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이 찾는 귀환자가 600억 들고 장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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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개
작품등록일 :
2024.06.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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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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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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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DUMMY

처음엔 눈을 믿지 못했다.


“일...십...백...천...만...”


입으로 내뱉는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져가고.

종국에는.


“육백억...?”


입을 떠억하고 벌렸다.

정확히 623억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

47년 간의 이세계 생활은 내게서 현실감을 앗아간 뒤였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게임 속으로 납치당하기 전, 나는 겨우 편의점 알바나 전전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취준생이었다.

그런 내게 있어 623억이라는 거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수준의 돈이었다만.


“...”


47년 간의 상단 생활은 그 상식을 모조리 개변시킨 후였다.

아니 오히려.


“...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불만을 내뱉을 수준.

사실 생각해보면 623억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었다.

내가 47년간 일궈놓은 상단은 무려 대륙 최고의 상단이었다.

대륙의 모든 영웅들, 길드, 심지어 교회의 성직자들까지도, 내 상단을 거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마왕군과 전투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내 상단을 거쳐 무기를 공수받고, 방어구를 챙겨입어야 했다.

물약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식사까지도 모두 내 상단이 도맡았다.

실상 대륙 내 모든 물자들이 내 상단을 거쳐 유통된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걸 고작 623억이라는 돈으로 퉁치다니.

최소한 그에 백배는 해당하는 금액을 내놓아야 합당하다.

내 상단을 이 현실로 비유하자면.


“최소한 대기업이지.”


대기업이 뭐야.

세계적인 햄버거 브랜드 정도는 되겠다.

그런 상단을 고작 600억에 퉁치다니, 양아치도 이런 양아치가 따로 없다.

나는 혀를 끌끌 차다가 이내 한숨을 팍하고 뱉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


그리고 만약 여신이라는 그 양아치가 정말 금화를 돈으로 바꾼 것이라면, 창고에 있는 금화를 빼돌리고 현금으로 바꾸었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허락도 없이 사람을 납치하고, 일을 끝냈다고 그냥 팽해버리는 그 씹창난 인성을 보았을 때 충분하고도 남는다.


“쯧.”


그렇게 생각하면 623억은 충분한 금액이었다.

부담은 되겠지만, 상단에 무리가 갈 정도도 아니었고, 나 혼자 먹고 살기에도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니까.


“그리 생각하지, 뭐.”


사실 623억이라는 돈은 평범한 사람들, 아니 어지간한 갑부들도 만지기 힘든 돈이긴 했다.

지금 내가 불평을 하는 것도 어쩌면 과욕일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욕심은 곧 화를 부른다 하였지.”


47년 간의 상단 생활로 깨달은 게 있다면, 돈은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욕심은 곧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거다.

돈에 욕심을 부리다가 골로 간 사람들을 여럿 봤기에, 더더욱 그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곤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진다.


“후...”


부드러운 천의 감촉과 푹신한 매트리스가 등허리를 착하고 휘감는다.


“푹신하네...”


이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던 부드러움이다.

기분이 좋으나, 좋지 않았다.


“...”


집으로 돌아오는 것.

한창 이 세계를 부랑할 때는 매일을 기원했던 소원이었다.

허나 47년의 생활은 구태여 그 생각을 희미하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돌아갈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그 탓에 이젠 푹신함보다는 딱딱함이 더 몸에 배겼다.

이제는 상단의 생활이 더 익숙한 나였건만.


“...근데 돌아와버렸네.”


개인적인 감상은 두 번째 인생의 기회를 얻은 것 같다.


“두번째 기회라...”


47년간의 개고생 끝에 얻은 새로운 기회.

그렇게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게다가 옆으로 보이는 거울엔 이제 겨우 20살 정도의 앳된 청년이 보였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는 이제 없다는 것이다.


“흠.”


나는 싸구려 매트리스에 누운 채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난 천장을 관찰했다.

누수가 있는 건지 가끔 천장에서 빗물이 새곤 했다.

저 곰팡이도 그 누수 때문에 생긴 자국이었다.


“저걸 다시 볼 줄은 생각도 못했네.”


가만히 침대에 누운 채 추억에 젖어있다 보니, 앞으로 무얼 할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걱정이라기보단 고민에 가까웠다.

두둑한 통장 덕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없어졌으니.


“내가 원래는 뭘 하려고 했더라.”


나는 천장에서 눈을 떼어 방을 살폈다.

누추한 방의 몰골이 여실히 드러나던 중 책상 위로 보이는 하얀 종이 하나.

손을 뻗어 팍하고 땡기니 이력서라는 이름의 종이가 딸려 왔다.


“아, 그렇지.”


희미한 기억에 의거, 난 취준생이었다.

어머니는 그냥 집안 가업이나 물려받으라며 닦달했지만, 나는 극구 반대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가업이라는 게 국수집이라 솔직히 치기 어린 마음에 그냥 싫었던 것이다.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 선택을 후회했지만.

여하튼 그래서 그냥 성적에 맞춰 서울의 모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토익 점수도 따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취준생이었다.

하지만 매번 평균에 미치는 학점과 스펙을 가지고 번번이 낙방을 하며 취업만 준비했던 인간이기도 했다.

나는 이력서를 살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그 아래로 특기나 수상 실적, 어학연수, 자격증 등 세부 사항을 적는 칸도 보인다.

물론 하나 같이 전부 평범한 기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교내 공모전 장려상 기록 몇 개와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컴활, 컴능 자격증, 토익 점수는 800으로 평균보다 조금 높은.

말 그대로 보잘 것 없는 이력서였다.

나는 이력서를 팽하고 집어던졌다.


“이제 이게 다 무슨 의미냐.”


