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이 찾는 귀환자가 600억 들고 장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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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개
작품등록일 :
2024.06.05 18:55
최근연재일 :
2024.06.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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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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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국수

DUMMY

먼저 각성자 관리사무국을 빠져나오니, 뒤따라 조미연 팀장이 내 뒤를 쫓아 나왔다.


“아니, 잠깐만요. 장사라니 그게 무슨...”


굉장한 놀란 얼굴의 조미연 팀장. 그녀는 내 뒤를 졸졸 쫓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말 그대로에요. 전 헌터니 뭐니 하는 싸우는 체질도 아니고. 말했다시피 저는 기사도 마법사도 아닌 상단주였다니까요.”

“그래도 일단...”

“아까 봤잖아요. 측정기인가 뭔가에서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전 그쪽이랑 연이 없는 거에요.”


그새 다시 발밑으로 들어온 검은 고양이.

나는 발아래에서 교태를 부리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냐앙.”

“측정기에 오류가 생긴 게 틀림 없어요. 그게 아니고서야 측정불가는...”

“아까는 뭐 최첨단이 어쩌구 뭐 그랬잖아요. 그럼 오류가 안 난다는 거 아니에요?”

“...”

“그리고 어차피 저 데려가도 쓸데도 없어요. 불 쓰고 날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사꾼이 뭘 하겠어요?”

“그래도...”


끈질기게 나를 설득하려는 조미연. 하지만 암만 설득하려 해도 내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무엇보다 전 이제 그런 건 듣기만 해도 신물이 나요. 싸울 만큼 싸웠고, 시달릴 만큼 시달렸어요. 이제는 아등바등 살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고 살 거에요.”


나는 고양이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고, 나의 말에 조미연 팀장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듯 입을 달싹였다.

어떻게든 나를 설득해보려 머리를 짜내는 것 같다만, 그녀는 이내 짜내는 것을 포기한 건지 입을 꾹 닫았다.


“...일단 알겠어요.”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조미연 팀장.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런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할 여력도 안 되는 나였다.


“...헌터를 하실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귀환자 등록은 하셔야 할 거에요. 5년간 실종 상태셔서 주민등록이 말소되셨을 테니까.”

“그래요?”

“귀환자들의 적응을 돕는 게 저희 일이니, 나머지는 도와드릴게요.”

“그럼 저야 고맙죠.”


조미연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에 올라탔고, 나 또한 그녀를 따라 조수석에 올라탔다.


“냐앙!”


고양이 녀석도 내 무릎 위를 차지하고 말이다.


“흡...”


조미연 팀장이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듯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몸을 떨기도 했다.

이후 귀환자 등록은 생각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녀를 따라 주민센터로 향해, 귀환자 등록 및 주민등록을 했고, 이어 신분증과 카드와 같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발급받았다.

등록을 할 때마다 뭐가 그리 필요한 서류들이 많은지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만, 다행히 조미연 팀장의 도움으로 딱히 할 일 없이 등록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등록을 끝낸 후에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강서구의 한 빌라를 찾았다.

그녀를 따라 문을 넘어 들어가니, 보이는 넓은 평수의 집.


“오...”


오전에 눈을 떴던 인천의 빌라와 비교해 정말 펜트하우스나 다름 없는 집의 풍경에 나는 입을 떠억하고 벌렸다.

크기도 최소한 이전 빌라의 세 배는 넘을 듯했고, 사방이 온통 새하얀 터라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이세계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퀄리티의 집이었다.


“집이 구해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거주하시면 되세요. 물론 굳이 구하시지 않으셔도 계속 이 집에 거주하셔도 됩니다.”

“이게 이제 제 집이라고요...?”

“국가직 헌터 등록까지 하시면 여기보다 더 큰 아파트도 가질 수 있으실...”

“집이 되게 좋네요.”


틈새를 노려 영입을 제안하는 조미연.

나는 그녀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며 집을 구경했다.

칙칙한 상단의 나무집이 아닌, 온통 새하얀 집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묘했다.

진짜 현실로 돌아왔다는 게 피부에 닿는 느낌이랄까.

여하튼 굉장히 신선한 기분이었다.


“야오옹.”


와중 집까지 따라온 고양이 역시 마음에 드는 듯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 체취를 남겼다.


“마음에 들어?”

