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웨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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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에리카짱
그림/삽화
에리카
작품등록일 :
2024.05.22 16:44
최근연재일 :
2024.08.14 20:1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27
추천수 :
29
글자수 :
128,917

작성
24.07.19 23:47
조회
17
추천
1
글자
9쪽

801호

DUMMY

“아! 잘 잤다.”


벌떡 일어난 유나는 개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밝은 햇살이 눈부신 기분 좋은 아침이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느낌

아니

기분 나쁜 느낌!!


“뭐지?”


꿈틀꿈틀 유나 발밑으로 뭔가가 움직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꼼짝할 수 없었다.


“나와라”


용기를 낸 한마디.


사실 단 세 글자의 이 말은 유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용기를 내어 한 말 중의 하나다.

배에 힘을 주어 한 번 더 말했다.


“나. 와. 라”


유나의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이 온몸의 소름을 쓸어올리며 가슴 위로 올라온 무게감과 함께 속에서 까만 머리가 쑥하고 올라왔다.


“으아아아아”


참고 참았는데 미끈거리는 머리카락을 바로 눈 위에서 보는 순간 아연실색한 후 발차기로 밀어내며 침대에서 뛰쳐내려갔다.

이불얼굴.jpg

발바닥이 바닥에 닿자 얼음처럼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놀란 듯 폴짝거리며 뛰어다녔다.


“야! 시끄러워.”


베란다에 놓인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잔을 들고 있던 과장이 안을 들여다보며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과장님!”


구세주를 만난 듯 유나가 과장에게 달려갔다.


“스톱!”


“네?”


달리던 유나의 다리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 뚝 하고 멈췄지만 무게감 많은 몸은 그대로 앞으로 쏠리며 고꾸라졌다.


“윽”


바닥에 얼굴을 붙인 채 엉덩이를 치켜든 유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대부분이 느꼈을 수치심보다 아픈 게 먼저였다.


얼굴이 쓸려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쓰라리고 아렸다.


“아! 아파! 아파!”


“여전히 귀찮네.”


츤데레 기찬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땡큐!”


딱딱한 기찬의 손이 유나의 손과 닿자마자 불끈 팔뚝에 힘줄이 솟더니 직각으로 바로 일으켜 세웠다.


쑥 하는 느낌과 함께 기찬과 마주 선 유나의 볼이 붉어졌다.

노란잠옷 기찬.jpg

“너 피 나!”


무심히 말하는 기찬의 말에 유나가 비명을 질렀다.


“아, 아파!”


“아유 넌 왜 이리 시끄럽니?”


우아하게 들어온 과장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유나야! 괜찮아. 피 안 나.”


유나의 눈이 얇아지며 기찬을 째려보자 기찬은 딴청을 피우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짜!”


“왜? 꿈꿨니?”


유니폼을 입지 않아서 그런지 과장의 말투는 웨딩홀 때와 많이 달라 살짝 어색한 감이 느껴졌다.


“맞다! 저기 뭐가 있어요.”


“어디?”


유나의 손끝을 따라 침대로 간 과장의 눈에는 헝클어진 이불과 날아간 베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가? 넌 꿈도 참 요란스럽게 꾼다.”


“꿈이 아니라니깐. 막 여기 여기 근질근질하면서 올라왔다니까요”


“그래그래. 몸이 허해졌나 보다. 뭐 좀 먹어.”


“아침?”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났다.


“참 신기해. 생각하면 몸이 바로 반응을 해. 하여간에 신기해.”


“여기 호텔인가? 룸서비스될까요?”


“얘가 아직 적응을 못했네.”


과장의 손끝이 하늘을 향했다.


“뭐? 뭐 먹고 싶어?”


“갑자기 뭐 먹고 싶냐니까 생각이 안 나네. 뭐 하지? 해장국?”


“얘가 참 구수해.”


탁! 하고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해장국이 올려졌다.


“우와! 소주 생각난다.”


“뭐, 그 정도야.”


해장국 옆에 살얼음 소주가 놓이자 유나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우와!”


두 엄지를 내밀며 쌍따봉을 하고 얼른 자리에 앉아 크게 한 숟갈 먹자마자 다시 과장을 향해 엄지를 보였다.

오늘 따라 애교 폭발이다.


“뭘 그런 걸 갖고. 참.”


칭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더니 과장이 만족스러운 미소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유나 옆에 앉았다.


“너 근데 침대에서 뭐 봤다고 했었지?”


“그게 딱 상희 언니였는데... 아, 다시 생각해도 무서워. 이렇게 머리카락이 여기 여기 막 스쳐가는 게 아직도 느껴진다니까요,.”


“상희?”


갑자기 과장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과장의 손가락이 탁 하는 소리를 내자 소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왜?”


“너 얼른 먹고 어디 좀 가자!”


“앗 뜨거워! ”


유나는 급한 마음에 국물을 떠먹다가 혀를 데었다.

아픈 듯 혀를 내밀어 보이며,


“어디 가는데?”


“상희 만나러”


“뭐?”

나선형계단.jpg

“음침한데...”


