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이 찾는 귀환자가 600억 들고 장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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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개
작품등록일 :
2024.06.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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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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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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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

DUMMY

끼이익...


한창 회의가 진행 중이던 사무국. 낡은 경첩에서 쇳소리가 울리며 굳게 닫힌 문이 천천히 열렸다.

나름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문을 열었건만, 회의실의 이목은 순식간에 문으로 향했다.


“...”


문을 열고 등장한 조수연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목들을 피하며 문을 닫았다.

하지만 고작 그정도로 그녀에게 몰린 시선이 되돌아가진 않았다.


“이야, 천하의 조 팀장이 지각을 해?”


더욱이 사무국에 들어온 이후로 실수 한 번 없이 완벽한 일처리만 줄곧 해온 조수연의 지각은 꽤나 화제거리가 될 수 있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 팀장이 지각을 다 하다니.”

“죄송합니다.”


조수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곤 얼른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먼저 와 있던 백성민 국장이 그녀를 보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죄송합니다. 오는 길이 사고가 있어서...”

“사고?”

“이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백성민 국장은 새삼 놀란 눈치로 어깨를 들썩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잡담은 그만하고, 다시 회의에 집중하지.”


그의 카리스마 있는 한 마디에 잠시 어수선해진 회의장에 엄숙함이 깔렸다.


“그럼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회의실 앞으로 나와 있던 강원지부 각성자 관리팀 박범석 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강원지부는 타 길드의 접촉 전에 총 4명의 귀환자를 찾았으며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상태는 어때?”

“앞서 브리핑한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귀환자들 모두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네 사람 모두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전문가를 파견한 상황입니다.”

“그렇겠지. 대륙에서 수십년을 구르다 지구로 돌아왔으니... 이야기를 듣자하니, 2팀에서 찾은 귀환자 중에 ‘영웅’도 있다고 하던데.”


박범석이 리모컨을 두 번 누르자, 스크린 위로 앳된 남성의 사진이 나타났고, 그 옆으로 그의 신상정보가 나열되었다.


“성명 서학림. 일명 ‘대마법사’라 불리던 영웅입니다. 현재 헌터 랭크로 분류하게 되면 최소한 A랭크 이상, 최대 SS랭크 까지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나열되는 서학림의 정보에 백성민이 눈썹을 들썩였다.


“무조건 영입해. 다른 길드에게 뺏기기 전에 말이야.”


박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역시 귀환자를 영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귀환자의 불안정한 심리와 더불어 그를 탐내는 전세계의 길드들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으로...”


박범석은 이어서 남은 귀환자들의 신원을 설명했고, 다음으로 충청 지부, 부산 지부까지 설명을 끝마쳤다.

충정과 부산 지부에서 등장한 각성자는 고작 셋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인천지부 조수연 팀장의 차례가 다가왔다.

조수연은 미리 준비한 서류를 품에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의 앞으로 향했다.


“인천지부 각성자 관리국 관리팀장 조수연입니다. 브리핑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천지부에서 나타난 귀환자는 하나였다.


“성명 박율. 일명 상단주. 특별한 별칭은 붙여지지 않아 일반 귀환자로 추정됩니다.”

“그래?”


일반 귀환자라는 말에 백성민의 시선이 차게 식었다.

조수연이 박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지만, 앞서 말했던 검제나 다른 영웅에 대한 브리핑을 들을 때보단 관심이 덜하는 듯했다.


“물론 모두 알다시피 최우선 영입 순위는 영웅들이지만, 나머지 귀환자들도 최대한 영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거야.”

“...”


역시나 아무래도 영웅이라는 이명을 가진 귀환자들보다는 우선 순위가 밀려난 듯했다.

하지만 조수연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귀환자에게서 특수한 관찰이 있었습니다.”

“...특수한 관찰?”

“본부의 측정기로 이 귀환자의 마나량을 측정했을 때 측정이 불가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수연의 말에 백성민이 미간을 구겼다.


