이 병신을 진짜! 아오, X발!!”
“액자 다 부서졌어, 이 멍청아~”
환남은 눈동자부터 팔, 다리, 어깨에 모든 힘이 쫙 빠지는 듯하다. 하지만 멤버들은 아직 몸에 힘이 남아있다.
환남을 죽일 힘도, 그리고 기본 자금으로 또 돈을 벌 힘도.
“하아... 다 필요없고. 돈 보내.”
“...”
아무런 대답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환남.
“손을 움직이라고~ 손을~”
“돈 보내라고. 그래야 내 손에 죽기 싫으면 이 새끼야!”
힘이 하나도 없는 환남 손에 억지로 폰을 쥐여주고 윽박을 지르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진짜 죽고 싶냐?”
“없어... 돈.”
“뭐?”
순간 조용해진 방안.
“돈이 왜 없어? 털린 건 컴퓨터인데.”
“계좌도... 털렸어.”
“폰도 안 보고 그걸 어떻게 알아? 빨리 다시 확인해봐.”
환남이 꼼짝도 않는다.
“하.. 하하... 푸하하하!”
“너도 미쳤냐~? 왜 지금 웃고 지랄리야.”
급 정색하고 환남 멱살을 잡는 멤버2. 거세게 흔들리는 와중에 쇠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환남 목소리다.
“어차피.. 너희... 줄 돈은 다 줬잖아...”
“오. 이 새끼 말한다, 말해!”
퍽!
“크읔!!!”
환남은 얼굴에 주먹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지는데.
“돈 털리고 영상 다 털린 새끼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목소리는 처 나오고 지랄이야? 너 같은 게 말할 필요가 있냐, 이 새끼야!”
퍽! 퍽!
쓰러진 환남에게 날아드는 발길질.
“야, 살살해~ 뭐 하나라도 건지려면.”
그렇다. 지금 환남이 죽으면 돈은커녕 아무것도 뺏을 수가 없다.
“X발, 컴퓨터 존나 잘한다고 해서 끼워줬더니 꼴랑 사람 하나 때문에 영상이랑 돈을 다 털려? 뭐 하러 사냐? 그냥 뒤져!”
“아, 그만 좀 하라고~!”
흥분해서 날뛰는 멤버1을 옆으로 비켜 세우고 쭈구려 앉아 대화를 시도하는 멤버2.
“마지막 영상 값 그건 좀 들어왔을 거 아냐. 그거라도 내나 봐.”
“...”
“왜 또 말이 없어~ 입도 뚫렸으면서. 나까지 화나게 하지 말고 신사적으로 해결하자. 난 신사적이니까.”
사실 미치광이가 환남 계좌에 삼백만 원을 남겨두었다.
당장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하지만 입을 꾹 다무는 환남.
그 돈마저 없으면 정말 살 수가 없다.
“X발 새끼가! 입 닥치고 있으면 다 끝나는 줄 아나. 내가 반병신에서 완전 병신으로 만들어줄까? 눈 하나, 팔 하나 남은 거 다 부숴줘? 이 컴퓨터처럼!”
파직! 콰직!! 바닥에 매다 꽂혀 그대로 부서지는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
환남은 벌벌 떠는 손으로 0원이 찍힌 계좌만 멤버들에게 보여주는데.
“와...하하! 이 새끼 봐. 돈 날린 게 무슨 자랑이라고. 이 새끼야 그 돈이 네 목숨 1,000개보다 비싸, 알아!?”
퍽퍽! 또다시 시작되는 발길질.
아직 아물지 않은 화상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끄으으읔!!”
“사실대로 말해. 너 그 돈 빼돌렸지!?”
“야, 됐고. 이 집하고 저 차 챙겨.”
“돈은~?”
“돈 얼마를 빼돌렸든 저 몸으로 뭘 하겠냐? 그냥 지 혼자 쓰다 뒤지라고 해.”
“오~케이.”
멤버 둘은 환남에게 볼 일은 다 끝났다는 듯 방을 나가려는데.
“지, 집은 아, 안돼.. 그럼 나는... 어떻게 살라고...”
온전치 못한 몸을 질질 끌고 멤버2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지만. 어림없다.
“와~ 대단하다. 넌 그 꼴을 하고 살고 싶냐? ㅋ”
“업자 그년 불러.”
“오~케이.”
“제발.. 제발 나 좀... 아악!”
멤버2 발에 지긋히 밟히는 환남의 손등.
“그러니까 돈이라도 잘 간수했어야지. 그럼 이 집이랑 차는 안 뺏기잖아.”
“야, 근데 이 새끼 이렇게 만든 새끼가 혹시 우리도 찾아오는 거 아냐?”
“오라 그래. 난 이 새끼처럼 안 당하니까.”