“야옹!”


기분 좋은 울음을 뱉는 고양이.

나는 쭈그려 앉아 녀석을 쓰다듬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벌써 다 끝났네요.”

“그게 제 일인걸요. 아, 그리고 장사를 하신다고 하셔서 일단 근처 상권을 조사해서 괜찮은 집들을 선별해왔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

“상권을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하지만 그녀는 나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미리 가져온 테블릿으로 조사해온 집들을 하나둘 보여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상권가로는 이태원, 강남, 홍대 쪽이 있고, 이쪽을 보시면 이렇게...”


사진들을 하나둘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가는 조미연 팀장.

하지만 그게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요즘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상권은 이쪽이 좋고, 직장인들이 자주 다니는 상권은 이쪽이...”

“저기, 죄송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요.”

“네?”

“어디에서 장사를 할 지는 이미 정해놨거든요.”


한창 태블릿으로 설명을 하던 중 조미연 팀장이 눈을 껌뻑였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예전에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국수집이 근처에 있어요. 거기서 장사를 시작해 볼 생각이에요.”

“국수집이요?”

“네, 어머니가 국수를 되게 잘하셨거든요. 다음에 기회되면 만들어 드릴 수도 있어요.”

“그래요?”

“그래서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 정도야 뭐. 당연하죠.”


*


그렇게 집을 나선 우리는 나의 기억에 의존해 어머니의 국수집을 찾아 움직였다.

그동안 세월이 흐르기도 했고, 바뀐 것도 많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조미연의 도움으로 그래도 결국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가 맞아요...?”

“네, 여기에요.”


내 기억 속 항상 시끄럽고, 활기차던 거리는 이제 황량하다 못해 사막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변해 있었다.

망한 상권의 수준을 넘어서 아예 버려진 듯한 거리.

분명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사람들도 많이 오다니고, 가게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 흔적들만 남아있는 수준이었다.


“아이고... 하필 여기였네요.”


탄식을 내뱉는 조미연.


“네?”

“사실 몇 년 전에 생긴 균열 때문에 이 근방이 완전히 초토화가 됐었거든요. 헌터들의 발 빠른 대처 덕에 인명피해라던지 큰 피해는 없었지만, 문제는 균열이 한 번 생긴 곳에서는 다시 또 생길 수 있다는 미신이 있어서 이후로 상권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죠.”


그녀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타깝지만, 여기서 장사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거에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장사를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거든요.”

“그래요...?”

“네, 아쉽게도... 아무래도 장사를 하고 싶으시면 다른 가게를 구하시는 게 나으실 거에요.”

“음... 그럼 여긴 위험한가요?”

“아뇨. 위험하진 않을 거에요. 균열이 생긴 곳에 다시 균열이 생긴다는 건 말 그대로 미신이거든요.”

“그래요?”


아쉬움을 표하는 조미연을 뒤로,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가게와 거리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 말마따나 균열로 인해 상권이 망가진 후, 아예 버려져 버린 거리.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나는 오랜 기억 속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 흔적들은 그대로 남아있네요.”

“네?”

“그래서 더더욱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망해버린 상권이라면, 다시 살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게 무슨...?”


여전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조미연.


“상권이 망한 이유가 분명하면 그 문제만 해결되면 상권이 돌아올 거란 말이잖아요. 어차피 위험한 것도 아니라면서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걸요?”

“괜찮아요. 방법이야 찾으면 되니까.”


전쟁으로 황폐화된 아데미온 대륙의 델란에서 만든 작은 국수집을 대륙 최고의 상단에까지 만들었던 나였다.

허허벌판에서도 대륙 최고의 상단을 만들었는데, 그 정도쯤이야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축복받은 노른자땅이나 다름 없다는 소리였다.


“여기로 하겠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고, 조미연은 여전히 눈을 껌뻑이며 나를 보는 중이었다.


“제 말을 듣긴 하셨어요...? 여긴 사람이 아예 안 다닌다니까?”

“괜찮아요. 그 정도 리스크도 없이 장사하면 재미도 없죠. 안 그래요?”

“아니, 그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옆에서 조미연이 이건 미친 짓이라며 나를 설득하려 하지만, 나는 뒷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이건 진짜 미친짓이에요...!”