사실 취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이 아닌가.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자아실현을 하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싸이클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

헌데 지금의 내게는 그 취업이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통장에 찍힌 돈이 자그마치 623억이다.

이젠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고 놀아도 된다는 거다.


“크...”


과거 이세계로 가기 전 내게 하고 싶은 게 무어냐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수 없었을 거다.

그땐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그냥 돈만 많이 벌 수 있으면 장땡이라 생각하던 때였으니.

근데 이제는 다르다.

지금 내게 무얼 하고 싶냐 묻는다면.

단연.


“장사지.”


상단 생활을 하며 하루도 빠짐 없이 하던 장사에 신물이 날 법도 하지만.

돈이 목적인 장사와 여유를 가진 채 하고 싶은 요리를 하면서 장사를 하는 건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상단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이 있다면, 누군가 내 요리를 먹는 것이 상당히 기쁘다는 것.

내 음식을 먹고 맛있게 먹었다는 그 한마디를 듣는 게 그리도 기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돈도 넘치고, 상단도 없겠다, 내가 하고 싶은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나는 곧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왕 얻은 두 번째 인생.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니, 한 번 제대로 기깔나게 살아볼 생각이다.

그중 단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요리였으나, 그것을 위해서는 건물을 사서 가게를 차려야 했다.


“일단 나가볼까.”


나는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대충 널브러진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밖으로 향했다.

뭘 하려고 하든 일단은 나가야 했다.


끼익.


그렇게 오래된 빌라의 문을 열고 빠져나오면 보이는 익숙하고도 낯선 동네의 정경.


“크... 이게 얼마 만이냐.”


길을 경계로 양쪽으로 난 벽돌집들과 담벼락. 군데군데 보이는 고양이에, 길가에 정처없이 주차된 차량까지.

틀림 없이 희미한 기억 속 그 장면이었다.


“진짜 돌아왔구나...”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방 안에 있을 때는 그리 현실감이랄게 솔직히 느껴지지 않았건만, 바깥으로 나오니 확실히 돌아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긴 진짜 그대로구나.”


나는 감회에 젖어 동네를 걸어다녔다.

오랜만에 느끼는 동네 특유의 텁텁한 냄새에 기분이 묘해지는 듯했다.

그렇게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한 모퉁이를 돌아 걷다보니 나타나는 번화가.


“이야... 역시...”


나는 마천루처럼 높이 솟은 건물들을 보며 탄사를 자아냈다.

이세계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세상이었다.

비록 상단 생활만큼은 아니더라도 20년을 넘게 살아온 세상이었으나, 어째 전부 낯설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번화가를 둘러보다 문득 드는 의문.


“...근데 어째 사람이 왜 아무도 없지?”


나름대로 술집도 많고 유흥거리가 많은 길목이다 보니 이 근방에서는 제일 사람이 많은 번화가로 알고 있다만.

그 이름이 무색하게 사방이 너무 조용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한산한 낮 시간이라 사람이 없는 건가 싶어도, 이렇게 조용하고 황량할 수가 없었다.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흔적들.

분명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임은 분명하나, 보이는 건물들의 창문은 죄다 먼지가 짙게 깔려 뿌옇게 보였고.

간판들은 죄다 떨어지기 직전의 덜렁거리는 상태였다.

심지어 곳곳에 부서진 듯한 건물의 파편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뭔가 이상했다.

분명 내가 아는 동네의 모습이긴 했으나, 어딘가 하나씩 달라진 상태였다.


“...혹시 그 망할 여편네가 나를 이상한 곳에 소환한 건가?”


내가 살던 지구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 내가 사는 지구가 아니었다던가.


“아니면 내가 이세계로 간 사이 지구가 멸망한건가?”


아주 다양한 가능성이 머릿속으로 제기되던 그때.


샤샤샥!


옆으로 무언가 지나가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흠칫 고개를 돌리면 폐허가 된 건물들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뭐지...?”


나는 눈을 비볐다.

다시 보니 사라진 그림자.


“헛것을 본 건가?”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때.


“야옹.”


들려오는 익숙한 듯 낯선 울음과 함께 저 멀리 폐허가 된 건물 너머에서 까만 고양이 하나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고양이?”


검은 털 사이로, 하얀 털이 듬성듬성 난 것이 틀림없이 고양이였다.


“아까 내가 본 게 고양이 그림자였나?”

“야옹.”

“음...?”


녀석은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서 나를 잠시간 쳐다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녀석에게 조심스레 손을 가져가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떨기 시작한다.


“야오오옹.”

“요놈 봐라?”


고양이를 쓰다 듬어주자 종국엔 아예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코를 들이대며 애정을 표했다.

고양이가 이렇게 거부감 없이 사람에게 다가와 애교를 피운다는 건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다는 소리였다.

즉 주인이 있다거나, 녀석에게 주기적으로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

그게 아니라면 천성부터 경계심이 뛰어난 고양이가 이렇게 살가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세상이 멸망한 건 아닌가 봐.”


세상이 멸망해 사람들이 전부 사라지거나 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랬으면 이런 개냥이가 거리를 떠돌아다닐리는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고양이가 전체적으로 깔끔한 게 사람 손을 탄 녀석인 것 같다.


“그르릉. 그르릉.”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를 뱉으며 내 몸이 자기 체취를 묻히는 녀석.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야오오오옹.”

“아이고, 그래, 그래.”

“야옹.”

“애가 되게 친화력이 좋네.”

“야오오옹.”

“야, 네 집사는 어딨냐?”


그렇게 잠시 문득 찾아온 고양이를 마구 쓰다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때.


끼익.


문득 검은 세단 한 대가 나타나 내 앞에 멈춰섰다.


“응...?”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한 여성.

중단발의 다소 시크한 인상을 가진 그녀는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각성자 관리국 조미연 팀장입니다. 잠시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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