“조 팀장. 기계에서 측정오류가 나올 수도 있나?”

“현재까진 단 한 번도 측정 오류가 난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본부의 측정기는 시중에 출시된 모델 중에서도 최신 모델이기 때문에 오류의 확률은 극악에 가깝습니다.”

“그래...?”

“또한.”

“...?”

“이 귀환자에게서 버프형 능력의 존재를 파악했습니다.”

“버프형이라면 넘치지 않던가?”

“보조형 C급 헌터가 엘리트 오크를 혼자서 사냥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불가능이지. 엘리트 오크라면 전투형 C급 헌터 셋이 달려들어도 겨우 사냥할 수 있는 크리쳐니까 말이야.”


조수연의 흔들림 없는 두 눈이 백성민을 보았다.

짧은 시선 교환 속 백성민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마치 먹잇감을 찾는 듯한 맹수의 눈과 비슷했다.


“지금 설마...?”

“예, 그렇습니다.”


백성민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버프형 헌터들이야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 대부분은 대상의 부상을 치료해주거나 디버프를 해제해주는 정도에 그쳤다.

상대의 저력을 강화시키는 능력이라 해도 고작 근력 향상이나 속도를 끌어 올려주는 것에 불과했다.

헌데 보조형 C급 헌터가 엘리트 오크를 사냥할 수 있게 만든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절대 놓칠 수 없는 인재였다.


“지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아까 제게 지각한 이유를 여쭤보셨죠.”

“...”


조수연이 말했다.

그리고 짧은 정적이 흘렀으며, 백성민이 턱을 매만졌다.


“...조 팀장.”

“예.”

“우선 순위를 바꾸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녀석부터 무조건 영입해. 다른 길드가 채가기 전에.”


*


조수연이 가게를 떠나간 뒤.


“...생각해보면 다른 녀석들도 다 돌아왔겠지?”


홀로 가게에 남아 신성이를 품에 안은 채 창 너머 풍경을 멀커니 지켜보던 나는 문득 아데미온 대륙에서의 인연들을 떠올렸다.

대마법사라 불리던 서학림이나 절대 무신이라 불리던 김형욱, 도박꾼 카일, 성직자 제임스 등등.

물론 그들이 그리워서 떠오른 건 아니었다.


“어째 영웅이라 불리는 놈들 중에 뭘 빌리고 제대로 갚은 놈이 없지?”


그들이 내게서 빌려 갔던 돈이나 재화, 무기 따위의 것들이 떠오른 것이다.

그들 중에는 무려 대륙에 단 하나뿐인 마도구를 빌려 간 녀석도 있었다.


“서학림, 그 자식은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더 챙겨줬더니만... 뭐 이제 와서 갚으라고 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

“냐앙?”

“아! 그래!”

“냐앙!”

“아, 미안미안.”


갑자기 소리를 친 탓에 놀란 신성이를 진정시키며 나는 다시 녀석들을 떠올렸다.


“돈으로 갚는 게 안 되면 녀석들을 알바로 고용해버릴까?”


생각해보면 지금 이 거리가 황량해진 이유는 미지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학림이나 김형욱 같은 강자들을 데려온다면?


“거의 안전 보증수표 아니겠어?”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다.

물론.


“...근데 걔네들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


그들의 거취를 알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나는 문득 떠오른 가능성이 다시 침몰하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뱉었다.


“냐앙...”

“근데 확실히 주변에 사람들이 없긴 하구나.”


나는 고개를 들어 창너머 풍경을 바라보았다.

조수연의 말대로 근방의 상권이 다 무너져 내린 듯했다.

가게를 리모델링 할 때도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없더니, 가게를 오픈한 이후에도 보이는 거라고는 가끔 나타나는 진상 하나와 개미 몇 마리가 다였다.

나름 오픈빨이라는 것을 조금 기대하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그건 헛된 꿈인 모양이다.


“예전엔 발 디딜 곳 찾기가 더 어려웠는데 말이야.”