여전히 뚝심있게 가게를 바라보는 나를 보며 조미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득을 해도 내가 들은 체도 하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후우... 그래요. 상단주였다니까, 한 번 알아서 해봐요. 나중에 잘못돼도 저는 몰라요. 전 할 말 다 했어요. 알겠죠?”

“두고 봐요. 어떻게 되나.”


*


이후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애초에 망해버린 상권인지라 매매 계약을 하는 데도 그리 복잡한 과정도 없었고, 본래 건물주였던 사람도 얼른 가져가라며 떠밀 정도였다.

그렇게 건물을 인수한 뒤에는 직접 가게를 손보기로 했다.


“아니, 사람 불러서 하면 되는데, 굳이 왜...”


직접 가게의 인테리어나 가구들을 손보고 있자니, 드문드문 나타나는 조미연 팀장이 놀란 소리를 내뱉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47년이라는 시간을 상단에서 굴러서 그런지, 아니면 깐깐한 성격 탓인지 어지간해서는 직접 해야 적성이 풀리는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가게였던 만큼, 그 모습을 직접 되찾고 싶었다.

그렇게 2주 정도가 흘러.


“후우...”


나는 고단한 숨을 뱉으며 새 단장을 끝낸 가게를 보고 있었다.

허름했던 가게의 형태를 남겨 노포 같은 감성을 살렸고, 와중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만들어 생각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어머니의 가게를 그대로 되돌리면서 동시에 나만의 감각으로 가게를 단장시킨 것.


“크으... 내가 봐도 잘 만들었어.”


그렇게 감탄을 하고 있자니.


“오우...”


그새 오늘도 거르지 않고 가게를 찾아온 조미연 팀장이 나타나 입을 떡하고 벌렸다.


“완성된 건가요?”

“네, 어때요?”

“되게... 깔끔하네요...?”


의외라는 듯한 말투의 그녀.

나는 콧잔등을 씰룩였다.


“그래서 뭘 파실 건지는 정하셨어요?

“일단 어머니가 했던 대로 국수를 기본으로 가지고 갈 생각이에요. 이후에 나중에 메뉴를 추가하던가, 그날 그날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들던가 하면서 말이죠. 아, 그렇지. 말 나온 김에 국수 한 그릇 말아드릴까요?”

“국수요?”

“그간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셨고, 저희집 국수가 되게 맛있거든요. 식사 안하셨으면 한 그릇 말아드릴게요.”

“그럼... 그럴까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는 미소를 내지으며 그녀를 가게 안으로 들였다.


“오, 내부도 되게 깔끔하게 잘 하셨네요? 이걸 다 직접하셨다니... 힘드시진 않았어요?”

“어머니 가게라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힘을 써서 그런지 이상하게 힘이 남아돌더라고요. 앉아 계세요.”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이세계와 다른 현대 문물에 적응이 어려워 어지간해서는 상단에서 하던 주방 구조를 그대로 답습했지만, 화구와 냉장고는 현대문물로 바꿨다.


“냉장고, 이게 참 요물이야.”


이계에서는 서빙고라 하여 음식을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었지만, 여기는 무려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열리는 냉장고가 있어 굉장히 편했다.

이계에서는 고작 이틀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음식들도 이 냉장고만 있으면 무려 그에 곱절에 달하는 날까지도 보관이 가능했다.

나는 냉장고의 효능에 감탄하며, 능숙한 손으로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냈고, 요리를 시작했다.

사실 딱히 요리랄 건 없었다.

애호박, 대파, 김치, 고명으로 올릴 재료들을 송송 썰고, 삶은 면과 곁들여, 그 위로 미리 만들어놓은 고기 육수를 부어주면 완성이다.

이내 완성된 국수.


“국수 나왔습니다!”

“우와아... 되게 맛있어보이네요?”


국수를 가져가자 탄사를 내뱉는 조미연.


“식기 전에 얼른 먹어봐요.”

“네, 그럼...”


그렇게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한 입 후루룩 먹는 조미연.


“음...?”


그리고 잠시 맛을 음미하던 조미연이 눈을 번뜩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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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화국수 24.06.10 186 7 12쪽
5 신성이 24.06.09 221 7 13쪽
» 국수 24.06.08 238 6 13쪽
3 사무국 24.06.07 267 9 14쪽
2 지구 24.06.06 27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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