둥글게 말린 계단은 회색의 벽면에 둘러싸여 감옥처럼 밀폐된 느낌이 들었다.

심리적 압박감을 주려는 듯 사방이 몰아치듯 좁은 벽에 둘러 이곳에 들어온 누구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여기 맞아?”


과장도 느낌이 좋지 않은지 유나에게 착 붙어서 말을 하는데 입김이 귀로 훅하고 들어왔다.

손등으로 귀를 막으며 유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둑고양이처럼 계단에 착 붙어서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옷은 왜 갈아입은 거야?”


어느새 과장과 유나는 검은 타이즈 복장으로 옷이 맞춰져 있었다.

엉덩이에 끼는 느낌이 싫어 유나는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볼록 나온 뱃살을 흔들며 과장은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영화 보니까 다 이렇게 입더라.”


“같이 못 다니겠네.”


“뭐가? 싫으면 잠옷으로 바꿔주고.”


노란 잠옷은 너무 튈 것 같아 유나는 바로 과장에게 사과했다.


“잘못했습니다.”


과장은 유나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다시 몸을 낮춰 위로 올라갔다.

비상문이 꽉 닫혀 선뜻 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과장이 용기를 내어 주먹을 한 번 쥐더니 문에 손을 대려는 찰나 유나가 과장의 팔을 잡았다.


“저기”


“뭐?”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성격 급한 과장은 유나의 이런 끄는 말투가 싫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소리를 지르지 않고 억누르며 재차 물었다.


“과장님 같은 에리다인들은 안 죽지 않아요?”


“누가 그래?”


“거긴 불사조 아닌가?”


“누가 그랬냐고.”


“그냥 내 짐작에.....”


과장이 머리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말이야. 에리다누스에는 밤과 낮이 없어. 우리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같은 모습으로 자연적인 죽음 없이 살아가는 게 맞아. 그래서 종족을 이어갈 이유도 없지. 만약 너네처럼 수명이라는 게 있다면 우리도 아이를 낳고 그렇게 이어져왔겠지.”


유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기찬의 냉한 얼굴이 살짝 떠오른 것이 우연은 아닐 거다.


혹시 내 마음속에?

설마?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연애도 결혼도 없어요?”


과장의 표정이 굳으며 유나의 입을 다물게 했다.

카리스마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유나의 말은 무시한 채 그대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자연적인 죽음은 없지만 인위적인 살생은 있어. 그리고, 여기 인간 세상으로 와서 벌써 10년의 세월이 지났지. 세월이라는 단어가 이제 뭐 어색하지도 않네."

"암튼, 그래서 우리도 변하고 있다는 거야. 환경적응 같은 거지.”


“오! 인간화”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그럼 우리 과장님도 알콩달콩 사랑도 하고 아기도 낳고 그럴 수 있겠네요.”


말없이 레이저가 나올 듯 째려보는 과장의 눈에 모든 대답이 담겨있었다.


유나는 조용히 무겁게 닫힌 비상 문의 손잡이를 돌려 밀었다.


소리 없이 밀리는 문의 무게감이 커지면서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묘한 긴장감에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유나를 밀치고 앞으로 나간 과장 앞에 길고 어두운 복도가 이어졌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어 과장이 발을 디디며 내는 소리를 삼켰다.


‘여기는 어디일까?’


밝은 회색의 문들이 이어져 병원 같기도 하고, 정말 감옥처럼 보이기도 하는 복도 끝자락에 801이라는 붉은 글씨가 도드라져 보였다.


“여기다!”

801.jpg

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번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넌 대체 뭐니? 혹시 엄마 아빠 중에 우리 쪽 사람 있는 거 아냐?”


“한 번 물어볼게요. 저도 제 출생의 비밀이 궁금해졌어요.”


농담과 진담 사이를 오가며 얘기했다.


801호는 회색의 네모 반듯한 모양이었다.

문이 아닌 옆에 동그란 모양의 홈이 열쇠를 넣는 곳인 것 같았지만 어떤 원리로 문을 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열쇠 있어요?”


과장이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열쇠도 없어? 요?”


“없어. 안 나와.”


“다시 해봐요.”


유나의 채근에 과장이 손가락을 계속 비비며 소리를 냈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 어떡해요?’


유나가 입모양으로만 말하자 과장이 양손을 위로 올리며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럴 때 보면 이사장이랑 하는 행동이 참 비슷하다.


유나가 문 앞으로 다가가 손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내려갔다.

뭐 알고 하는 거라기 보다 할 게 없어서 뭐라도 해보자는 거였다.

아무리 만져봐도 차가운 쇠 느낌 외에 튀어 나왔다든지 쑥 하고 들어간 게 있다든지 하는 특이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지?”


과장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자 유나는 왠지 뒤로 물러나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한발 한발 뒷걸음질을 하자 역시나 과장은 발을 들어 문을 힘껏 차며 큰 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조심하며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 열어! 문!”


과장의 복식호흡으로 단련된 소리는 전체 복도를 울리며 사이렌보다 더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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