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이 찾는 귀환자가 600억 들고 장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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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개
작품등록일 :
2024.06.05 18:55
최근연재일 :
2024.06.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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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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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화국수

DUMMY

빠앙 - !


좁은 도로 위 몇 대인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차량들.

사고라도 났는지 정체된 차량들이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었다.

차로 가득 찬 도로에 드문드문 경적 소리가 크게 울리지만, 그 소리는 다른 차량에서 터져 나오는 경적에 잠겨 사라질 뿐.


“왜 이렇게 막히는 거야...”


그리고 마찬가지로 차들로 빽빽하게 찬 도로 위에 갇혀있던 조수연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제발 빨리빨리 좀 움직여라... 귀환자 회의가 4시 10분에 잡혀있단 말이다...”


조수연은 핸들을 잡은 채 앞차들을 보채지만, 그런다고 막힌 도로가 뚫리진 않았다.

시간은 벌써 4시를 넘어가는 상황.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하더라도 도착하는데 최소한 20분은 더 걸릴 것이었다.

물론 그것도 이 지긋지긋한 체증이 밀리지 않을 때의 상황이었다.

지금 이대로면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4시 반은 훌쩍 넘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아아아아...”


아무리 기다려도 줄어들지 않는 교통 체증에 조수연은 차량 핸들에 머리를 콩콩 박았다.


“이 등신 조수연아... 네가 생각이라는 걸 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잖아.”


조수연은 불과 몇 분전 박율의 가게에서 정신없이 국수를 먹었던 자신을 탓했다.

국수에 정신만 팔리지 않았어도 진작에 회의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나 그녀는 그러지 못했고, 지금 차량으로 빽빽한 도로 위에 갇혀 신세 한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도대체 고속도로에서 왜 차가 막히는 거야? ‘고속’도로잖아. 그냥 쌩쌩 달리면 되는데!?”


종국에는 이 이상 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하아... 마음 같아서는 그냥 차 버리고 뛰어가고 싶은데...”


속도로 따지면 그게 훨씬 더 빠를 것이다.

조수연 역시 각성자였고, 일반인보다 적게는 수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신체능력이 증폭된 각성자의 신체로 속도를 내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이미 차량에 올라탄 상태라는 것이고, 홧김에 차량을 버리고 뛰어갔다간 도로 위에 차량을 방치했다는 불명예스러운 이슈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빠앙 -


조수연은 화를 표출하는 것 대신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빠앙 - ! 빠앙 - !


그러자 거칠게 돌아오는 경적.

자신들도 같은 처지이니 시끄럽게 경적 좀 울리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인 듯한 거친 경적이었다.


“에휴... 그래, 너네나 나나.”


결국 조수연은 이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몸을 추욱 늘어뜨리는 선택지를 택했다.

그 선택지가 그녀에게 있어 어떠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나, 아르마딜로가 위협을 마주할 때 몸을 웅크리듯, 나름의 방어기제로써의 역할은 톡톡히 할 것이었다.


우웅 - !


[너 어디야? 왜 아직도 안 오고 있어!?]


저렇게 상사의 문자가 오는 상황에도 추욱 늘어진 채 휴대폰을 무시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국수는 왜 맛있어 가지고...”


조수연은 방금 전 먹었던 국수를 떠올렸다.

입에 넣는 순간 느껴지는 면발의 쫄깃함과 국물의 감칠맛, 그리고 입안 가득 국수를 머금을 때 느껴지는 진한 멸치와 고기 육수의 내음.

다시 생각해도 군침이 절로 돌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국수를 먹었던 자신을 원망했지만, 사실 국수를 먹은 것은 그렇게 후회하진 않았다.

더 빨리 먹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날뿐.


“...생각하니까 또 먹고 싶네.”


와중에도 조수연은 군침을 삼키며 입맛을 다셨다.

요즘 기가 허해진 탓인지 밥맛이 통 없어 한동안 밥 다운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그녀였다.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그 국수는 진짜 맛있었단 말이지...”