이제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

누가보면 정말 어디 버려진 외딴 섬이나 황무지 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창 너머를 지켜보며 나는 옅은 한숨을 뱉었다.

하지만 그 한숨이 이 상황에 대한 절망이나 패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손님이 없다고 절망하는 건 삼류 장사꾼들이나 하는 액션이지!”


그것은 다음 행동을 위한 나름의 기지라고나 할 수 있다.

나는 신성이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냐앙 -”


신성이가 다시 자신을 안아달라며 아우성을 부리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고개를 들었다.


“이런 상황 쯤이야 숱하게 겪어왔잖아.”


장사 경력만 도합 45년.

아데미온 대륙으로 넘어간 이후 대륙에 적응하는 기간이나 다른 영웅들처럼 내 능력을 찾아보겠다고 뻘짓을 한 기간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장사에만 전념한 시간이 무려 45년이다.

고작 이 정도로 내 의지가 꺾이진 않는다.

전쟁터에서도 장사를 해봤고, 이종족들을 상대로도 장사를 해봤다.

심지어 말 그대로의 똥밭도 구르며 방문 판매까지 해봤던 몸이다.

풀떼기 밖에 없는 맨땅에서 구멍가게부터 시작해 아데미온 대륙의 최대 상단을 일궈온 내가 고작 이딴 상황에 풀이 죽을 쏘냐.


“적어도 여긴 칼 들고 설치는 시정잡배 놈들이나 심심할 때마다 세금으로 협박하는 놈들은 없잖아!”


아데미온 대륙에서 장사를 할 때는 심심할 때마다 강도에 도둑에, 시정잡배들이 가게에 들이닥쳤다.

거의 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타나서 밥이니 돈이니, 누가 보면 보따리라도 맡겨놓기라도 한 것 마냥 내게서 많은 것을 뜯어갔었다.

어찌나 심했냐면 그들을 보는 날보다 보지 않는 날이 더 귀할 정도였다.

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냐 묻는다면, 나 같은 약자는 저항하는 것보다는 순응하는 게 더 생존 확률이 높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여태 살아남은 거고.

게다가 그들이 없는 날에는 중앙에서 왔다며 세금을 독촉하는 것들이 아우성이었다.


“어이가 없었지. 내가 장사하는데 지들이 보태준 것도 아니고.”


아니, 따지자면 오히려 방해만 했지.

마음대로 땅을 일궜네 마네, 듣도보도 못한 음식으로 사람들을 홀리네 마네.

아주 개자식들이 따로 없었다.

차라리 시정잡배놈들이 더 나을 지경이기도 했다.


“놈들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적당히 털고 갔었지. 근데 중앙에서 오는 놈들은 아주 사람을 개털으로 만드는 게 정말...”


다시 생각해도 절로 열이 오르는 기분이다.


“놈들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들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상황이다.

게다가 조수연 팀장 말마따나 여기가 소문만큼 위험한 지역도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어차피 이 땅이 노른자 땅이라는 건 경험으로 증명되었으니, 여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만 증명하면 다시 거리에 활기가 차오를 것이었다.

아쉽게도 지인 찬스를 쓸 수 없지만.


“그럼 슬슬 움직여볼까.”


위험하지 않은 동네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

그건 의외로 간단했다.

사람들을 끌어모으면 된다.

응당 인간이란 타인의 행동을 보고 학습하며 위험을 인지하는 동물.

흔히들 군중심리라고 하는 것이 사람들이 이곳을 꺼리게 만드는 매개였다.

그러니 그들의 군중심리가 다시 일변할 수 있게 사람들을 조금씩이나마 끌어모으다 보면 결국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 정도쯤이야 거뜬하지.”


나는 비장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대로 움직여볼까.”

“냐앙?”


아데미온 대륙에서 갈고 닦은 나의 전략을 펼쳐볼 차례였다.


“가자! 신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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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화국수 24.06.10 187 7 12쪽
5 신성이 24.06.09 22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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