휴게소 화장실 다녀가는 사람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 두 뒤통수에 애원하는 목소리가 꽂힌다.
“우리... 친구... 아니었냐...?”
나이트클럽에서 여자 하나 꽐라 만들어 모텔로 데려가 서로 의기투합하고, 몰카 구독자 1,000명이 넘어가 통장에 1억이 넘게 찍히던 날 백화점 쓸고 다니고, 이 집을 사던 날 광란에 파티를 즐겼던...
우리는 이제 뗄 수 없는 하나의 운명체라며 함께 했던 날들이 있었다.
“푸핫! 야, 너 애가 하는 말 들었냐? ㅋㅋㅋ”
“으, 토나 와. ㅋㅋ 안 들은 걸로 할게. ㅋㅋ”
“사람이.. 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그러냐...?”
“하아~”
멤버2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환남 앞으로 가 쭈구려 앉는다.
“너 영상 안 찍었어?”
영상 촬영은 보통 두 멤버가 했지만, 꽤 자주 환남도 참여했다. 피해자의 좌절을 보는 게 짜릿하다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새끼들 외면하는 너도 있는데.”
“읔!!”
머리카락을 잡힌 체 고개가 확 뒤로 젖혀지는 환남.
“지금 그냥 가는 내가 대체 뭐가 문제야?”
“맞다. 저 새끼 얼마 전에 불난 거 구경했다고 좋아하지 않았어? 그때 사람 타 죽었어야 했는데 안 죽었다고 아쉬워하더니 지가 그 꼴 난 거네~ ㅋㅋ”
“나, 난 아니야...!”
거실로 나가는 두 멤버. 양심의 가책 따위는 0이 된 지 오래다.
“친구라는 역겨운 소리 하지 말고~ 돈 찾을 궁리나 해.”
“흐흐흑... 흑흑...”
“서류 준비 끝났다는데. 10분 뒤 도착 예정.”
“자동차 키 찾아. 도장이랑.”
멤버1이 차 키와 도장을 찾는 동안 그년이 들어온다.
그년 : “멋쟁이 오빠들~ 갑자기 서류는 왜... 어머, 저거 환남 아냐?”
환남 : “끄흐흑...”
그년 : “소식은 들었어~ 근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ㅎ 으, 피.. 더러워.”
영상 멤버 2 : “서류 내놔.”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환남을 살펴보던 그년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서류를 꺼낸다.
그년 : “도장은?”
영상 멤버 1 : “이거면 되나?”
거실 테이블에 도장 4개를 던져놓는다.
그년 : “내가 보면 알지~ 이 집이랑 차~ 둘 다 내가 계약해준 거잖아. ㅎㅎ”
도장 4개를 빈 종이에 찍어보던 그년이 하나를 집어 든다.
“이거네.”
“흐흑... 개만도 못한 것들... 너네 진짜 내가...”
“왜~ 혼이라도 내주게? 그 야리야리한 손으로 톡톡 엉덩이라도 쳐주게? ㅋㅋㅋ”
“아오~ 오빠들 그러지 좀 마. 다친 사람한테! ㅋㅋㅋ”
곧 자동차와 집 매매 서류에 도장이 찍히고.
“서류 정리 끝~ 난 이제 간다.”
그년이 나가고 멤버 둘은 잠시 머무른다.
“근데 이 새낀 어떻게 해? 치워야 하는 거 아냐? 여기 이제 우리 집인데.”
“치워야지. 이대로 팔 수는 없지.”
“누가 치워?”
“청소부 불러.”
“아~ 오늘 데이트있는데. 네가 좀 해~”
멤버2가 쳐다보자 투덜거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멤버1.
“너희라고... 무사할 거 같아? 너희도 곧 만나게 될 거야... 그 미친놈이... 너희들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
“청소 애들 30분 뒤에 온데. 그나저나 넌 믿어?”
“뭘?”
“돈 다 털렸다는 거. 비밀 계좌로 빼돌렸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네가 저 새끼 뒤 좀 밟아.”
“내가? 나 데이트 있다니까?”
태연하게 혼자 외제차에 올라타는 멤버2. 환남 차 키는 멤버1에게 던져준다.
“돈이 있으면 돈 쓰는 흔적이 보이겠지. 그때 족치면 돼.”
“아니~ 내 데이트는 어쩌고~”
부웅~ 다들 떠나가고 빈집에 혼자 남은 환남.
“너희는 나보다 더 큰 벌을 받을 거야. 이 개 같은 새끼들아...”
어느새 밤이 되고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아 깜깜한 방. 나 좀 일으켜달라고 전화 걸만한 곳 하나 없는 신세.
그날, 새벽.
령의 죗값 추심소에 누군가 들어오는데...
- 작가의말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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