하지만 박율이 만들어 준 국수는 굉장히 맛있었다.

정녕 한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그녀가 맞는가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퇴근하고 한 그릇만 더 먹어야겠어.”


그렇게 군침을 삼키며 퇴근 후 먹을 국수를 생각하며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기다리던 차.


쿠당탕 - !


“...?”


조수연은 뒤늦게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반쯤 시트에 누워있던 조수연은 흠칫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켰고, 곧이어 앞창 너머로 사색이 된 사람들이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너머로는.


쿵 - !!!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들이 장난감마냥 날아다니는 게 보였는데.


“...엘리트 오크!?”


그 사이로 차량들을 장남감처럼 던지며 괴성을 내지르는 정체 모를 크리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엘리트 오크.

오크들 사이에서도 유독 신체능력과 지능이 뛰어난, 일종의 네임드 크리쳐가 도로 위에 떡하니 서 있는 것이다.


“저게 왜 여기에...!?”


조수연은 눈을 부라리며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크리쳐가 저렇게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게이트 브레이크, 그러니까 시간 내에 봉합되지 못한 게이트에서 크리쳐가 흘러나오는 때 말고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다면 필시 본부를 통해 근처 시민들에게는 대피 문자를 보내고, 각성자들에게는 소집 명령이 내려진다.

하지만 조수연은 그런 문자를 받은 기억이 없었다.

휴대폰을 살펴봐도 회의가 코앞인데 어디냐는 상사의 문자 말고 다른 문자가 온 기록은 없다.


“무명 게이트인가...!”


휴대폰을 살피던 조수연이 이를 아득 갈았다.

세상에 게이트라는 이형의 차원문과 각성자라는 존재들이 나타난 이후, 인류는 많은 발전을 거쳤다.

그 발전으로 인류는 언제 어디서 게이트와 크리쳐들이 등장할 지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대략 99%의 적중률을 기록하며 인류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1000개 중 1개.


정말 희귀한 확률로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게이트가 나타나곤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무명 게이트라고 불렀고. 그러한 게이트들은 제 시간 안에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운이 아주 좋지 않은 한 대부분은 크리쳐가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고, 그 결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곤 했다.


“그게 왜 하필 지금 나타나는 건데...!”


조수연이 곤란하다는 듯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그녀는 당장 저 크리쳐를 상대할 인물이 자신 말고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 수 있었다.

조수연에게 소집 문자가 오지 않았다는 건 다른 각성자들에게도 그런 문자가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말인 즉 이 자리에 저 크리쳐를 상대할 각성자가 높은 확률로 조수연 밖에 없을 것이라는 소리였다.

그게 아니라면 진작에 각성자들이 저 녀석을 상대하고 있을 테니.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엘리트 오크는 총 9등급의 크리쳐 분류표에서 4~5등급 크리쳐로 분류되는 녀석이라는 것이었다.

4~5등급 크리쳐란 그들의 존재만으로 최소한 인명피해를 수백 명 정도로 예상하는 놈들이었으며 또한 녀석을 사냥하기 위해 필요한 각성자는 최소한 C급 3명 이상.

그리고 조수연은 C급 각성자였다.

그것도 전투형도 아닌 보조형 각성자.


“젠장...”


아마 보조형 C등급 각성자인 조수연 혼자서 저 크리쳐를 상대했다간 최소한 팔다리 하나쯤은 부서질 각오를 해야 할 거다.

물론 그것도 녀석을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다른 각성자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시간을 끌어주는 것뿐.


“후우...”


그녀의 입장에서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짧은 고민 이후 비장한 숨을 뱉으며 안전밸트를 푸는 결단을 내렸다.


“다른 방법이 없잖아. 무섭다고 튀었다간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칠텐데...”


현장에 있는 각성자가 조수연 뿐이라면 더더욱 이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테니.


철컥.


조수연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앞으로 사색이 된 사람들이 도로를 역주행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후우...”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 우두커니 서 있는 조수연은 무거운 숨을 팍하고 뱉더니 곧 고개를 들었다.


“차라리 잘됐어. 귀환자 회의에 가지 않을 적절한 핑계거리가 생긴 거잖아.”


불시에 나타난 크리쳐를 제압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탓에 귀환자 회의에 늦을 수 밖에 없었다.

굉장히 깔끔하고도 정당한 결석 사유였다.

물론 조금 많이 아프긴 하겠지만.


“가자.”


조수연은 짧은 상념을 끝내고 허리춤에 꽂혀있던 작은 상자를 꺼냈다.


철커덕 - !


허리춤에서 꺼낸 상자는 조수연의 마나에 반응하여 조잡한 기계음을 뱉더니 이내 팔뚝 길이의 짧은 단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전투를 예상하고 무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보니 간이 웨펀밖에 없었지만, 지금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시간만 끌 요량이라면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 순간.


“그아아아악 - !”

“사...사람 살려...!!!”


엘리트 오크의 기분 나쁜 괴성이 저 멀리에서 울려퍼졌다.

그리고 녀석의 앞으로는 고작해야 두 살 배기의 작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비명을 내지르는 여성이 보였다.


“...!”


그들을 마주한 조수연은 고민할 것도 없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었고.


“그아아아악 - !!!”


엘리트 오크의 육중한 주먹이 아기를 품은 낯선 여인을 후려치려는 순간.

조수연의 신형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고, 사선으로 움직이는 검이 오크의 일격을 흘려버렸다.


콰앙 - !!!


“...!!!”

“도망치세요! 얼른!”


조수연은 엘리트 오크의 다음 일격이 날아오기 전 재빨리 여자에게 소리쳤다.


“가...감사합니다...”


소리에 정신을 차린 여자는 얼른 자리를 벗어나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사이 조수연은 다음으로 날아드는 오크의 공격을 막기 위해 검과 제 팔을 교차시켰다.


콰앙 - !!! “크윽...!”


가히 가공할 수준의 위력.

내리찍히는 오크의 육중한 주먹이 방어를 위해 교차된 단검과 맞부딪히자 지진이라도 인듯한 울림이 사방에 번졌다.

팔이 저릿했다.

그 충격으로 두 다리에 힘이 잠시 풀려버릴 듯했다.

하지만.


“...?”


조수연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아아아악 - !!!”


그러는 와중에도 엘리트 오크는 뒤로 내뻗은 주먹을 다시금 조수연을 향해 내리찍으려 했고.

조수연은 녀석의 공격을 예측하여 제 머리 위로 내리 찍히기 전 오크 녀석의 품속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콰앙 - !!!


녀석의 주먹이 조수연을 지나 바닥에 내리꽂히며,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리고 조수연은 또 다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어지는 오크의 공격들.

허나 엘리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녀석의 공격 중 그 무엇도 조수연을 타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수연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녀석의 마구잡이 공격을 피하며 생각했다.


‘...몸이 가볍다.’


컨디션이 좋았다.

아니, 컨디션이 좋다라는 수준으로 일축할 수가 없었다.

마치 영약이라도 한 사발 들이켠 듯 활력이 넘쳐흘렀으며 두 눈은 오크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뭐지...?”


조수연이 고개를 들었다.

오크의 턱이 눈앞에 보였다.

빈틈이었다.

그녀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단검을 위로 내찔렀고.


푸욱 - !


공기와 살점을 가르며 치솟는 단검은 철근만큼이나 두껍다고 소문이 자자한 오크의 가죽을 단숨에 뚫어버렸다.


“그어...어억...”


쿵...!


그리고 녀석이 힘을 잃고 쓰러졌으며.


“...”


조수연은 쓰러진 오크를 보며 문득 이상한 맛이 혀 끝에 맴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국수?”


국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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